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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 그리고 命
고교배구대회 응원에 동원되었던 두 단짝은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 교복 차림으로 구덕운동장을 벗어나 모처럼 ‘시내’로 나온 김에 부산 번화가 구경을 한다고 남포동으로 걷는다. 학교 주변 서면은 변방(?)이라 도심 체험은 쉽지 않은 때문이라 교모를 가방에 구겨 넣고 칼라 후크를 풀어 땀을 식히며 부산항이 훤히 보이는 용두산공원에 오른다.
오후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노인들이 부채 짓하는 공원 가장자리에는 한가하게 중늙은이가 관상 먹그림이 그려진 보를 깔아 놓고 둘을 부른다.
“어-이! 학생! 이리와 봐! 키 큰 자네 관상으로 보니 국록을 먹을 상이야”
“예? 제가요?”
이 말을 들은 유진은 못 들은체하고 가자는 홍민의 팔을 억지로 잡아끈다.
“앉아봐. 자네는 관상학적으로 나라 녹봉을 먹고 살 상(像)이야”
“제가요? 에-이! 그걸 어찌 압니까?”
“어-허! 욘석이! 어린놈이 어른 말을 비꼬는 대꾸를 하다니...”
“유진아! 가자!”
“허! 키 작은 너는 무인상이야. 이리 앉으라니깐”
“아저씨. 녹봉을 묵는다 능기 무슨 말입니까?” 유진은 궁금증이 솟는다.
“허! 그 놈 참! 보채기는... 이 관상도를 봐라! 얼굴에는 12궁이 있다. 자네는 12궁중에서 형제궁은 빈곤하고 복록궁이 좋아. 자네 형제가 별로 없지?”
“예? 아-예. 저 독자인데 늦둥이 동생이...”
“그 봐! 내 말 맞지?” “그라모 녹봉은 뭡니까?”
“그러니까 장차 공무원이나 선생같이 국가 봉급을 받는 직업을 갖는 거지. 자! 오른손 내 봐. 참 복채는 낼 거지?”
손을 내밀며 “용돈이 별로 없는데요. 홍민아 비상금 좀 털어라”
“허-! 자네 수상은 운명선이나 결혼선은 좋은데 생명선이 길지 않아”
“명이 짧다 그 말입니까?”
“글쎄! 봐라! 이 손금이 생명선인데 완환(腕環)까지 안 가고 중간에서 흐려지잖아, 손목까지 가야 좋은데...”
“그라모 우짜몬 좋습니까?”
“어떻게 하기는! 자네 운명인 것을... 그리고 자네 이리 앉아봐”
“나는 요! 됐심다. 복채도 없고요”
“허-어! 그 놈 참. 맹랑하기는...”
용두산을 내려가며 듣지 않음만 못했던지 유진의 표정은 어둡다.
졸업이 가까웠을 무렵.
“홍민아! 우리 충청도 계룡산에 가보자.”
“갑자기 계룡산은 와?”
“내가 알아 봉께 계룡산에는 용한 도사들이 엄청 많다 카더라” “많으몬...?”
“와 내가 여름 용두산에서 손금 볼 때 내 명이 길지는 않다 안 카더나”
“얌마! 그 돌팔이 점쟁이 말 믿나? 자식, 쇼크 받았나 보네, 그거 전부 사꾸라다 잊어뿌라”
“그기 아이고... 계룡산에는 용한 도사들이 많은데 그게서 기도하몬 운수도 고친다 케서 내 운명선을 송곳으로 매일 누른 거라. 지금은 좀 길었다 아이가. 이거로 다시 볼라꼬. 자! 봐라. 좀 길어 진 것 같제?”
“유진아 일마야! 운명선은 무슨! 그 말 믿지 마라. 그라고 일전에 아버지 따라 계룡산 한 번 가봉께 진짜 귀신 나오겠더라.
“니 계룡산 가 봤더나? 그라모 차비는 내가 댈게 둘이 한 번 가보자 응야!”
봄기운이 아직은 미치지 않은 늦겨울. 신도안은 길게 땋은 머리에 흰 바지저고리, 짚신 차림에 천자문책을 끼고 서당에 가는 아이들과 마른 논 가운데 높다랗게 세운 나무기둥에 줄을 치고 색색의 천을 매달아 바람에 나부끼며 동내 곳곳에서 풍기는 으스스한 분위기에 두 학생은 압도된 표정이다.
