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이완옥(45·국립수산과학원 청평내수면연구소)씨는 물고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들에게 일명 ‘물고기 박사’로 통한다. 국내 하천들을 찾아다니며 환경 오염으로 멸종되다시피한 토종 민물고기들을 찾아내고 다시 살려내는 것이 그의 일. 그는 중학교 다니는 두 아들을 앉혀놓고 툭하면 ‘밥값론’을 펼친다.
“사람이 태어나 제 밥값 못하고 사는 것만큼 딱한 일도 없지. 아버지가 물고기라면 밤낮 안 가리고 뛰어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연구소이니 그게 다 부모형제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 아니냐? 온 국민이 자기 먹는 밥값만 제대로 하고 살면 IMF 같은 게 올 수가 없다.”
마치 독립투사에게서나 듣는 것 같은 가장의 연설에 아내 김성자(44)씨는 남몰래 한숨을 쉰다. 남편이 1년간 받는 ‘박사님 연봉’이래야 고작 3000여만원. 하지만 세월이 보약이었다. “기왕 빠듯하게 살 거라면 있는 만큼 살 줄 아는 ‘프로 주부’가 되기로 작정했어요. 허리 질끈 동여맸지요. 그래도 이제껏 돈을 빌려줘는 봤지, 빌려본 적은 없어요.”(웃음)
이완옥씨가 ‘물고기 박사’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하루에 십원 한 장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억척아내 덕이 크다. 이씨는 어름치·황쏘가리 같은 천연기념물들을 국내 처음 인공 부화에 성공시켰는가 하면, 2000년엔 서울 한강에서 은어가 살고 있음을 밝혀내 한강을 되살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그곳에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했다.
“GNP만 높다고 선진국 아닙니다. 자연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가를 보면 선진국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요.”
일을 만들어서 하는 타입이라 이씨는 늘 바쁘다. 올여름만 해도 청평호, 파라호, 무주 남대천 등지에 잉어와 어름치를 방류하러 출장을 가야 하고, 한강 상·하류엔 서너 개의 어도를 만들어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토종 민물고기의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그의 몫. 방송 다큐멘터리라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민물고기 이름을 순 엉터리로 바꿔놓는 걸 보다못해 방송자문 일도 자청해서 한다. “그래도 연구소로 물고기 구경 오는 아이들 안내하는 게 제일 보람차지요. 요 녀석들이 커서 우리 물고기, 아니 우리 산과 들을 지켜낼 거라 생각하면 기운이 펄펄 납니다.”
넉살 좋고 웃음 많은 그이지만, 자녀 교육만큼은 엄격하다. 한여름에도 아들들이 맨발에 슬리퍼 끌고 다니는 걸 못볼 정도다. “편하다고 해서 기본적 예의를 저버릴 순 없지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뜻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립니다.” 엄마도 ‘한통속’이다. 그녀의 부엌사전에서 편식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이 울면서 요구하는 건 그게 합당한 내용이라도 들어주지 않는다.
알뜰하고 성실한 부모 덕에 상욱(15)이와 기욱(13)이는 가을볕에 영그는 과일들처럼 튼실하다. 둘 다 물고기 매니아임은 말할 나위 없다. 여행길 자동차 안에서 줄곧 하는 놀이가 ‘민물고기 이름 대기’인 이 형제는 강물의 산성·알칼리성을 판단하는 수소이온 농도쯤은 저희들끼리 너끈히 측정하고도 남는다.
“요즘엔 아버지가 대학시절 읽었던 물고기 책을 읽어요.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을 관찰한다는 건 어떤 동화나 게임보다 재미있지요. 아버지와 같은 생물학자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상욱)
이 가족에게 행복은 먼 데 있지 않다. 주말 저녁 관사 앞 호숫가에서 세 부자는 릴 낚시를 하고 엄마는 풀숲에 ?아 삼겹살을 굽는 이 가족의 풍경…. “풍족하진 않아도 하고 싶은 일 하며 휘파람 불고 사시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는 상욱이와 기욱이의 한목소리에 “아들들이 닮고 싶어하는 아버지가 최고 아닌가요?” 하며 이 박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첫댓글 김지훈군이 올린글을 성인몰 삭제한다고 잘못체크해서 지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렸습니다. 김지훈군 죄송합니다. 뭔놈의 성인몰이 그렇게 올라 오는지 원^^
다행히 다른곳에 올라와 있어서 옮겨 실었네요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