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으로 신랑을 선택해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시대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겠지만..불과 120년 전에 이런 일이 실제 했다. '사진 신부'가 그것이다.
<알로하,나의 엄마들>은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 내며 연대한 세 여자의 이야기다.낯선 땅에서 고달픈 삶을 산 이주민 여성의 서사가 그려졌다.
시대적 배경은 1910년대에서 부터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는 시기인 일제 강점기다.공간적 배경은 매봉산 자락 작은 마을, 어진말에서 사진신부로 가게 되면서 하와이가 주 무대가 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버들,홍주,송화다.
몰락한 양반의 후손인 버들은 훈장이셨던 아버지가 의병으로 활동하시다 돌아가시고 장남인 오빠 마져 일본 순사에게 대들어 죽임을 당한다. 가세가 기울어져 혼수로 가져갈 이불마져 장만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런 버들에게 방물장수는 포와(하와이)로 시집을 가면 지주인 남편을 만나고 공부도 할수 있다고 한다. 공부하고 싶은 열망으로 그리고 지주인 남편을 만난다는 꿈을 가지고 포하로 가기로 결심을 한다.
소 장사로 돈을 벌어 들여 양반을 사게 된 안 부자댁,그 집 딸래미 홍주가 버들과 둘도 없는 사이이다.시집간 지 두 달 만에 과부가 되었다. 양반 집안과 사돈 맺을려고 했다는 둥 원래 골골 대는 몸이었다는 둥..진실은 알수없지만..어쨌거나 조선시대 과부는 그 집안에 뼈를 묻어야 하는 게 법도이나 시집에 한밑천 떼어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진 신부 이야기를 듣고 버들이와 함께 포와로 가기로 한다.
조선 시대 신분제에서 가장 천하다는 천민,무당 금화가 어디서 임신을 했는지 딸을 낳았다. 금화가 죽은 후 그 손녀를 데려와 키우지만 애들한테서 조차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송화 또한 사진신부가 되어 포하로 향한다.
나라를 잃은 시대에서 몰락한 양반의 딸,과부,무당 딸의 삶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았으니 어찌보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마지막 보루이지 않았을까.사진 신부를 통해 다른 세상,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길 희망했을 것이다.
<알로하,나의 엄마들>은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인 남편들을 만나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서사를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맛깔스런 부산 사투리가 이야기의 활력을 불어 넣었고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이민 사회가 분열되지만 작가는 그것을 어느 쪽이든 편향되게 바라보지 않는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의 서사라 세 여성의 삶을 주의깊게 보았다. 그 중 이민자에게 보내는 멸시와 천대를 이겨내고 때론 억척스럽지만 나이들면서 더욱 단단해져가는 버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준다.
이념의 차이로 분열된 사회에서 홍주와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송화를 보듬으며 그의 삶을 위로하는 모습,
독립을 위해 만주 일대로 떠난 태완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독립은 커녕 다리를 절며 반병자가 되어 돌아온 남편을 보듬는 모습 등을 보며 버들이 살아낸 삶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자세를 배울수 있겠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마지막 두 챕터는 버들의 딸 '펄'이 바라보는 시점으로 변화를 준다.
이금이 작가가 작품을 구성하는 첫 단계에서 부터 이미 두 시점을 염두해 두고 쓰셨단다. 엄마들의 삶이 현재로 이어져 지금 청소년들이 역사 속 삶의 이야기를 읽지만 '펄'의 시점으로 읽혔을때 나의 시점으로 치환되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결혼 이주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확장되길 바람에서다.
주위를 돌아보면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그들이 받는 차별이 혹 우리가 세심하게 기울이지 못한 배려없음은 아닐지 모르겠다.
버들,홍주,송화를 거울 삼아 결혼 이주민여성들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다짐한다.
"부모 자식 간에 인사는 무신.우리 어무이는 왜놈 없는시상에서 살라꼬 내를 여로 보냈지만 내는 공부시켜 준다 캐서 온 기다. 돌이켜 보면 내는 내 시상 살라꼬 어무이,동생들 다 버리고 이 먼데까지 왔으면서 딸은 내 곁에 잡아 둘라 카는 기 사나운 욕심인기라.내는 여까지 오는 것만도 벅차게 왔다. 인자는 니가 꿈꾸는 시상 찾아가 내보다 멀리 훨훨 날아가그레이.그라고 니 이름처럼 고귀한 사람이 되그라.암만 멀리 가도 여가 니 집인 걸 잊어삐리지는 말고."
버들이 딸 '펄'에게 그녀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글이다.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담담하게 말할수 있음을 느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가 그 시대를,그녀들의 삶을 다 이해할수 없지만 낯선 환경에서 살아내고 연대했던 마음은 존경하는 바이다.
은행나무 어린이도서관 활동가 박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