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탈아입구'를 처음 내세울 때만 해도, 영어는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했다. 일본에서 대학이 만들어질 초창기에는 외국인을 초빙해 대학에서 영어로는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영어는 중요한 교육 수단이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일찍 서구 기술을 받아들인 일본으로서는 영어가 중요한 학문의 대상이자 교육 수단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본의 전통은 조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1919년 고등보통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선택에서 필수과목으로 변경했다. 미국 유학을 갔다 온 주요섭마저 조선학생들은 어학 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조선 중등학교에서 영어는 선택과목이면 충분하다고 지적했으나 영어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 1924년 경성제대에서도 영어를 어떤 과목보다 중시했다. 경성제대 예과 입학시험에서도 첫 해는 외국어 시험을 아예 영어시험으로 바꿔버렸다. 1920년대부터는 전문대학과 대학예과 입시에서 영어는 필수과목처럼 변했다. 영어시장도 형성되었다. 도쿄에서 출간된 영어강의록이 조선에도 파고들었다. 영어를 못하면 시류에 뒤떨어진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영어웅변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또 영어 통신강의록에 영어 레코드까지 함께 끼워 팔았다. 최신식 영어교육법이 보급되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과 조선 모두 당시 근대화와 열강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라가 망한 이후 경성제대를 비롯해서 이땅에서도 영어는 입시과목에서 필수과목처럼 형성되었다.
그럼
중일전쟁 이후는 어떨까?
[그런데 중일전쟁 이후 일본은 영국, 미국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권력은 영국과 서구, 혹은 영어에 빠져 있는 청년들과 지식인들을 참을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는 영국을 배척하는 운동과 모임을 조직했다. 일본에서도 언론들이 앞장서서 영국을 지탄하는 여론을 조성했고, 조선에서도 언론들이 깃발을 들었다. 1939년 6월, 《동아일보》와《조선일보》등 언론사 대표들의 모임인 춘추회春秋會가 주동이 되어 '배영排英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일본에서 재정적 압박을 가하는 영국을 배척하자는 배영국민대회에 신문사 직원과 전문학교 학생들이 동원되었고, 국민대회를 라디오 방송으로 중계했다....(생략)
영국 배척의 기운이 높던 바로 이때, 조선총독부 학무국은 중등학교와 전문학교, 대학에서 영어 수업시수 축소 및 입학시험에서 영어과목 폐지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7월 14일 마침내 전문학교 입학시험에서 외국어 과목폐지를 발표했다. 영어 수업은 그대로 둔 채 입시에서 영어과목만 폐지했다.
그런데 학무당국은 영어시험 폐지 이유를 엉뚱하게 영어과목 부담이 과중하고 영어시험에 편중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놓고는 학무국장은 "배영排英사상에 기基한 영어 폐지라고 속단하여 오해하는 자가 적지 않다"며 영어시험은 교육적 이유 때문에 폐지한다고 거듭 밝혔다.
(생략)
대신 학교들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었다. 학교들은 지식교육과 멀어지고 군사훈련과 집단노동이 더 중요한 국민교육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시험국민의 탄생』을 읽다보니 2차대전 시기의 일본은 아예 미국, 영국과 적대적으로 가면서 영어자체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되고 그게 식민지 조선에서도 그런 운동이 이어지게 된다
물론 영어교육이 과중한 부담이라는 이유라고 쳐도 군사훈련과 집단노동은 그럼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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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군함보다도 한사람의 밀정이 현대전쟁을 좌우하는 만치각국에서는 제오부대의 활약이 맹렬하고 또 그것을 서로 방지하고 저 무혈의 전부가 계속되고 있는데 세계의 가장 우수하고 교묘한 스파이 전술을 가진곳이 영국이다.
이번 동경에서 일부 혐의자들을 검거하고 전국적으로 외국인의 첩보망을 탐사하게 되었는데..
(생략)
학자라던지 소위 유한 매담들과 신사들이 또는 청년남녀들이 영미를 숭배하는 사상이 만든 것이 "스파이가 잘 번식하는 온상인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작년에 전문학교 입학시험에 영어를 폐지하엿다. 그 이유는 당시 발표하엿섯다. 그때에 얼마나 암암리에 반대와 방해가 잇엇던가...... 간판이라던지 문서 등에 영어가 섞이는 것은 이것저것을 모르는 사람이 볼때는 마치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것을 배제하고 순수한 국어로 돌아가지 안흐면 안된다..(생략)]
요약하자면
○ 영국은 스파이의 나라
○ 학자들과 청년들아 영미를 숭배하면 안됨.
○ 왜냐면 영어를 배우면서 스파이가 번식하기 때문임.
○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안가르침
○ 간판이나 문서 등에 영어가 섞이면 우리가 영미의 식민지로 착각할듯.
○ 이걸 배제한 순수한 국어(당시 일본어)로 돌아가야함
1940.8.3 『동아일보』영국을 숭배하는 사상은 간첩과 같다이라는 요지의 기사다.
영어를 배우면 스파이가 된다는 논리로 영어를 교육에서 금지시킨 일본.
어찌보면 2차대전의 일본이 흔히 저지른 황당한 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첫댓글 뭔 까마귀 고기를 드셨나?
당시에는 미국, 영국은 적국이니 일본으로서는 무작정 배척하는 방법을 택한걸로 보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는거다 어째서 영어를 배워서 영미를 상대로 스파이질할생각은 안하는거지?
그런 당연한 생각조차 안했다는 뜻이되죠...
제시 유색인종 차별
식민지 조선의 조선어 신문에서 '순수한 국어' 운운은 자가당착 아닌가?
그렇게 국어가 좋으면 일본어로 신문을 낼 것이지....
이런거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저시대를 쉴드쳐주는 일뽕들은 뭔생각일까요?
현대 일뽕은 ok 인정 할만한 부분이 존재하긴 하는데 저시대는 파도파도 괴담만 나오는 양파같은 시절이라 어떤 생각머리로 쉴드를 치는지.....
왜냐면 기본적인 전략전술 버려도 승승장구하던 때였으니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어쩌구 하는 손자병법은 무슨 무조건 정신력이 제일이야! 사상교육이 제일이야!' 하는 뽕이 있는거죠.
그런데 그런건 일뽕 뿐만 아니라 전략이나 논리 안따지고 그냥 저질러버리는거 한국에서도 군대나 기업에서 자주 보던거라서 낯설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