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여유로운 산 생활
‘길을 제대로 들어선 것일까? 이러다 막다른 길이 나오는 건 아닐 까?’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깊은 골짜기를 향해 달리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정도로 좁고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가 하염없이 이어지는 내내, 보이는 것이라고는 수백m 간격으로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된 듯한 폐가들뿐. 그렇게 2㎞쯤 달 렸을까? 신기하게도 하늘이 환해지?서 이제껏 본 집들과 달리, 사 람 사는 냄새 풀풀한 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오리리 일월산(1218m) 자락, 양지바른 비탈 에 수줍은 듯 웅크리고 있는 그 집은 김윤아 씨(40)가 남편 김병철 씨(45)와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살림집을 사이에 두고 건조장과 메줏방이 이어진 건물과 그 옆으로 커다란 가마솥 네 개가 걸린 작 업장은 멀리서도 바지런한 살림살이를 보여준다. 덩그러니 위치한 자그마한 황토방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 다. 개 짖는 소리에 집 밖으로 나온 윤아 씨는, 9년째 산에 산 사람답 지 않게 도시 티를 풍겨낸다. 윤아 씨가 오지 중의 오지에서도 외딴 집에 둥지를 튼 것은 갑작스러운 선택이었다. 지인이 살던 지금의 거처에서 얼마간 지냈던 남편이, 3년간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보고 싶다는 말에 군말 없이 따라나선 것.
“정말 뜬금없었어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창 잘되던 때였거든요. 그런 한편으로는 산 생활이 궁금해졌어요. 당시 제 몸 과 마음도 지쳐 있던 때라, 이참에 청정 자연에서 쉬어보는 것도 괜 찮다 싶었죠.” ‘서울에서도 잘 살 텐데, 뭐 하러 그 외진 곳에서 고생?냐’던 어 머니의 만류를 뒤로하고, 부부는 쉬엄쉬엄 농사지으며 3년만 버티 겠다며 살림살이를 옮겼다. 그러나 서울 태생인 부부는 의외로 울 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에 잘 적응해나갔다. 다급하거나 절실한 것이 없으니 하루하루가 여유로웠고,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일상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산골이 내주는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마음도 풍요로웠다.
부부는 우선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 산골살이 에 필요한 것을 묻고 익혔다. 배운 대로 농사를 짓는 틈틈이 남편은 목공과 집 짓기에, 윤아 씨는 요리에 매달렸다. 음식에 관심 많던 윤 아 씨는 마을 사람들을 따라 산에 올라 산나물에 대해 공부하고, 남 편과 함께 사찰음식연구가를 찾아가 사찰요리와 전통음식을 익히 는 일이 무척 흥미로웠다.
윤아 씨는 첫해부터 메주 쑤는 데에 공을 들였다. 그해 농사를 망 친 탓에 마을에서 구입한 것으로 만들었지만, 이후부터는 남편과 함께 9900㎡(약 3000평) 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빚고 있다. 지인을 통 해 알음알음 공급하는 메주는, 1650㎡(약 500평) 밭에서 수확해 말린 고추와 함께 가장 큰 소득원이다. 때문에 콩 쑤고 메주 빚는 12월 초는, 윤아 씨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바쁜 시기다.
윤아 씨는 봄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산나물의 보고로 알 려진 뒷산에서 갖가지 나물을 뜯어다 반찬 만들고, 장아찌 담글 때 면 생기가 절로 살아난다. 그런 윤아 씨에게 뒷산은 시장이 부럽지 않다. 때때로 산을 잘 타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남편이 캐다주거나, 텃밭에서 함께 가꾼 것으로 새로운 맛을 내기도 한다. 그가 잊지 않 고 담그는 장아찌는 두릅·취나물·엄나무순·박쥐나뭇잎·오갈 피잎·우산나물·당귀잎·산마늘 등 10여 가지. 간장이나 고?장 에 담근 장아찌는 입맛 없을 때 최고의 반찬이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오리리 일월산(1218m) 자락, 양지바른 비탈 에 수줍은 듯 웅크리고 있는 그 집은 김윤아 씨(40)가 남편 김병철 씨(45)와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살림집을 사이에 두고 건조장과 메줏방이 이어진 건물과 그 옆으로 커다란 가마솥 네 개가 걸린 작 업장은 멀리서도 바지런한 살림살이를 보여준다. 덩그러니 위치한 자그마한 황토방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 다. 개 짖는 소리에 집 밖으로 나온 윤아 씨는, 9년째 산에 산 사람답 지 않게 도시 티를 풍겨낸다. 윤아 씨가 오지 중의 오지에서도 외딴 집에 둥지를 튼 것은 갑작스러운 선택이었다. 지인이 살던 지금의 거처에서 얼마간 지냈던 남편이, 3년간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보고 싶다는 말에 군말 없이 따라나선 것.
