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통해 깨닫는 사명>
[1] “충격! 충격! 충격!”
첫 문장을 이렇게 적어 놓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첫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려 시험 삼아 써본 글이다.
다음 글을 읽어보라.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까? 잘 모르겠다.”
[2] 1942년 출간 당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2~1960)의 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시신을 보려하지도 않았고,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감정의 동요조차 없었으며, 장례식 다음날에도 평소처럼 바닷가에 수영을 하러 갔다가 여자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보고 함께 밤을 보낸 남자가 있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간 그는 우발적으로 아랍 사람을 죽인 뒤 현장에서 체포되어 재판정에 섰다.
[3] 재판정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그의 살인 경위보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보인 감정 없는 태도였고, 관습과 도덕과 윤리를 벗어난 그의 행동은 그를 세상의 패륜아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잘못을 뉘우치는가?”라는 재판장의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그랬다. 솔직히 후회라기보다는 어떤 권태감 같은 것을 느낀다.”
[4] 정당방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은 마침내 사형선고로 이어지고, 주인공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저자 알베르 카뮈가 만들어낸 악한 캐릭터의 주인공 ‘뫼르소.’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마땅히 흘려야 할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 눈에 비친 그는 감정 없는 냉혈한이 됐고, 그런 사람이라면 계획적으로라도 살인을 능히 저지를 수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함으로써 유죄를 선고받게 된 것이다.
[5] 이 책에서 작가가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언뜻 보면 주인공의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춘 듯하지만, 세상이 정한 규범이나 관습, 타인의 평가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고독한 싸움을 그린 것이다.
세상의 통념으로 바라보면 그는 사회 부적응자이며 마땅히 제거돼야 할 거북한 ‘가시’ 같은 존재다.
[6] 이 사회가 정한 ‘도덕의 틀’과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사형당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알베르 카뮈의 이 말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따르지 않는 사람을 얼마나 경계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감정을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굳이 남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도 않았던 뫼르소는 이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진정한 ‘이방인’(Stranger)이었을지도 모른다.
[7]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에 짓눌려 고독해도 우울해도 힘들어도 외롭다고 혼란스럽다고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트러블메이커’, ‘흙수저’, ‘사회부적응자’, ‘아웃사이더’, ‘루저’, ‘이방인’ 등등...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뭘까?
바로 이것이다.
[8]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그럼 성경이 <이방인>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뭘까?
“당신은 당신 주위의 이방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당신 주위에 소외되고 배척받고 있는 이방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9] 나를 참 부끄럽게 하는 질문이다.
마 10:27b절에서 주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내 이웃, 즉 나의 이방인(stranger)을 나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다.
주님이 내 몫으로 예비해두신 이방인을 찾아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