신도안 석계리는 풍수지리설의 길지(吉地)라고 전해지는 곳으로 정감록의 예언과 천도설에 따라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피란처로 찾아올 만치 무속신앙에 영험한 신령터로 알려진 곳이다.
“그래. 두 학생이 무슨 이유로 날 찾아 온 거여?”
“예!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운명철학에 대하여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일전에 용두산 공원에...”
“그 건 운명철학이 아녀 사주팔자여! 손금으로도 예단은 가능하지...”
이웃들에게 ‘박점사’라고 불린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망건을 쓴 50대 남자는 두 학생을 계룡산 곳곳에 몇몇일을 데리고 다니며 고사치성에 잔심부름을 시켰고 어느 날 둘을 불러 앉히고 한지에 ‘평생사주’를 기록하여 주고 유진의 손바닥을 본 후 “학생은 공부를 해서 앞날을 개척해야지 순전히 사주를 믿고 의지하면 안 되는 거여.”
“그러면 선생님! 주어진 사주팔자는 고칠 수 없는 겁니까?” 손을 거두며 유진이 물었다.
“사주는 출생시 결정되어 바꿀 수 없으나 팔자는 고칠 수도 있긴 하지, 그러나 팔자나 손금을 바꾸려 말고 받은 운수와 명수에 충실하려 생각 혀!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하던 공부나 계속해!”
고칠 수도 있긴 하다는 말을 믿은 때문인가 유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71년 베트남. 군사 작전 맹호17호.
D-1일 작전 교육.
베트콩과 전투에서 프랑스1개 연대가 전멸한 킬러계곡 주변지형과 정보를 중대장이 교육한다. “베트콩은 오랜 세월 전투경험으로 지형을 이용한 치고 빠지는 기습공격과 폭발물 매설이 능하다. 아마도 대부대 작전이라 벌써 우리 정보가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어서 결사대가 잠복하고 있을 것이야. 어려운 작전이 될 거다. 베트콩이 이용하는 소로를 피하고 정찰을 세심하게 하는 것이 인명손실을 줄 일거야.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D 데이.
일출과 동시에 UH-1H 병력수송 헬기25대가 5중대에 도착하여 무장한 1개 분대씩을 태우고 작전지 고지로 날았다. 많은 헬기가 장관이다.
평평한 630고지 정상은 D-1일 안전한 랜딩을 위해 무수히 쏟아부은 미군의 항공폭격으로 나무는 없어지고 어린아이 머리꼭지 부스럼마냥 벗겨져 무수히 하강하는 헬기의 날개바람으로 희부연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는다.
홍민은 고공 헬기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 “하느님! 내가 첨병입니다. 우짜든동...” 보던 분대장이 “그랴! 가급적 하느님과 가까이 있을 때 기도를 해 둬야 효험이 큰 겨”
병력 하강이 완료되자 중대장이 발아래 계곡을 보며 소대장들에게 작전지시하고 소대장이 첨병분대를 불러 주의를 준다.
“저-기 정글 속에 양호한 소로가 보이제? 가급적 길은 피해야 한다. 이번 첨병이 홍민이제? 야! 홍민! 니 안 죽을라 몬 쌩정글 뚫어야 할껄 알간!” 가벼운 조크로 긴장을 풀어 준다.
울창한 밀림은 가시와 면도날 같은 잎으로 가죽장갑도 감당치 못해 생채기를 남기고 무더위에 지친 병사의 배낭을 가시로 걸고 덩굴로 잡아끌어 수색행보를 늦추며 목마르고 피습 공포에 찌든 병사를 괴롭히기 때문에 모진 괴로움을 당하느니 죽음을 각오하고 시원하게 뚫린 소로를 택하여 위험하게 운을 시험하는 무모한 병사도 있다.
“자! 홍민! 방탄조끼 쪼이고 출발준비!”
그 때 느닷없이 헬기 한 대가 날아와 5중대가 포진한 중앙에 흙먼지를 날리며 내렸고 중무장한 1개 분대를 내려 놓고 날아 갔고 그 병사들은 전혀 낮선 얼굴들이다. 그들도 빙 둘러 경계하고 있는 어떤 병사를 보아도 낮선 얼굴이라 낭패한 낯빛이 역력하다.