“정말 뜬금없었어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창 잘되던 때였거든요. 그런 한편으로는 산 생활이 궁금해졌어요. 당시 제 몸 과 마음도 지쳐 있던 때라, 이참에 청정 자연에서 쉬어보는 것도 괜 찮다 싶었죠.” ‘서울에서도 잘 살 텐데, 뭐 하러 그 외진 곳에서 고생?냐’던 어 머니의 만류를 뒤로하고, 부부는 쉬엄쉬엄 농사지으며 3년만 버티 겠다며 살림살이를 옮겼다. 그러나 서울 태생인 부부는 의외로 울 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에 잘 적응해나갔다. 다급하거나 절실한 것이 없으니 하루하루가 여유로웠고,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일상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산골이 내주는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마음도 풍요로웠다.
부부는 우선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 산골살이 에 필요한 것을 묻고 익혔다. 배운 대로 농사를 짓는 틈틈이 남편은 목공과 집 짓기에, 윤아 씨는 요리에 매달렸다. 음식에 관심 많던 윤 아 씨는 마을 사람들을 따라 산에 올라 산나물에 대해 공부하고, 남 편과 함께 사찰음식연구가를 찾아가 사찰요리와 전통음식을 익히 는 일이 무척 흥미로웠다.
윤아 씨는 첫해부터 메주 쑤는 데에 공을 들였다. 그해 농사를 망 친 탓에 마을에서 구입한 것으로 만들었지만, 이후부터는 남편과 함께 9900㎡(약 3000평) 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빚고 있다. 지인을 통 해 알음알음 공급하는 메주는, 1650㎡(약 500평) 밭에서 수확해 말린 고추와 함께 가장 큰 소득원이다. 때문에 콩 쑤고 메주 빚는 12월 초는, 윤아 씨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바쁜 시기다.
윤아 씨는 봄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산나물의 보고로 알 려진 뒷산에서 갖가지 나물을 뜯어다 반찬 만들고, 장아찌 담글 때 면 생기가 절로 살아난다. 그런 윤아 씨에게 뒷산은 시장이 부럽지 않다. 때때로 산을 잘 타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남편이 캐다주거나, 텃밭에서 함께 가꾼 것으로 새로운 맛을 내기도 한다. 그가 잊지 않 고 담그는 장아찌는 두릅·취나물·엄나무순·박쥐나뭇잎·오갈 피잎·우산나물·당귀잎·산마늘 등 10여 가지. 간장이나 고?장 에 담근 장아찌는 입맛 없을 때 최고의 반찬이다.
산골의 지루함 달래주는 요리
“친정어머니께서 폐백음식을 만드셨어요. 어려서부터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데다, 음식점을 해온 터라 요리가 손에 익어요. 맛보고 분 석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새로운 맛도 즐기는 편이라 도시에 살았 다면 퓨전요리를 찾아 전국으로 식도락 여행을 다녔을 거예요.” 그러나 산골에 살면서 윤아 씨는 채식과, 장류와 장아찌 같은 전 통 요리에 매료되었다. 요즘은 수년 ?안 취향대로 만들고 맛보면 서 개발한 레시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일 일지 세상에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작업이 란다. 윤아 씨의 밥상은 당연히 채식 위주다. 청국장이나 된장국, 옹 심이, 콩탕 등에 제철 나물을 양념에 무치고, 기름에 부치고, 봄꽃을 곁들이고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등이 주로 오른다. 요 리하는 데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쓰고, 자 극적이지 않게 요리하며, 가능한 한 육식은 지양한다. 건강에 이로 운 음식을 만들고, 자연에 ?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이러한 신념이 녹아 있는 밥상은 투박한 자연의 맛 그대로다. 맛도 맛이지만 정갈 하게 차려낸 밥상은 눈부터 즐겁다. 발품 팔아 사온 도자기와 유기 그릇에 음식과 조화롭게 담아내고, 꽃과 풀로 장식한 솜씨는 전문 가 못지않다.
