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땅꾼 입문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시작된다.
용돈벌이가 없을까 궁리를 하던 차 주기적으로 동네를 드나들던 땅꾼들을 떠 올렸고 "그래 뱀이야"
를 속으로 외쳤다.
뱀을 잡아 돈을 벌어보자는 욕구는 곧 바로 현실화 됐다. 생각을 해보시라. 뱀을 잡는데 무슨 돈 들
어 가는 장비가 필요하면 어린 나이에 자본금이 절대적으로 딸려 이윽고 이상으로만 남겠지만 그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비라곤 뱀을 잡아 담을 밀가루 포대 자루 하나와 쇠갈쿠리 하나만 있으면 됐다.
나는 쇠 갈쿠리도 마련할 처지가 못돼 지게작대기 모양의 Y자 나무 갈쿠리를 직접 만들어 뱀 사냥의
본격 출정을 알렸다.
작업 시간은 학교 등하교 시간이 주를 이뤘고 물론 토요일 일요일도 가끔식 출정에 나섰다.
우리 동네에 서식하는 뱀들은 가장 값어치가 없는 '물자수(물뱀)'에서부터 밀뱀, 밀미기(유혈목이, 일
명 꽃뱀), 독사, 능구렁이(능사, 땅구렁이), 황구렁이, 먹구렁이 등이 있었다.
물론 사람이 꼬리를 잡으면 스스로 자기 꼬리를 잘라내고 36계 도망을 치는 도마뱀도 있었지만 이건
땅꾼들의 취급 품목에 없기에 자주 조우를 해도 방관하거나 심심하면 잡아서 가지고 노는 애완동물
이었다.
도마뱀은 또 여자애들을 놀려 주는데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 녀석을 잡아 주머니 속에 넣
고 있다가 지나가는 여자애들의 치마속으로 던지거나 등 뒤에 집어 넣으면 거의 기절 일보 직전이다.
이 때문에 나는 여자애들이 선생님이나 자기들 오빠 한테 일러 바치면 볼기와 아구통을 내 줘야 했고
속으로 "가시나 지 좋다는 뜻으로 그런건데, 그것도 모르고"를 되뇌었다.
얘기가 빗나가서 죄송한데 당시는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으면 요즘처럼 표현을 못하고 고무줄 놀이나
오재미 놀이 하는데 가서 기웃거리며 서성거리다 장난기가 발동 되면 고무줄을 끊어 도망 가면서
"용용 죽겠지"를 남발 하는게 고작이었다.
이런 경험 있으신 분들 댓글로 자수하시기 바란다. 진격공감을 표시해 줄 의욕이 충만돼 있으니깐.
나의 뱀 잡는 기술은 미숙 단계를 곧 극복하고 날로 발전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도망가는 뱀이 하도
빨라 놓치는 경우가 허다 했지만 요령이 최고조에 도달 했을 때는 열 마리를 만나면 모두 다 생포한
적도 많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을 잡을 때 신경을 써야 할 뱀은 독사 한 종류 뿐이다. 나머지 뱀들은 독이 없
기에 그렇게 겁 먹을 필요가 없다.
그런 관계로 나 역시 일반 뱀들을 만나게 되면 그냥 손으로 줏어 자루에 담았고 어쩌다 마주치는 독사
는 가지고 있던 Y자 갈쿠리로 목을 죄어 꼼짝 못하게 한 다음 손으로 목을 움켜 쥔 후 조심 스럽게 자루
에 담았다.
이 독사란 놈은 목 부위의 힘이 강해 자칫 조금이라도 목을 느슨하게 조이면 머리를 옆으로 틀어 손을
물어 버리기에 늘 조심해서 다뤘다.
뱀의 값은 물자수는 아예 가격이 없어 잡지도 않았고 밀뱀과 밀미기가 처음 출정에 나섰을 때 큰 놈 한
마리가 20원, 독사와 능구렁이는 300원, 먹구렁이 황구렁이는 2000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나의 땅꾼 생활 기간 동안 먹구렁이 황구렁이 등 값이 많이 나가는 뱀들은 만나보지 못했다.
그 만큼 희소성이 있던 뱀이었다.
그래서 어쩌다 독사나 무늬가 빨간 능구렁이를 마주치면 고동치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 환호를 질렀다.
"야호! 오늘 수지 많았당구리." "심 봤다아."
그렇게 내가 잡은 뱀들은 일주일 동안 집 담벼락 항아리에 담겨져 있다가 고정으로 확보해 둔 땅꾼 아저
씨를 만나 건네면서 이별을 했다.