중앙에서 갈 길을 몰라 엉거주춤한 분대장 목에 걸린 표지는 6중대로 기록되어있다.
미군 헬기 지원을 받는 작전은 분대장이 C-레이션 박스를 오려 매직펜으로 기록한 소속 표식을 목에 매달고 있으면 조종사들이 알아보고 헬기에 태워 날아가 지정장소에 착륙시키는 것이 상례인데 이 병력은 옆 6중대 낮은 고지에 내려 줄 것을 조종사의 착오로 가까운 5중대에 랜딩시킨거다.
연대장에게 상황이 보고되고 잘못 내린 분대는 자대로 복귀할 동안 다른 중대는 작전 진도를 늦추라는 무전지시가 하달됐다.
밀림을 뚫을 시간이 없는 미아분대(?) 6명은 5중대 첨병소대가 위험여부로 갈등하던 소로를 이용하여 뛰다시피 하산했다. “분대장님 출발합니다.” “아냐! 6중대원이 먼저 가니 우리는 거리를 두고 따라가” 이제는 밀림을 뚫고 자시고 고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폭발물이 매설되었다면 저들이 제거해 줄 것이니.
정상에서 출발하는 홍민은 느긋한 표정인데 갑자기 6중대원이 내려가는 7부 능선 쯤 밀림 속에서 땅을 흔드는 엄청난 폭음과 검은 화약 연기가 솟았다. 교전 총소리는 없었고 현장은 밀림에 가렸다. 부비트랩에 걸렸으리라고 짐작했는지 소대장 지시로 5중대 첨병 분대가 사고 현장으로 뛴다.
현장은 널브러진 주검과 부상자의 신음으로 아수라장같이 참담했고 베트콩들이 설치한 대인지뢰가 폭발한 모양으로 소로 한쪽이 깊게 패였고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구급헬기에 실어 보내는 5중대원들은 매우 침울하고 홍민의 표정은 공포와 긴장으로 흙빛이다. 수색이 재개되자 첨병은 소로를 버리고 밀림으로 잠입한다.
“홍민! 니 정말 천운이여, 걔들 아니었으면 우리가 당한 겨. 악 정글이 보통이 아니여”
“맞아요. 분대장님! 지금부터가 걱정이네요” “니는 운이 좋아 잘하면 돼”
다행하게도 신중한 수색과 판단, 그리고 인내로 접적 없이 하루를 보냈다.
D+2일.
킬러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고지에서 매복으로 밤을 지새고 발아래 자욱한 안개가 깔렸고 모두 작전장구를 챙기느라 바쁘다.
“야! 오정환, 니 지금 뭐하고 있노?”
소대 무전병 오상병은 부산출신으로 동향인 홍민과는 친한데 P-10무전기의 높은 안테나를 덩굴로 감아 VC 눈을 피하려 위장하고는 전우들이 못 보는 한적한 바위 밑에서 C-레이션에 든 소금을 철모를 쓴 채 머리에 촐촐 뿌리며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는 것을 홍민이 부르니 놀란 토끼눈을 하며 계면쩍어 한다.
“아- 아이다. 내가 일진을 짚어 봉께 오늘 좀 안 좋아서...”심각한 표정이다.
오상병은 수산대학을 휴학하고 입대했지만 가끔 혼자서 주역 책을 보며 “갑자을축…하며 손마디를 짚는 통에 소대에서 ‘돌팔이 점바치’로 통했다.
통상 무전병은 음어를 외워야 하고 소대장의 상황판단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고학력자를 선정하고 오상병은 무전기를 매지 않으려 발악을 했으나 군대인 것을.
“자! 분대장 오늘은 여기 억새 산을 넘어 베트콩 훈련소를 수색한다. 억새는 어제 미군이 항공 네이팜탄으로 불 질러 길에 숨긴 부비트랩은 몽땅 열기로 폭발했겠지만 행여 모른다. 조심해! 알았제?” 지도를 짚으며 쾌활한 성격의 소대장은 캠핑 온 학생 말투다.
지도상 억새산은 재 투성이 검둥산으로 변했고 내려쬐는 햇볕과 검은 바닥이 내품는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힌다.
