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2012년 한식당 종사자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LA 소향 뱅큇홀에는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단‘대한민국 셰프복’을 착용한 남가주의 대표적인 10개 한식당 경영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식 세계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5일 개막해 오는 22일까지 18일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2012년 한식당
종사자 교육’은 미서부 한식세계화협회 주최, 한국농수산식품부와 aT센터 주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후원으로 경영주와 종업원,
한식강사, 조리사 등 식당업 전반에 걸쳐 4개 분야로 나눠서 진행 중이다.
▲남가주 한식당 음식과 서비스의 질 한 단계 업그레이드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흘에 걸쳐 진행된 ‘한식 강사교육’에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과 임미자 부원장, 이애진 교수가 강사로 나서 한식 강의법과 한식에 담긴 이야기, 소스 및 장류 활용법과 메뉴 개발,
전통김치와 퓨전김치 등의 내용의 강의와 더불어 다양한 밑반찬부터 육류요리까지 40여가지의 한식 메뉴를 함께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에 참가한 이들은 5년에서 최대 2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식당 경영주들로 ‘박대감네’와 ‘함지박’ ‘만나’ ‘수원갈비’
‘소향’ ‘베버리순두부’ 등 LA를 대표하는 한식당 뿐 아니라 가디나의 ‘황소마을’ 패서디나의 ‘가온’ 영국 런던의
‘두부이야기’와 웨스트리지 골프장, 샌디에고 인근 패리스의 ‘아이합’까지 10명의 식당 경영주가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모였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은 “훌륭한 경영주는 실력과 인품을 함께 갖춰야하며 프로의식과 한식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모두 내노라하는 조리장들이지만 오히려 고기 손질법이나 물의 양을 맞추는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에서 ‘아 이래서 그렇구나’라고 감탄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전 오후 두 번의 강의와 4~5개의 메뉴 실습과 조별 평가까지. 3일 연속 이어진 강행군
수업이었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 하나 읽을 수 없었다. 오전 실습 메뉴였던 닭찜과 불고기를 점심식사로 함께 나눠먹고 오후
실습 메뉴인 콩전과 배추, 무전을 함께 부치고 서로 조언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경영주, 종업원, 조리사 등으로 나눠 집중교육 실시
함지박의 김화신 대표는 “요리하는 사람은 경력이 20년이든 30년이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초부터 다시 돌아보게 된 이번 기회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샌디에고 인근 패리스에서 아이합을 운영하고 있다는 함승화 대표는 “한식당을 열 계획을 갖고 참가했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실무 경험자들을 직접 만나고 친해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격려차 방문한 aT센터의 이원기 지사장은 “aT센터 해외 10개 지사 중 지난해에 유일하게 LA가 한식 세계화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며 “LA 교민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더해져 LA를 기점으로 한식이 머지않아 주류사회로 넓게 뻗어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서부한식세계화협회의 임종택 회장은 “앞으로 3년 이내에 LA에 한식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제공해 한식당을 운영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외국인 한식 셰프를 많이 배출해내고 주류 방송국에서 언제든지 한식
클래스를 촬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완벽하게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4일간의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영주들은 한국정부에서 인정하는 수료증을 발급받게 된다. 또 한국정부의 한식 세계화 지원업무나
경영 컨설턴트를 받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며 내년 교육 때 조리사 교육 강좌에서 보조 강사로 투입되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편 지난 14일부터 오는 21일까지는 식당 조리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문의: 미서부 한식세계화협회 (213)380-6000, (213)479-1000, www.hansikamerica.com
“한식, 맛의 표준화가 관건”
세계화 교육 한국전통음식연 윤숙자 교수
두루뭉술한 레서피 세계화 걸림돌 우려
“해외에 한식이 널리 퍼지는 것을 넘어 한식을 먹기 위해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교수(64)가 다시 LA를 찾았다.
각 나라 영부인의 방한 때마다 김치 담그기, 떡 만들기 등 한식 체험을 담당하고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전 세계에서 초청 받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LA를 향한 특별한 애정’ 때문에 직접 자비를 들여 방문했다.
“LA는 세계에서 한인이 가장 많고 한식당이 가장 많은 곳이잖아요. LA지역 한식당들이 특히 책임감을 갖고 잘 해줬으면 하는 애정 어린 바람이 있어요“
평생을 한식을 공부하고 한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윤 교수는 ‘손맛’을 강조해온 기존의 두루뭉술한 조리법이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한식당마다 맛이 다르고 자칫하면 수준 이하의 한식을 외국인에게 선보이며 한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윤 교수는 2006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한 한국음식조리법 표준화 연구사업의 주관자로 선정돼 3년간 작업해 한식의 표준 레시피가 담긴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을 출간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8개국어로 번역돼 출간된 이 책은 상차림부터 올바른 그릇사용, 재료, 시간, 불의높이까지 과학적으로
정량화된 방법과 9대 영양소정보까지 담았다. 이 중에서 다시 40여가지의 메뉴를 뽑아 ‘2012 한식당 종사자 교육’ 교재로
만들었다.
“맛의 획일화가 아니라 맛의 표준화”라고 강조한 윤 교수는 “퓨전도 좋지만 이름은 한식인데 어느 나라 맛인지 애매한 음식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한국 전통 음식을 뿌리로 두고 주체성을 지키면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사용하며 맛을 내고 한식에
들어있는 이야기와 문화를 같이 파는 것이 한식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