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선대[騰仙臺] 1002m 남설악 강원 양양
산줄기 : 백두대간
들머리 : 서면 오색리 오색약수 주전골
위 치 강원 양양군
높 이 1002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양양 연어축제 & 남설악 등선대
양양은 설악의 고장이자 송이와 연어의 고장이다.
설악산 단풍과 더불어 송이축제가 시작되며, 10월 말에 이르면 연어가 양양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시기다.
이곳 남대천으로는 한반도로 회귀하는 연어의 70%가 몰려온다고 한다.
남대천 하구의 연어연구센터에서 이미 15년쯤 전부터 연어 치어의 방류와 재포힉-수정-방류 작업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천 마리 연어를 잡아두었다가 이것으로 연어 맨손잡기 축제를 열 수있는 고장은 이곳 양양뿐이다.
자그마한 붕어나 송어가 아니라 길이가 60~80cm나 되는 큰 연어를 물 속에서 자기 손으로 직접 잡아보는 원시 체험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마침 작년 9월 20여 년만에 남설악의 비경인 등선대 코스가 개방됐다.
이 등선대 산행을 곁들여 연어축제장을 찾아가 보자.
양양 연어축제
수백 마리 연어떼 풀어둔 그물 안에서 맨손잡기 체험..노약자도 커다란 연어 들고 기념사진 촬영 가능
"우와!"
둑에 올라선 사람들이 갑자기 환성을 지른다. 물고기를 축제장 안으로 몰아넣기 위해 진행요원이 들어서자, 둑 아래 남대천 강가쪽 그물 안에 가두어둔 2,000여 마리의 시커멓고 커다란 연어들이 갑자기 요란스레 퍼덕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어는 100마리씩 가로 세로 각각 20m쯤 되는 사각형 그물 안에 풀어졌고, 징소리를 시작으로 와아 하며 참가자들은 뛰어들었다. '1인당 1마리씩 잡으면 와야 한다. 과격하면 다치니 주의하라'는 등의 안내방송이 이어졌지만 흥분과 함성에 가려 잘 들릴 리가 없다.
연어는 힘이 셌다. 작게는 50cm, 크게는 80cm나 되는 연어는 얕은 물속에서도 매우 재빨랐고, 때문이 다 잡았다고 생각하고 팔을 뻗는 순간 놓치곤 했다. 몸부림칠 때의 힘이 얼청나서 자칫 잘못 잡으면 종아리나 팔뚝의 살점이 패여 나가기도 한다.
동작을 멈춘 연어를 움키려 동시에 고개를 숙이다가 그만 아이쿠, 박치기를 하며 물속에 주저앉는 사람들-. 하지만, 아픔도 잠시뿐. 제한시간이 40분이라 바쁘다.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퍼덕이는 커다란 연어를 잡아올린 사람은 어금니까지 드러내며 즐거워한다. 크기가 크니까 잡는 재미도 남다른 모양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연어 등지느러미 한두 번 만져본 것으로 그만 제한시간을 다 넘긴 몇몇 사람이 울상을 짓자 진행요원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가 연어를 잡아 넘겨주었다.
10월의설악산은 단풍과 더불어 양양 연어축제로 들뜬다. 연어를 맨손으로 잡아보기 위해, 혹은 맨손으로 연어 잡는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양양으로 몰려든다.
올해 연어를 직접 잡아보는 즐거움을 맛보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대개 9월 초부터 1인당 20,000원에 맨손잡기 참가 신청을 받는데, 올해도 신청 첫날인 9월1일 오전에 정원 1,400명이 모두 차버렸다. 하지만 남이 잡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괜찮아서 연일 많은 구경꾼들이 남대천 강둑에 모여든다.
연어 맨손잡기는 10월22일 토요일은 11, 14, 16시에, 23일 일요일은 10, 11, 14, 16시에 열린다. 이 때를 맞추어 남대천 하류 양양교 동쪽 옆 강둑으로 가면 된다. 교량 북쪽 강변에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므로 여기에 주차 후 걸어가도록 한다. 연어잡기 행사와 더불어 송어 맨손잡기도 열리는데, 비록 고기가 작기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행사다(토 11, 13, 15시, 일 10, 13, 15시).
