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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 알려
-NYT, 소설가 김영하 칼럼 게재
-사회 전환기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좋은 사람들의 무서운 침묵
뉴욕 타임스가 한국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 대한 소설가 김영하씨의 기명칼럼을 게재했다.
외부 칼럼니스트 기고로 ‘South Korea’s Hot-Button Medium-한국의 핫이슈를 다루는 매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칼럼에서 김영하씨는 한국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현상을 소개하며 1963년부터 시작해서 1979년 살해당할 때까지 한국을 통치한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정치적 벽보의 단순하고 사무적인 형식을 연상시키는 이 고려대 대자보는 각종 뜨거운 정치적 이슈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하씨는 웹게시판이 대자보를 대신한 뒤 사라졌던 대자보가 다시 나타났으며 이 대자보에는 세계화로 인해 뒷전에 남겨졌다고 느끼는 좌절하고 불만족한 젊은 층의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자보를 쓴 이들이 가장 자극을 받은 사안은 군과 국정원이 박근혜에게 유리한 온라인 캠페인을 수행한 것이라고 김영하씨는 주장했다. 원초적인 표현법인 대자보는 익명으로 말하는 온라인 문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 이 칼럼은 대자보에는 실제 사람들의 서명이 있는 등 이것이 진짜였기 때문에 빠르게 퍼졌다는 주현우씨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이 익명성으로 인해 국정원 스캔들에 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자보 운동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 박근혜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주장도 언급했다.
김씨는 대자보가 젊은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대중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있다며 "사회 전환기인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나쁜 사람들이 지르는 귀에 거슬리는 아우성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무서운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해야 할 것이다"라는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을 인용한 대자보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1995년 ‘겨울에 대한 명상’을 계간 ‘리뷰’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으며 ‘빛의 제국’(Your Republic Is Calling You)은 2010년 9월 미국 NPR에 소개되면서 시사작가로 유명한 Jonathan Franzen 과 비교되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해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 작가다.
다음은 정상추가 번역한 뉴욕 타임스의 칼럼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nyti.ms/19eIpMt
CONTRIBUTING OP-ED WRITER
외부 칼럼니스트
South Korea’s Hot-Button Medium
한국의 핫이슈를 다루는 매체
By YOUNG-HA KIM January 6, 2014
김영하, 2014년 1월 6일
BUSAN, South Korea — On Dec. 10, a handwritten, politically charged poster appeared on a bulletin board at Korea University in Seoul, one of the country’s top institutions of higher education. It began and ended with the same question: “How are you all doing?”
한국 부산 - 12월 10일, 손으로 쓴 정치적 내용의 포스터 (이하 대자보)가 한국 최고의 고등교육기관 중의 하나인 서울의 고려대 게시판에 등장했다. 이것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같은 질문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This simple query hit a nerve. A photograph of the poster went viral on the Internet. Students across South Korea started posting their own political notices on campuses (and pictures of them, too, appeared online). High school students, office workers and housewives joined in, writing posters to air political grievances and posting them in public and on the web.
이 간단한 질문이 정곡을 찔렀다. 이 대자보를 담은 사진은 인터넷에 재빠르게 퍼져나갔다. 한국 전역에 걸쳐 학생들은 학교 캠퍼스 내에 자신들의 정치적 메시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사진들 역시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고등학생들, 회사원들, 주부들까지 합류, 정치적 불만들을 표출하기 위해 대자보를 작성하고 이를 공공장소와 인터넷에 게시했다.
Echoing the plain bureaucratic style of political placards from the military dictatorship of Park Chung-hee — who ran the country from 1963 until his assassination in 1979, and who was the father of the current president, Park Geun-hye — the Korea University poster made references to a hodgepodge of hot-button political issues: the more than 4,000 rail workers who were laid off under a national privatization plan; a villager from Bora in the southeast who committed suicide in an apparent protest of government land grabs that are part of a nuclear-development project; and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s alleged interference in the 2012 presidential elections.
1963년부터 시작해서 1979년 살해당할 때까지 한국을 통치했고 현 대통령 박근혜의 아버지인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정치적 벽보의 단순하고 사무적인 형식을 연상시키는 이 고려대 대자보는 각종 뜨거운 정치적 이슈들에 관해 언급했다: 국가의 민영화 계획 하에 해고된 4000여명의 철도 노동자들; 핵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정부의 토지 압수에 항의하며 자살한, 남동쪽에 위치한 보라마을 출신 주민; 그리고 국정원의 2012년 대선 개입혐의.
