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네.
그분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네.”(요한 1,14.12)
2024년의 마지막 날이자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 팔일 축제 내 제 7일을 맞는 오늘 미사 안에서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사람이 되신 진리의 말씀 안에서 주님이신 하느님께 우리 모두 각자의 새로운 노래를 바쳐드려야 한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이야기합니다.
우선, 성탄 팔일 축제를 지내는 동안 계속해서 듣게 되는 독서의 말씀은 사랑의 사도 요한이 적은 편지인 요한 1서의 말씀으로서 요한은 이 독서 말씀을 통해 거룩하신 분으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은 우리 모두는 참 진리이신 주님을 알고 있으며, 이 사실로 말미암아 우리는 진리 안에서 사는 참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거룩하신 분에게서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진리를 알기 때문입니다. 또 진리에서는 어떠한 거짓말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1요한 2,20-21)
제대 앞에 꾸며진 소박한 구유에 누워계신 조그마한 아기 예수님은 거룩하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님으로서 우리 모두는 세례를 통해 그 분에게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이들이며 이로써 우리 모두는 진리를 아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진리를 아는 사람들은 거짓이 아닌 진리로부터 비롯되는 진실된 삶, 아름답고 선하고 참된 삶을 살게 된다는 오늘 독서의 이와 같은 요한 사도의 말씀은 한 해를 마감하며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는 과연 한 해의 삶 동안 기름부음 받은 사람다운 진실의 삶을 살았는지, 하느님이 바라보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았는지 독서의 말씀은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편, 오늘 독서의 이 같은 말씀은 특별히 예수님의 이 세상 오심을 기념하는 성탄의 의미와 잘 맞닿아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해주기 위해 당신의 하나 뿐인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이 파견은 바로 하느님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기 위함이며, 이 사랑이 오늘 우리가 듣는 요한 1서 안에서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자주 듣는 말씀, 곧 요한 1서 4장 16절의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표현으로 잘 드러납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이 우리를 향한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기 위함이 바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이로써 그 탄생이 우리에게 희망이 된다는 사실. 이 희망의 메시지, 곧 언제나 죄로 점철된 삶, 변화되지 못한 채 사슬과도 같은 죄의 수렁에 빠져 살아가며 절망하는 우리들에게 오늘 독서의 말씀은 과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동시에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줍니다.
이 같은 면에서 ‘로고스 찬가’로 잘 알려진 요한복음의 말씀을 전하는 오늘 복음은 독서의 말씀과 함께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왜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지를 빛의 이미지로 잘 설명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1-4)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습니다. 그 빛은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을 비추는 참 빛으로서 그 빛이 비추이며 더 이상 어둠은 존재하지 못하고 사라지며 그 빛이 비추는 환함으로 온전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오늘 복음의 말씀은 오늘 독서의 말씀과 함께 한 해를 마감하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동시에 우리가 새로운 한 해 무엇을 보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해 주는 듯 느껴집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사랑이신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 주기 위해, 그 사랑을 우리가 느끼고 체험토록 해 주기 위해 당신의 아들, 진리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빛으로 보내주셨습니다. 그 진리는 오늘 독서와 복음이 한 목소리로 전하듯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빛으로서의 진리이며, 이 빛으로 우리 모두는 밝게 빛나게 됩니다. 또한 그 빛 안에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충만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은총과 진리를 충만히 받게 됩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은 빛이신 주님을 맞아들인 이의 기쁨을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시편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주님께 노래하여라, 온 세상아.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 이름 찬미하여라. 나날이 선포하여라, 그분의 구원을.”(시편 96(95),1-2)
어둠에 앉아있던 이들이 빛이신 주님을 뵙고 이제 더 이상 어둠의 슬픔이 아닌 빛의 환희와 기쁨을 노래하는 삶. 그 삶이 바로 오늘 화답송의 시편이 말하는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삶일 것입니다. 더 이상 절망의 슬픔을 노래하지 않고 환희와 기쁨의 새 노래를 부르는 삶. 2025년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 새로움이 주는 기대를 마음에 가득 담고 여러분 모두가 오늘 말씀이 전하는 바 그대로 빛이신 그분을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여 그 분이 비추시는 빛으로 환하고 밝은 참된 삶으로 변화되어 언제나 기쁨 가득한 나날을 보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네.
그분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셨네.”(요한 1,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