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여의도를 다녀왔습니다. 지하철을 타니 벌써 반소매 와이샤스를 입고 있는 사람이 더러 보입니다.
어느 젊은 여자는 짧은 바지를 입어 아래 종아리가 훤히 보입니다. 나는 아직 러닝셔츠에 긴소매 와이샤스에
양복 상의를 입고 있습니다. 거기다 몇 번 꽃샘추위에 좀처럼 겨울 내의를 벗어 던지기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젊은이와 나의 모습이 완연히 차이가 남에 놀라웠습니다.
올봄은 몹시 가물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비가 모처럼 시원하게 내렸습니다. 작년부터 계속된 가뭄 때문에 물 공급
중단까지 우려됐던 호남 지역 주민들에게 근심을 말끔히 해소하게 해주었습니다. 비를 애타게 기다려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려서 근심을 덜게 했습니다. 농사는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올해도 풍년을 기원합니다. 이번 비는 가뭄 해소는 물론 싸늘했던 날씨까지 일변(一變)시켰습니다.
일반적으로 일교차가 10도 이내이면 같은 옷으로 하루를 지낼 수 있지만 10도를 넘을 경우는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요즈음 아침과 낮 기온이 10도 이상의 차이를 보입니다. 그때마다 짧은 팔의 옷을 입을까 긴 팔의 옷을
입을까 고민스러운 때가 많습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옷의 유행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덤덤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번 지하철에서 입은 옷이 너무 차이를 보이니까 내가 외계(外界)에서 온 사람이 아닌가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나도 감기가 들 망정 고민하지 말고 반소매 와이샤스를 입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습니다. 입하(立夏)를 지나 멀지 않아서 보리는 익어 먹게 된다는 망종(芒種)의 절후가 옵니다.
비를 앞세운 바람 끝이 한없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어휴 더웁다, 더웁다 하는 여름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