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 인생의 몇 막 몇 장일까요? (1)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
막(幕)과 장(場). 연극이나 오페라, 발레 등의 진행 과정과 극의 구성을 나누는 기본 단위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어 이참에 확실히 개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우선 '막'은 장소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무대의 배경을 바꾸기 위해 잠시 가려두는 커튼이 바로 '막'입니다. 즉 막이 바뀐다는 것은 장소 또한 바뀐다는 것입니다. 반면 '장'은 장면의 변환 입니다. 같은 막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를 구분 짓는 겁니다. 가령 등장인물의 교체나 사건의 발생 등이 장을 나누는 요소가 됩니다. 그러니까 '막'은 공간을 달리하는 경계이고, '장' 은 나누어진 시간을 연결하는 독자적인 고리입니다.
오페라 <라 보엠>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 치니(G. Puccini, 1858-1924)의 대표작으로 성탄 전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맘때 자주 상연됩니다. 제1막의 배경은 예술의 도시 파리의 낡은 아파트입니다. 이곳에는 가난한 예술가 네 명이 살고 있습니다. 화가 마르첼로가 그림을 그리면서 너무 춥다고 푸념하자 시인 로돌포는 자신의 원고를 땔감으로 쓰자 고 합니다.(1장) 이때 전당포에 갔던 철학자 콜리네가 돌아옵니다.(2장) 뒤이어 음악가 쇼나르가 몇 푼 번 돈으로 음식과 장작을 사옵니다.(3장) 그러자 밀린 방세를 받기 위해 집주인이 등 장하지만 오히려 이들에게 약점을 잡혀 쫓겨납니다.(4장) 의기 양양해진 예술가들은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좋은 날이니 카페로 가서 즐겁게 보내자!" 하며 나갑니다. 할 일이 있던 시인 로돌포는 곧 쫓아가마 약속하고 혼자 남아 글을 쓰는데(5장), 병색이 완연한 옆집 처녀 미미가 꺼진 촛불의 불씨를 얻기 위해 찾아옵니다.(6장)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둘은 잠깐 사이 서로에게 반하고 맙니다. 잠시 후 불을 붙여 돌아가던 미미가 그만 열쇠를 떨어뜨렸습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으로 촛불은 꺼지고 캄캄한 바닥을 더듬던 중 마주친 두 사람의 손과 손, 여기에 서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울려 퍼집니다.
이상이 제1막의 전반부 줄거리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젊은 이들은 예술과 우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또 가난의 불편함 속에서도 유쾌하게 희망을 기다립니다. 이러한 기다림은 비단 오페라의 주인공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일 겁니다. 우리를 넘어뜨리려 하는 유혹과 시험은 대림절이라 해서 비껴가지는 않습니다. "주 예수 내 맘에 오심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이 지금 우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요?
- 다음 이야기는 12월 14일 음악묵상으로 이어집니다.
유튜브에서 듣기
오페라 <라 보엠>중 <그대의 찬 손>
https://bit.ly/408GVS9
첫댓글 간절히 기다리는 것
주 예수 내맘에 오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