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 개화기간이 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꽃봉오리 네 개를 개화 전에 떨구고 나서 핀 두 개의 꽃이 꽤나 오래 피어있습니다.
삭막한 베란다에 유일하게 핀 꽃입니다.
기특해서 자주 들여다 보며,물도 뿌려주고,가끔씩 영양제도 주곤 합니다.
바로 옆에 있던 '철골소심'이란 난이 시샘하 듯 꽃대를 살며시 올리더니,드디어 꽃잎을 살포시 열었습니다.고급스런 향내가 코끝에 와서 머무는데,환상입니다.
어느 유명 향수가 이보다 더 매혹적일까요?
철골소심이 우리 집에 오게 된 동기가 특별합니다.
사촌 여동생 집들이에 가면서 근사한 화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얻은 것입니다.
어른 키보다 더 큰 '송오브인디아'화분을 사면서 가격을 좀 내려달라고 했더니,화원 주인이
"값을 깎아 드리지는 못하고 대신 저 철골소심을 드리겠습니다."
꽃대엔 여러 송이의 연두색 꽃이 이쁘장하게 피었고 향내가 솔솔 나고 있어서 흡족한 마음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화원을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꽃은 없고,주로 나무 종류만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 때가 큰 아들 신혼시절이어서 아들네에 주었습니다.
아들 며느리 둘 다 꽃 기르기엔 취미가 없는지,베란다 한 쪽에다 두었는데,어느 날 발에 걸려 화분은 깨지고, 화분 속의 작은 돌들은 그대로 쏟아진채로 비닐 봉지에 담아 우리 집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난의 상태도 별로 좋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꽃대는 이미 없어지고, 잎끝부분은 누렇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희망이 없어보였습니다.
다른 화분에 옮겨심고 가끔씩 물을 주며 살펴보았으나 누렇게 된 잎은 늘어만 갔습니다.
누런 잎을 떼어내고 새 잎이 돋아나올 때까지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4년 전 화원에서 가져올 때 있었던 잎은 다 떼어냈고 모두 새로 난 잎이 초록색의 건강한 색갈이 되었을 때 꽃대가 올라 온 것입니다.오랜 기다림 끝의 결실이라 감회가 각별합니다.
지금은 겨우 두 송이의 꽃이지만, 다음엔 더 많은 꽃을 보여주라고 부탁할 겁니다.
물을 주며 영양제를 줄 때마다,
'대견하고 기특한 난아,다음엔 더 많은 꽃을 보여 주려마'라구요.
호접란
아래는 철골소심
첫댓글 참 귀엽고 예쁘네요 잎색도 건강하게 보이고, 아우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생명을 귀히 여기면 이런 대가를 가저다 줍니다. 옥덕님 복받으세요.
생명있는 것은 다 귀하지요.
저도 저 철골소심키운적이 있는데..향이 진짜 좋더라구요...
백합이나 문주란처럼 향이 진하지도 않고,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런 향내가 환상입니다.
정성을 다한 표가 나네요...사랑 받은이 귀엽습니다
관심을 쏟은만큼 보답을 하네요.
옥덕님의 정성으로 예쁜꽃이 탐스럽게 피었네요. 색깔도 이쁜데 향이 고급스럽고 은은 하다니
한번 키워 보고 싶네요.
삭막한 아파트 생활이라 예쁜 화분 몇 개쯤은 있어야 되겠더군요.
오랜만에 보는 소심 이로군요. 난의 꽃대가 올라올 때, 연푸른색 꽃잎이 그윽하게 봉오리를 틔울 때의 정적을 생각 합니다. 바람이 일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전해 오는 향도 생각 납니다. 병이 들고서도 삼 년을 버틴다던데 회복시켜 개화하니 아우님의 정성 입니다. 지난 번 이메일 보냈는데 아직 못 보셨더군요. 저는 바쁜 일정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히 지내고 있습니다. 안녕히.
언니가 보내신 감동의 메일은 바로 읽었습니다.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군요.인을 합니다.
가끔 메일 수신이
저는 컴을 키면 메일부터
언니의 조언이 저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고맙습니다.
더운 날 바쁘게 보내시는 언니,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항~~저렇게 생긴것을 철골 소심이라 하는군요....우리집에도 하나 있어요....
이것도 분갈이 해 줘야 하나요?...뿌리가 너무 많아졌어요...
지난 해에 처음 분갈이 해줬어요.
제목을 보고 손녀가 나오는줄 알았더니 이런 예쁜 꽃을 소개 해 주는군요.
비록 향내는 없지만 반들반들 손질한 화분을 보니 손녀 세수한 얼굴 같습니다.
옥덕님 손녀이름이 무었인지요?
손녀는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8월 10일이 100일인데 두상이 워낙 커서요
손녀는 현재 친할아버지를 닮았다는,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의견이 같은데,.
할아버지는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습니다.
친할아버지께서 자기 닮았다면 은근히 좋아하실거예요.
외탁했다면 못났다는 의미라는데 친탁에 할아버지 닮았다면 찬사이지요
나도 달력을 놓고 세어보니 8월 10일이라 표해두고 이름을 몰라
카드도 못보냈는데 보낼께요.
손녀가 할아버지를 닮았다면, 이쁘다의 반대이지요.
좀 더 이뻐지면 사진 올릴게요.
딸네 사위가 병원신세를 지게되어 이제사 집에 돌아왔습니다.
난을 세그루 키우면서도 철골소심이란 것도 모르고 키우고 있었네요.
옥덕님 처럼 잘 키우지 못해서인지 6년여 된것 같은데 꽃은 두번인가 밖에 못본 것 같습니다.
향이 그윽하더군요.또 한가지는 매년 피는데 짙은 자색이고 향이 굉장히 짙더군요.
옥덕님 정성이 대단합니다.
6년에이 두 번 피었다면 잘 가꾸신 겁니다.
사위님,빠른 건강회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