소로를 피해 아직도 연기 날리는 타다 남은 그루터기들을 지나며
“첨병! 은폐물이 없어 저격당할 경우 피할 곳이 없어! 빨리 통과해!”
길을 피해 타다 남은 재속으로 뛰다시피 걸으니 먼지와 열기로 숨 쉬기도 어렵지만 속보로 수색한다.
6중대는 계속 부비트랩 피해를 받았고 연대장 지시로 6중대는 작전지역이 넓고 병력손실이 컸기 때문에 5중대와 교체토록 되어 억새밭으로 6중대가 내려오고 5중대가 밀림으로 오른다. 6중대 첨병이 소로를 따라 오르다가 지뢰를 터트렸다. 멀리서 구급헬기가 사상자를 줄에 달아 올리는 광경을 본 홍민은 소로를 우회하여 흐르는 개울 속으로 거슬러 오른다.
물위에 뜬 숯과 검댕 물이 정글화 통기망으로 스며들고 젖은 바짓가랑이로 거머리가 붙고 이끼 낀 돌에 미끄러지지만 계속 개울 속으로 수색하며 행군하는데 뒤를 따르던 같은 소대 3분대와 그를 따르던 소대 본부가 더러운 물에 젖거나 거머리가 귀찮아서 인지 옆에 난 양호한 소로를 타고 오른다.
긴장이 느슨해 질 무렵. 소로를 행군하던 3분대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앞 선 병사가 인계철선을 걷어 발목이 잘리고 뒤따르던 분대원과 그를 따르던 소대 무전병도 얼굴에 파편을 맞았고 구급 헬기가 또 떴다.
오상병의 액귀 쫓는 액땜 소금도 악운을 피하지 못했다.
VC가 설치하는 부비트랩은 주로 야생 덩굴을 이용하여 안전핀에 연결하기 때문에 여간 주의해도 발견치 못해 얼굴 없는 적에 의한 피해가 크다.
이러구러 사상자도 많았지만 전과도 노획물도 많은 20여 일간의 작전이 종료 됐다.
“어머니 전상서. 월남 온지 6개월이 되었지만 나날이 불안하고 무서워…….”홍민의 편지는 부모 간을 졸아들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면 부친이 사단장에게 청탁해서 직접전투를 하지 않는 사단이나 연대 본부로 이동시켜 주리라 믿기 때문이리라.
“사단장이 대학교 제자이기는 하나 아버지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단다. 사나이가 그런 환경을 이겨내야 거듭 난다는 것이고 네가 계룡산에서 박점사에게 받은 평생운수에 20대에 외국에 나갈 운과 너는 군인 아니면 경찰로 이름을 낼 것이라고 되어있으니 너는 절대 안 다친다. 용기를 가지라. 매일 새벽 정화수 떠 놓고 기도드리니 무사 할 것이다”
어머니 답지를 받고 부터는 박점사 점괘가 생각났는지 생기가 났고 신기할 정도로 위험은 그를 피해 갔다.
매복지에서 전갈의 독침에 찔려도 마침 가졌던 면도날로 손가락 피부를 가르고 피를 빨아 위험을 넘기고, 야간 매복 행군중 아군끼리 오인교전이 붙었고 상황종료 후에 보니 옆에 떨어진 수류탄이 불발 된 것을 보았고, 베트콩이 설치한 부비트랩 인계철선을 발로 걷어차도 인계철선이 중간에서 끊어져 안전핀이 안 뽑혀 죽음을 면했고...
“홍민아! 너는 푸른 제복의 대한남아로...사지에서도 절대 다칠 일이 없을 것이 너 운명...” 유진이 위문편지를 보냈다. 유진은 공주사대에 입학하여 학생회장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곧 ROTC 소위로 임관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90년 초겨울.
“당신은 아직 정년도 많이 남았는데 승진 할 생각 좀 하소! 경위 된지 오래 안 됐소.”
“여보! 승진도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할라꼬 애를 쓰도 안 되는 것을...”
“당신은 저 번에 박점사라나 그 사람이 쓴 사주에는 무궁화 세 개까지는 단다고 안 했소?”
“고마 됐소! 나도 승진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찡하구만” 경찰승진 시기만 되면 겪는 홍역인데 대개 경위 간부 된 지 10년을 넘기면 승진꿈을 접는다. 홍민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데 상황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계장님! 승진 축하합니다.”
