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 갔다가 엄마가 그린 그림들을 보게 되었다.
할머니를 사랑하는 여동생의 딸- 나한테는 조카, 엄마한텐 손녀가 나이 많으신 할머니를 생각해 인터넷에서 구매해준
노인 치매예방 두뇌 촉진 그림 그리기 책 여러 권에 엄마가 손수 색을 칠한 습작형 그림들이었다.
깜짝 놀랐다!
견본으로 제시된 그림보다 훨씬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세상에!
그렇게 고생을 많이 하고, 온갖 볼꼴 못볼꼴 보고 살았건만, 갈수록 늙어가면서도 늘어나는 건 끔찍하리만큼 습관적으로 나오는 걱정 근심, 쓸데없는 잔소리뿐이었는데
견본 그림들이 저마다 확고한 색감과 방향성을 가지고 제시되었음에도
엄마가 입혀놓은
그림의 색깔이며, 꼼꼼한 칠솜씨, 자기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쓴 여러 디테일들..
이것들에서는 인생의 어떤 고난의 흔적이나 구김살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영원한 소녀같은 순수함, 천사들의 세계 밖에 모르는 듯한 그 밝고 경쾌함, 즐거움... 이런 것들이 계속되었을 뿐.
엄마는 한번도 인생의 구정물은 모르는, 순수한 예술의 세계 속에 사는 화가였던 것이다!
엄마집을 떠나는데 배웅을 나오셨다.
내 손을 꼭 잡으면서 건강 조심하여 잘 지내라고 하는데 얼굴이 울상이다.
왜 엄마 얼굴은 항상 울상일까?
항상 그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신산고난한 오랜 시간들 속에서도
여전히, 변함없이 남아 있는 그 밝고 순수한 세계는 무엇일까...
첫댓글 맑고 밝은 본성은 물들지 않음에..
이 생에 삶의 흔적들은 그저 때묻은 한벌 옷이리라 여겨집니다.
벗고 훨훨 날아가시는 날 그림처럼 밝고 영롱하게존재 하실거예요.
모든 어머니 생각하며 마음이 괜히 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