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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건지는교회 ( 현 개혁장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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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튤립문화칼럼(8):`힐링`에 오히려 병드는 사회
얼굴 추천 0 조회 22 12.11.20 16: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튤립문화컬럼(8):

‘힐링’에 오히려 병드는 사회

손성은(삼일교회, 부산)

 

힐링이 넘칩니다. 사람이 가장 건강할 때에는 건강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때라고 합니다. 힐링이 넘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사회가 건강하지 못함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웰빙’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제는 ‘웰빙’이라는 단어조차 ‘힐링’이 삼켜버린 것 같습니다. 장사꾼들의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상업주의의 프로퍼갠다에 대중들이 넋을 잃고 편승하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힐링이 너무 지나치게 넘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홍수처럼 말입니다. 출판, 관광, 방송은 물론이고 공공부문도 ‘힐링행정’을 들고 나올 정도입니다. 힐링이라는 이름과 함께 만들어지는 가게이름도 많습니다. 휴식을 취하며 건강을 챙기는 쪽으로 관광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자치단체에서는 힐링관광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제2회세계인문학포럼조차도 치유(힐링)의 인문학을 내걸었습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힐링사회를 표방하는 것으로 사회가 이전보다 건전해져 가는 것보다, 오히려 병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한병철 교수가 지적하였던 『피로사회』(문학과 지성사,2012)의 증후군이 더욱 만연해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힐링을 말하면서도 결국은 그 힐링으로 하여금 더욱 성장과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여 성장지향으로 지쳐있는 심신과 영혼을 더욱 채찍질하여 아플 틈 조차도 주지 않으려는 것이 현재 유행하는 힐링의 저변에 깔려있는 음모입니다. 이젠 인문학조차 그 덫에 걸려버렸습니다. 세계인문학포럼에서 발간된 자료집에 실린 글들을 보니, 경희대학교의 김여수같은 이는 그래도 이런 음모를 감지한 것 같습니다. 그는 ‘인문학과 문명의 치유’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인문학의 부흥이 ‘상업주의와 신흥부호들의 호사스런 기호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다른 대안적 설명이 없는 것을 보니, 이 설명에 무게가 실립니다. 기업이 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희망적인 징후가 있기는 하다고 하지만, 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인문학조차도 힐링의 덫에 걸려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힐링, 이것은, 이전 시대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포스터모던적 자아의,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달래고자 하는 비상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피로에 지쳐 소진되어 버린 영혼이란 기계의 모터에 마지막 힘을 짜내보려는 음모이기도 합니다. 중심이 사라져 버렸는데, 성공할 리가 없습니다. 얼마 뒤에는 ‘웰빙’이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이 모든 ‘힐링’의 용어들도 수년 내에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중심을 채우지 못한 채로 또 다른 파도의 거품처럼 스러져 갈 것입니다. 강남스타일처럼, 스타일의 한 유행인 것입니다.

 

자아의 개념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 하는 문제를 추적해 온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1931~ )교수는 그의 주저 『자아의 원천』(Sources of the Self)에서 더 이상 자아는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생각해 왔던 그런 종류의 자아와는 같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응집되고 중심이 있던 자아는, 이제는 해체되어 분절되고 산만하고, 아예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도 꿈도 사라지고, 다만 위로만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회는 쎄라퓨틱 써사이어티(therapeutic society)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힐링,힐링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를 새롭게 하는 것은, 힐링, 힐링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잃어버린 그 중심,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그 중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 중심은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을 바로 나의 마음, 나의 입에 두는 것입니다(신30:14). 그 외에는 끊임없는 피로만 누적되게 할 뿐입니다. 힐링조차도 우리를 오히려 병들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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