비록 미신청자라 하더라도 연어나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보는 체험을 하는 기회가 한번은 주어진다. 일요일 마지막 행사가 끝난 뒤 남은 고기를 모두 풀어넣고 누구든 원하면 잡게 해주는 것이다. 연어 맨손잡기 축제의 피날레는 사실 이 행사다. 대개 남는 고기가 200~300마리쯤 되니 한번 해볼 맛이 나거니와 400~500명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진정한 축제의 모습을 띤다.
맨손으로 잡은 고기는 물론 자기가 가져가면 된다. 주최측이 15,000원선에 담아갈 용기를 팔기도 한다. 주최측은 잡은 연어의 탁본을 무료로 떠주기도 하는데, 인기가 좋다. 체험 미참가자라 하더라도, 마지막 자유롭게 연어를 잡게 하는 행사에조차 참여하지 못한 노약자라도 커다란 연어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연어와 함께 사진찍기' 코너가 행사장인 남대천 둔치에서 운영된다.
관람장이기도 한 남대천 둔치에서는 주최측의 연어요리 시식코너가 열린다. 2일간 하루 종일 계속 연어 고기를 구워 관광객들이 한 점씩 맛볼 수 있게 한다. 생활개선회, 가평부녀회 등에서 운영하느 연어요리 전문음식점도 이곳 행사장에서 운영된다. 그외 훈제 연어를 비롯해 각종 연어 가공식품과 이곳 남대천 특유의 재첩국도 사먹을 수 있는 음식코너가 줄지어 늘어선다.
연어 맨손잡기와 송어 맨손잡기 외에 이틀간 여러가지 부대행사들이 열린다. 인형극, 사물놀이 등 문화행사와 페이스페인팅, 송천떡 떡메치기, 알공예, 허브비누, 향 만들기 등의 상설행사로 연어 맨손잡기 놀이 막간의 시간을 재미나게 보낼 수 있다.
양양읍 서쪽 5km 지점의 송천 마을은 양양군 지정 재래식민속 떡마을로서, 이 마을 부녀회가 둔치에 나와 관광객들 상대로 떡메치기 체험을 해보게 한다. 쑥떡의 경우 5,6월에 인근 야산에서 1년간 쓸 만큼 미리 쑥을 뜯어 놓았다가 쓴다고 한다(전화 033-673-8977, 8989).
전통민예품 전시코너도 고개를 들이밀 만하다. 강원도 산골에서 옛저에 쓰던 지게, 삼내기, 짚신 등을 만드는 과정을 서림학구 단위노인회의 할아버지들이 나와 시연해 보여준다.
연어는 왜, 그리고 어떻게 그 먼 바다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면 남대천 하류 오산리의 연어연구센터를 찾아가도록 한다. 축제기간 중 셔틀버스가 하루 2회(11, 14시) 행사장에서 연어연구센터까지 운행된다. 이곳에 가면 연어에 대해 박식한 연어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견학할 수 있다. 남대천 둔치 행사장에 연어표본을 담은 병, 연어사진, 연어회유도, 연어수족관 등을 비치해 두기도 한다.
*양양 연어연구센터
수천 마리 연어 재포획 모습 구경할 수 있어
남대천에서 연어의 인공 방류는 1984년 양양 내수면연구소(현 연어연구센터)가 들어서며 활기를 띠었다. 연구소가 꾸준히 방류한 치어들이 90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회귀를 시작, 96년의 경우 남대천 35,000, 바다 11만 마리 등 총 15만 가까이 회귀했다. 연어연구센터는 이들 연어를 강 하구에 길게 가로막아쳐둔 재포망으로 잡아 알을 빼고 인공수정을 하여 치어를 부화시킨 다음 다시 방류하는 작업을 반복해오고 있다.
연어는 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 사이에 제1군이 몰려오고, 10월 하순부터 11월 초순 사이에 제2군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이때 가장 많은 연어떼가 잡힌다고 한다. 하루에 적게는 수백 마리에서 1,000마리 넘게 포획되며 이런 날은 직원들이 밤 늦게까지 채란작업을 한다.
채란작업은 대개 아침 10시경 시작된다. 우선 예닐곱 명 직원이 가슴까지 오는 방수복을 입고 반대편 끝까지 갔다가 나란히 서서 걸으며 연어를 몰아와서는 작은 그물로 한마리씩 잡아올린다.