독사나 능구렁이를 서너마리 잡아 놓은 주일에는 3000원 넘게도 벌어 본적이 있다. 당시 분기별 육성회비
(기성회비)가 400원 할 때니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던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이 뱀을 잡아 판 돈을 자랑 하고 싶은 욕심에 아버지는 무서워 엄두도 못내고 엄마에게 주면서 가을 운
동회 때 신을 운동화를 사다 달래기도 했고 또래들에게 캬라멜(일명 미루꾸)과 라면땅을 한 턱 쏘기도 했으
며 차별을 두시던 할머니께 일 이백원 용돈도 드리곤 했다.
물론 할머니의 반응은 평소 "저눔의 새끼"에서 "아이구 내 새끼"로 추임새가 달라진건 사실이었다. (아이고
할머니 죄송해요. 여기서 할머니 흉을 봐서. ㅎ~)
그렇게 끝없이 잘 나갈것 같은 전도양양한 나의 땅꾼 생활은 6학년 여름에 위기를 맞는다.
주먹으로 흥한자 주먹으로 망한다고 했던가? 뱀으로 흥한자 뱀으로 망한다가 돼 버렸다.
그만 불독사에게 물린것이다.
그날 나는 기르고 있던 토끼 스무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새끼를 낳는 날이라서 학교가 파하자 마자 토끼
가 아주 좋아하는 칡 잎사귀를 서너 다발 만들어 등에 걸머지고 또래들 보다 50M 정도 앞서서 부리나케
집으로 가고 있는데 아! 평소 면담이 아주 어려운 불독사 한 마리님께서 오솔길 가운데를 지나 가고 있지
않겠는가.
당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토끼가 새끼를 낳는것에 생각을 집중했던 탓일까. 마침 그날은 Y자 갈
쿠리도 없었다. 그래서 저걸 그냥 놔줘? 어림도 없는 일이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있던 나의 오른 발이 순
간적으로 독사의 목으로 향했는데 아뿔사! 그만 불독사의 몸 한가운데를 밟고 만 것이다.
즉 독사가 도망가는 그 간격을 계산하며 목을 밟을 타이밍을 쟀어야 했는데 평소 제일 못하던 수학실력의
모자란 값을 톡톡히 치르는 날이기도 했다.
자기 몸통을 밟았는데 독사가 나를 가만히 뒀을까? 물론 급소인 목을 제대로 밟았으면 "아~저 항복할께요"
하면서 항복의 신호인지 이대로 잡혀 분하다의 표현인지 누리끼리한 꼬리만 파르르르 떨겠지만 말이다.
몸통을 밟힌 그 독사 놈은 찰라로 목을 돌려 나의 발을 향했고 무시 무시한 독이빨 두개를 드러내며 하나는
나의 검정 고무신을, 또 하나는 고무신이 덮고 있던 바로 위 나의 살로 깊숙히 박아 넣었다.
<너무 긴 관계로 3편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송구합니다.>
셋대야님 숨넘어가든말든 빨리 3편 부타케요 ㅋㅋㅋ
전 궁금해서 숨넘어갑니다~
배신자
사랑은 움직이능고야 ㅋㅋ
은미님 말씀 듣고 3편 작성 했다는 보고 말씀 이제야 드립니다. ㅎ~
채훈아님 넘 맘에 들어요 ㅋㅋ
샘 나서 돌겠다
어른이 참으셔야 합니다.
술이나 더 마시자
그림의 떡!
저는 책 두세 쪽 읽다 자렵니다.
세수대야님도 도서관 근처에서 댁으로
안녕히 가십시오.
세야 형님.
아우의 샘터방 데뷔 축하 해 주시려고 댓글 수 폭발적 증가에 힘써
주고 있다는 거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모르면 둔치의 세계 챔피언
이죠. 제가요. ㅎㅎㅎ~
에휴
이 난국을 어떠허게
헤쳐나가지;?
오빠부대 언니들과 도모 하세요.
언니들
다 고무신
회전해서 신었습니다.
아
훈아 아우 모습을
이제 시평방에서 못 보겠고나
이궁 와 그러셔요.
시평방에서 정든 사람이 어딜 가겠는지요.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납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아웅~ 뱀 그림이 아주 귀엽습니다.
혀를 낼름 거리는 것이 곧 사랑에 들어 갈 분위기~~~ㅋ
그. . . . 수영씨가 그런게 있어요. . .
뺀질뺀질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무쟈게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무엇에든
빠를것같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친해지고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 . .
참, 점잖고 예의 바르고
의외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없이
곧이 곧대로 이십디다. . .
그게 대야님 즐겨쓰시던, 그 "목가적" 인 성장이
가져온 선량함 이구나. . . 하는 생각이
위의 글들을 통해 님에대한 인식을 돕습니다
의외 입니다. 대단히 도회적인 느낌이였는데. .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