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이야기 Vs 술(酎) 이야기
해피트리 한왕주
소주에는 왜 술 주(酒)자가 아닌 전국술 주(酎)자를 쓸까?
오늘은 애주가들도 잘 알지 못하는 술 이야기 좀 늘어놓겠습니다.
燒酎(소주). 麥酒(맥주), 濁酒(탁주), 葡萄酒(포도주), 高粱酎(고량주), 洋酎(양주)
그런데 여기서 맥주, 탁주, 포도주에 들어가 있는 주(酒)와 소주, 양주, 고량주에 쓰이는 주(酎)가 좀 다르다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맥주, 탁주, 포도주에 들어가는 주(酒)자는 분명 술 주가 맞는데, 소주, 양주, 고량주에 들어가는 주(酎)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좌측에 삼 수 변이 들어 가 있는 酒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수퍼에서 판매되는 소주병 사진입니다.
분명 좌측에 삼수변이 있는 주(酒)와는 차이가 있죠
그렇다면 소주, 양주, 고량주에 쓰이는 酎자는 뭐고 왜 이런 한자를 쓰는 걸까요?
먼저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酎는 전국술 주로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술 酒자는 알콜 도수가 낮은, 저도주에, 전국술 酎자는 알콜 도수가 높은, 고도주에 붙습니다.
사전에는 전국술 주 또는 진한줄 주로 나와 있지만 결국 고도주를 나타내는 술 주자인 것입니다.
소주는 당초 30도에서 출발하였기에 고도주 酎자를 쓰게 됩니다. 근래에는 순한 맛을 즐기려는 젊은 소비계층을 고려해 17도 이하까지 떨어지고 있음에도 한자 표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12도 아래로 떨어질 날이 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고, 그렇게 되면 저도주인 포도주 보다고 알콜 도수와 낮아지게 될 수도 있는데 계속 고도주 酎자를 쓰게 되지 않을지 괜한 걱정을 해 봅니다.
애주가 입장에서는 과다한 알콜 섭취를 피하기 위해 순한 맛을 찾게 되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원재료인 주정을 적게 사용하고도 더 많은 소주를 생산해서 팔 수 있으니 서로간의 이해타산이 이토록 정확이 맞아 떨어지는 비지니스 모델?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듯 다른 한자를 써서 구분을 해야 할까요?
이건 바로 처음 수립된 정부에서 주세를 부과하기 위한 정책과 관련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즉 저도주에는 낮은 세금을 고도주에는 높은 세금이 부과되도록 하면 주세관리에 편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세정책은 고가.고급주에는 고세율을, 저가.저급주에는 저세율을 적용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알콜 함량이 1%이상인 음료는 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알콜 도수가 1%이상인 음료에는 모두 주세를 매긴다는 뜻입니다.
주세는 1909년 연초세와 함께 도입된 근대적인 조세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개별 소비세 입니다.
국세청이 적용하는 주세 부과기준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술은 크게 주정, 발효주, 증류주로 구분합니다.
발효주에는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맥주가 있으며 각각 5%, 30%, 30%, 30%, 72%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증류주는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고량주 등), 리큐르(인삼주 등)로 구분하고 있으며 동일하게 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소주의 원료가 되는 95도의 주정에는 키로리터당 57,000원의 주세가 부과됩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주류에는 주세 외에도 1975년 이후 한시적으로 방위세가 부가되기도 하였으며, 1982년 부터는 방위세 대신 교육세가 신설되어 주정, 소주, 탁주 및 약주를 제외한 모든 술에 최대 30%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현행 최대 세율인 72%가 결코 낮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WTO와 FTA의 영향으로 2007년 세제개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맥주의 경우 최대 150%, 위스키의 경우 1975년 까지 200%의 고세율이 적용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가 대중음식점에서 마시는 소주의 경우 제조사의 출고가는 1,000원 안팎입니다. 주세 720원과 교육세 300원 내외가 포함된 세금이 1,000원 안팎, 도 소매업자의 유통마진과 음식점 마진 2,000~3,000원이 더해져 우리 목으로 넘어갈 즈음이면 4,000원 내지 5,000원이 됩니다.
결국 술을 많이 마시는 애주가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국방을 튼튼히 하는데 기여한 바가 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투자에 밑거름을 만드는 애국자이십니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떠세요?
첫댓글 귀한 상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