“승진이라니! 그런 농담은 큰 실례요”
“아닙니다. 상황실에 팩스가 왔는데 승진예정자 명단에 계장님이 올랐어요.”
뜬금없는 전화에 홍민도 얼떨떨한 표정이다.
승진의 미련을 버리지는 않은 듯 근무평점은 상위권을 유지해 온 터라 운이 따라준 것인가.
홍민 아내는 “정말이요? 맞네! 박점사 예언에 당신이 경찰서 중간 간부는 된다고 카더니... 감동 받은 목소리다.
퇴근 후. 집으로 축하전화가 제법 많이 왔다.
“홍민아 내다. 유진이! 축하한다. 니 월남에 있을 때 편지 왕래 후 이사하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는데 오늘 석간신문 경찰동정에 별난 니 이름이 있길레 짐작했지. 니가 경찰 아니면 군인이 된다고 해서 틀림없이 닌 줄 알았다. 니 맞제? 승진 축하한다. 경찰서에 전화해서 어렵게 집 전화를 알았다 아이가! 너무 반갑다...”
감격해하는 목소리로 유진은 하동에서 고교 교사로 있는데 다음 주말 부산에 올 일이 있는데 그때 보자고 했다.
“홍민아! 내 생명선이 짧다고 안 카더나? 용두산 점쟁이. 생각나제? 그래서 송곳 같은 거로 매일 눌러서 손금을 만들었다 아이가 손목까지 오도록 말이다. 자! 봐라”
내 미는 왼손은 과연 검지아래가 깊이 주름져 손목까지 이어져 있다.
“남자는 오른손이라 안 카더나”
“으-이! 아이다. 왼손이라 켔는데......”
“마! 됐다. 고마 술이나 해라.”
“내 이번에 교감으로 승진할 차례인데 잘 될런가. 몰라. 니 맹쿠로 됐으면 좋은데..... 나는 그 점쟁이 말대로 딸만 둘이다. 손이 귀하다 카더니, 니는 아들만 둘이라며?”
“그래 아들, 딸 그기 뭔 문제고. 유진아 열심히해라 축하하러 하동 가도록”
둘은 그 동안 밀렸던 이야기로 늦도록 술자리를 이어갔고 다음에 안식구와 함께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 주일이 흘러 이른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홍민씨 댁이지요, 여기 하동인데요. 유진이라는 분 아시지요?”
여자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예 그런데요” 뜬금없는 전화에 뜨악하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홍민이 쥔 송수화기 줄이 파르르 떨린다.
“유진씨 집사람 됩니다. 애들 아빠가...”
수화기를 통해 격한 감정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불길함을 느꼈는가 홍민 뺨에 소름이 돋고 머리끝이 섰다.
교감승진에 누락되고 며칠을 고뇌하더니 어젯밤에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했단다.
“애기 아빠가 홍민씨 만나고 와서 그렇게 반가웠다고 이야기하며 둘도 없는 친구라고 밤새도록 자랑하더니...”
전화를 붙들고 오열하는 친구 부인을 당황한 홍민은 위로할 말을 잊고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영문을 모른 채 쳐다보는 아내를 보며 혼잣말로
“아! 손금! 맞아 손금! 그래 운명이야. 날 만난 것도. 나를 만나려고 이제 껏 살아 있었던 거야”
“......”
첫댓글 아 ~ 승진! 참으로 스트레스도 많고 기쁨도 많았던 단어.
저도 2009년도에 부산환경공단에서 인사과장 1년 6개월차에
사업소소장(3급 공무원으로 치면 5급 사무관) 직대로 나갔었는데...
그런데 반년후 내후임 인사과장이 나를 제치고 먼저 3급으로 승진을 했는데...
내가 이사장을 찾아가 강하게 반발 등 등등 우여곡절을 겪고 승진을 했는데요.
그 때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그 뒤 생곡쓰레게매립장 소장을 3년하니까 이사장이 고생한다면서
1급(공무원으로 치면 4급 서기관) 으로 승진시켜줘서 대단히 기뻐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는군요.
계급이나 직급이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승진" 이 최고 아닙니까.
그만치 어렵지만 성취감을 주지요.
물론 혜택을 받는 사람이야 숨은 노력이 얼마나 많고 그 시기만 되면 '노심초사'.
