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시연이 그렇게 수영장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을 때
그리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시연의 얼굴을 봤을때
지훈은 피가 끓는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마치, 그 어느날 자신의 어머니가 마지막 가실 때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어머니의 두 손을 꼭 쥐고
어머니의 이름을 한없이, 원없이 울며 소리쳐 불렀던 그 날처럼 말이다.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말이다.
방에 돌아온 나도 뜨거운 물에 몸을 푹 좀 담갔다가
옷을 갈아입고는 침대에 몸을 맡겼다.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서 겨우 해방된 지금,
이젠 또한 억제할 수 없는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하지만 또릿하게 하나 하나를 기억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깜박깜박 거려본다.
버둥거리려고 움직여보지만 몸은 점점 뻣뻣이 굳어갔다.
서서히 어둠속으로 가라앉는 나.
주위가 모자이크처럼 한조각 한조각씩 새까맣게 변해간다.
팔을 허우적 거렸지만 무겁게, 밑으로 밑으로 떨어지기만 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가슴이 답답했다. 숨이 막혔다. 뻐근하다.
헉. 헉. 헉. 누가 나 좀 살려…주세요….
그리고 갑자기 몸이 붕 뜨는 순간.
희미한 빛이 다가온다.
또, 눈을 뜨기 전에 희미하게 들렸던,
내 이름을 부르는 지훈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겨우 눈을 떴을 때 맨 첨에 본 것은
그의 촉촉히 젖은 눈가…….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울지마….맘 속에서 한마디 건넸다.
자켓을 가져와 내 몸에 덮어주며 일으키던 그의 다정다감한 손길…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또 잠이 오질 않았다.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설마…..이….천하의 무감정/무사랑주의자가
그를 좋아하게 돼 버린걸까? 웃씨. 우짜스까….
나는 눈만 쏙 내밀고 이불자락을 입으로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에 빠져버렸다.
이건…이건..불륜이야… 안돼. 안돼!!! 우짜스까…
“어머니….어머니…….엄마, 엄마아!”
지훈은 악몽을 꾸고 있었다.
팔을 휘둘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허공을 할퀴듯이 두 팔을 바둥바둥댄다.
어머니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는데도,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누가 뒤에서 팔을 꽉 붙들어 매고 있어서 도저히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야속하게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던 어머니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거기엔 시연의 모습이 있었다.
“안돼!!!!”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잠이 깬 지훈.
온 몸이 마치 땀으로 샤워를 한 듯,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있다.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쓰윽 문질러 본다.
손바닥 가득 땀이 흥건하다.
그 손바닥을 내려다 보는 지훈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도저히 잠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살금살금 숨소리를 죽이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을 지나 시연의 방 앞으로….
잠시 주저하다가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기름칠 때가 됐는지 조그맣게 끼익 소리가 난다.
흡….긴장되는 한 순간…..숨을 멈춘다.
빼꼼히 목을 내미니, 벽을 보고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쌔근쌔근 그녀의 작은 어깨가 들썩거린다.
지훈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살짝 그녀에게로 다가가 이마에 손을 얹어 보았다.
열은 없는 듯하다.
살짝 얼굴에도 손을 대본다.
안심하고 다시 가만히 문을 닫고 2층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 이 아줌마의 진짜 이름도 모른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 시연은 눈을 번쩍 떴다.
무슨 일일까? 왜 왔을까?
둘 다 그렇게 새벽녘에야 겨우 조금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부둥켜안고 일어나니,
허걱….벌써 8시…늦잠잤다.
후다닥 일어나 부엌으로 나오려니, 에프론 두른 그놈이 부엌에 서있다.
“일어났어?”
휘파람을 불고 있던 그가 말을 건다.
“지금 뭐하는거야?”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아침준비”
“(화들짝) 어머나, 미안해. 정말.
내가 정신이 없어가지구”
하면서 팔을 걷는 나를 만류하며
“아니야. 조금 더 자.”하고 그는 말했다.
“응?”
“피곤할테니까 조금 더 자라구.
이건 위급상황이잖아.
전시행정같은거. 오늘은 하루 푹 쉬라구.”
“그래서….? 너가 아침 차릴려구?”
“어. 맞어.….날 한번 믿어봐.
이래봬도 대학교땐 자취했다구. (으쓱)
소파에 가서 누워 있든지”
“풋. 좋아. 그래. 어디 한번 믿어보지. 근데,
너……..혹시………(검지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내 월급에서 제할려구 그러지?”
“풋. 됐네요. 계약조건 못 읽어봤어?
한달에 4일은 정당하게 쉴 수 있게 돼 있잖아.”
“그랬나? 좋아. 어쨌든 기대할게.
맛있는 거 좀 만들어 봐. ”
나는 소파에 아무렇게나 철퍼덕 누워서 텔레비전 리모콘을 찾았다.
엎드린채로 텔레비전 채널을 아무렇게나 돌려본다.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점심, 저녁도 시켜먹자구.
난 곧 나가봐야 돼. 오늘부턴 세트장 촬영이 있어.”
“그래? 이제 본격적으로 찍는거구나.”
“응. 이제부턴 액션이랑 애정씬이야.(히죽)”
“정말? 좋겠다……”
나는 부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예쁜 미녀들하고 키스하고 막 그러겠네?
우와…나도 연예인이나 될걸…
“자, 다 됐다. 나도 샌드위치 만들었어.”
