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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엔진, 그리고 각기 다른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한 세대의 RnineT
하나의 엔진, 그리고 각기 다른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한 세대의 RnineT, 그 첨단에 서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BMW 헤리티지 영역을 확대시킨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하나, 그리고 하나를 위한 모두, 새로운 알나인티 삼총사다
이번에 추가 된 3대의 알나인티는 엄밀히 말하면 기존의 알나인티와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보다는 아래에 포지셔닝 된 라인업이다. 본디 알나인티 자체가 9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스페셜 모델이었고 새롭게 스핀 오프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퓨어는 베이직한 기본형, 레이서는 프런트 페어링과 캐노피를 갖춘 클래식 레이서 그리고 오프로드 분위기를 더한 어반 G/S가 추가되며 알나인티와 스크램블러까지 총 다섯 대의 헤리티지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탄생의 배경에는 경쟁자의 존재가 크다. 트라이엄프 보네빌이 T120이라는 신형을 발표하며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고 이 신형 보네빌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이 있어 이에 대항하는 것이 알나인티 하나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트라이엄프의 정식 임포터의 부재로 그 치열한 견제를 실감할 수 없지만 유럽 내 가격을 트라이엄프의 대응 모델과 비교해 보면 BMW가 트라이엄프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강력한 엔진은 그대로
어쨌든 이 세대의 바이크에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가절감의 흔적이 곳곳에 발견된다. 알루미늄이 아닌 철재 연료탱크로 바뀌었다. 차대번호도 프레임에 플레이트를 덧대 근사하게 새겼던 알나인티와 달리 프레임 하단에 철판을 덧대 그 위에 타각했다. 서스펜션도 도립식 포크가 아닌 정립식을 사용하며 캘리퍼도 래디얼 타입이 아닌 액시얼 타입을 사용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엔진이다. 주행의 즐거움을 담당하는 공랭 박서엔진의 배기량과 출력 존재감 넘치는 박력 모두 그대로다. 모든 알나인티 시리즈가 정지 상태에서 100km/h를 3초 초반이면 끊고 최고속은 200km/h를 가볍게 넘긴다. 또한 세 모델 모두에 리어 휠의 미끄러짐을 감지해 출력을 제어해주는 트랙션 컨트롤 기능인 ASC가 기본 장착되며 열선 그립도 빠지지 않고 적용되는 것은 BMW 다운 면모다. 알나인티의 최초 모델에는 전자 장비의 간소화를 위해 필수 장비인 ABS 이외에는 다 빠져있었지만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본적인 편의 장비는 다시 추가했다.
스로틀을 열면 숏 스트로크 설정의 실린더가 빠르게 회전하며 박서엔진의 특유의 원투 펀치로 라이더를 자극한다
BMW 모토라드의 알나인티는 자사의 90주년 기념 모델로 출시되어 레트로 클래식 열풍의 포문을 연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단순히 과거의 올드 모델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닌 현대적인 디자인 터치를 가미한 네오 레트로 장르를 개척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알나인티가 클래식신에서 인기를 끌었던 배경 중 하나는 모듈화된 프레임과 필수적인 전자 장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덜어내 커스텀 베이스로 훌륭한 역할을 했었다는 점.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전 세계 커스텀 빌더의 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낸 커스텀 알나인티를 볼 수 있었다. 이는 현행 알나인티 스크램블러, 레이서, 어반 G/S 등을 출시하게 된 배경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PURE ROADSTER
알나인티 퓨어는 현행 알나인티 패밀리 중 가장 간결한 차체 구성을 갖는다. 최초 알나인티가 간결한 로드스터를 표방했음에도 스페셜 모델로 탄생한 배경 덕분에 덜어내지 못한 고성능 파츠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조되었던 46mm 골드 컬러의 도립식 프런트 포크를 떼어내고 일반적인 구성의 43mm 정립식 포크로 대체해 클래식한 인상을 부각시켰다. 멋을 부렸던 두 가닥 머플러 대신 심심하게 생긴 싱글 머플러를 장착했다. ‘머플러는 기본으로 바꾸는 거잖아’ 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콤팩트한 싱글 계기반의 장착이다. 기존 알나인티의 큼직한 듀얼 계기반이 가장 눈에 거슬렸는데 간결한 싱글 계기반으로 프런트 인상이 무척이나 간결해져 클래식한 인상이 배가된다. 연료 탱크는 알루미늄 대신 철재를 사용해 원가 절감을 노렸다. 연료탱크의 매트 그레이 컬러 페인팅은 마음에 든다. 컬러감이 고급스럽고 클래식하게 연출되었다. 전후 17인치 5스포크 알루미늄 캐스트 휠이 적용된다. 캐스트 휠이 주는 스포티한 느낌은 있지만 화려하게 멋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꾸며내 레트로 이미지는 충분한 듯하다.
