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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1 <예썰의 전당> [8회] 네 멋대로 해라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Don Quixote)/ 2022년 6월 26일 22:30 방송 다시보기
✵ ‘예썰의 전당’ 여덟 번째 주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돈키호테(Don Quixote)〉
〈돈키호테(Don Quixote)〉는 기사도 소설에 심취한 어느 시골 귀족이 스스로를 기사로 착각해, 위험에 빠진 세상을 구하겠다며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자신을 기사로 착각한 돈키호테는 미치광이 노인이었을까, 이상을 좇는 영웅이었을까. 〈돈키호테〉에 얽힌 ‘예썰’을 풀기 위해, 이번 시간에는 특별한 손님이 ‘예썰의 전당’을 찾았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로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담아낸 김문정 음악감독과 함께 〈돈키호테〉 속으로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자.
✵ 예썰 하나, 감옥에서 탄생한 최초의 근대 소설? 〈돈키호테〉 탄생 비화
창문 하나 없는 한 평 남짓의 작은 방. 스페인의 한 감옥에서 왼쪽 팔이 없는 50대 남자가 소설을 쓰고 있다. 세금징수원으로 일하던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된 상황. 남자는 시간을 허비할 바에야 소설을 써보자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은 〈돈키호테〉, 남자의 이름은 바로 세르반테스(Cervantes)였다!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어떻게 작은 감옥에서 위대한 소설을 써낼 수 있었던 걸까. ‘예썰박사’들에 따르면 〈돈키호테〉의 탄생에는 작가의 경험담이 한몫 톡톡히 했다는데. 세르반테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와 함께,〈돈키호테〉의 탄생 비화를 들여다본다.
✵ 예썰 둘, 돈키호테, 풍차와의 결투를 벌이다? 기상천외한 모험 속 숨은 사연
자신을 기사(騎士)로 착각했던 돈키호테.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했던 그가 풍차를 괴물로 오해하고 달려들어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돈키호테〉의 백미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하지만, 이 풍차가 단순히 상상 속 괴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세르반테스는 풍차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걸까. 풍차와의 싸움에 얽힌 ‘예썰’을 풀어본다.
✵ 예썰 셋, ‘이룰 수 없는 꿈’을 노래하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 가 담아 낸 〈돈키호테(Don Quixote)〉
1965년 초연된 이후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온 돈키호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극 중 돈키호테는, 술집 여자 알돈자(Aldonza)를 상상 속 공주 ‘둘네시아’ 로 여기며 끊임없이 추앙한다.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던 알돈자는, 돈키호테에 의해 스스로를 고귀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변화한 알돈자가 부르는 노래 ‘이룰 수 없는 꿈’은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는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곡인 이 노래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해, 〈돈키호테〉가 현재에 전하는 메시지를 고민해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교향시 돈키호테 Op35〈제1번주: 풍차들과의 모험〉
https://blog.naver.com/kmsuik9127/223003349391
* 원제: 라만차의 기발한 신사 돈 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장편소설|스페인|전편: 1605년|후편: 1615년, 프란시스코 데 로블레스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1605년에 출판한 소설로 전 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고전 중 하나다. 총 2부작으로 구성되는데, 전편은 1605년에 발표되었다. 후편은 10년 후인 1615년에 발표되었는데, 세르반테스는 그 이듬해에 사망하였다. 전편의 제목은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재치 있는 이달고 라 만차의 돈키호테), 후편의 제목은 《Segunda parte del ingenioso cavallero Don Quixote de la Mancha》(라 만차의 재치 있는 기사 《돈키호테》의 다음 부분).
