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케냐 호텔에서 추락사한 금미호 기관장 고(故)김용현씨가 지난 15일 몸바사항에 도착한 뒤 외교관의 전화를 빌려 가족과 통화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금미305호 기관장 김용현(68)씨가 케냐 현지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외교통상부가 17일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김씨가 현지시각 17일 오전 2시 25분쯤 케냐에서 머물고 있던 C호텔 4층 베란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면서 “현재 정확한 사망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케냐 현지 경찰이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케냐 경찰은 이날 1차 조사를 마치고 우리 외교부 직원의 입회하에 호텔에서 현장검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는 아무런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로 호텔 경비에 의해 처음 발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추락사 직전 김씨가 호텔방에 함께 있던 케냐인 한 명과 말다툼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와 같이 방에 있었던 케냐 국적의 26세 흑인 여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케냐 경찰은 타살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시신은 현지 판디아 병원에 안치돼 있다. 김씨는 전날 금미305호 선장 김대근(55)씨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고, 호텔방은 선장 김씨와 따로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 ▲ 김용현 금미호 기관장이 추락사한 케냐 몸바사의 캐슬로열호텔./ 연합뉴스
케냐 주재 한국대사관은 김씨 가족들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하고, 현지 경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씨에게 특이사항은 없었다”면서 “몸바사항 도착 후 부인과 통화하면서 감격해 했고, 청해부대·외교부 등에 감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의 채무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 3월부터 금미305호의 선박대리점 사장인 김종규(58)씨로부터 몇 달 임금을 받지 못했던 김씨는 ‘밀린 임금을 받아야 한다’며 귀국 여부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16일 이한곤 주 케냐대사, 김대근 씨 등과 아침식사를 할 때 “선장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금미305호 수리와 조업재개를 위해 당분간 귀국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에게 풀려난 직후 김씨 머리에 타박상이 있었지만 김씨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케냐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김씨 아들 진곤(41)씨는 “아버지가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무사히 풀려나 한숨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니 (다른 해적에게) 보복을 당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305호는 지난 15일 케냐 몸바사항에 입항했다. 금미305호는 지난해 10월 9일 케냐 라무 지역에서 18km 떨어진 해역에서 조업을 하다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