지난해에 남아도는 황토방과 메줏방도 이용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싶어 조심스럽게 민박을 열었다는 윤아 씨. 아직은 지인들과 인근의‘ 외씨버선길’을 걷다가 들르는 젊은이들이 고작이지만, 이 들에게 자연을 주제로 한‘ 민들레 소반’을 대접하고 있다.
산골살이에 ?지면서 3년만 머물기로 한 것이 어느덧 9년여. 그 러나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몇 년간 농사 때문에 속 앓이가 심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겠다며 약 치지 않고 키 우다 보니 수확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경험 부족으로 인 한 시행착오도 잦았다. 그럴 때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서로를 다 독이며 버텼다. 맘고생 몸 고생 하던 부부는 그러는 사이 새로운 생 존법을 터득했다‘. 잘돼야 한다’가 아니라‘ 조금씩 나아가는 것만 으로도 다행’이라며 위안하는 지혜가 생긴 것. 그러한 마음씀씀이 덕분인지 수입이 없어 통장 잔고가 바닥날 때면 남편의 손재주를 눈여겨본 사람들이 집 짓기나 목공, 인테리어를 의뢰하거나 품앗이 가 생기면서 위기를 벗어나곤 한다.
“장사하던 모습만 보다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 솜씨에 깜짝 놀랐다”는 남편의 말처럼 윤아 씨는 일상과 단상을 자신의 블로그 (moro0792.blog.me)에 사진과 함께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산골에서의 생활이요? 갑작스럽게 내려온 것처럼 언제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몰라요. 그러나 지금껏 잘 지내왔고 만족스러운 것 은 사실이에요. 먼 미래를 보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최선 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이 윤아 씨의 오랜 산골살이의 노하우이리라.
지난해에 남아도는 황토방과 메줏방도 이용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싶어 조심스럽게 민박을 열었다는 윤아 씨. 아직은 지인들과 인근의‘ 외씨버선길’을 걷다가 들르는 젊은이들이 고작이지만, 이 들에게 자연을 주제로 한‘ 민들레 소반’을 대접하고 있다.
산골살이에 ?지면서 3년만 머물기로 한 것이 어느덧 9년여. 그 러나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몇 년간 농사 때문에 속 앓이가 심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겠다며 약 치지 않고 키 우다 보니 수확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경험 부족으로 인 한 시행착오도 잦았다. 그럴 때면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서로를 다 독이며 버텼다. 맘고생 몸 고생 하던 부부는 그러는 사이 새로운 생 존법을 터득했다‘. 잘돼야 한다’가 아니라‘ 조금씩 나아가는 것만 으로도 다행’이라며 위안하는 지혜가 생긴 것. 그러한 마음씀씀이 덕분인지 수입이 없어 통장 잔고가 바닥날 때면 남편의 손재주를 눈여겨본 사람들이 집 짓기나 목공, 인테리어를 의뢰하거나 품앗이 가 생기면서 위기를 벗어나곤 한다.
“장사하던 모습만 보다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 솜씨에 깜짝 놀랐다”는 남편의 말처럼 윤아 씨는 일상과 단상을 자신의 블로그 (moro0792.blog.me)에 사진과 함께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산골에서의 생활이요? 갑작스럽게 내려온 것처럼 언제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몰라요. 그러나 지금껏 잘 지내왔고 만족스러운 것 은 사실이에요. 먼 미래를 보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최선 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이 윤아 씨의 오랜 산골살이의 노하우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