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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잔인한 "행복"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요즘은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상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대부분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이거나,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영화를 보고 난 후인 경우가 많다.
이재수의 난, 이나 사도, 를 보고 난 후 감상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건 모두 우리 민족사에
아프게 각인된 사건이기 때문이고, 영화에 묻혀 버린 진실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번 감상기는 엉뚱하게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란 영화가 그 대상이다.
원래 사극을 좋아하는 탓에, 한국 영화는 잘 보지 않는 편이고, 김기덕 감독 정도가 내 상식의 한계인
셈인데, "행복"이란 영화 제목 앞에 붙은 -사랑 그 잔인한-이란 수식어가 왠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허진호 감독이 만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우연히 보게 된 후, 오랫동안 영화의 잔상이
남았던 기억이 떠올라 좋은 영화겠지,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은 배우 황정민이 맡았고, 여자 주인공은 배우 임수정이 맡아 좋은 연기를 보였다.
황정민은 잘생긴 배우는 아닌듯하지만, 뭔가 진실성이 있어 보이는 무게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행복에서는 서울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별로 좋은 역은 아녔는데, 예상외로
역할을 잘 소화해 내는 것을 보고 황정민은 역시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는 클럽 운영도 어렵고, 애인에게도 차이고, 설상가상 간 병변이 심각하다는 판정을 받은 영수(황정민)
가 외국 유학을 떠난다는 구실을 대고 한적한 요양 시설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요양원 초입의 가게에서 은희(임수정) 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지만, 건들거리는 영수에게 은희는 호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요양원에서 영수는 은희를 재차 만나게 된다. 은희는 8년이나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폐 기능이 40%만
남은 중증 페 질환 환자이지만, 요양원의 입을 돕는 스텝으로 환자들이 좋아하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 영화는 영상미도 뛰어나다. 은희와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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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희망의 집, 이런 부류의 요양원은 실제로 많이 운영되는 것 같다.
좋은 공기, 규칙적인 생활,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들을 내세워 중병에 걸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피난처 역할을 하는 곳이 요양원이고, 중병으로 판정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요양원을 찾기도 한다고 한다. 기체조니 웃음치료니 이런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픈 이들의 정신적 의지처로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소운은 영화 감상기를 쓸 때, 줄거리를 나열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받은 느낌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성의껏 전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줄거리를 전개하면,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될 경우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행복은 사랑의 아픈 실체를 드러내 보이는 영화이다.
궁지에 몰린 아픈 사람도 좋은 이성을 만나면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하게 되기도 한다.
사랑은 하는 동안은 행복하고, 아픔을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어 아픔을 치유하는
선 기능을 하게 된다. 영수와 은희도 같이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요양원 식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민다. 행복은 잠시 아픈 현실을 잊게 했을 것이다.
* 사랑은 아픔을 잊게 하는 묘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꿈같은 행복은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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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어린 은희의 뒷바라지로 간 수치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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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1년 만에 영수는 간이 정상치로 회복된다.
사람의 속성이 갖는 비극이 있다. 아프고 의지할 곳이 간절히 필요한 때와 건강하고 아쉬운 것이 없어진
때는 생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화려한 도시생활과 세련된 여자에 익숙한 영수가 거친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건강해진 시점에선 은희의 아픔이 부담으로도 느껴졌을 것이다.
친구와 옛 애인의 방문으로 영수는 흔들린다. -서울에 다녀오겠다-
* 서울에 간 영수는 옛 애인의 구애를 뿌리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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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묘한 것이다. 좋아지는 것도 막을 수 없지만, 싫어지는 것 또한 막을 수가 없다.
서울을 다녀온 영수는 은희에게 실증을 느낀다. 아픈 은희가 밥을 천천히 먹을 것을 두고 한다는 말,
-밥 천천히 먹는 게 지겹지 않아? 난 지겨운데,- 문득, 유행가 가사가 생각났다.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 만 영원히 남았네"
"제발 나를 먼저 떠나 줘"
자신이 떠나겠다는 말은 차마 그러니 은희더러 먼저 떠나달라는 게 영수에게 남은 사랑의 전부이다.
"제발 잘할게" 손바닥을 마주하고 비는 은희의 모습에서 처절한 아픈 사랑을 보게 된다.
식은 사랑은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은희라고 몰랐겠는가?
날이 밝자 영수의 짐을 차곡차곡 가방에 담는 은희, 떠나는 영수는 은희의 통곡을 듣지만 잠시
멈칫했을 뿐이다.
