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저는 당신의 글을읽고 거울앞에 서있는 저를보는듯하여 당신의 글을
의미있게보았읍니다.
저는40대초반의 셀러리맨입니다
항상 당신과같은 생각으로 명절을보냅니다
당신은 철있는 정이있는 아주인간적인 며느리입니다.
--------------------- [원본 메세지] ---------------------
전원일기 드라마가 난 싫다.
회장님댁 둘째며느리와 내가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추석때.
길이 막힌다는 핑계로 광주에 가질 않았다.큰 며느리 고두심은 열심히 전을 부치고 송편을 만들고 친척들 상을 보느라 허리가 휠 것이다. 서울에 사는 둘째 며느리인 박순천은 하루내내 인터넷으로 음악이나 들음서. 점심땐 먹을 만 게 딱히 없어서 결국 신라면 세게를 끓여 남편 한그릇,. 나 한그릇,. 아들 한그릇. 그렇게 먹었다.배가 너무 불러 우린 거실 소파 위 에서 한 숨까지 잤다. 드르렁 드르렁
경복궁에 산책이나 가자고 길을 나섰다. 서울시내 길은 뻥뻥 뚫려 간이 축구장 같았다. 엊그제만 해도 혼잡에 혼잡을 거듭했던 청계천의 상가는 철제창이 굳게 내려진 채, 거리엔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던 물건 하나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마치 그곳은 "2002년 피난 서울"을 예상케 했다. 우린 주차를 해 놓고 거리를 걸었다. 영화 오아시스에서 그가 그녀를 안아 들고 노랠 불렀던 청계천 그 다리밑에서 나도 노래를 불러봤다.
"내가 만약 시인이라면. 너를 위해 노래하겠어...."
내가 큰 소리로 불러도 거리엔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끝까지 다 부를 수가 있었다. 이 노래를 부를때까진 추석날이 그리 슬프지 않았는데. 왜 내가 내가 갑자기 울컥해지고 말았지? 오아시스 안에 남겨진 그들의 사랑때문에? 아냐 반드시 그것만은 아냐. 만약 그날이 추석이 아니였다면 그냥 찔금하고 말았을 건데. 그래 추석이 날 울린거였어.
결국 경북궁도 못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달이 달이 한가위달이 휘영청 밝았다. 달 보고 다짐한담서? 나도 다짐을 했지.지난 번 명절때처럼, 열 두시간 걸려 시댁에 내려가,하루내내 전부치고,허리가 휘도록, 게다가 시어머니와 큰며느리 고두심의 눈치살에 버걱버걱 시달릴지라도 꼭 명절날은 부모 형제와 함께 보내야 한다고. 반성하고, 달보고 다짐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