조금 더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아니 3급이 아니고 2급입니다. 오타 ~
파란만장하던 그 세월 후
세상 변하는 건
또
삶이 무슨 모양새로 어찌 변하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라 합니다
긴 이야기
진솔하신 지기님의 품격이 느껴지고
결코 쉽지 않은 인생 사신 거라 생각되옵니다
지금 가장 행복할 때
무조건 건승하십시오
' ㅋㅋㅋ'
'왜 자꾸 웃기만 해?'
'학생 손금이 참 재미있네.17세 부터
여성이 따르기 시작하여 죽을 때 까지 이어지네'
고2때 서울의 큰누나 가게에 갈 일이 있었는데, 마침
놀러 온 자형 친구가 손금과 사주 관상을 좀 본
다고 저의 손금을 보고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50대 초반에, 사주를 잘 보는 스님이 있다고
친구가 내 생년월일시를 알려 달라고 하여
보내주었더니 결과를 이메일로 보내왔는데,
무서울 정도로 맞추더군요.
직업,자녀운,재물운 등등
젤 놀란 것은 내가 예지몽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도 사주에 나오더군요.
저도 인간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습니다.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있는
최선의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현희가 정천조를 만나서 곤경에 빠진 것이
남현희의 운명일 수도 있지만,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생각
하거던요.
진인사 대천명 아니겠어요^^
제가 놀란 것은 19세 때 평생사주를 한지 두루말이에 기록한 것을 아무리 해독(?)하려해도 못해서
게룡산에 가출하여 귀가시 형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그 두루말이를 대학교 철학 교수 하시는 아버지에게 드렸더니
"어~허! 그 박점사란 분 뭘 알긴 아네....."
그 때 점쾌에 '자손운은 남아 셋에 아내되는 사람은 평생 위장병을 달고 있으나 처복은 있고 득관(得官)에 도움이 될 여자"라고 했죠.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부업으로 가정을 일구웠으니까요. 매일 트림을 꺽꺽! 지금도
근데 '머시마' 셋이라 했는데 둘은 맞는데 하나는 ?
베트남에 남아 았나? ㅋㅋㅋㅋㅋ
형수3명이 전부 딸딸딸딸 놓을 때 기계가 잘못되었다고 놀렸고 형수들은 "삼촌도 장가 가 보소 그기 맘대로 되나?"
그 사주를 믿고 괌을 질러 6형제 중 제가 아들을 처음 얻었고 기고 만장 했었지만 에~효!
지금은 딸이 없는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강샘은 완전 군 체질을 타고 났나 봅니다.
산악 마라톤이니 극기 운동이니....
연금중 군인 연금이나 교원 연금이 많다고들 합디다.
우~와 400씩이나....
저는 고작 33년 하고 300이 채 안되지만 그것도 많다고 자위(?)합니다. 쯔쯔쯧!
여기
조 위에 제가 댓글 드렸는데
저만 빼시고
답글 안 주셨어요
ㅜ
ㅜ
ㅜ
ㅎㅎㅎㅎㅎㅎㅎㅎ
교원가족속에서 학업성적이 제일 뒤 떨어져 형제들 사이에서 얼마나 구박(?)을 받았겠어요.
'돌머리' 라고
부친을 원망할 생각은 없지만 산과 자연을 워낙이나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부터 일요일이면 산으로 들로....
형들이 "아버지 영명이 저래 공부 안하면 안되는데 일욜 너무 데리고 다니지 마세요"
"헛~허! 공부는 지가 때가 되몬 알아서 한다. 애비가 느들한테 언제 공부해라 마라 소리 한 적있나?"
죽자사자 공부를 한 건 밤샘으로 승진시험을 치룰 때 뿐 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창시절 안해도 너무 안했어요. 에~효!
그래도 식물 동물을 알고 자연을 좋아하는 것은 부친을 닮았나 봅니다. 쯥!
@hongall
홍 자 영 자 민 자 어르신=지기님~
공부도 때가 있다 했는데
대장님께선 열공하셔서 승진하셨으니
환호 폭발입니다
댁에서도 귀염(?@@?)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세상 속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대장님!
충 성!!!
@베베
홍 자, 영 자, 민 자 어르신
대장님
다시 입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