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세트 촬영 전에 오랜만에 소속사에 잠깐 들른 지훈.
이왕 온거 인사 한 번 돌까하고 박부장 방에 들렀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안녕하셨어요?”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간다.
오랜만에 보는 박부장…아니, 사실은 거의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이다.
“오…자네 왔나?
우리 회사의 기대주…미래…호프…..음하하하.”
희색이 만연하다. 역시 돈의 힘은 큰가보다.
“(겸연쩍어) 그냥……..온 김에 잠깐 인사드리려구요.”
“그래, 그래. 난 자네가 이렇게 겸손한 게 맘에 들어.
이리 와 앉게……..요즘 애들 말이야.
인기 좀 올라가면 즉시 목에 깁스 해 버린단 말이지.
참, 근데, 요전에 그..문제의……가정부 아줌만…어떤가?”
하면서 소파에 같이 걸터 앉아 담배를 하나 꺼내 무는 박부장.
지훈에게도 권하는 듯이 손짓을 하지만, 지훈은 사양한다.
아무래도 이 어르신하고 맞담배는 좀…
“네? 아……잘 하고 있습니다.”
뭘 잘 한다는건지…하긴…생야채 써는건 어느정도 숙달이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 그래. 다행이야….후우..
이거 참, 이사님 사모님한테 특별히 부탁 받은거라 말이야…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요전에 어떻게 잘 마무리가 돼 가지구 말이지….다행이야 다행.”
하면서 박부장은 안심한 듯 씨익 웃는다.
드디어 비밀의 정원의 열쇠를 발견한 것인가… 이사님…이라구?
“이사님 ……………사모님요?”
재차 확인하듯 다시 묻는다.
“어, 그래. 자넨 이사님 뵌 적 없지? (담배 재 탁.탁.)
지금 캐나다에 잠깐 가 계신데 말이야..
내 아들 뻘 되는 양반이지만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아주 천재야 천재.
내가 이렇게 깍뜻하게 모시는 걸 보면 알겠지?
일 마치고 오시면 같이 한 번 인사드리자구. (일어나면서 지훈 어깨 툭툭)”
“네…….”
방을 나오면서 지훈은 생각에 잠긴다…
캐.나.다………..?
(회상씬 긴급 투입)
“근데…..남편이랑 아이들은 어디있어?”
“어….좀….멀리….”
“전근…..같은거?”
“응…”
헛………
혹시……………?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촬영도 몇번이나 NG를 냈다. 감정도 안살고, 표정도 안살고…
평소와는 너무 다른 그답지 않은 모습에, 보다못한 감독이 다,
“오늘은 이만 할까?”하면서 내일로 미루었다.
같은시각, 난, 집에서 소파에 삐딱하게 누워 발가락을 까딱까딱거리며
텔레비전을 보면서 포테이토칩을 먹고 있었다.
마침 [연예계소식], 이러면서 김지훈 얘기가 나오네?
그가 찍고 있다는 영화와, 또 지난 번에 끝난 드라마에 대한 얘기.
“얼레리? 이번에 일본으로 드라마가 진출한다구?
그것때문에 방일한다구? 와…..졸라 좋겠다.
일로 가는거니까 꽁짤거아니야?
근데 쟤 저기서 순진한 척 웃는 것봐. 윽. 쏠려.
팬들 막 미칠라 그러네? 참 내.
이 집에 와서 식모 며칠만 해보세요들. 우적우적
나처럼 며칠만에 금방 관둡니다요.
팬 계속 하고 싶을까요? 저런 바보팅이를….
새로운 한류스타 탄생? 웬 웃기는 시츄에이션?
한류스탄지 난류스탄지는 모르겠지만..우적우적…
어딜… 지 똥이 세상에서 제일 굵은 줄 아는 놈을….”
이러고 중얼중얼 거리고 있는데
“뭐가 굵어?” 하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어…….언제 왔어? (자리에서 벌떡. 급빵긋.)”
“아줌마 참 비위도 좋다. 그거 먹으면서 그런 얘기가 나와?”
“오늘 촬영은 어땠어?(베시시)”
“그럭저럭…”
대충 얼버무리면서 지훈은 2층으로 향한다.
오늘은 이상하네? 무슨 일 있었나? 저 돌팅이가 오늘은 유난히 표정이 어둡네.
나는 중얼거리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김치찌개를 제대로 만들었다.
지훈이는 시켜먹자고 그랬지만, 몸과 기분이 많이 회복됐고 고마운 것도 있고…
두부, 참치, 비엔나소세지, 파 송송 썰어넣고……….
간 보니까 캡숑 장난아니게 맛있다. 바로 이 맛이야! 우히히.
근데, 이 놈은 먹는둥 마는둥…..아니,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팍팍 퍼 먹을 것이지, 사내자식이 밥상머리에서 복 나가게 깨작깨작거리고 있다.
하다못해 내가
“왜? 맛…….없어?” 하고 묻자,
“아……….아니. 먹잖아. ”
하면서, 졸다가 담탱이한테 걸린 놈처럼 놀라서 허겁지겁 먹다가
그놈은 입 천장이 홀라당 까져버렸다.
“풉. 앗뜨…..뜨…..”
쯧쯧. 깨끗하게 마무리를 못하고 입에서 막 밥풀이랑 튀어나왔다.
“그러게, 천천히 먹어야지…
펄펄끓는 김치찌개를 그렇게 먹는 사람이 어딨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데?”
내가 갖다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그는 시선을 회피한다.
결국, 저녁은 그 정도로 접고, 2층 베란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물어볼까? ……말까?
궁금하다. 하지만……
만약……진짜로 그렇다면?
진실을 알게되는게 오히려 두렵기도 하고…….
하긴, 누구 부인이건 무슨 상관인가?
