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문화원 개원 30주년/靑石 전성훈
1994년 8월 20일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개원한 도봉문화원이 어느새 30년의 세월을 맞이하였다. 최귀옥 도봉문화원장은 30주년 개원 기념식 초대의 글에서, “ 도봉문화원 30년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계승되어 온 도봉문화의 맥을 잇고, 도봉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윤택하게 하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도봉문화원의 미래 100년은 도봉문화의 미래가치를 탐색하고, 우리 지역문화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를 양성하며 도봉사람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품격있는 도봉문화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도봉구민회관 하모니 홀에서 거행된 이 날 행사는 1부 기념식, 2부 축하음악회로 진행되었다. 기념식에서 유공자 표창이 있었는데 얼떨결에 도봉구의회장 상을 받았다. 보름 전쯤에 도봉문화원 담당부장이, 공로상 후보로 추천되었다면서 결정되면 연락하겠다더니, 기념식 이틀 전에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도봉문화원과 언제부터 인연을 맺었는지 헤아려본다. 도봉구 소식지를 통하여 우연히 알게 된 도봉문화원 ‘역사탐방’ 프로그램, 우리나라 구석구석 지역과 고장을 방문하여 조상의 정신과 흔적을 찾아가는 특별한 문화 프로그램이다. 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2008년 4월이다. 그때 탐방 코스는 전북 익산지역이다. 해설을 담당한 도봉문화원 여성 해설사분과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질문에 성심께 응답을 해주어 좋은 인상을 받아, 다음번 역사탐방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동기가 되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역사탐방은 내 취향에 맞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참가하게 되었다. 몇 년 후인 2013년 12월 도봉문화원 ‘수필 문학’ 강좌를 알게 된 것이 나에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노년의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준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다. 잊을 수 없는 훌륭하신 故 최복현 선생님의 수필 강좌를 들으면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글쓰기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라는 스승님 말씀을 듣고 매주 한 편의 수필을 쓰는 글쓰기 삶이 시작되었다. 기행문을 쓰기 시작한 건 2014년 4월 ‘군산’지역 역사탐방부터이다. 정확히 날짜를 기억하는 까닭은 그날이 바로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 후 어느 시점부터 역사탐방이 인문학기행으로 바뀌었다. 탐방에 참석한 경우에는 꼭 기행문을 작성하여 문화원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하였다. 인문학기행은 한여름인 8월과 겨울철 3개월(12월~2월)을 제외하고 매년 8회 시행하고 있다. 인문학기행은 이름이 알려진 유원지나 명승지가 아닌, 개인적으로 방문하기 쉽지 않은 고장을 찾아가는데 그 매력이 있다. 역사적인 유적지와 유물을 보면서 현지 해설사와 도봉문화원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회나 생각 또는 의문 사항이 생길 때마다 메모지에 기록한다. 기록한 메모와 도봉문화원에서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기행문을 작성한다. 기행문 제목을 정할 때마다 고민하다가 본문을 먼저 쓰고 나중에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인문학기행의 또 다른 기쁨은 지방의 특산물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다. 지나간 10년 동안 기행문을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상을 받는다는 게 조금은 멋쩍고 쑥스럽다.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가운데 달리 생각하니 나이 70이 넘어서 표창을 받는다는 것도 괜찮게 생각된다. 유연한 생각으로 젊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젊은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꼰데‘나 고집불통 ’늙은이‘가 아닌 젊은 노인의 모습에 기분이 좋다. 다시 한번 도봉문화원 개원 30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다 많은 젊은이가 참여하여 꿈을 나누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도봉문화원이 되기를 기원한다. (2024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