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두려워요”…외출할 때 ‘호루라기’ 챙기는 여성들
지난 20일 오전 10시쯤 인천 중구 송월동 빌라촌.
이곳에서 만난 30대 여성 A씨는 집 밖을 나설 때 ‘전자 호루라기’를 꼭 챙긴다고 한다.
간간이 뉴스를 통해 이웃 간 범죄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위급 상황에 대비해 안전용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이웃은 왕래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웃이 내게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다”고 털어놨다.
인천 등 전국에서 이웃 간에 발생하는 범죄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여성 등 범죄 취약계층이 불안감을 호소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2년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살인 사건 약 4건 중 1건은 범죄자와 피해자 간 관계가 이웃 또는 지인이었다.
이웃이나 지인이 범죄를 저지른 유형은 살인이 24.1%로 가장 높았고, 아동 성폭력(13.9%)과 방화(12.8%)가 그 뒤를 이었다.
실제 지난 9월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80대 남성이 이웃 주민인 70대 남성과 말다툼한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바 있다.
올 7월에는 중구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던 40대 남성이 이웃 남성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미추홀구 용현동 주민 이모(33·여)씨는 “이웃이 해코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쉽사리 인사도 못 하고 집 앞에서 산책할 때도 호신용품을 들고 다닌다”라며 “다시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웃 간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범죄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폭행 등 강력 범죄는 이웃처럼 교류하는 관계에서 자주 발생한다”라며 “이에 사람들이 불안감에 이웃을 불신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유대가 강화되고 공동체 의식이 회복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출처: “이웃이 두려워요”…외출할 때 ‘호루라기’ 챙기는 여성들 < 인천 < 사회 < 기사본문 -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