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주'를 생각하면 '비빔밥'과 '한옥마을'을 떠올린다. 하지만 전주에는 그보다 더 많은 볼거리가 숨어있는 곳이다. 오히려 전통만 생각하고 관광을 했다면 수박 겉핥기만 하는 셈이 된다. 만약 전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현재의 전주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 또한 함께 생각해보자. 단조로웠던 여행 일정이 한층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한옥마을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주의 현재

전주의 현재는 한옥마을의 입구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가 한옥마을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작년 11월에 오픈한 카카오프렌즈샵 전주한옥마을점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한옥마을을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에 이어서 국내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지역 특화 매장으로 오픈 당일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입구부터 한옥마을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꾸며져 있는 것이 눈길을 끄는 이곳은 다양한 굿즈들이 한복을 입고 있거나 전주비빔밥 등 전주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변신해 미소를 자아낸다. 한옥 브릭 피규어, 술잔 세트 등에서는 디자이너의 센스를 느낄 수 있다.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통은 지루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곳이다.

색다른 신선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한옥마을 입구의 건너편에는 전주의 풍남문이 자리하고 있다. 풍남문은 전주 읍성의 남문이었으며 보물 제308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옥마을과 현재를 잇는 듯한 이 문을 뒤로하면, 바로 관광지로 유명한 전주 남부시장을 만날 수 있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남부시장의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예로부터 교통이 편리하며 물자가 풍부하기로 유명했던 전주는 조선시대부터 시장이 문을 열기 시작했으며, 전주 읍성의 네 문마다 장이 개설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고 일본인들이 상권과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모습은 크게 변하게 되었다. 결국 시장들이 합쳐지면서 전주를 대표하는 시장은 남부시장 하나만 남게 되었고,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 시장의 명맥을 잇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오랜 전통을 이어나가던 남부시장이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90년 대부터 일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등장은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의 재래시장에 큰 타격을 주게 되었다. 전주 남부시장은 그 이후로도 농산물 공판장 이전, 버스 노선 변경 등으로 점차 위축되어 갔다. 2000년 대에 들어 아케이드 설치 및 고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현대화를 꾀했으나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해 변화를 추구했다. 그렇게 남부시장 2층,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시작되었다.


입구부터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가 적혀있는 청년몰은 그 말 그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소하게 지내는 청년들을 대변하고 있다. 소자본창업자,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이곳, 청년몰을 꾸려가고 있다. 개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에서부터 제과점, 카페, 밥집, 서점 등 서로 다른 청년들의 아기자기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가게들이 있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청년들의 재기 발랄함이 묻어 나오는 가게들은 시간이 흘렀기에, 초창기에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함을 다소 잃었다는 점이 아쉽다. 촌스럽지만 세련된, 유머러스함이 가득한 가게들이 이제는 전국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그래도 그 빛은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전통시장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의 활성화를 도우며 전통 시장과의 상생을 꿈꾸는 이들은 시장 방문객의 연령대를 다채롭게 만들어놓았다. 또한 청년들에게 취업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야시장을 열며 시장 분위기를 돋우고 있는 중이다. 남부시장의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는 청년몰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전통과 현재의 만남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주의 새로 뜨고 있는 번화가, '객리단길'


한옥마을, 남부시장에 이어 최근 젊은 피가 수혈되고 있는 곳은 객사길이다. 전주 객사는 고려, 조선 시대에 고을에 설치했던 건축물로 출장을 나온 관원이나 외국 사신의 숙소로 이용되었으며 국왕에게 배례를 올리거나 연회장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주관 앞면에는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전주가 조선 왕조의 발원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역사적으로 유명하고 의미가 깊은 건축물 주변은 '객사길'이라 불리며 도심 상권의 중심이었다.


객사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다가동 객사 1~2길이 최근 젊은이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곳을 객리단길로 부르는데, 이는 객사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인기 있는 길을 일컫는 '~리단길'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명칭이다. 앞서 소개한 남부시장처럼 이곳도 중심 상권이 전북대 앞, 중화산동 등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유동인구가 드문 지역이 되었다가 2016년부터 10여 년간 묶여 있던 재개발구역이 해제되면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았다.




객리단길에 들어서면 젊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에 놀라고 곧바로 이곳의 힙한 감성에 반하게 된다. 심지어 이전에 있었던 낡은 가게들조차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멋지게 보일 정도다. 청년몰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청년들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레트로 감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이 이 길에 모두 녹아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전주의 전통적인 술집인 가맥집을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낸 술집들과 더불어, 미국 뉴욕에 있을 것만 같은 세련된 베이커리와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뒤를 잇는다. 맛집, 술집, 카페 등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사진 가게가 존재감을 뽐낸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이 전부 있다는 점이 객리단길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옥마을 관람 후 필수로 객리단길을 들러 젊은 감성을 즐기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관광객뿐이랴, 전주 현지인들에게도 최근 인기 있는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인적이 드문 길이 젊은 감성을 통해 다시 되살아나는 경우는 이미 서울과 다른 도시에서도 진행 중이다. 전주도 이런 추세 속에서 함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 한옥마을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다시 찾은 이번 여행에서, 전주의 새로운 물결에 감명받았다. 비록 한옥 마을의 변한 모습에는 실망했지만 오래된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되어 있다. 결국 전통을 어느 정도까지 이어가느냐는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남부시장 청년몰에 이어 객리단길을 보며, 전통과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발전할 전주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