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굳이 찾아서 만나게 해주는 TV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에 나와서 황인용이 운다.
옛날 라디오 심야 음악 방송 DJ 시절에 애청자였던
한 여자의 흑백 사진을 손에 들고,
이제는 아주머니가 되어 있는 그 여자를 곁에 두고서
황인용이 눈물을 비친다.
청춘을 바친 그때를 생각하며,
죽어도 그것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황인용은 상기된 목소리로 울먹거린다.
남편이 이해해주시면 언제 식사 한번 사겠습니다
하며 애써 웃어보였지만 어설프다.
이튿날 아침 KBS 제2FM 「FM대행진」,
비디오에서 실패하고 다시 오디오로 돌아간 이숙영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틀며
오늘 같은 날은 월차 내서
군산이나 마산 같은 데 가면 좋겠다고 엄살을 떤다.
최백호 노래 참 잘 만들고 잘한다.
그런데 왜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노래하지?
왜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노래하지?
왜 울지?
왜 다시 못 오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 오늘 뭐 하지?
낮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녁엔 뭘 하나?
저녁에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 지금 뭐하지?
지금 여기 뭐 하지?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문학과지성사, 2010(1995).
첫댓글 놓친 버스는 아름다운 법이니 지금 버스를 잡아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