기존 알나인티와 동일하게 모듈화 프레임으로 싱글 시트로 변경이나 리어 시트 캐노피 장착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더욱이 거의 대부분의 파츠가 호환되어 순정 커스텀 파츠는 물론 시중의 다양한 애프터마켓 커스텀 파츠를 장착할 수 있어 커스텀 베이스로의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라이딩 그 자체의 즐거움
알나인티 퓨어는 로드스터가 표방하는 달리는 것 그 자체의 즐거움에 집중한다. 간결한 차체 구조에서 느껴지는 리니어한 주행감각과 특유의 존재감을 발산하는 공랭 박서 엔진의 필링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기게 한다. 라이딩 포지션은 한결 편안하다. 핸들바가 슬쩍 시트 안쪽으로 향해있어 알나인티와 비교해 상체를 조금 더 여유롭게 세울 수 있어 느긋한 주행이나 스포츠 라이딩 모두 적절하게 라이딩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콤팩트한 싱글 계기반을 채용함으로 인해 시야에 가리는 것이 없는 것도 달리는 즐거움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공랭 박서 엔진의 감각적인 필링은 여전하다. 스로틀을 열면 숏 스트로크 설정의 실린더가 빠르게 회전하며 박서엔진의 특유의 원투 펀치로 라이더를 자극한다. 저 회전부터 묵직하게 토크를 느낄 수 있고 회전을 올려 과격하게 스로틀을 전개해도 끊임없이 토크를 만들어준다. 배기음은 심심한 생김새와는 달리 박력 있다. 엔드 팁에서 짧고 굵게 카랑카랑한 배기음을 만든다. 전후 17인치 타이어에서 느낄 수 있는 스포츠 라이딩의 기본기도 마음에 든다. 하단으로 집중된 무게 중심 덕분에 안정적인 핸들링으로 항상 라이더의 예상을 뛰어넘지 않아 다루기 편하다.
정립식 프런트 포크는 적절한 움직임으로 차체를 잡아주며 불규칙한 노면을 무리 없이 지나가게 만든다. 알나인티의 스포츠 퍼포먼스 도립 포크의 기민하고 풍부한 움직임이 스포티하다고 생각했는데 클래식 바이크에는 오히려 이편이 어울리는 듯하다. ABS와 BMW 트랙션 컨트롤인 ASC는 기본 사양으로 장비된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아니지만 체급에 적절한 설정으로 답력을 이해하기 쉬우며 ABS는 적절하고 완성도 높은 움직임으로 개입의 이질감이 적어 만족스럽다. 테스트 라이드 중에 ASC가 작동할만한 상황이 없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더욱 하드하게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
취향 저격
알나인티 퓨어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클래식 바이크 팬들을 조준한다. 알나인티 패밀리 중에 가장 많은 것을 덜어내며 가장 순수한 클래식 로드스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여백은 오너 라이더가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나만의 바이크를 만들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다. 퓨어를 보고 있자면 어떻게 커스텀을 할까, 이걸 저렇게 바꾸고, 쟤는 떼어내고, 저걸 붙이고···. 이런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클래식 커스텀 팬이라면 즐겨 마다않은 귀찮음이자, 행복한 고민이다.
