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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10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10장)
이 장章에서는 제왕帝王과 대성大聖이 천하를 지배하는 도道를 말하고 있다.
제왕帝王=대성大聖.
장려면將閭葂이 계철季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일前日에〉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말하기를 ‘청컨대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라고 하기에 저는 사양하였지만 허락을 얻지 못하여 결국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 알지 못하여 시험 삼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저는 노군魯君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반드시 공손하고 검소하게 행동하여 공평公平하고 충직한 부류의 사람을 발탁 등용하고 사사로이 편애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누가 감히 화합하지 않겠습니까.’ ”
계철季徹이 몸을 구부려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말한 것과 같은 것은 제왕帝王의 덕德에 비하면 마치 버마제비가 팔뚝을 휘둘러 수레에 맞서는 것과 같아서 틀림없이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당신이 말한 대로 한다면 노나라 임금이 스스로 머물 곳을 만들어서 〈현자賢者를 모으기 위해 사람들 눈에 띄는〉 조망대를 높이 쌓는 것이 될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광분狂奔하듯〉 몰려들어 현지賢知의 행동을 흉내 내다가 도리어 자기 존재의 근거를 잃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장려면將閭葂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는 선생의 말에 그만 어리둥절해졌습니다. 하지만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에 대한 선생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계철季徹이 말했다.
“위대한 성인이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은 백성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교화를 이루고 풍속을 고치게 하여 타인을 해치는 험악險惡한 마음을 모두 없애고 백성들 모두가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뜻을 이루게 해서 마치 본성이 저절로 그러하듯 하면 백성들이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찌 요순이 백성들을 가르치는 것을 흡족히 여겨서 가지런히 그들과 대등해지려 하겠는가. 욕심과 덕과 같아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將閭葂見季徹曰 魯君謂葂也曰請受敎 辭不獲命旣已告矣
未知中否 請嘗薦之 吾謂魯君曰
必服恭儉 拔出公忠之屬 而無阿私 民孰敢不輯
(장려면이 견계철하야왈 노군이 위면야하야 왈 청수교라할새 사불획명하야 기이고의오
미지중부하야 청상천지하노이다 오위노군왈
필복공검하야 발출공충지속호대 이무아사하면 민은 숙감불집이리오)
장려면將閭葂이 계철季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일前日에〉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말하기를 ‘청컨대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라고 하기에 저는 사양하였지만 허락을 얻지 못하여 결국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 알지 못하여 시험 삼아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저는 노군魯君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반드시 공손하고 검소하게 행동하여 공평公平하고 충직한 부류의 사람을 발탁 등용하고 사사로이 편애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누가 감히 화합하지 않겠습니까.’ ”
- 장려면將閭葂 : 인명. 가공의 인물로 실존 인물이 아니다. 다만 뒤에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면葂이라 한 것으로 보아 장려將閭가 복성이고 이름이 면葂임을 알 수 있다. 왕부지王夫之는 힘써 노력한다는 뜻인 면강勉强을 우의寓意로 삼아 면葂이라 했다고 풀이했다.
- 계철季徹 : 인명. 역시 가공의 인물. 왕부지王夫之는 철徹을 통通으로 풀이하고 사리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뜻을 우의寓意로 삼았다고 했다.
- 사불획명辭不獲命 : 사양했지만 허락을 얻지 못함. 사辭는 사양함. 명命은 명령으로, 여기서는 임금의 허락을 뜻한다.
- 기이고의旣已告矣 : 이미 노나라 임금에게 말함. 노나라 임금에게 정치하는 방도를 일러 주었다는 뜻.
- 미지중부未知中否 : 아직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 알지 못함. 중中은 적중的中의 뜻으로 꼭 맞음.
- 청상천지請嘗薦之 : 시험 삼아 드릴까 함. 자신이 노나라 임금에게 말했던 이야기를 진술하여 비정批正(문장文章을 비평批評하여 정정함)받고자 한다는 뜻.
