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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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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노(櫓) / 나태주
동산 추천 1 조회 47 15.03.12 10:4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노(櫓) / 나태주

 

 

  아들이 군에 입대한 뒤로 아내는 새벽마다 남몰래 일어나

비어있는 아들방 문앞에 무릎 꿇고 앉아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기도를 한다 

 

  하느님 아버지, 어떻게 주신 아들입니까? 그 아들 비록 어둡고

험한 곳에 놓일지라도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채금져 주옵소서 

 

  도대체 아내는 하느님한테 미리 빚을 놓아 받을 돈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수금해주실 일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계속해서 채금(債金)져 달라고만 되풀이 되풀이

기도를 드린다 

 

  딸아이가 고3이 된 뒤로부터는 또 딸아이방 문앞에 가서도

여전히 몸을 앞뒤로 흔들며 똑같은 기도를 드린다 

 

  하느님 아버지, 이미 알고 계시지요? 지금 그 딸 너무나

힘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오니 하느님께서 그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 밝혀주시고 그의 모든 것을 채금져 주옵소서 

 

  우리 네 식구 날마다 놓인 강물이 다를 지라도 그 기도

나룻배의 노(櫓)가 되어 앞으로인 듯 뒤로인 듯 흔들리며

나아감을 하느님만 빙긋이 웃으시며 내려다보시고 계심을

우리는 오늘도 짐짓 알지 못한 채 하루를 산다.

 

 

 

*****************************************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시집 

「대숲 아래서」「누님의 가을」「막동리 소묘」

「굴뚝각시」「아버지를 찾습니다」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추억이 손짓하거든」

「딸을 위하여」「풀잎 속 작은 길」

「슬픔에 손목 잡혀」「섬을 건너다보는 자리」

「물고기와 만나다」등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절망, 그 검은 꽃송이」

「추억이 말하게 하라」

시화집「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송수권·이성선·나태주 3인 시집「별 아래 잠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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