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이 시대에 맞춰(적응해가며) 살아가는 모양새 하나를 얘기할까 합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요즘에 새로운 '글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그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중에, 뭔가 아주 중요한 대목이 하나 빠져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제 첫번째 '까미노'(2001년 여름)를 끝낸 뒤, 그러니까 그 당시 두 달 정도를 걸어 '산티아고(Santiago)'에 도착한 뒤,
거기 '갈리시아(Galicia)'지방의 한 마을이 고향인, 스페인 친구 '마놀로(Manolo)'네 여름 집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낸 적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기록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이상하네? 분명 있기는 할 텐데, 어디에 있다지? 하면서 아무리 찾아도(집안을 다 뒤져도) 보이지가 않아,
(사실, 그 길을 걸으면서의 기록은 이미 책으로 나와있기 때문에 굳이 자료를 찾을 필요도 없었지만, 저에겐 그 뒤의(책에는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 매우 중요했거든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또 한 번 찾아나섰다가, 역시 마찬가지 결과에 허탈해 하다가,
문득,
다른 곳을 한 번 찾아 봐? 했던 게,
'옛 편지 상자' 안에서 발견되어,
결국 성공을 해서, 옛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요,
그 과정이 이틀도 더 걸렸답니다.
근데요, 그렇게 찾아낸 건 좋았는데,
기쁘면서도 저는 앞이 캄캄해지고도 있었답니다.
'까미노'에서요, 아무래도 무게를 줄여야 했기 때문에, 글쓰는 것도 A4용지에 아주 깨알 같은 작은글씨(샤프펜슬을 이용한)로 종이 앞뒤로 빼곡하게 적어놓았던 기록이 문제였습니다.
그 시절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고,
어차피 그 기록을 이제 글작업에 인용하기 위해선 '한글 문서화'(디지틀화) 시켜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자판을 두드려? 하는 두려움과 겁에 질려, 정말 앞이 까마득해지고 있었던 겁니다.
설사 어렵게 자판을 두드리는 정성을 드린다고 해도,
일단 잘 보여야 하는데, 샤프펜슬로 깨알 같이 적어놓았던 글씨가 보여야 말이지요......
참, 한심했습니다.
근데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언뜻,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그것도 그 몇 시간 뒤에)
아, 그래! 그런 방법이 있지? 하고 쾌재를 올리면서(?) 일단 그 문서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에 이릅니다.
그런 뒤 노트북에 연결시켜 그 이미지를 확대해 보니,
아! 그래도 글씨가 커지니 알아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업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자판을 두드리면서 커다란 모니터의 글씨를 옮기는 일 역시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보니(늙으면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눈도 금방 침침해져서 잘 보이지 않게 되는 둥...),
그것도 한 이틀 했다는 게 실제로는 한 이틀 치의 기록을 한글문서로 만들었을 뿐이지요.
아무튼 그 일도 힘에 부쳐, 혼자서 짜증과 한숨까지를 내뱉으며 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첫잠에서 깨어나, 일단 이런저런 뉴스를 돌아본 뒤,
일을 해야 하는데...... 하고 그 문서작성을 해야만 하는 부담감에, 일단 컴퓨터 앞에 앉기는 했는데,
선뜻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더라구요.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한 순간,
언젠가 들으니... 사진으로 이미지화 시킨 문서도, '텍스트'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것 같던데......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러면서는,
그 게 현재 가능하다는 건가? 아니면,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가능하다는 것 같았는데...... 하다가,
바로 유튜브 검색을 노크했지요.
그랬더니, 그 방법이 있드라구요.(아, 진작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그 한 창에 들어가, 그 방법을 습득하기에 이릅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거기 나오는 대로 제 핸드폰과 컴퓨터가 일치하지 않다 보니, 중간에 끊기곤 해서), 이래저래 응용을 해가며 시도를 했더니,
아,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깨알같이 써놓았던 기록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던 게, '구글 드라이브'를 거쳐, 한글 문서로 돼 나왔던 겁니다.
아이, 왜 이제서야 그 생각이 났다지? 하는 후회(?)거나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요즘 젊은이들 같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금방 해결했을 일인데도)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는 마치 횡재라도 한 기분이었답니다.
어쨌거나 스스로 그 문제를 이 시대에 맞춰 해결해나오긴 했으니까요.
만약에 제가 그 문서를 모두 자판을 쳐서 만들어낸 것과 비교를 한다면,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그렇게, 편리해진 이 시대에 적응해가면서 살게 된 거지요......
저도 '진화'를 한 겁니다. 발 늦게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