- 필복공검必服恭儉 : 반드시 공손하고 검소하게 행동함. 복服은 복행服行(복종服從하여 행行함), 또는 궁행躬行(몸소 행行함)으로 몸소 실천한다는 뜻이다. “정치하는 도리는 반드시 먼저 공경과 검소와 청약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成玄英)
- 발출공충지속拔出公忠之屬 이무아사而無阿私 : 공평公平하고 충직한 부류의 사람을 발탁 등용하고 사사로이 편애함이 없음. 아阿는 비호한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편애한다는 의미. 사私는 사소호지인私所好之人으로 사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따라서 무아사無阿私는 사사로이 좋아하는 사람을 편애하거나 비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민숙감불집民孰敢不輯 : 백성들이 누가 감히 화합하지 않겠는가. 집輯은 화합한다는 뜻.
季徹局局然笑曰 若夫子之言 於帝王之德 猶螳螂之怒臂 以當車轍
則必不勝任矣
且若是 則其自爲處 危其觀臺 多物將往 投迹者衆
(계철이 국국연소하야 왈 약부자지언인댄 어제왕지덕에 유당랑지로비하야 이당차철이라
즉필불승임의하리로다
차약시인댄 즉기자위처하야 위기관대라 다물장왕하야 투적자중하리라)
계철季徹이 몸을 구부려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말한 것과 같은 것은 제왕帝王의 덕德에 비하면 마치 버마제비가 팔뚝을 휘둘러 수레에 맞서는 것과 같아서 틀림없이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당신이 말한 대로 한다면 노나라 임금이 스스로 머물 곳을 만들어서 〈현자賢者를 모으기 위해 사람들 눈에 띄는〉 조망대를 높이 쌓는 것이 될 것이니 많은 사람들이 〈광분狂奔하듯〉 몰려들어 현지賢知의 행동을 흉내 내다가 도리어 자기 존재의 근거를 잃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 국국연소局局然笑 : 몸을 구부려 웃음.
- 어제왕지덕於帝王之德 유당랑지로猶螳螂之怒 비이당차철臂以當車轍 : 帝王의 덕에 견주어 볼 때 마치 버마제비가 팔뚝을 휘둘러 수레에 맞서는 것과 같음. 〈인간세人間世〉편 제3장에는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에 맞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음을 알지 못한다.”라고 하여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이 부분과 유사한 표현이 나온다.
- 필불승임의必不勝任矣 : 틀림없이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임. 임任은 짐으로, 여기서는 일이나 책임을 뜻한다.
- 기자위처其自爲處 위기관대危其觀臺 : 스스로 머물 곳을 만들어서 조망대를 높이 쌓을 것임. 위危는 고高와 같다. 관대觀臺는 조망대. 위危자를 고高로 보아 높이 쌓는다는 뜻, 즉 〈현자賢者를 모으기 위해 사람들 눈에 띄는〉 조망대를 높이 쌓는 것이 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
- 다물장왕多物將往 : 많은 사람들이 갈 것임. 물物은 사람. 왕往은 몰려간다는 뜻. 곧 자기를 팔려는 많은 사람들이 광분狂奔하듯이 몰려간다는 뜻.
- 투적자중投迹者衆 : 투적投迹은 현자賢者나 지자知者의 행동을 흉내 낸다는 뜻. 이 부분은 ‘항족투적亢足投迹 불안기본보야不安其本步也’라 한 곽상郭象의 주注를 따라, 현지賢知의 행동을 흉내 내다가 도리어 자기의 본래적本來的인 걸음걸이가 불안해져서 그 결과 자기 존재의 근거를 잃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뜻으로 보았다.
將閭葂覤覤然驚曰 葂也汒若於夫子之所言矣
雖然 願先生之言其風也
(장려면이 극극연경하야 왈 면야는 망약어부자지소언의로다
수연이나 원선생지언기풍야하노라)
장려면將閭葂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는 선생의 말에 그만 어리둥절해졌습니다.
하지만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에 대한 선생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 극극연경覤覤然驚 : 깜짝 놀람. 覤覤(극극)은 크게 놀라는 모습. 두려워하는 모양.