연어 치어는 길이 약 7cm로서, 방류하면 50일쯤 모천인 남대천에서 머문다. 고향의 수온이며 냄새 등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연어는 일본열도를 지나 북태평양 북단인 베링해까지 약 4만km에 이르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듯 대해에서 지내는 동안 체중 3~6kg의 성어가 되어 3~4년만에 다시 모천으로 돌아온다. 연어도 수컷이 힘이 세기 때문인지 수컷의 수가 단연 많다고 한다.
암수의 구분은 연어를 처음 본 사람도 가능할 정도다. 수컷은 아가미가 길고 강인하게 생겼으며,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기 위한 무기인 이빨이 크다. 암컷은 배 부위에 붉은 구름 모양의 반점이 특히 선명하데, 이는 이른바 혼인색이라 하여 알 주위로 영양분이 집결되면서 생기는 무늬라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고향을 찾은 연어들은 강어귀 앞바다에서 20일쯤 떠돌며 적응한 뒤 비로소 강으로 거슬러 오른다. 이때 몸이 변화한다. 육질의 색이 주홍색에서 거의 흰색으로 변화하며 혼인색도 생긴다.
고향으로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 아무 여한이 없다는 뜻일까. 연어들은 암수 불문하고 산란, 수정 후 며칠만에 죽고 만다. 이 산란, 수정 작업을 연어연구센터에서 인공으로 하여 치어 생존율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연어 고기는 양양 앞바다 정치망으로 잡은 바다 연어가 한결 비싸다. 뱃속에 알이 들었고 횟감으로도 쓸 수 있는 한편 맛도 좋기 때문이다. 연어축제에서 쓰는 연어는 이렇게 정치망으로 잡아둔 것이다.
나ㅏㅁ대천 연어떼를 볼 수 있는 기간은 매년 10월 중순경 재포망 설치가 끝난 뒤부터걷는 때인 11월 말까지의 약 50일간. 이때는 누구든 가서 구경할 수 있다. 양양 내수면연구소 전화 033-672-4180, 연어축제 담당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723~4.
*숙박
양양읍내에 여러 숙박업소가 있지만, 동해로 갔으니 기왕이면 바닷가의 좋은 업소를 찾도록 한다. 남애항 북쪽의 광진리, 인구리, 동산리에 조망 좋은 업소들이 여럿 있다. 오색~양양 16km, 양양~광진리 약 23km 거리다.
광진리 광진모텔 3층 이상의 ㅂ1ㅏ닷가쪽 방안에서 바닷가의 아름다운 갯바위지대가 내려다뵌다. 5층엔 방 2개로 된 특실이 있는데, 한쪽 방은 온돌, 다른쪽 방은 침대로 두 방 모두 바다에 연해 있으며 갯바위지대가 내려다뵈는 통유리창 옆에는 의자와 탁자가 구비돼 있는 등 최상급의 숙소라 할 만하다. 70,000원. 작은 방은 50,000원. 전화 033-671-0055. 모텔 6층의 카페 '하늘과 바다 사이'(671-0056) 카페도 꼭 들러본다.
인구리 광나루휴게모텔 객실에서 백사장과 개울이 보인다. 특실은 통나무와 황토로 한옥식으로 멋지게 내장을 했고 냄새도 좋다. 통유리창이어서 조망도 훌륭한 편이다. 주말 70,000원, 평일 40,000원. 바다가 뵈는 둔덕 위 마당의 테이블도 매력적. 1층 식당의 해물수두부가 괜찮은 편. 전화 033-671-7872.
인구리 파스텔 이태 전 개장한 콘도식 모텔. 2층 방에서 릴 낚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바다가 가깝다. 방은 목재로 바닥을 처리해 촉감이 좋으며, 작은 배란다가 방마다 붙어 있다. 주말 50,000~60,000원. 전화 033-671-2882.
동산리 조단 해외여행을 많이 해본 교사 부부가 운영하는 진정한 펜션. 흑갈색 목재로 유럽풍 분위기를 냈다. 방 앞에 자그마한 테라스가 있으며, 여기에 의자를 두어 바다 조망을 편히 할 수 있게 했다. 011-723-8956.