한편 돈키호테가 여행을 떠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해프닝을 그린 전편은 당시 기준 초대박인 3만부가 팔리며 대박을 치게 되었으나, 정작 세르반테스는 당시 빚에 쪼들리던 터라 이미 출판 저작권 상당수를 넘겨준 상태라서 큰돈을 벌진 못했다. 게다가 그가 받은 특허장이 그 당시의 카스티야 지방에서만 유효한 특허장이라서 리스본이나, 다른 지방에서 나온 해적판이 카스티야로 역수입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출세작조차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진 못한 셈. 어쨌든 후편이 나오기 전에 다른 작가가 후속작을 써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온갖 해적판이 퍼져 나아갔는데, 일부는 신대륙까지 진출했다. 1부가 출판되고 7년 후에는 불어,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그야말로 당대의 베스트셀러. 이러한 인기로 초판 400부 중 몇 권이 신대륙으로 보내졌고, 출판사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더 나은 가격을 받기를 희망했다. 비록 대부분의 책이 아바나 근처에서 난파선 속으로 사라졌지만, 약 70부가 리마에 이르렀고, 거기서 책은 사라진 잉카 제국의 중심부에 있는 쿠스코로 보내졌다.
돈키호테는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었고, 세르반테스의 이름은 이제 스페인을 넘어 알려지게 되었다. 1605년 8월까지, 마드리드 판이 리스본에서 출판되었고, 또 발렌시아에서 출판되었다. 출판사 프란시스코 데 로블스는 아라곤과 포르투갈의 2판을 위한 추가 저작권을 확보했다. 이러한 출판권의 판매는 세르반테스가 1부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적 이익을 빼앗았다. 1607년, 브뤼셀에서 판본이 인쇄되었다. 마드리드 출판사인 로블스는 1608년에 제3판, 즉 모두 일곱 번째 출판물로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이 책의 인기는 밀라노 서점이 1610년에 이탈리아 판을 발행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1611년에 또 다른 브뤼셀 판이 요청되었다. 이 작품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도서관의 세르반테스 컬렉션(Cervantes Collection)에는 판본 1100여 개가 포함되었다.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책이 큰 인기를 끌자 돈키호테 2편 서문에서 중국의 황제까지도 돈키호테를 읽고서 사신을 보내와 자신을 대학 총장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거절했다고 허풍을 떤다.
이후 10년 후에 《돈키호테》의 후편이 발매되었고, 전작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그 전에 발매된 가짜 후속작들을 완전히 발라버렸다. 사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2부 발매 후 세르반테스가 곧 세상을 떠난 걸 감안하면, 가짜 후속작들 덕분에 《돈키호테 2부》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돈키호테 2부》는 《돈키호테》라는 책이 출간된 상태에서, 그 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돈 키호테와 산초를 알아보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자신들의 모험을 담은 책에 대해 궁금해 하는 대목도 나온다. 1권에 끼워 넣어진 이야기들 대신에 《돈키호테》와 가짜 《돈키호테 2권》이 채워 넣어졌다고 보면 된다. 저 가짜 후속작 사건에 대해서 원작자인 세르반테스는 꽤나 분노했던 모양으로, 2부의 서문이나, 전반에 관련 에피소드로도 등장한다. 후반부에는 돈 키호테는 나만을 위해 존재했다고 공언하기까지 한다. 아예 돈 키호테와 산초가 이 가짜 후속작을 직접 읽어보고 까는 장면도 있다. 까는 내용을 보면 설정파괴가 굉장히 심했던 데다가 필력도 떨어진 듯하다. 설정파괴의 예를 들자면 돈 키호테가 둘시네아에 대한 사랑을 버린다거나 산초가 식탐이 심하고 술주정뱅이로 나온다거나 한다. 이를 읽어본 산초가 황당해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심지어는 저 가짜 후속작에 나왔던 캐릭터가 돈키호테와 산초를 만나며 자기가 만난 돈 키호테와는 딴판이라는 얘기를 하기까지 한다.