BMW R NINET PURE
엔진 형식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 2기통 보어×스트로크 101×73mm 배기량 1170cc 압축비 12.0:1 최고 출력 110hp/7750rpm 최대 토크 116Nm/6000rp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 탱크 용량 1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텔레스코픽 정립 (R)모노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17 (R)180/55 17 브레이크 (F)320mm 더블 디스크 (R)265mm 싱글 디스크 전장 2105mm 휠베이스 1493mm 시트 높이 805mm 차량 중량 219kg 판매 가격 1950만 원
어반 G/S는 고전적인 스타일에 더 가깝다.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멋지다. 평범할수록 매력적인 것이 레트로 스타일의 장점 아니겠는가
어반 G/S는 R나인티 시리즈 중 구성이나 스타일에서도 가장 독특한 모델이다. BMW의 GS 시리즈의 뿌리가 되는 R 80 G/S의 이미지를 알나인티 위에 그대로 씌웠다. R 80 G/S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랠리머신이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했던 역사도 이 모델의 좋은 스토리라인이 된다. 그래서 콘셉트 모델 락호스Lac Rose는 R 80 G/S 랠리머신의 이미지를 재현한 것으로 어반 G/S의 디자인의 힌트를 주기도 했다.
BMW는 모델명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 G/S는 독일어로 산과 들을 의미하는 Gelande와 길을 의미하는 Strasse의 머리글자로 온, 오프로드 모두를 달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는 GS 사이의 슬래시가 빠졌지만 과거의 표기 방법인 가운데 슬래시를 넣은 것도 재현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름 앞에 도심을 뜻하는 Urban이 붙었다. 도심 주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G/S라는 뜻이다.
알나인티 시리즈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 안에 현대적인 터치가 많이 가미되어있어 네오클래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어반 G/S는 요즘 스타일로 멋을 부린 느낌이 거의 없고 고전적인 스타일에 더 가깝다. 시트도 전후 좌석이 일자로 이어진 시트 형상이며 순정 미러도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둥근 타입이다. 머플러도 멋을 부리지 않은 정직한 파이프 형태에 방열판을 덧대 마무리했다.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멋지다. 평범할수록 매력적인 것이 레트로 스타일의 장점 아니겠는가.
기본적으로 정립식 포크에 19인치 프런트 휠까지 형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와 거의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스크램블러와 어반 G/S는 알루미늄 캐스트 휠과 GS 어드벤처에 들어가는 크로스 스포크 휠이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국내는 과거를 재현하는 두 모델 전부 크로스 스포크 휠 옵션이 들어간다. 스타일을 제외하고는 핸들 포지션이나 스텝의 위치도 같고 시트 형상에 따라 높이만 조금 달라졌다. 바이크에 앉으면 포지션부터 마음속의 부담을 모두 내려놓게 한다. 다루기 쉽고 편하다.
가을의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와 궁합이 가장 좋다. 엔진에 꿀이라도 바른 듯 매끄럽게 돌아가며 기분 좋게 갸르릉 거리듯 마른 음색의 배기음을 토해낸다
엔진의 파워는 클래식의 범주에 두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하다. 불과 4년 전까지 BMW의 네이키드부터 GS는 물론 투어러까지 담당하던 메인 엔진이니 성능이 부족할 리 없다. 차량의 구성과 무게에 비하면 너무나 강력한 엔진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것을 싹 걷어 낸 심플한 구성이 엔진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다. 다루기 아주 편하지만 스로틀을 열면 어느 구간이든 힘 있게 가속한다.