* 제발 떠나지 말아줘 내가 잘할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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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을 꾸려 떠나는 영수, 은희의 통곡에 잠시 발걸음을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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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의 생활은 다시 방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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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폐인의 몰골로 변한 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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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버린 자도 버림 받은 자도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다시 방탕한 일상으로 돌아온 영수는 폐인의 꼴이 되고, 은희는 병이 악화되여 마지막 길에
영수를 찾는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마지막 길을 가는 은희에게 영수가 얼굴을 마주 대자,
은희는 희미하게 눈을 떠 영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 용서할게, 마지막 가는 길은 옆에서 무섭지 않게 지켜 준다던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희미한 끄덕임에는 이런 의미가 있었으리라,
염을 하는 은희를 유리 너머에서 바라보는 영수의 표정, 끝까지 같이 하지 못한 사랑을 후회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 어렵게 눈을 뜬 은희, 마지막을 무섭지 않게 지켜 주겠다던 약속을 고맙게 생각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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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 나간 모습으로 은희의 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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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空手來 空手去 달랑 수의 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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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펄펄 내리는 날,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희망의 집 요양원으로 들어서는 영수의 뒷모습이
쓸쓸하다. 왜 사랑은 영원할 수가 없는 거야?
영화 "행복"은 사랑이란 무엇인가? 영원한 話頭를 영화를 보는 모든 이에게 던진 것 같다.
* 다시 요양원을 찾는 영수, 희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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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즐겨 쓰는 말이 사랑입니다. 사랑, 행복과 아픔이 같이 공존하는 단어가 아닐까요?
-후기- 놓치고 싶지 않은 명대사,
* 가지를 강조하다 보면 본질이 훼손될 수 있기에, 그래도 지나치기엔 아쉬운 명대사를 소개한다.
담배를 피우면 절대 안 되는 박인환이 자신의 라디오를 줄 테니 담배 한 개비 만 달라고 한다.
"4-5십 년을 담배를 피웠어,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후회하지 않으려고 담배를 피우는 거야"
후회한다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삶에 대한 포기가 연기 속에 흩어지는 명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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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으로 떠나기 전 집을 찾아 2-3년 정도 외국 유학을 떠난다고 하자,
" 너 몇 년 만에 집에 온줄 아니? 일 년 반 만이아,
거짓말 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한 번씩 들르면 돼"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가슴 저리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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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이 장면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 나 보고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안 되겠니? 니가 좀 떠나 줘, 니가 먼저 말 좀 해봐"
" 그 애랑 있는 게 너랑 있는 것보다 훨 편해"
사랑의 배신 앞에 절망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현실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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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픔없는 사랑이 과연 있을까요? 마지막 글이 가슴아프게 와닿네요..
사랑은 시작 하는 날부터 초조함과 번민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속성이 있고요,
평안한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잘봤습니다.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가슴이 미여지네요... 왜! 영원한 행복이 없을까요... 행복뒤엔 항상 아품이 따라 다니네요....
옛 말에서도 행복과 불행은 짝이라 했습니다.
자신을 다스리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잘봤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감사드립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십시요,
ㅎㅎ
다시한번 영화속 장면들이 떠오르네요... 무심히 봤던 영화였는데 지금보니 절절해집니다.
저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무심히 봤던 영화가 다시보면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볼 때의 기분도 영향을 미치나
봅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행복과 불행은 바늘과 실처럼 떼어 낼수 없는 관계 인것을 ~~~
세상 만사의 법칙인 것같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추위가 있으면
더위도 있고 사랑도 그런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예전엔 이렇게 아픈사랑 영화를 봐도 감독의 메세지. 배우들의 연기력...등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는데요
이젠 영화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아 아픈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몹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적절히 요약해 주셔서 감사히잘 읽었습니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글을 쓰는 저도 비슷합니다.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도 나오는데요,
예전엔 그런 감상을 유치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가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결국은 공감이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어서 자신이 너무 싫어지는군요.
행복하게 한다는 절대 기준치는 없습니다.
못사는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높답니다.
상대가 행복해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부단히들 뛰어다니지만 행복은 언제 다 체워질까요...그저 공수래 공수거인것을!...그저 행복앞에 푸념을 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다 빈손으로 가는것을 아둥바둥 하지요,
사랑도 가지고 가지 못하고 놓고 가야 하는데,
댓글 감사드립니다.
극장에서 영화본지가 언제이던가..
극장에서 보셨으면 더 실감이 나셨겠습니다.
소운은 이 카페에서 봤습니다.
혹시하는 마음에서 이카페에서 봤다는 표현을 하지않았습니다.
넘 길다~~~
짧게 감상기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ㅎㅎ
그 놈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나 없앴으면...
지금은 발암물질이라 기피 하지만,
예전에는 야외에서 삼겹살 구어 먹을때 요긴하게 썼습니다.
무식이 용감하단 말도 있지요, ㅎㅎ
감동있게 잘읽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 즐기시기 바랍니다.
아리게 본 영화인데 감상평보고 다시금 기억이 새록 새록 나네요...
영화의 잔상이 마음을 아리게 하는 영화이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조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프네요
잔상이 아프게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ㅜㅜ 본적이없는데한번봐야겠네요 !!!
카페에 있는 영화이니 추천드립니다.
잘봤습니다...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