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6월 기록으로는 하루 강우량의 기록을 갈아치웠답니다. 비가 참 많이 왔습니다. 잠시만 밖에 서있어도 흠뻑 젖을 정도이고, 바람까지 워낙 세게 불어대니 빗줄기는 사선 그 자체입니다.
목요일 도예쌤이 일이 있다고 금요일로 교육시간을 바꾸자해서 두 녀석은 바로 주간보호센터로 갈 수 밖에 없었는데, 태균이의 볼멘 표정이 볼만합니다. 다행히 외부 댄스스튜디오로 오라하니 조금 풀려서 갔습니다. 제주도 구석구석 길 방향을 저만큼이나 잘도 숙지해가고 있는터라 그 날 그 날 가야할 방향을 손가락으로 잘도 짚어냅니다. 부모가 길눈이 많이 밝으니 정확히 물려받은 듯 합니다.
그렇게 비가 퍼부어댔으니 오늘은 수산한못 걷기를 안 할 줄 알았는데, 하원 후에 어김없이 나섭니다. 집에 들어서면 준이는 바로 휴대폰 들고 자기방행, 태균이는 화장실갔다 바로 걷기행! 태균이가 훨씬 건강하고 바람직한 건 사실입니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선택 역시 유전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감각의 문제 요소와 더불어 감각적 문제에 대처한 부모의 양육환경 요소가 더 많이 작동하는 듯 합니다.
암튼 오늘은 말려보지만 그래도 우산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따라나섭니다. 다행히 오후 5시 넘어서는 비가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마구잡이 퍼부은 장맛비의 흔적은 대단합니다. 수산한못 가는 1차선 도로는 물길로 바뀌었습니다. 저의 사랑을 듬뿍받는 길가의 토끼풀들은 그저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수 밖에... 그 덕에 밖으로 훤히 드러난 네잎클로버들 열댓개 수확!
수산한못 열심히 걷고있는 태균이 바지가 흠쩍 젖은 것보다 도로걷다가 물줄기보고는 물장난 했나봅니다. 아니나다를까 돌아가는 길을 지켜보니 물웅덩이에 질펀하게 앉았다가 일어납니다. 아기 때부터 물만 보면 저지레하고 싶은 욕구는 지금도 남아있는 듯 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한다고 했지만 결국 아직까지 건축허가는 나지도 않았으니 일단 당분간 거주할 곳 점검하러 부지런히 다녀오고... 마치 한달살이 하듯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삶은 유목민 생활처럼 될 모양입니다. 유목민 생활방식이야 딱 제 체질이긴 한데, 이래저래 제주도 1년살이 동안 늘어난 짐들, 생활하면서 필요한 짐들을 잘 정리해둘 공간은 고정해놓아야 합니다.
멋진 가구와 전자제품들, 번지르한 식기와 주방도구들, 아기자기 소품들 등등은 이미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막 입다가 버려도 좋을 옷들, 열심히 신다가 정리해버릴 신발들, 그들을 정리해둘 최소한의 플라스틱 간단가구들이 요즘 저의 생활모습입니다.
무소유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아직 한참 미달이지만, 어떠한 환경에서든 즉각변신 자세는 원래도 잘했지만 더 통달해가고 있습니다. 태균이도 이 점 훌륭하게 따라오며 즐기고 있습니다. 어딜 데려가면 아 이제는 여기서 얼마동안 지내겠구나!하는 통달의 자세! 엄마가 데려가면 어디든 OK사인을 보내는 듯 합니다.
심신이 바쁜만큼 고달픈 나날이기도 하지만, 이 세월들이 잘 지나가면 뭔가 새로운 것이 우리를 즐겁게 하겠지요. 반복되는 세월, 반복되는 공간 속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고 새로움을 발굴해 가는 것은 인생의 큰 재미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첫댓글 장마 끝나면 태균씨 바닷물에 원 없이 안길 수 있겠습니다.
한 달 혹은 두 달 살이 좋은 곳 찾기를 바랍니다.
아빠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