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러브앤썬더를 드디어(?) 봤슴다.
사실 다보긴 지난 연휴에 다 봤는데...쿨럭.
어떤 루트로 봤는지는 묻지않는 게 예의
음...
타이카 와이키키의 B급개그 솜씨는 여전히 적절합니다. 상황이 암울하고 비극적인데도 입개그와 몸개그와 똘끼짓으로 유쾌하게 뚫고 나가는 토르시리즈의 포인트에 잘 어울리는 감독이 맞긴 맞네요.
특히 전작 라그나로크는 역대 마블시리즈 중 가장 비극적인 상황(부친 사망, 친혈육과의 생사전, 자기 모국을 스스로 파괴, 막판에 거대한 적과의 마주침)임에도 병맛과 별미 사이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개그를 꽂아주는 센스가 강렬한 흡입력을 뽑아냈음을 부정할 수 없겠죠. 마블의 히어로중에 인기가 잘쳐줘야 중하위권인 토르를 이만큼 끌고온데는 감독의 역량이 많은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그 '비극속의 병맛개그'라는 맛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고 평해봅니다. 감독의 B급개그 솜씨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그의 개그솜씨는 뿌리내린 스톰브레이커를 마녀빗자루마냥 타고 달리는 모습, 당대의 미녀배우가 벌크업슈트에 철투구를 뒤집어쓰고 "잇 마이 해머!"를 외치는 골때리는 갭모에, 정줄놓은 제우스 덕분에 홀라당 벗고 "너무 많이 벗겼잖아 똘추야!" 를 외치는 헴스워스의 강렬한 뒷태(...), 결정적으로 나올 때마다 충격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탕그뇨스트와 탕그리스니르의 비명소리까지, 와이키키의 절묘한 B급개그 솜씨는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문제는, 토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비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전작의 일들로 인해 사람에게 마음을 닫고 유쾌함을 연기중인 숨은 우울증환자가 유일하게 사랑하던 여인을 잃는다는 스토리...뭐, 전작부터 이어지는 스토리의 흐름을 생각하면 매우 잘 어울리긴 합니다만, 전작까지의 비극미에 비하면 글쎄요. 토르 개인으로서는 충분히 비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작까지의 비극에 비하면 아무래도 가벼워 보인다는 점이 큰 문제일 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모든 신(토르 포함)이 우주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비극미일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사실 비극이라기보다는 영웅이 언제나 맞닥뜨리고 고난을 겪지만 끝끝내 이겨내고야 마는 도전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알잖아요. 토르는 그 도전을 끝내 이겨낼 거라는 걸.
솔직히 말해서, 차라리 악역으로 나온 고르에게서 더 강렬한 비극미와 비장미가 느껴집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너무나 잘 연기해낸 덕분도 있겠지만, 하나 남은 딸마저 신의 외면으로 잃고, 죽음 직전에 마주한 신에게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조롱을 듣고야 마는, 강력한 힘을 주지만 반대급부로 사용자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마검을 손에 넣고 시한부의 인생을 신들을 모두 없애는 복수귀의 길을 가는 남자. 그러나 그 복수의 길마저 신의 권능(스톰브레이커로 사용하는 비프로스트)과 신 위의 또다른 초월적인 존재, 어떤 의미에서는 궁극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터니티의 권능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루어낼 수 없는 가련한 남자...그리고, 마지막에 복수마저 포기하고 단 1분간의 기쁨을 선택하는, 한 명의 불쌍한 아빠. 그에게 감정이입이 더 되는 건 단순히 제가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생각해 봅니다. 토르가 제인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물론 가슴아픈 장면이지만, 감독이 고르의 죽음을 제인의 죽음보다도 더 늦게 배치한 것은 감독 스스로도 토르보다 고르에게서 더 깊은 비극미를 느꼈다는 뜻이 아닐까요.
