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휴게실 모임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4일, 또는 넷을 생각해보면
인류의 4대 성인이 떠오르고
우리 동양사회에선 사성체나 사단설이 떠오르는데
사성체는 불교의 교리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사단설은 공맹 사상 중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사단설과 관련한 이야기를
아래에 꺼내 본다.
꼰대와 싸가지
1980년대 중반, 가을이었나 보다.
남도의 어느 박물관에 근무하는 글벗을 찾아갔는데
저녁엔 허름한 식당엘 찾아들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구석 벽에 액자가 하나 걸려있었다.
耕雲釣月(경운조월)
구름을 갈아 달을 낚는다는 거다.
아, 바로 이거다!
그래서 아무 소리 안 하고
빈대떡에 막걸리에 저녁을 거나하게 먹고 나오다가
주인장에게 물었다.
"저거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아이고, 집 팔아도 안 됩니다."
잘 쓴 글씨인지, 누가 쓴 건지는 모르지만
마음에 딱 드는 액자였는데...
구름은 갈아도 거두는 게 없고,
달은 낚아도 들어 올리는 게 없고,
이런 뜻도 되겠지만...
구름 낀 들판에서 밭을 갈고,
달빛 아래 낚시를 하고,
뭐 이런 뜻도 있지 아니한가.
세상사람들은 밭을 갈지만 신선은 구름을 갈고,
세상사람들은 물고기를 낚지만 신선은 달을 낚고,
이런 뜻도 있을 테고...
구름을 걷어 내야 달이 보인다는
이런 상상도 해볼 수 있고,
그래서 나오면서 입맛만 다셨더니
그러지 말고 호남에서 서예의 대부라는 분을
만나 뵈러 가자는 거였다.
그분은 바로 장전 하남호 선생이었는데
이튿날 뵙고 글을 하나 받아왔으니
그게 바로 扶植綱常(부식강상),
삼강오상, 바로 삼강오륜을 잘 지키라는 글이었다.
장전 선생은 그로부터 3년 뒤의 겨울,
진도에 장전미술관을 세워 널리 알려졌고
나는 네 글자를 받아와 거실 벽면에 걸어놓고
家訓이라 치부하고 지냈다.
원래 시골집에 걸어둔 액자는
慈眼視衆(자안시중)이었다.
그건 어느 스님이 써준 불교의 분위기가 나는 액자였다.
사부대중을 자애롭게 바라본다는 불심(佛心)...?
그 뒤에 서울에 살림을 차렸을 땐
아이들 보라고 敬天愛人(경천애인)을 걸어뒀으니
이건 단군사상의 홍익인간과 상통하지만
유교사상이 배인 장전 선생의 글 아래에서
두 아이 키워 결혼시켰다.
허나, 지금은 그저 형식적으로 위에 걸려있을 뿐,
그 아래 작은 글자로 된 '己所不欲 勿施於人'
내가 싫어하는 건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품고 살아가지만
내가 이런 말이나 하고 있으니
'꼰대'라 하지 않을까?
요즘엔 애나 어른이나 싹수가 없다고 한다.
이건 호남지방의 사투리요
싹수가 없다는 뜻이란다.
내가 나쁘면 재수가 없는 거고
사람들이 나쁘면 파란 싹의 싹수가 없는 거라는데,
그런데 이건 민초들이 하는 말이고
적어도 사대문 안 사대부들이나 양반들은
4 가지가 없다고 했으니
그게 仁 義 禮 智 네 가지이다.
그걸 민초들은 싹수 싹수 하더니
싸가지로 전음(轉音) 되었다 한다.
이건 또 맹자의 사단설(四端說)에 닿는데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그것이다.
그래서 조선 건국 시 사대문을 만들면서
흥仁지문, 숭禮문, 돈義문, 홍智문을 세우고
4 가지 덕목인 인의 예 지를 숭상하라면서
그 중앙엔 보信각을 세워 오상, 오륜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또 꼰대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는 엊그제 친구들을 불렀더니 4 사람이 왔더라.
이걸 4 가지라 할 순 없고 4 사람이라 해야겠는데,
네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최근에 가버린 이를 아쉬워하며 위로한 게 仁이요
그 잘잘못을 분별해 본 게 智요
맛있는 걸 상대방에게 권한 게 禮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한 게 義였으니
우리는 그래도 싹수가 있었던 것일까?
요즘 흔히도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싸가지가 없다 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꼰대라 한다는데
그런 말도 잘 가려서 해야겠다.
첫댓글 선배님은 꼰대 아닙니다
걱정 마셔요 ㅎㅎ
그런가요?
5천만 중에 겨우 한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뭘해요.ㅎㅎ
하긴 티끌 모아
뭐가 된다니까 뭐.
저는 군에 있을 때
모시고 있던 분께서 글을 한점 써 주셨는데
그게 뜻도 괜찮고 글시도 잘 써 있어서 애착이 갑니다.
말씀 하신 대로 이제 나흘 뒤, 반가운 얼굴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정을 많이 주고 받았던 사이인 것 같네요.
고마운 일이지요.
젊었을 때,큰 처남댁이 친분이 있던 유명 사찰 큰 스님한테 부탁하여 글을 하나 받았는데,
내가 자동차 회사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써준 글귀가 "안전제일"이였습니다 ㅎ
나중에 아는 형님이 LP가스 사업을 해서 그분께 드렸던 그런 일도 있습니다
그런 일에 안전보다 더 중한 일이 없겠지요.
석촌님은
꼰대 아니시라고. 말씀드리는
오천만중에 두번째 사람입니당ㆍ
두 번 째라...
고마운 일입니다.
아 이제 이해 했어요
싸가지가 없다는말이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란걸요 ㅎ
그게 그렇지만
좀 상스러운 어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