이미 누군가의 부인이라는게 중요하지……
하면서 생각에 빠진 지훈.
커피잔을 만지작 만지작 하는것이, 뭔가 고민이 있는 듯 하기도 하고…
보고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무슨………..생각해?” 하고 내가 묻자
“저…………….아줌마 남편 말이야…”
하고, 결심한 듯이 무겁게 입을 뗀다.
“우리…..남편?”
의외다. 갑자기 웬 우리 남편?
“응………….
지금……….. 어디에 있어?
혹시………캐나……….다??”
“어………? 아……아니……..”
너무 콕 찝어 정확하게 물어보는 바람에,
난 그만 의도와는 상관없이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냥…….지방에……….”
찔린다.
근데, 그의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그래?”
“………왜? ” 왜 묻는걸까? 그게 어쨌다는 걸까?
“아냐, 암것도”
“외국엔…….전에 일본에 산 적은 있었어. 전근때문에.
우리 애들 둘 다 어릴 때,
아니, 둘 다 일본에서 낳았지. 그 때 말이야.
엄마가 산바라지 하러 오셨었는데,
첫애 때는………… 엄마가 일때문에 바쁘셔서
예정일보다 2주일 늦게 오기로 했거든.
근데 글쎄, 큰애 하나가 예정일보다 2주일 빨리 태어난거 있지.
결국은 엄마가 한달 지나서야 일본에 올 수 있었어.
도움이 아줌마를 쓰긴 했지만, 아줌마가 간 후에
아기랑 둘만 있는 시간이 정말 힘들었어.
산후우울증이라는 거였나봐.”
정말 몇번이고,
아기를 베란다에서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
난 말이지…요즘,
아동학대하는 부모같은 거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
그 사람들이 절대 정신병자나,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알아.
그냥…….
나같은 평범한 사람일거야.
그냥, 나보다 한 발 더 내딛었을 뿐일거야.
인간이 참 연약한 존재라는 거지, 내말은.”
우리의 대화답지 않은 이런 무거운 화제.
그냥 개무시당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개미같다고 생각한 적 있어?”
지훈이도 뭔가 생각하는 듯 말을 꺼낸다.
“개미?”
“응……………….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할 때면 우주를 생각해.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아직도 우주의 끝을 모른다고 하잖아?
근데 그으 넓디 넓은 우주 안에
이 작은 지구가 달랑 하나 있고 말이지,
그 안에 또 여러 나라가 있고,
그 중에 대한민국이 있고…….
그 안에 또 내가 있고………
그 우주의 밖에서 보면, 내가 보일까?
혹시, 우주밖에서 우릴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아마 보이지도 않겠지?
혹여 보인다고 해도 개미같이 보일거야.
그 조그만 개미들이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또 화내고 그러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그냥 한심하다든가,
귀엽네 이런 생각 들지 않을까..?
그런 걸 생각하면 말이지,
내가 지금 처해있는 이 큰 문제도 단지,
작은 개미의 한갖 귀여운 고민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
그렇게 생각을 하면 왠지 마음이 넓어지고
그다지 집착하지 않게 되지.”
와아….놀랐다. 그말도 듣고 보니 그렇다.
“와아….너같은 사람도 철학이 있었구나.”
“무슨 소리야?” 약간 기분 상해 보이는 지훈.
“너같은 단순 + 무지해 보이는 애들도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구 (끄덕 끄덕)”
“(버럭) 슷! 단순 무지라니…쯧.
다 피가되고 살이되는 얘기니까 들어 둬.”
“치. 우리 남편도 못하는 걸,
너가 감히 날 가르치려 들다니. 웃긴다. 깔깔깔”
나는 그가 마치 훈장선생처럼 날 가르치려 하는
그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웃겨서 배꼽잡고 웃어버렸다.
“……………..”
그런데, 그가 갑자기 진지하게 묻는다.
“남편……………….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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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이꼬입니다. 아무래도 더이상 코믹이 아닌것 같은….흑흑.
하지만 끝까지 봐주세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젠 멜로에 가까워 지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배경음악에 대해서 한마디.
처음엔 그냥 다움캐쉬가 있길래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우선 반응이 좋았고, 자기만족도가 높았으며, 한 번 걸던거 그담에 안거니까
왠지 허전한 금단현상발생과, 또 어줍잖은 문장력을 커버한다는 의미에서
매번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움캐쉬의 부족으로 인해,
처음엔 무한정으로 몇 곡 걸다가 중간부터는 30일 한정으로 걸고 있으니,
한 달 뒤엔 다시 밋밋한 소설이 될 걸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흐흑.
어쨌든 벌써 이럭저럭 31회입니다. 저로선 대단한 혁명입니다. 끝까지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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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죠이꼬의소설카페]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좋아하는 연예인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기#031
죠이꼬
추천 0
조회 697
06.09.16 16:3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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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재밌어요. 배경음악까지 신경써 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끝까지 화이팅이에요~!:)
와~ 옛날 노래...정말 좋아요.
옛날노래 좋죠?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 부쩍 더..
오~~재밌어요. 배경음악도 좋아요!!!^^ 코믹도 좀 끼워 넣어 주셔요~~~그래도 재밌어요. 담편 기대기대!!!^^ 빨랑 읽으러 가야겠어요.^^
점점 코믹스럽지 않아 지는게 마음이 아픕니다...에피소드가 바닥이 났습니다.흑
전 코믹도 좋지만 멜로도 좋아요. 근데 지훈이 어뜩하나.. 불쌍해서.
멜로는 근데 간지러워서 잘 안 써지네요.ㅋㅋㅋ
전 지훈이 귀엽습니다. 제가 나이를 많이 먹은걸까요??
지훈이 귀엽죠...제가 더 먹었을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