Jeon Hyun-sik, 22, a student at Korea University, told The Hankyoreh daily newspaper that political posters usually urge people to do something. “But I was struck by how this one asked us how we’re doing,” he said. “I ended up thinking about myself and a lot of other things.” Another student, Lee Min-ji, a freshman in a Daejeon high school, criticized the television news in her poster, which went viral, asserting that it is slanted toward the government. A housewife’s poster at Korea University said that she was sorry she had taught her kids to focus so intently on making money.
고려대학교 학생인 전현식씨 (22세)는 정치적 대자보들은 대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촉구하는 것들이라고 한겨레 신문에 말했다. "그런데 우리들이 안녕한지를 묻는 이 포스터의 방식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며 그는 "결국 내 자신과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인 대전여고 일학년, 이민지씨는 자신의 대자보에서 티비 뉴스가 정부쪽에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티비 뉴스를 비판했고, 이 대자보는 빠르게 퍼졌다. 한 가정주부는 고려대에 붙힌 대자보에서 자녀들에게 돈버는 일에 너무 치중하도록 가르친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Handwritten political posters — often composed in an artless and unadorned style, usually just words on plain white paper — were ubiquitous in South Korea in the 1970s and 1980s and were one of the few outlets available for expressing political views. Most posters were anonymous and put up under the cover of night. From time to time, the university authorities and the police would clear off the walls.
손으로 쓴 - 종종 꾸밈 없고 소박한 형식으로, 대개는 하얀 종이 위에 글자를 쓴 - 정치적 대자보는 1970년 대와 1980년 대 한국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것이었고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몇 안되는 창구의 하나였다. 대부분의 대자보는 쓴 사람의 이름이 없이 밤 사이에 붙여졌다. 때로 대학 당국과 경찰이 벽에 붙은 대자보를 떼어내곤 했다.
The posters continued to appear in public even after full civilian rule was established in the early 1990s, but they started to feel outdated, more like mere graffiti than anything else. When I was a graduate student in the early 1990s, posters still covered sections of the campus walls, but like most students I ignored them.
1990년대 초 민주정부가 자리잡은 후에도 대자보는 지속적으로 공개장소에 나타났으나, 시대에 뒤떨어지고, 그저 낙서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대학원생이었던 1990년대 초, 대자보는 여전히 대학내 담벼락 일부를 덮고 있었지만 나는 다른 대다수의 학생들처럼 그것을 무시했다.
Then along came the Internet. In the mid-1990s, web bulletin boards replaced handwritten posters, which began to disappear: People could hope for bigger ripple effects of their views online.
그리고 나서 인터넷 시대가 왔다. 1990년대 중반, 웹 게시판이 대자보를 대신하면서 대자보는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온라인 상의 의견 게시가 증폭된 파급효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했다.
There were no fresh facts, shocking revelations or radical opinions in the poster that suddenly appeared last month at Korea University. But it did expose the worries of frustrated and disaffected young people who feel they’ve been left behind by globalization.
지난 달 갑자기 고려대학교에 나타난 대자보에는 새로운 사실이나 충격적인 폭로 혹은 과격한 의견은 없었다. 하지만 세계화로 인해 뒷전에 남겨졌다고 느끼는 좌절하고 불만족한 젊은 층의 우려가 이를 통해 표출됐다.
Economic concerns, like low salaries and high rents, are widespread. College students are angry about expensive tuition and dim employment prospects. Support for the rail workers, another common cause, reflects concerns among young people that the rail privatization plan will start a trend, leading to higher costs for utilities and health care as they too become privatized, and to the end of the era of the coveted permanent government job.
적은 임금과 높은 월세 등 경제적 염려가 도처에 있다.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과 낮은 취업전망에 대해 분노한다. 또 하나의 공통의 대의명분으로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는 철도민영화를 시작으로 공공산업과 의료서비스도 민영화되어 관련된 요금이 높아질 것이며, 이상적인 직장인 정규 공무원직 시대가 끝나리라는 젊은 층의 우려를 투영한다.