*맛집
천선식당 뚜거리탕 양양교 남쪽에 있는 연어요리 전문점. 뚜거리(꾹저구)라는 남대천에서 잡은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양양 현지민 단골도 많은 업소다. 033-672-5566.
오산횟집 섭국 섭이란 간단히 말해 자연산 홍합으로, 양식 홍합보다 껍질이 두껍고 육질이 쫄깃거리는 등 맛이 월등하다. 이 섭으로 끓인 오산횟집 섭국은 요즈음 전국의 미식가들 사이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오래지 않아 자연산 섭이 동나기 전에한번 맛볼 일이다. 섭죽보다는 섭국이 한결 먹기가 나았다. 손양면 동호리 해변에 있다. 033-672-4168.
남애항 회센타 10개 횟집이 나란히 서 있으며, 그중 자기 배를 가지고 있어 자연산 횟감도 종종 쓰는 집(왕건횟집 033-671-5035)도 있다. 10월에는 불도다리와 쥐치회, 가자미회가 좋다고 한다. 회 없이 매운탕만도 낸다(2인분 20,000원). 여러 명이 일행인 손님들에겐 바다 드라이브도 시켜준다.
입암리 메밀국수집 남애항에서 남쪽으로 2km 가서 우회전, 입암리로 들어가면 있는, 맛이 괜찮다고 알려진 집이다. 033-671-7447.
# 남설악 등선대
위로 날아가 들여다보는 듯한 황홀경의 기암릉
흘림골매표소~여심폭~등선대~12폭~용소폭~오색약수
등선대로 오르는 흘림골 계곡을 걷는 발걸음은 비록 급한 오르막이지만 가볍다. 지도로 보아 짤막하고 단순한 길이기 때문이다. 도상거리로는 1km, 실거리는 아무리 길게 보아도 1.5km에 불과하다. 그리 오래지 않아 절경을 본다는 기대감으로 매표소 앞을 지났다.
국도변에 급비탈 좁은 곳에 옹색하게 세워진 매표소 주변의 분위기로만 보아서는 그 안에 무슨 볼거리나 있겠나 싶지만, 등선대에 올라 경치를 본 이들은 100% 천하절경임을 반복해 강조했다. 아직 단풍이 들려면 멀었는데도 산행객을 실은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컨대 다풍과 무관하게 이곳 등선대 풍치는 사철 두고 남다름이 분명하다.
매표소 안으로 들어 잠시 들어서자 순식간에 원시 풍광으로 변한다. 오래도록 풍상을 겪으며 속이 썩어들어 거의 껍질만 남은 고령의 주목들이 여기저기 패찰을 달고 섰으며, 나이테를 보니 300~400년은 묵었음직한 거대한 전나무가 쓰러져 푸른 이끼로 뒤덮여가고 있다. 계곡은 작지만 품어 안은 것은 풍부하다.
흘림골~등선대~주전골로 이어지는 등선대 코스는 20년쯤 전 주목 도벌사건 이후 통제를 시작했다가 작년 9월20일에 처음 개방했다. 개방 직후부터 이 탐승로는 경관의 뛰어남과 산행로의 아기자기한 재미, 한나절로 끝낼 수 있는 적절한 거리 등의 덕분으로 오색을 오랜만에 달뜨게 했다. 주민들은 "작년 가을에만 수만 명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오색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다"고 말한다.
설악에서도 최상급의 경관 선사
등선대 코스는 실은 오색 주민들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개방한 코스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오색 주민들은 오색약수 분출량이 거의 정지되는 한편 금강산으로 관심들이 쏠리며 관광객 숫자가 크게 즐어들자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생계보장 차원에서 등선대 코스를 개방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오색 주민들이 이렇게, 분명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을 만큼 이곳 등선대 풍치는 특상급이다.
계곡을 가로질러 작은 다리가 놓였다. 1년 새 산비탈의 어떤 곳은 깍이고 허물어져 내렸다. 설악산 관리사무소가 돌계단을 만드는 등 애를 쓴 흔적은 보이지만, 올해 단풍 인파가 한번 더 지나고 나서는 아무래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 같다.
