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남편에게 슬쩍 지인들에게 들은 다른 부인들의 이야기를 했다.
사택에서 젊을 적 같이 살았던 부인들인데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택에서 아들을 키웠던 생각도 나고,
동서에게 애기 용품을 챙겨주려다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돈 아끼려고 천기저귀 쓰고 모유수유를 했던...
막내 삼촌이 돈 아끼려고 꼭 천기저귀 쓰고 모유수유를 한다기에 나는 한숨이 나왔다.
삼촌이 빨래하고 젖 먹이는 거 아니잖아요...;;;;
동서하고 의논하고 하시라 해도 요지부동이다.
본인이 하는 거 아니니까 상관치 아니하는 건가...
사택에서 나 혼자 천기저귀했던 거 같은데 그 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희망에만 차 있던 상황이라 돈 모은다 생각하고 천기저귀를 썼었다.
어문 데로 돈이 갈 줄은 몰랐지...
어제 본 동갑내기가 너는 어째 똑같니...? 하는데 왠지
그렇네, 난 옷도 똑같고 머리도 여전히 내가 자르고 화장도 안 하고 다니는구나...싶었다.
애기 있다고 아무데서도 써주지 않았던 거....
돈 못 번다고 시어머니나 남편에게 무시당하던 거...
애도 키우고 집안일도 하고 웹툰 작가도 했었는데 난 왜 무시만 당하고
이렇게 살아야 되나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러고선 애 때문에 작가 그만두고 돈도 못 버니 돈도 잘 못 쓰던 생각들에
그냥 기분이 저어했다.
그런데 사택 다른 부인들은 전업인데도 남편에게 큰소리 뻥뻥 치며
화려하게 잘 사는 모습들을 보니 참... 마음이 그랬다.
지인이 "언니만 그래 산다, 언니만~~" 하는데 그런가...
지인 돈 모아봤자 뭔 소용이 있나 집안에 일 생겨서 돈 다 나간다고 한탄하는데
그러네... 싶었다.
나도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봤다.
다른 부인들은 그렇게 산다드라.... 나도 돈 좀 펑펑 써봐도 되나?
남편은 웃으면서 펑펑 쓰라고 했다.
"그래? 펑펑 써도 되나?"
"응. 펑펑 써."
그리고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고마워요.
2. 아들이 과학실험반에서 소라게를 데리고 왔다.
아이구... 붕어를 낙동강으로 보내준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소라게라니....--
아들에게 엄마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생물이 갇혀 사는 거 자체가 싫은 사람이다.
남편도 나도 어릴 적 아기새를 죽여본 적이 있어서 생명을 함부로 맡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은 병아리가 귀엽다고 함께 자다가 아침에 눌려 죽은 병아리를 발견하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께서 시골서 애기 참새를 데려오셨는데 자꾸 겨드랑이로 파고 들어서 추운갑다 하고 데리고 자려 했는데
어머니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며 상자에 넣어버리셨다. 참새는 밤새 날뛰다가 죽었다.
나는 오성과 한음처럼 조의제문은 짓지는 않았지만 무덤은 만들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생명에 관한 문제로 어머니랑 싸운 적이 많았구나...
어머니는 내가 키운 닭도 제사상에 올려 버리셔서 한동안 말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어머니 입장에선 그럴 수 있구나 했지만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다.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삶아져 있던 닭을 본 초등학교 여자애의 마음을 엄마는 정말 이해하지 못한 걸까.
꼬물거리는 소라게를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저거 또 아들은 밥 주는 것도 잊어버릴 거 아니야.... 붕어때처럼...;;;;
소라게는 어디다 놓아주어야 사는고....
나중에 아들이 잊어버릴 때쯤 자연으로 돌려보내줘야겠다.
수많은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자연에게 경의와 감사를...
나는 내 눈으로 보는 삶과 죽음만으로도 감당하기 버겁다.
3. 동서에게 육아책 중 일부분을 번역해주고 있는 중이다.
구글 번역기는 영어가 제일 잘 되니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시켜보고 크메르어로 번역하는 중인데...
육아책 문장은 어마어마한 장문에 구어체도 좀 있어서;;;; 그러잖아도 한국어는 문장구조가 복잡한데
내 머리도 복잡해지고 있다. 번역기는 문장 구조가 단순하고 단어에 가까울수록 잘 돌아가니까...
문장을 나누고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남편이 머리를 저으며 소용없다~~~이러고 있는 중이다.
그럴 려나? 싶어서 나도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제일 문제는 크메르어를 몰라서 이 문장이 제대로 번역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로 먼저 바꿔보고 문장을 단순화시키고 있는 것인데...
일단 해 보고 동서에게 설문지를 좀 만들어서 예 아니오만 체크하라고 해야겠다.
읽을 수 있는지... 다른 정보가 더 필요한 지...;;;
삼촌은 다문화가정 지원이 잘 되어 있어서 번역 서비스도 있고 괜찮다고 하는데;;;
여성 운동 사이트에서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를 하셨던 분의 글을 읽어보니
대부분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음... 그냥 해 보고, 필요없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도 재미지 뭐...
나는 사실 외국인 동서를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새로운 경험에 감사하자~
첫댓글 두분의 사랑과 훈훈한 가정의 정들이 묻어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삶의 눈이, 몸과 마음을 사랑과 배려로 인도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온 가족이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항상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니님께서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