온로드 주행성능은 무척 기분 좋은 감각이다. 공랭 박서 엔진은 기온과 습도에 따라 엔진의 필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특징인데 가을의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와 궁합이 가장 좋다. 엔진에 꿀이라도 바른 듯 매끄럽게 돌아가며 기분 좋게 갸르릉 거리듯 마른 음색의 배기음을 토해낸다. 반면 날이 습하고 더운 날에는 텁텁한 소리를 내는데 이렇게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공랭 박서의 매력이다. 세팅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알나인티 시리즈 중 가장 경쾌한 사운드를 낸다. 알나인티에 쓰인 순정 아크라포비치보다 볼품은 없어도 소리는 더 좋은 느낌이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운드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주행 시 아드레날린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프로드 테스트
생김새를 봐도 예측할 수 있듯 오프로드 성능은 꽤 괜찮은 편이다. 19인치 프런트 휠은 험로 주파에도 유리하다. 주행 중에도 리어 휠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ASC의 개입을 중단하거나 재개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대응하기가 좋다. ASC를 해제한 상태에서도 리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단계도 알기 쉽고 대처하고 제어하기도 쉽다. 다만 지상고가 낮은 것은 조금 아쉽다. 지상고를 조금만 높여도 이름에 URBAN은 떼어버려도 좋을 만큼 기본기는 탄탄하다. 일단 발도 잘 닿고 듀얼퍼퍼스들에 비하면 비교적 가볍기 때문에 흙길을 달리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다. 서스펜션 세팅은 기본 값이 의외로 괜찮았다. 다양한 상황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댐핑이다. 온로드에서도 나쁘지 않았고 오프로드에서 리어가 살짝 튀는 느낌이 있었지만 밸런스를 생각하면 이해되는 수준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조절 기능이 포함된 서스펜션을 장착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좀 더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을 달고 좀 더 오프로드 성능이 가미된 버전을 출시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URBAN 떼고 G/S만 말이다.
모든 알나인티 시리즈 중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잘 맞는 모델이었다. 공격적인 스타일, 강력한 주행성능,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하는 특유의 놀이 감각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콤팩트한 알나인티 시리즈 중에 그나마 크기가 가장 커 보인다는 점도 덩치가 큰 라이더에겐 큰 장점이 된다.(웃음) 도시생활 속 이동 수단에서부터 주말 투어와 오프로드 어드벤처 투어까지 다방면을 부담 없이 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지녔다.
BMW R NINET URBAN G/S
엔진 형식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 2기통 보어×스트로크 101×73mm 배기량 1170cc 압축비 12.0:1 최고 출력 110hp/7750rpm 최대 토크 116Nm/6000rp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 탱크 용량 1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텔레스코픽 정립 (R)모노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19 (R)170/60 17 브레이크 (F)320mm 더블 디스크 (R)265mm 싱글 디스크 전장 2175mm 휠베이스 1527mm 시트 높이 850mm 차량 중량 221kg 판매 가격 2090만 원
제대로 하중이동을 해가면서 열심히 탈수록 점점 빨라지고 성취감이 생기는 아주 진지한 스포츠 바이크다
알나인티라는 모델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은 롤랜드 샌즈 커스텀이 선보인 콘셉트 90였다. 알나인티 레이서는 이 콘셉트로부터 발전된 스타일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클래식하지도 혹은 너무 모던하지도 않은 절묘한 밸런스가 돋보이는 디자인이 좋다. 프레임에 고정 된 큼직한 프런트 페어링과 그 뒤에 숨기 위해 적극적으로 몸을 웅크리는 포지션 그리고 BMW 모터스포츠를 상징하는 컬러의 조합까지 카페레이서가 아니라 그 옛날 그랑프리에서 달리던 진짜 레이서의 느낌을 연출한다. 다만 생김새만 보면 참 예쁜 바이크인데 알나인티가 가진 패션성과는 거리가 있다. 바이크 자체는 너무 예쁜데 막상 위에 라이더가 오르면 어울리는 스타일이 한정적인 느낌이다.
외형적으로는 레이서에 기대하는 모든 커스텀이 이미 다 완성되어 있다. 시트는 싱글 시트에 탠덤 좌석은 캐노피가 달려있고 탠덤 스텝은 아예 삭제되었으니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계획이 있다면 다른 모델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포지션
시트에 앉으면 레이서라는 이름답게 슈퍼바이크에 지지 않는 타이트한 자세를 연출한다. 스텝은 위쪽과 뒤쪽으로 바싹 당겨졌고 핸들은 낮고 멀어 제법 아크로바틱한 포지션이다. 많은 사람들이 레이서의 예쁨에 반했다가 포지션 때문에 포기한다고 할 정도로 문턱이 높은 포지션이다. 이 포지션이 주는 주행 스타일의 변화는 무척 크다. 일단 다른 모델을 탈 때보다 스로틀을 더 열게 된다. 이 포지션으로 천천히 달리면 고문이 따로 없고 적당한 속도를 붙여서 가슴으로 바람을 품듯이 달려야 오히려 피로가 덜 쌓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봤자 한 시간 이상 주행 시에는 누적되는 피로도가 크다. 실제로 이번의 테스트 동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때 기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미루게 되는 모델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여러 가지 알나인티 시리즈를 타보았지만 처음으로 바이크의 가속이 약간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포지션으로 타는 바이크에 기대하는 가속성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해는 하지 마라. 비교 대상이 슈퍼바이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말이지 절대적으로 보면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다.