하고 식탁에 내 놓는 샌드위치를 보며 시연은 얼른 달려간다.
“와……꽤 맛있어 보이는데? 잘먹겠습니다.”
하고, 한 입 베어물고 있자니.
“근데, 어제 생각했는데..” 하는 지훈.
“뭘? (뻘쭘)”
“아줌마 진짜 이름이 뭐야?”
“핏.. 그건 또 왜?”
“아니, 어제 이름을 부를려고 생각해보니까 모르겠잖아.”
“치……..좋아…
약간 얼굴이 상기되는 시연.
“시 연……..
김………시연.”
“김………시 연? (활짝)
뭐……괜찮은 이름인데? ”
그답지 않게 순수히 칭찬해준다.
“근데………”
난 샌드위치를 한 입을 베어 먹다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
“어, 왜?”
“어제말이야…….
너…………….
나한테 인공호흡실시했어? (빤히)”
풉.켁.켁…………..지훈이 사레들렸다.
“자기 전에 생각났는데,
아무래도 그런거 같아서. (오물오물)”
“(급당황)그럼…..그 상황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껄 그랬나? 켁 켁”
어지간히 당황했나보다. 얼굴이 꽤 상기 돼 있다.
눈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는다. 사레들린게 꽤 오래간다.
어떻게든 멈춰 보려고 가슴을 막 두드려보는 지훈.
“아니, 그건 아니지만……그러니까……..(아무렇지 않은듯)
그냥 물어보는거잖아?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메롱)
어차피 너네들은 드라마찍고 영화찍으면서
키스씬, 베드씬 그런거 다 하는거잖아.”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나도 같이 그의 등을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째려보며)”
“그러니까……..
인공호흡 한 번 했다구 뭐
우리 사이 달라질 거 있겠냐는 뜻이지.(헤헤)
어쨌든 왕 고마웠어.”
하면서 난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근데………….
헉….그럼….너…..! (또 생각났다)”
“이번엔 또 뭐?”
“너, 내 가슴도 만졌겠네?”
“풉………
무슨 말을 해도……….(야림)
그게 어떻게 만진거냐? (괜히 찔려 버럭)
그냥……
누……른거지. (목소리 기어 들어 가는거 봐.라.)”
“만진거나, 누른거나.(삿대질, 버럭)
어쨌든 접촉이 있었던거 아니야? 접촉이.(손바닥 짝.짝.)”
“참, 나. (포크 쾅)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봇다리 내 놓으란다더니…
옛말이 하나도 틀린거 없구만.”
“내가 언제 봇다리 내 놓으랬냐?
그냥 물어보는 거라니깐…
걱정마…난 그런 이상한 오해같은건 안해.”
“이상한 오해?”
“응…난 아줌마잖아.
남편도 있고, 애까지 낳았는데..뭐.
뭐, 총각한테 입술 한 번 뺏기고,
가슴 한 번 허락 했다고 뭐
내가 꼭 은장도를 목에 대야겠어?
난 히죽거리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는 아직도 내 눈을 피한다.
“어휴………정말 너무한다 너무해.” 먹던 샌드위치를 탁 놓아버린다.
“뭐가?”
“됐다, 됐어.”
다 먹지도 않았는데, 대충 얼버무리고 손을 내젓더니
지훈은 2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자기 방 문을 닫고는, 문에 기대서는 자기 두 손을 가만히 내려다 본다.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움직여보면서
“그러고 보니, 무슨 느낌이 있었나?”
하고 중얼거리다가 괜히 혼자 얼굴이 상기되더니 자기 뺨을 한대 짝 치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버린다.
한 편, 1층 부엌에서 시연은,
크크큭. 이놈, 나한테 이제 덜미 잡혔어.꼬소하다.
이제 죽도록 울거먹을꺼다, 요놈아. 딱 걸렸어!!
언젠가 네 놈을 삥뜯을 날이 올것이다.
근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뺨은 아플까….
이 놈이 내가 정신 없는 틈에 뺨도 때렸나? 이상한지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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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이꼬입니다. 쪽지 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의외로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요즘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좀 슬럼프에
빠졌었는데, 다시 힘을 내기로 했어요.
아자 아자!!! 여러분도 힘내세요. 그럼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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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죠이꼬의소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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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중편 ]
좋아하는 연예인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기#030
죠이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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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77
06.09.14 11:2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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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혹시나하고 왔는데~ㅋㅋㅋ빨리 올라와서 좋아요~>_<
하아...다시 슬럼프가 시작될 듯....우...담편은 언제 올릴 수 있을지...
전혀 슬럼프라고 생각지 못하게하는 글이던걸요 많이 올려주세요
음...슬럼프였습니다. 우연히 다른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평소엔 제 글만 올리고 사라집니다), 저처럼 첫소설이라고 하면서도 굉장히 재밌었거든요. 그래서..난 이거 뭐하는 짓거린가 뭐 이런 류의 슬럼프였죠. 휴우....그렇다고 글빨이 좋아지는것도 아니구...흑흑.
좋아요~
감사합니다. 항상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앗. 이런~ 감삽니다. 힘은 내고 있지만...그래도...우울해질 땐 하염없이~
그럼 똥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용?? 군데요 시연이 남편이 그 회사 다니는거 김지훈이 알면 어떡해용??
그럼 또...의 귀여운 표현...이 아니라 약간 민망한 표현이 되어 버렸군요..ㅋㅋ
정말 잼있습니다.
저도 잼 좀 주세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