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은 내가 사는 청풍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기차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내키면 기차를 타고, 가끔은 남편과 차를 몰고 다녀오기도 한다.
매달 숫자 5일마다 열리는 통리 십일장이 눈에 선하지만, 번번이 날짜가 맞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차는 예전처럼 통리역이 아니라 태백역에 나를 내려줄 것이다.
거기서 다시 통리행 버스를 타야 한다.
내가 자랄 적에는 통리역에 기차가 섰다.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는 완행열차였지만, 기차역이 없던 황지 사람들은 모두 통리역을 이용했다.
기차가 드나드는 시간이면 통리역은 잠시 도시가 되었다.
차 시간에 맞춰 황지에서 버스 여러 대가 역 광장으로 들어오고,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반대로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넓은 광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손님들은 약국과 마트, 식당, 다방, 여인숙을 찾았고, 역 주변 상권은 늘 활기가 넘쳤다.
덕분에 역 상인들의 주머니도 두둑했다.
당시 광산 경기의 호황은 역세권까지 이어졌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오지 산골 사람들과의 생활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컸다.
그 시절에는 역 상인의 자녀와 연애를 한다면 과분한 인연이라 여길 정도였다.
1970년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나에게 통리역은 살아 있는 기억이다.
역사에 설치된 텔레비전 앞은 밤이면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었고, 사람들 틈에서 묵묵히 껌을 팔던 아저씨도 있었다.
여름이면 기차 시간마다 삶은 옥수수를 팔던 아주머니들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통리역은 상권과 문화, 만남과 이별이 모두 오가는 통리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이제 통리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폐역이 된 지도 십여 년은 넘었을 것이다.
옛 역사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곳은 마치 황성옛터처럼 적막하다.
간간이 황지에서 오는 버스가 잠시 머물렀다가 떠날 뿐이다.
이제는 태백역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 나는 태백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통리로 향한다.
나에게 그 길은 특별하다.
통리에서 황지까지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 동안 매일 걸어 다녔던 길이기 때문이다.
높은 고개는 깎여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고, 옛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산은 그 자리에 있고 골짜기도 그대로다.
황지재 길가에 피던 구절초는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피어날 것이다.
산딸기를 따던 그 수풀에도 여전히 뱀이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글을 쓰는 사이에도 기차는 추억 속을 달린다.
오늘 다시 만나게 될 풍경과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 찬다.
삶 속에 이런 추억과 그리움이 살아 숨 쉰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배낭에는 책 몇 권과 작은 꿀병 하나, 삶은 옥수수를 챙겼다.
산골을 떠나왔지만, 산골 여인은 오늘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산골을 향해 가고 있다.
통리 장이 아직도 서는 가봐요 도게장도 이젠 쓸쓸하던데
통리 역이라 하니 또 옛 생각이 나네요 강릉 단오가 열리면
황지 장성 쪽 주민들이 새벽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차를 타려고
여름 새벽을 깨우지요 통리는 한여름이라도 기온 차가 커서
밤과 새벽에는 으슬으슬 합니다
진짜 70년대 초 통리 역 앞은 사람들로 바글거렸지요
장사도 잘되고 황지는 별천지 세상이고요
그 시절 이야기가 지금도 다큐로 나오곤 하지요
베리님 통리 버스길 꽤 높고 비포장 도로였는데
그길을 걸어 다녔다고요? ㅎㅎ 통리역 사진 보니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동해가는 기차였네요.
동해에 내려 조금만 더 가면 운선님 사시는 강릉이 나오겠지요.
시간만 되면 들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어요.
@베리꽃 요즘 묵호 역에 서는 기차가 있던데 ,
저번 작은 오빠가 대구서 타고 오더군요 나이가 많아 장거리 운전 못하시니 묵호역에서 통리 오가는 건 없눙가?
그림을 그리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의 풍경들
읽는 제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네요 ㅎ
자랄때 울 마을에 밭도 사고 논까지 사서 황지에서 이사온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셈이지요
탄광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어요 이사온 그댁은 아들넷에 딸둘이었는데
저랑 비슷한 딸둘은 초등생으로 수시로 황지로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아저씨는 폐가 좋지않아서 몇년 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네요
오늘도 베리꽃님의 동화같은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황지에 조예가 있으시군요.
시커먼스 탄광촌이었어도 보석처럼 제 가슴에서 빛나네요.
예전의 그 활황은 전설이 된 곳이지만 제
눈에는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웠어요.
베리꽃님
지금쯤 인간시대 연락해보면 어떨까요
책 나눠주면서 오늘 글과 같은 일상보기
처음 블로그에 글올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인간시대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채원님이 먼저 나가셔야 될 듯.
@베리꽃 그 담당자 연락해서 산이와 일상생활 책 배달하는 아나로그 시대..
책광고 많이 되는데
베리꽃님의문학성의배경이된곳이이곳들인것같아요.
태백,통리,황지이런곳들은 젊었을때 석탄공사광업소에
근무했었기때문에 생소하지않고,추억이어린곳입니다.
직접 근무를 하신 곳이니 저만큼 조예가 깊으신 곳이군요.
지금은 그 옛날 광산의 흔적은 철암역 근방에만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베리꽃 석탄공사라는곳이 페업을 했으니
광산의흔적이 조금남았군요.
추억여행
폐역이 된 역 지날때 기분은
어떠셨을까
그래도
책 꿀병 옥수수 챙겨 산골 여행
또 다른 추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옥수수 동네에 옥수수를 가져갔네요.
누가 산골 여자 아니랄까봐서요.
친구에게 주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