물론, 마지막에 일종의 후일담처럼 보여준, 매일아침 아빠와 어린 딸 사이에 벌어질 법한 투닥거리는 일상(고르의 딸 역을 연기한 꼬마아가씨는 헴스워스의 친딸)과 그 일상 이후 벌어지는 토르스럽고도 토르스러운 돌격씬은, 소소한 웃음과 마음 따뜻해지는 안도감을 안겨주는 좋은 씬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그런 씬을 배치해줌으로써 길다면 긴, 숨가쁘게 달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감독의 솜씨는 훌륭했죠. 뭐, 토르와 맞먹는 호쾌함과 무념함(...)을 그리스쪽에서 보여주는 헤라클레스의 등장을 예고한 마당에 영화의 마지막을 은퇴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겠습니다만, 그런 건 그냥 무시합시다(?)
마지막으로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전작에 이어 비극을 B급개그로 장식한 작품, 헛웃음짓다 어느새 엔딩을 보게 되는 영화, 그러나 전작의 맛은 다 살려내지 못한, 저조한 흥행이 이해되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입니다.
시간이 많고 할일은 없는백수 분, 토르의 광팬이라 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분그런 사람이 영화관엘 안갔다고?!, B급개그를 즐기고 좋아하는 분이라면 보실만하겠습니다만, 굳이 억지로 꼭 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글닫고 자러...
P.S. 아 망할 카카오새퀴들 같으니....
첫댓글 아 참, 이 내용 꼭 적겠다 해놓고 빼먹었네요.
전작에서 레드제플린의 Emmigrant song을 절정타이밍에 집어넣어 대호평을 받아보더니 감독이 하드코어 락밴드의 곡에 꽂힌 모양입니다. 이번엔 대놓고 Guns'n Roses를 가져다 쓰네요. 중요한 역할의 조연에게 액슬의 이름까지 붙여주는 서비스정신 정도면 갸들도 대만족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스포 많이 때렸으니 곡도 적어드립니다.
웰컴투더정글, 스윗차일드오마인, 노벰버레인. 스윗차일드오마인은 두번 나오네요. 건앤로의 팬분이라면 영화보면서 어느 장면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도 보실만하겠습니다.
저도 엄청 재밌지는 않았지만, 극장에서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저는 이번 영화는 와이키키 감독의 문제라기보단 현 시점의 토르 시리즈 자체의 문제로 인한 과도기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1,2에서 제대로 터지는 개그도 아니고 카타르시스도 제대로 터지지 않았던 토르를 가오갤 같은 B급 감성으로 살려낸 와이키키 감독이지만,
문제는 토르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라그나로크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매조지 되었다는겁니다. 에오울에서부터 안나오기 시작한 포스터가 없는 상태에서요.
가오갤이나 앤트맨처럼 1,2가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히로인이 부각되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토르 1의 의미는 로키 방생(..)이고, 2는 사실상 무의미했죠. 그나마 1,2가 가진 몇 안되는 재료를 어떻게 뭉쳐서 3를 만든 감독이지만, 문제는 4까지 가서는 더이상 서사를 이어갈 건덕지가 없었습니다. 남은 서사라고는 포스터 러브라인 정도인데, 그마저도 하다못해 3든 엔드게임이든 제인 포스터의 존재감이 더 드러났다면 모르겠지만, 툭 끊겼다가 갑자기 나온 시점에서 뜬금없는 느낌이 좀더 강했죠.
그 서사적 공백을 가오갤 VOL.2 제임스 건처럼 와이키키 감독의 좀더 강해진 B급 유머로 채우려고 한듯하지만, 1편부터 떡밥을 뿌리고 아직 사용할 재료가 많았던 VOL.2에 비해 사용할 떡밥도 거의 다 소진되어서 결국 이전 것을 어떻게든 끌어오고(제인 포스터) 재사용(묠니르)해야 했던 와이키키 감독으로서는 이 이상 만들기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빌런에게 개연성을 준답시고 신들을 전부 제정신이 아니게 만든건 좀 심하지 않나 싶지만요(..)
냉정하게 볼때 로튼으로 망하면 토르의 평가는 원래 이정도 선이었으니 기대를 내려놓고 보면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3편이 돌연변이인 거죠(..)
@통장 ㅋㅋㅋㅋㅋㅋ 하긴, 라그나로크가 잘 뽑힌 거지 토르시리즈가 원래는 이정도 수준이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