처음 알나인티를 접했을 때 클래식한 스타일에 비해 지나치다고 느껴질 만큼 스포티한 주행성능에 놀랐었는데 지금의 레이서에 비하면 한없이 느긋한 로드스터였음을 깨달았다. 제대로 하중이동을 해가면서 열심히 탈수록 점점 빨라지고 성취감이 생기는 아주 진지한 스포츠 바이크다. 일단 주행성능에서 커스텀 바이크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압도적인 완성도가 있다. 기본적인 핸들링은 대부분의 BMW 바이크들이 그렇듯 중립적이고 안정적이다. 여기에 프런트 쪽에 무게가 늘어나면서 코너링의 안정감이 더 좋아졌다. 전후 서스펜션은 의외로 유연하게 작동하는데 성급하게 움직이지는 않아 이해하기 편하다. 핸들바 포지션에 비해 좌우 조향각도 커서 좁은 길 유턴도 가뿐하다. 전반적으로 포지션에만 익숙해지면 아주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바이크다.
처음에는 예상보다 높은 문턱이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달리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다. 같은 엔진이지만 포지션만으로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도 이 시리즈들의 재미 포인트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차량이 안정된다. 페어링의 역할도 크고 무게 배분의 영향도 크다.
처음부터 의아했던 것은 순정 타이어가 메첼러 Z8 인터렉트로 스포츠 투어링 클래스란 점이다. 물론 도로에서 경쾌하게 달리기에 필요 충분한 그립은 내어주지만 레이서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좀 더 하이그립을 끼웠다면 한 차원 높은 재미를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 하이그립을 끼우고 더 몰아붙인다면 서스펜션부터 한계가 올 것이 예상되긴 한다. 프런트가 정립식에 조절식이 아닌 것을 봐도 어디까지나 레이서의 분위기지 이것으로 진짜 레이스를 하라고 태어난 것은 아님을 이해하라는 의미일까?
스포츠 주행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공랭 박서엔진은 회전 질량이 크고 슬리퍼 클러치가 없기 때문에 보통의 스포츠 바이크를 타듯 과격한 시프트다운을 하게 되면 리어 휠이 따라오지 못하고 통통 튀기 때문에 회전수 매칭은 필수고 클러치로 달래주듯 컨트롤해야 한다. 이건 모든 알나인티에겐 공통사항이지만 자꾸만 고 회전 영역을 쓰면서 빠르게 달리기를 부추기는 레이서이기에 더 크게 느껴졌던 점이다.
처음에는 예상보다 높은 문턱이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달리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다. 같은 엔진이지만 포지션만으로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도 이 시리즈들의 재미 포인트다. 그리고 편안함과 듬직함에 가려져 있던 박서 엔진의 활기찬 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일상 속의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써의 바이크로는 적합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바이크를 편하게만 타려는 사람보다는 타는 맛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딱 맞는 바이크다. 또한 주말 투어는 물론 트랙데이에도 참가해 볼 만한 바이크였다.
BMW R NINET RACER
엔진 형식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 2기통 보어×스트로크 101×73mm 배기량 1170cc 압축비 12.0:1 최고 출력 110hp/7750rpm 최대 토크 116Nm/6000rp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 탱크 용량 1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텔레스코픽 정립 (R)모노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 17 (R)180/55 17 브레이크 (F)320mm 더블 디스크 (R)265mm 싱글 디스크 전장 2105mm 휠베이스 1491mm 시트 높이 805mm 차량 중량 220kg 판매 가격 2070만 원
BMW R nineT
PURE, URBAN G/S, RA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