The issue that seems to have most galvanized the poster writers is the scandal involving military and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agents who carried out online campaigns during the 2012 presidential race to manipulate public opinion in favor of Park Geun-hye, who won the presidency by one million votes. Eleven officials in the Defense Ministry’s cyberwarfare unit are accused of spreading 2,100 messages praising Ms. Park. And, in a separate case, a team of N.I.S. agents is being tried for sending out millions of posts on Twitter and news websites in support of Ms. Park. The president has denied having had anything to do with the online campaigns, saying repeatedly that she had not benefited from them.
대자보를 쓴 이들이 가장 자극을 받은 사안으로 여기는 것은 2012년 대선 동안 군과 국정원 요원들이 백만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는 박근혜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 11명이 박근혜를 찬양하는 내용의 글 2,100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것과 별도로 국정원 한 부서는 트위터와 뉴스 사이트에 박근혜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수백만 개를 게제한 사실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은 이 온라인 캠페인과 전혀 상관이 없으며 그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The poster movement — a return to a more basic sort of expression — may best be seen as a backlash against an online culture that allows users to post whatever they want using false names or no names at all. Anonymity was once welcomed by political activists as a way to get opinions out in the open, but it has now come to be regarded as an obstacle to meaningful dialogue.
보다 원초적인 형태의 표현법으로 돌아온 대자보 운동은 가명 혹은 무명으로 자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어떤 내용이든 게시할 수 있는 온라인 문화에 대한 반발 정도로 볼 수 있다. 개인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익명은 한때 정치활동가로부터 환영을 받았었지만, 이제는 의미있는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지게 됐다.
Most of the new posters are signed by real people. Ju Hyun-u, 27, who wrote the first poster at Korea University, said in a radio interview that he believed his poster went viral, in part, because it was authentic: He had signed it.
최근 대자보 대부분에는 실제 사람들의 서명이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첫번째 대자보를 작성한 27세의 주현우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자보가 빠르게 퍼진 이유는, 그것이 진짜였기 때문이기도 했다는 의견을 말했다: 그는 대자보에 자기 이름으로 서명했다.
In the early 2000s, people expected that anonymity on the Internet would be positive for the development of democracy in South Korea. In a Confucian culture like South Korea’s, hierarchy can block the free exchange of opinions in face-to-face situations. The web offered a way around that.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과 같은 유교문화에서, 서열이라는 것 때문에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를 하는 경우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인터넷은 이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Internet portal services installed bulletin-board systems that allowed users to post opinions anonymously. For example, the popular service Agora was created as a forum for free — and often anonymous — exchanges. But South Koreans feel duped by the N.I.S. scandal and they partially blame anonymous commenting.
인터넷 포털 회사들은 사용자들이 의견을 익명으로 포스팅할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유명한 게시판 아고라가 자유롭게 - 대개는 익명으로 -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포럼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국정원 스캔들에 당했다고 느끼며 익명의 댓글제가 이에 부분적 책임이 있다고 비난한다.
It’s not yet known how much the poster movement will affect Ms. Park’s government. (The Kyunghyang Shinmun newspaper suggested a recent dip in the president’s approval ratings among young people could be a result of the handwritten poster wave, but there is no definitive data.) Regardless, the posters are getting politicians’ interest: Some even appeared in Congress, put up by both governing party and opposition members.
이 대자보 운동이 얼마만큼 박대통령의 정부에 영향을 미칠른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향신문은 최근 젊은층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이 대자보 운동의 결과일 수 있다고 했지만 확실한 데이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쨋든 이 대자보는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어 집권당과 야당 의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대자보가 국회에 게시됐다.
Political posters don’t by any means play the same role as they did under the military dictatorship. Still, it’s important that they have served to tip off some of the public to the swelling frustration and anger of the country’s youth.
정치적 대자보는 군사독재자 시절에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점점 커져가는 한국 젊은 층의 좌절과 분노를 일부 대중에게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Will the rest of the country get the message? We’ll have to wait and see.
국내 모든 사람들이 그 메시지를 이해하게 될까? 그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One poster, signed by “Sunhae and Jooyoung” and posted at Busan University, ended with an apt quote from Martin Luther King Jr.: “History will have to record that the greatest tragedy of this period of social transition was not the strident clamor of the bad people, but the appalling silence of the good people.”
"순해와 주영"이라는 이름으로 서명된 한 대자보는 부산대에 게시된 것으로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을 적절하게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사회 전환기인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나쁜 사람들이 지르는 귀에 거슬리는 아우성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무서운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해야 할 것이다."
Young-ha Kim is a novelist and short-story writer.
김영하는 소설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