다리로 다시 왼쪽 사면으로 건너서는 급비탈을 오르면 오른쪽 협곡 저 안 깊숙한 곳에 한 줄기 가는 물줄기가 벽을 건드리고 있는 여심폭포가 뵌다. 한자 표기가 '女心'이 아닌 '女深'인, 은근히 외설적인 이름이다. 몰려온 단체 산행객들 중 리더격인 남자들은 어김없이 한마디씩 야한 농담을 꺼내든다.
설악산쪽의 폭포들은 불쑥 밖으로 드러낸 듯한 것이 많은 반면 이곳 점봉산 것들은 대개 깊이 팬 곳에 숨은 듯 자리 잡았다. "설악산이 남성 산, 이곳 점봉산은 여성 산이기 때문" 이라고 길 안내를 자청한 전 남설악구조대장 이재영씨(48)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흘림골이란 여심에서 흘러내린 계곡이란 뜻이라는데, 아무튼 이곳 여심폭포에서 물줄기가 끊어지므로 수통에 물을 담아야 한다.
여심폭포 앞에 있는 아름도 넘는 흰 줄기의 나무는 희귀목인 엄나무다. 개두릅이라 부르는 엄나무 순을 따기 위해 이렇게 큰 엄나무도 사정없이 베어 넘어뜨렸던 예가 많다. 이곳은 많은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들며 감시자 역할을 할 것이니 이 엄나무는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다.
요란스런 여심폭포 앞을 떠난 등선대로 향했다. 물줄기는 끊어졌고 비탈도 심해진다 싶더니 평평한 안부 위다. 여기서 왼쪽 위의 등선대까지 올랐다가 되내려와 남쪽 12폭포로 하산하는 것이 거의 정석으로 굳어졌다. 거꾸로 산행해서 안될 것 없지만 다리 힘이 갑절로 들 것이다.
작은 공터를 이룬 안부에 올랐다. '여심폭포 0.3km, 등선폭 0.4km, 등선대 0.4km' 팻말이 서있는 삼거리다. 등선대쪽으로 사람들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다. 그들을 따라갔다. 등선대 벽과 그 앞에 문설주처럼 선 기암 사이로 백두대간 주능선쪽 풍경이 들어앉는다. 길이 좁아서 툭하면 윗사람이 내려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등선대 기슭으로 다가서자 가파른 바위벽에 밧줄이 매어져 있다. 잡고 오르려는 이와 내려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다리를 놓던지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단풍철엔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 같다.
바위를 오르는 일에 서툰 사람은 등선대 정수리로 올라서기도 또한 쉽지 않다. 때문에 아낙들은 태반이 포기하고는 되돌아서고 만다. 만약 등선대에 올라서 보았다면 안간힘을 써서라도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며 가슴을 끌어안게 될 것이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가 중청 지나 희운각쪽으로 내려가다가 소청봉에 서면 저 아래로 펼쳐진 공룡릉과 용아릉 기암봉들에 혼이 앗기고 만다. 이곳 등선대는 그들 용아릉이나 공룡릉의 기암봉 무리를 새가 되어 바로 위에 다가가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화대 암릉을 해본 바위꾼 이외는, 아마도 설악에서 이런 기막힌 조망점을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치솟고 패이고 휘거나 겹친 그 기이한 암봉들의 면면이며 숫자를 어떻게 헤아려 전할 수 있을까. 이곳의 풍광이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금강산 천선대 풍경도 이곳 남설악 점봉산 등선대에는 댈 것이 못된다는 이재영씨의 자랑이다.
금강산 천선대도 저리 가라
금강산 천선대 주변은 날카로운 침봉들이 수백 개 총총히 몰려서 있는 기관이 자랑인데, 너무 침봉들뿐이라 좀 단조롭다. 그에 반해 이곳 등선대에서는 대청봉이며 점봉산의 부드러운 육산 능선과 우뚝한 기암봉들이 황금분할로 어울렸다. 게다가 오늘은 뭉게구름까지도 양념으로 곁들여져 오래도록 등선대 정상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여기서 보니 귀청봉은 정말 무슨 짐승 귀처럼 뾰족하게 솟았다. 대청봉에서 귀청봉에 이르기까지 설악산 서북릉이 전혀 다른 산인 듯 새삼스럽다. 구름이 지나며 서늘한 그늘이 서북릉 산록에 드리워지곤 한다.
