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 / 임채우
은하수에게 길을 물어봐
쇠똥구리 한 마리
지 몸보다 몇 배나 큰 똥 경단을
물구나무서서 굴리며
집으로 가고 있다
먼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알타이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몽고, 만주를 거쳐 한반도에 들어오기까지
오로지 별빛에게 길을 물어봐
쇠똥구리처럼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별을 보고 살았던 시절은
사람들도 쇠똥구리처럼 영험했으려니
해와 달을 보고 움직일 때를 알고
별을 보고 천기를 눈치챘다
문명화되었다는 요즘 사람들은
예감하는 능력이 예스럽지 않아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당달봉사
어떤 사람은 다리를 막 건너가고**
어떤 사람은 다리로 막 들어서고
어떤 사람은 백화점 안에서 나오고
어떤 사람은 백화점 안으로 들어선다
스마트폰은 그들의 영혼
스마트폰이 없으면 끈 떨어진 영혼
그들과 벽돌은 유사점이 많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
그냥 놓여 있다는 것
혹 쓸모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쇠똥구리에게 길을 물어봐
은하수 네비게이션이 쓸 만하더냐고
어디 믿을 만하더냐고
구름 잔득 낀 날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
은하수 네비 양께서 안내를 잘 하더냐고
쓰레기 종량제봉투 터지듯
뉴스거리 넘쳐나는 지구촌 아침
잉크 냄새 채 가시지 않은 활자 위를
은하수에게 길을 물어봐
유유히 횡단하고 있는
쇠똥구리 한 마리
* 2013년 1월 26일자 경향신문에 2cm도 안되는 쇠똥구리가
은하수를 보고 길을 찾는다는 사실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웨덴 연구진에 의해서 밝혀졌다고 BBC가 전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말한다.
인간이 재난을 예견하고 대비하는 예지 능력이 전혀 없음을
뜻한다. 1994.10.21. 한강의 성수대교가 붕괴하여 사망 32명,
부상 17명. 특히 등교시간대에 겹쳐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
1995.6.29.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사망 자 508명, 부상자 937명, 피해액 약 2700여
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이 두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붕괴공화국이란 오명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