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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계중22회.고25회(일명 둘둘이오)
 
 
 
카페 게시글
알콩달콩 이야기들... 스크랩 단풍이 나를 부른다
만경산 추천 0 조회 102 09.10.21 14:56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강원도로 가는길

간밤에 천둥과 번개로 잠을 설쳤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에 풍성한 가을을 시샘이라도 하듯, 80년만에 나타난 가을 황사 때문에 드높아야 할 가을하늘을 뿌옇게 잿빛으로 덮고 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직장동료들과 타는 단풍을 가슴으로 느끼고 싶어 설악산을 찾아 길을 떠났다. 가을을 만끽하기위해 88올림픽도로를 지나 양평 홍천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택했다.

국도변에는 코스모스와 억새들이 춤을 추고 황금들녘이 풍년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가 지나가는 길 옆의 억새들과 풀꽃들이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두시간반을 쉼 없이 달려 인제에 도착하여 새로 뚫린 터널을 외면하고 미시령 옛길로 핸들을 돌린다.

구불구불 한참을 올라 미시령 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창문을 여니 바람이 세차다. 저 멀리 동해의 푸른 바닷물이 바람에 밀려와 방파제에 부딪치며 하얗게 부셔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섭죽마을

미시령의 아름다운 단풍을 뒤로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가끔은 급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주변사람들의 비명소리를 즐기기라도 하려는 듯 더 난폭운전을 하는 동료를 보면서

“야 이 사람아 아직 죽기는 아까운 나이가 아이가 좀 살살 해라.”

이렇게 말하기 무섭게 더 자주 급제동을 하는 게 아닌가?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몸은 움츠려든다.

이렇게 미시령을 내려오니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난다.

매번 설악산에 올 때마다 서울시 수련원을 이용했으나 이번에는 금호리조트에 숙소를 정했다.

숙소에 가기 전에 먼저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적당한 곳을 찾는데 대포항 가는 길에 섭죽마을이 눈에 보인다.

나는 “우리 섭죽 먹을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다 “좋지요” 한다.

차를 주차하고 식당 문을 여니 신발 벗어 놓을 곳이 없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어디에도 빈 테이블이 없어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이리 올라오세요” 한다. 뒤를 돌아보니 저쪽 귀퉁이에 백발이 성성한 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손짓으로 올라오기를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 신발을 벗는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홍게죽, 곰치국, 섭해장국, 째복해장국, 섭죽, 째복죽, 섭콩나물찜, 아구찜, 황태해장국등이 있다.

나는 섭죽과 섭콩나물찜을 시켰다.

섭이라 하면 홍합을 뜻하고 째복해장국은 동해안에서 나오는 하얀 빛깔의 조개라고 한다.

 

@설악동 소공원

허기진 배가 채우니 몸이 나른해 진다. 우리는 숙소에 들려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어놓고 설악동으로 향한다.

설악동 가는 길에는 차에 차가 꼬리를 물고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다.

나는 차에서 내려 혼자 소공원까지 걷는다.

권금성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표를 샀다. 타는 시간까지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나는 조껍데기 곡주로 목을 축이고 신흥사 지나 흔들바위 쪽으로 산책을 하며 무르익은 가을을 가슴에 담아 나만의 가을 차를 끊이니 마음도 시간도 가을을 향해 가고 있다.

 

@산사의 음악회

천년고찰 낙산사가 2005년 4월 5일 양양을 덮친 대형 산불로 안타깝게도 전소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온 국민의 자비와 정성으로 이루어진 2차 복원불사를 아름답게 회향하는 축하 산사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무르익어가는 가을밤에 잘 어울리는 나무자전거,적우,이동원,안치환,정수라,소리꾼 장사익 등등...

잔잔한 바람속에서 장사익의 “이게 아닌데”가 들린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하얀 한복에 회색장삼을 걸쳐 입은 백발의 도인 같은 소리꾼 장사익의노래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조명에 별빛 희미하다.

 

 

 

 

 

 

 

 

@주문진 항에서

훤한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는 천년고찰!