등선대 위엔 많아야 20명 이상 머물기 어렵다. 때문에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니, 눈치가 뵈서라도 오래 머물지 못하겠다. 사방이 빙 둘러오금이 저리는 절벽이고 사람들은 떠밀듯 올라온다.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난간을 설치해야 할 것 같다. "이 경치에 반해서 벌써 세번째 다녀간다는 사람도 보았다"고 등선대식당을 운영하는 이재영씨는 말한다.
안부로 되내려가자 막 올라온 사람들, 간식 먹고 물 마시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얼른 북쪽 계곡을 향해 내려갔다. 오름길보다 더한 급경사 돌길이어서, 그리고 왼쪽 저편에서 안개를 둘렀다가 훌쩍 걷어올리며 나타나곤 하는 침봉들을 흘깃거리노라 더더욱 발길이 조심스럽다.
이곳에서 뵈는 기암봉들은 밑둥과 몸통, 머리통까지의 굵기가 별 차이가 없어, 거대한 신전 기둥 같다. 저기 내,외설악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곳 남설악만의 기관이다. 정수리로 몇 마리 까마귀가 날아오르고 잿빛 안개로 밑둥을 가린 침봉들은 짐짓 신화적 분위기마저 띤다.
무명폭포 옆을 지나 길은 슬며시 다시 능선 자락 위로 치닫는다. 거기 능선 위에서 사람들이 한결같이 뒤를 돌아본다. 등선대와 그 일대의 침봉군들이 안개의 장막을 벗고 일제히 드러났다. 여기저기서 불끈 치솟은 침봉들은 장관이기도 하거니와, 그 사이의 공간에서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
주전골은 단풍빛도 으뜸
고갯마루에서 계단길을 내려오자 이내 주전골 12폭포다. 과거엔 이곳 12폭포까지만 왔다가 되돌아 내려가야 했는데, 이제는 길이 통한 것이다. 긴 암반을 희뿌옇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와폭인 12폭포 바로 옆을 따라 내려가면 널찍한 웅덩이 같은 암반 가운데에 옥색 물이 고인 옥녀탕이다. 몇번 보는 풍경이지만, 아름답다. 주변 산록에 단풍이 물들면 물론 기막힌 절경이 된다.
'용소폭 삼거리' 팻말이 선 곳에 다다라 왼쪽 샛길로 내려가자 주전골 본류의 널찍한 풍광이 기다린다. 삼거리에서 멋모르고 곧장 오색으로 내려가면 이 풍경을 못 본다. 계곡가로 내려서서 왼쪽 위로 낸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용소폭포가 바라뵌다. 실족사고가 하도 나서 밧줄을 쳐두고 출입금지 팻말을 붙여두긴 했지만, 사람들은 서슴없이 밧줄을 넘어 용소폭포가 잘 뵈는 암반으로 나선다. 그렇게 밧줄을 넘어가서라도 볼 만한 전형적인 폭포와 푸른 소가 잘 어울린 풍경이다.
용소폭을 보고나서는 바로 위의 한계령 도로변 매표소로 빠져나가도 되지만 용소폭 삼거리에서 오색약수까지 이어지는 계곡 풍경을 버리기가 아깝다. 그러므로 다시 발길을 되돌리도록 한다. 이 계곡 이름이 왜 주전골인지 이재영씨가 설명해준다.
"여기가 왜 주전골이냐 하면 말이죠, 진짜로 저기 골짜기 안에서 동전을 찍어냈거든요. 제가 들은 얘긴데,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예요. 누구네라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친구 할아버지 되는 사람이 저 안쪽 골짜기에 요새로 치면 위조 동전을 몰래 만들어 내오곤 했다고 합니다."
주전골 내려가는 도중에 제2약수가 있는데, 저 아래 제1약수는 거의 물이 나오지 않으므로 이곳 제2약수 물맛이라도 보고 간다. 하지만 이미 이곳 제2약수도 예전의 오색약수 명성에 값하기엔 분출량이나 물맛이나 너무 미약하다.
