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듬성듬성 펼쳐진 야생 녹차밭을 가진 경남 하동은 우리 녹차 특유의 그윽한 향을 만날 수 있어 가끔 찾는 곳이다.
특히 봄철 차밭에 운무가 스며들면, 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동의 차밭은 십여 년 전, 우전차로 유명한 김동곤 선생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 녹차는 하나하나 손으로 채엽한 잎을 가려서, 덖고, 비비고, 또다시 덖고, 비벼서 만드는 공들인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만들어진 찻잎은 서두르지 않고 우려내어야 원하는 차향을 얻을 수 있어 나는 조용한 시간에 홀로 차 마시기를 즐긴다.
하지만 백자 다기에 우려낸 차를 찻잔에 나누어 함께 음미하는 시간도 나름 멋이 있어 오래전부터 차모임에 참석한다.
녹차라고 하면 보통 한 가지 맛을 떠올리기 쉽지만
풋풋한 풀 향이 나는 차, 고소한 곡물 향이 느껴지는 차, 꽃 향과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차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산지와 품종, 제다 방식에 따라 향과 맛이 다양해서, 서로 다른 차를 나누어 마시는 모임은 의미가 있다.
서서히 찻잎에서 향이 우러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찻자리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그 기다림의 의미를 알고 있다.
향을 맡고, 색깔을 살피고, 한 모금을 머금은 채 찻잎이 견뎌낸 몇 번이고 덖고 비비며 다스려온 정성을 헤아리는 것이
차 마시는 이들의 대화이며 그들만의 만남이다.
그런데 가끔은 모임에서 뜻밖의 당혹스러움을 마주하기도 한다.
찻잎을 손으로 따서 가리던 손길이나, 공들여 말린 수고로움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낯선 이들이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미처 우러나지도 않은 찻잔을 서둘러 먼저 들 때가 그렇다.
찻잎이 완성되기까지, 뜨거운 솥 앞에서 그 긴 시간을 함께 나누지 않았던 이들이
잔칫상의 주인공인 양 목소리를 높이는 풍경은 정성스레 찻자리를 준비해 온 이들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런 모습을 누군가는 못마땅해하고,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지만
아무도 드러내어 말하지 않아도 어긋남은 공기처럼 조용히 번진다.
그럴 때면 나는 찻잔 속에 잠긴 잎을 바라보듯 그 광경을 말없이 오래 들여다본다.
한가한 오후,
맑은 물을 천천히 다기에 붓는다.
오랫동안 뜨거운 손길에 몸을 맡기며 조용히 여물어왔던 찻잎이
말없이 몸을 열고 정갈한 차향을 내어놓고 있다.
첫댓글 어느 모임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네요.
모든 이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일원일수 없기는 하지만요.
어느 곳에서나 흔힌 이야기이지요. 고맙습니다
현덕님 글읽고
눈물생 자국받은 이 아침에
둘째님 내려놓은 차향에
마음 고요를 찾습니다
마음의 고요
평온해 질것 같은 차모임이
가끔 방해꾼이 있네요ㅠ
커피만 마셔대는 저
반성합니다
다양한 차를 즐길줄 알아야 하거늘ㅡ치우친사랑입니다
정아님 안녕~
녹차 강추합니다, 저는 머리가 맑아진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속도 편안해요.
아주 쉽네요 010 1234 5678 전번 외웠어요 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6.07.22 13:3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6.07.22 15:27
녹차 좋아하는데~
예전에 일본 출장 다닐때
자주 마셨던
향 짙은 녹차향이 느껴집니다
일본 고급녹차인 교쿠로는 우리가 먹는 김 향이 난다고 해요, 달고 감칠맛이 강한반면 하동 녹차는 약간 떫으면서 풀이나 꽃향이 난다고 합니다.
@둘째
일본어 공부 마치고
식사후 녹차타임입니다 ㅎ
@뭇별 ㅎㅎ
행복한 시간 되세요.
녹차 안 마신지 오래 되었네요 탄닌 성분이 있어 위장장애 있는 사람에겐 안좋다 해서
글로서 그 향만 맡은 양 하렵니다.
맞아요. 위벽을 자극한다고 하더군요.
어느 게시판의 모임을 보고 가끔 겪는 제 경험과 맞물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린 글입니다.
카페는 사정이 있어 오랜만에 들렸는데 12월쯤에 다시 찾을것 같아요.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