그 자태만으로도 나의 영혼을 흥분시켜 주었던 지난밤의 산사의 음악회의 진한 여운을 가지고 이른 아침 아직 먼동이 트기 전에 우리는 식탁위에 바다 내음을 전하기 위해 주문진항으로 출발했다.

주문진항에 도착하여 보니 밤새 잡아 올린 고기를 어부들이 수십 개의 상자에 담아 경매준비를 하느라 아침식사도 배달시켜 부두현장에서 먹는 것을 보고 어부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홍게와 대구 오징어를 사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담았다.

잠시 하늘을 쳐다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항구 등대 전망대를 뒤로하고 식당에 들어가 싱싱한 곰치국을 대하니 그 시원함이 천하의 일미였다.

 

@남대천에서 ~~

오늘의 일정은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하기로 했으나 비가 내려 잠시 망설이다가 양양보건소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하니 마침 연어축제가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해마다 늦가을이 되면 남대천에는 수천 리 바닷길을 헤치며 필생의 여정을 거쳐 모천에 도착한 연어 떼의 행렬이 이어지곤 한다.

이즈음 바빠지는 곳이 있다. 양양 내수면 연구소이다.

남대천 하류에 위치한 내수면 연구소는 연어를 잡아 채란과 수정을 하는 작업도 이곳에서 하고 연어의 생존육과 회귀율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수정과 치어 방류를 하는 곳이라는 연구원의 설명이다.

 

@장사익의 사인을 받고

친구의 함께한 남대천 내수면 연어 연구소에서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빛도 없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친구가 등을 툭 치며 저기를 봐 하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저 멀리 지평선 너머 석양의 노을이 빛이 아름답다 못해 무아지경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첫날 점심 먹던 식당에 들렸으니 어제저녁 산사에서 노래하던 장사익 소리꾼이 그곳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첫날 자리가 없어 나가려고 하는 우리 일행에게 자리를 내어준 사람이 바로 장사익님!

나는 감사의 말을 하며 어제저녁은 참으로 영혼이 깨끗해지는 심금을 울리는 소리였다고 고마움을 표하고 사인을 부탁하니 흔쾌히 해 준다.

“하늘처럼 높고 푸른 사랑” 09, 가을, 장사익

 

 

 

나는 이번 가을여행을 하면서 살아온 삶의 뒤안길을 되돌아보았다. 知天命 문턱을 넘은 내 삶의 허물이 얼마나 있었는지 깨닫고 다시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늘 배우고 다듬는, 낮은 자세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2009년 10월 27일 만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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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0.23 04:46

    첫댓글 고국의 가을냄새가 물씬 나는 분위기네 .... 거기다 산사의 음악회라...

  • 작성자 09.10.23 11:53

    그려 칭구 지금 고국은 추수의 계절 결실의 계절 보기만해도 보기만 해도 넉넉해지는 가을이라네 ~~~ 건강하시게나

  • 09.10.25 23:23

    설악산 단풍보다, 동해의 석양보다 글이 더 진한 빗깔입니다.

  • 작성자 09.10.27 15:38

    인생 제1막을 명예롭게 마감하고 제2막의 문지방을 넘어선 칭구가 부러우이 어찌 새로 시작한 인생 2막은 잘되어가는가? 용기있는 자네를 존경한다네 ~~~

  • 09.10.28 12:46

    친구의 멋진 추억을 내가 조금 가져 간다네~~ㅎㅎ 세상살이 어쩌면 우리네 인연은 우연도 필연도 아닌가 보구먼~ 어린 시절 노루라는 놈을 보면...... 껑충껑충 뛰어 달아나다가도 꼭 산등성이를 넘을 때가 되면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네. 지천명의 우리네 처럼 미련이 많아서였을까?? 이제 우리도 그 노루의 습성을 조금은 이해할 나이가 되었나보네 그려ㅎㅎ~~

  • 작성자 09.10.27 15:39

    내일 흑산도로 떠날려고 한다네 ~~~ 오랜만에 집사람과 함께 하는 선상여행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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