계곡길은 제법 길고 양쪽 풍경이 역시 명불허전, 남달리 뛰어나 걷는 맛이 좋았다. 가다가 침봉 무리를 되돌아보거나 혹은 다리에서 골짜기의 크고 작은 바윗덩이들과 쓸려 내려오다가 걸린 나무둥치와 계곡가의 푸른 이끼, 짙은 숲이 어울린 정갈한 풍경들을 들여다보노라 걸음은 느려졌으나, 산행 만족도는 100점 만점이었다.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오면 어떨까. 낮에는 사람에 치일 것이니 새벽 일찍 움직이라고 이재영씨는 조언했다. 그 시간대가 실은 경치도 가장 멋질 때라고 한다. 올해 단풍 절정기는 아마도 10월10일 전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을 산불예방기간은 11월15일부터이므로 10월22,23일 연어축제 때는 산행에 문제가 없다.
*교통
서울~오색=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28회(06:00~18:20) 운행하는 양양행 직행버스 중 10회(06:30, 08:30, 09:20, 10:00, 11:30, 13:45, 14:00, 16:00, 18:05)가 오색에 정차. 4시간 소요. 요금 15,700원.
자가용 차량의 경우, 내린천변의 31번 국도로 하여 한계령 턱밑으로 찔러 들어가는 지방도로인 필례약수 길로 간다. 남설악으로 접근하는 길로는 게릴라식 루트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한적하며 빠르다. 구룡령 길도 한계령길이나 동해안 도로에 비하면 한적한 편이다.
흘림골매표소에서 한게령쪽으로 100m쯤 더 올라가면 도로변에 승용차 10여 대를 댈 만한 공터가 있다. 이곳에 주차, 산행을 마친 뒤 오색으로 내려간 다음에는 주민 차량을 이용해 올라온다. 오색주차장에 연락하면 편도 5명 태워주고 15,000원 받는다. 본인 차량으로 이동을 원하면 10,000원. 전화 033-672-5525.
*숙박
오색에는 원조급 다섯 여관이 있다. 그린야드호텔 바로 아래서부터 용천장, 설악장, 현대장, 오색장, 약수장의 순서로 5개 장급 여관들이 유럽풍 분위기를 풍기며 늘어서 있다. 객실에도 모두 온천수를 공급한다.
용천장은 층 방이 좀 큰 편이며, 욕조가 큰 것이 자랑. 단풍철로 60,000원을 받는다. 그린야드 온천탕 이용히 20% 할인권 제공. 033-672-3791.
설악장은 5개 여관 중 유일하게 대중탕을 운영하는 곳으로, 투숙객은 무료다. 큰방은 주말 10만원, 평일 70,000원. 033-672-2645.
현대장은 큰 방의 경우 간단한 싱크대 시설을 들여놓았다. 2층 양옆의 큰 방이 조망도 좋다. 주말 10만원, 주중 5만원. 033-672-4088.
오색장은 2층에 싱크대를 들인 큰 방이 여러 개 있다. 단풍시즌 내내 70,000~80,000원. 033-672-3635.
약수온천모텔은 전면 통유리로 조망이 시원한 것이 자랑. 단풍철엔 6만~10만원. 033-672-3156.
그린야드호텔은 오색약수와 같은 수질의 물을 받아둔 약수탕을 비롯해 여러 시설을 갖춘 온천사우나탕을 운영하고 있다. 개장시간 06:30~20:00. 입욕료 6,000원. 033-672-8500.
양양펜션은 오색에서 흘러내린 오색천이 후천과 합류하는 지점인 송천리 개울가에 자리잡았다. 2층의 큰 방이 권할 만하며, 주말 10만원, 주중 9만원이다.
오색 산채비빔밥 오색약수터를 지나 흐르는 조전골 계류 바로 옆을 따라 등선대식당(033-672-5525) 등 20호의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대다수 관광지들의 터무니없는 음식과는 사뭇 다른,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음식들을 낸다. 산채비빔밥(6,000원)이나 산채정식(8,000원)에 별도로 각종 나물 한접시와 구수한 된장찌개가 딸려나온다.
글쓴이:안중국 차장
참조:점봉산
참조:설악산
참조:점봉산 단풍
참조:점봉산~등선대
점봉산지도보기
참조:등선대 폭우피해 현황
참고:월간<산> 2005년 10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