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길"
겨울방학이 시작될 쯤
1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김영수.이말순.성기현.서동훈 ...
"기성회비 안낸 사람은 복도로 나가서!.
무릎꿇고 손들고 있어!!"
기성회비(수업료)를 못낸 아이들은
차디찬 복도에 무릎꿇고 손들고 벌을 서게 되었다
벌 서는 아이들은 교실안의 선생님 눈치를 보며
연신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대...
창밖에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벌을 서고 있으면서도
창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니
나는 웬지 신나고 기분이 들떴다.
종례가 끝나고 교실 밖으로 나오니
같은반 옆집에 사는 태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이는 눈길을 달려 집으로 가기 위해
책보자기를 둘러메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춥고 찬바람 불때는 달리는 것이
추위를 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학교문을 나와 방천둑길을 달려 오는대...
눈이 내리고 날씨가 궂은 탓인지
학교앞.정미소 입구.다리근처등
거쳐오는 마을마다 텃세를 부리거나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을 괴롭히는
동네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방천둑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성당 입구와 교회를 지나
신축중인 군청입구를 지나고
극장앞을 지나는대...
용달 트럭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뒤에서 달려 오고 있었다.
태기와 나는 얼른 용달트럭 양쪽에 매달렸다.
트럭이 찬바람을 막아주어 한결 포근했다.
트럭기사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아이들이 매달린것을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것 같았다.
새터마을 입구를 지나니
본격적인 열무재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트럭은 힘겨운듯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붕붕 거렸다.
두 아이는 트럭 양쪽에 바짝 달라붙어
트럭을 밀기 시작했다.
코끝으로 밀려드는 검은연기와 기름냄새가
싫지만은 않고 구수하게 느껴졌다.
숨차고 힘들지만 추위를 잊을수 있었다.
힘겹게 열무재 정상에 오른 트럭은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대
아이들 속도에 맞춰 주는듯 천천히 내려갔다.
오르막에서의 일에 대한 보답인듯 했다.
평다리 모퉁이를 돌아가니
마을을 지나는 직선길이 나타났다.
그러자 트럭은 속도를 내었고
아이들은 트럭에서 잡은손을 놓았다.
바람을 막아주던 트럭이 사라지자
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순간 나일론 보자기에 싼 책과
학용품이 보자기가 풀리면서 여기저기 날라갔다.
태기의 도움으로 책과 학용품을 수습한 후
다시 책보자기를 둘러메고 눈보라속을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반갑게 맞아주시며
안스러운듯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저 어린것이 춥고 눈오는대
혼자 학교 갔다 왔으니 얼마나 배고프겠냐?
물이라도 따뜻하게 데워서 주어라"
할머니 말씀에 엄마는 귀찮은듯 부엌으로 가서
연기 풀풀나는 생솔가지를 태워서 물을 덥힌후
밥풀 조금을 짙눌러 으깨어 마시게 해주셨다.
그것으로 점심을 해결해아 했다.
그것은 그나마 학교 다녀온 사람에 대한
특혜와 배려였다.
- The end -
- 신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