- 망약어부자지소언의汒若於夫子之所言矣 : 선생의 말에 어리둥절해짐. 곧 당신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는 뜻. 망약汒若은 어리둥절한 모양으로 망연茫然과 같다.
- 원선생지언기풍야願先生之言其風也 : 〈무위자연의〉 도道에 대한 선생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기풍其風은 그가 신봉信奉하는 도道 즉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를 의미하며 장자莊子의 제일 마지막 〈천하天下〉편에 보이는 ‘문기풍이열지聞其風而悅之’의 풍風과 같다.”(福永光司)
季徹曰 大聖之治天下也 搖蕩民心 使之成敎易俗 擧滅其賊心
而皆進其獨志 若性之自爲 而民不知其所由然
若然者 豈兄堯舜之敎民 溟涬然弟之哉 欲同乎德而心居矣
(계철왈 대성지치천하야는 요탕민심하야 사지성교역속하야 거멸기적심하고 이개진기독지하야 약성지자위하면 이민부지기소유연하리니
약연자는 기형요순지교민하야 명행연제지재리오 욕동호덕이심거의리라)
계철季徹이 말했다.
“위대한 성인이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은 백성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교화를 이루고 풍속을 고치게 하여 타인을 해치는 험악險惡한 마음을 모두 없애고
백성들 모두가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뜻을 이루게 해서 마치 본성이 저절로 그러하듯 하면 백성들이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찌 요순이 백성들을 가르치는 것을 흡족히 여겨서 가지런히 그들과 대등해지려 하겠는가. 욕심과 덕과 같아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 요탕민심搖蕩民心 : 백성들의 마음을 감동시킴. 백성들의 마음을 끝없이 멀고 광대廣大한 것으로 하여[요탕搖蕩하여] 자연自然의 본성本性에 맡겨 자유롭게 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고무鼓舞시킨다는 뜻(王先謙, 宣穎), “자연스러운 민심을 그대로 따르기를 마치 비와 바람이 만물을 움직이는 것과 같이한다.”(褚伯秀). “요탕민심搖蕩民心은 요즘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해방시킨다는 말과 같으니 사상의 자유를 얻게 함이다.”(曹受坤)
- 사지성교역속使之成敎易俗 : 백성들로 하여금 교화를 이루고 풍속을 고치게 함. 교敎는 교화敎化. 속俗은 풍속風俗.
- 거멸기적심擧滅其賊心 : 타인을 해치는 험악險惡한 마음을 모두 없앰. 거擧는 모두, 개皆와 같다(陸德明). 임희일林希逸은 적심賊心을 “유위지심有爲之心”으로 풀이했고, 라면도羅勉道는 “서로 해치는 마음[상장지심相戕之心]”으로 풀이했다.
- 개진기독지皆進其獨志 : 백성들 모두가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뜻을 이루게 함. 독지獨志의 독獨은 스스로 만족스러워하는 뜻[자득지지自得之志].
- 약성지자위若性之自爲 : 마치 본성이 저절로 그러하듯 함. 자위自爲는 자연自然과 같다. 若은 ‘같다’는 뜻.
- 민부지기소유연民不知其所由然 : 백성들이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함. 소유연所由然은 소유연지고所由然之故. “본성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한다.”(成玄英)
- 기형요순지교민豈兄堯舜之敎民 명행연제지재溟涬然弟之哉 : 어찌 요순이 백성들을 가르치는 것을 흡족히 여겨서 가지런히 그들과 대등해지려 하겠는가. 兄과 弟에 대해서는 兄을 足의 오자로 보고 弟는 夷의 오자로 본다. 모두 글자의 모양이 비슷해서 잘못된 경우에 해당한다. 이夷는 평平의 뜻으로 ‘대등하다’는 뜻이고 명행溟涬은 ‘대등한 모양’이다. 요순堯舜은 여기서 세속世俗의 성자聖者라는 뜻.
- 욕동호덕이심거의欲同乎德而心居矣 : 욕심과 덕과 같아지면 마음이 편안해짐. 이而는 즉則과 같고, 거居는 안정安定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