돈키호테는 오직 나를 위해 태어났고, 나는 그를 위해 태어났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Es la misión del verdadero caballero. Su deber. ¡No! Su deber no. Su privilegio.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Soñar lo imposible soñar.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Vencer al invicto rival,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Sufrir el dolor insufrible,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Morir por un noble ideal.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Saber enmendar el error,
잘못을 고칠 줄 알며,
Amar con pureza y bondad.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Querer, en un sueño imposible,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Con fe, una estrella alcanzar.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에 유행했던 기사(騎士)도 소설을 조롱하기 위한 작품으로 나왔으며, 대체로 정석적인 감상도 이쪽이다. 굳이 현대 한국에 빗대자면 양판소를 비판하기 위한 풍자소설쯤 되겠다. 아예 작중에 돈 키호테가 읽던 기사도 소설을 줄줄이 꺼내놓고 불살라버리는 장면까지 있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는데, 펭귄 클래식판의 역자인 전기순은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조금씩 아이러니에 휩싸이기 시작합니다. 포르노 영화의 해로움을 설득하기 위해 아들에게 며칠에 걸쳐 미친 듯이 포르노 영화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아버지를 상상해보세요. '도대체 얼마나 포르노 영화를 많이 봤으면...' '정말로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걸까?' 적지 않은 독자들이 <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를 읽어가면서 기사소설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또 그 매력에 젖어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니 어느순간 작가의 의도를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기사도 문학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기사도 문학을 비난하는 비평가들도 비판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작중 돈 키호테의 모습은 민폐 투성이에 맛이 간 영감이지만 정작 그로 인한 결과는 좋은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1부만 해도 돈 키호테가 사고치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난 게 서로 헤어졌던 연인들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고, 2부에선 돈 키호테가 공작 부부에게 놀림감이 될 무렵에는 그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부분도 있으며 원래 다소 무식한 농부였던 산초가 그와 함께 하면서 꽤 지혜로운 인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이상을 비웃는 사람에게 이상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이로운가를 역설하는 면도 있다고 얘기한다. 삼손 카라스코가 돈 키호테와의 결투에서 승리한뒤 그를 "치료"하려 한다는 목적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자 듣던 사람이 깜짝 놀라서 미친 돈 키호테가 세상에 주는 즐거움이 제정신인 돈 키호테가 주는 이로움보다 크다며 말리려는 모습도 나온다.
물론 일단은 '작가의 말'에 기사도 문학을 엿 먹이고 싶어서 썼다고 밝히고는 있으니 엄연히 주된 해석은 '기사도 문학 비판'쪽이지만, 사실 저 작가의 말에도 세르반테스가 온갖 개드립을 쳐놨기 때문에 저것 또한 믿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관점에 따라서 해석 자체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을 만큼 모호함과 재치로 가득한 소설이며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꿈보다 해몽이 좋게끔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강의도 있다.
이외 최근에 나온 돈 키호테의 해설서로는 출판사 작은길에서 나온 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돈 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과 돈 키호테의 번역자 중 한 명인 안영옥씨가 낸 "돈키호테를 읽다."가 나왔는데 저자 각자의 관점으로 돈 키호테에 대해 해설해주고 있다. 또한 스페인의 철학자 겸 유명 비평가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 1883~ 1955)가 쓴 비평서인 "돈 키호테 성찰(Meditaciones del Quijote, 1914)"도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돈 키호테의 고향인 라 만차는 구체적인 하나의 지역이 아니라 현대 마드리드 남부, 역사적 카스티야 지방의 남쪽에 있는 안달루시아와의 변경 지대를 의미한다. 현대 행정구역 상으론 카스티야-라만차 자치공동체의 알바세테, 시우다드 레알, 과달라하라, 톨레도, 쿠엔카 일대로, 더 세밀하게 보면 알바세테-톨레도-시우다드 레알 지방을 가로지르는 몬티엘 평야 일대가 주 무대이다. 그리고 작중 둘시네아의 고향인 엘 토보소는 톨레도 지방의 실존하는 마을이다. 미겔 데 우나무노를 비롯한 역사, 문학 비평가들의 평에 따르면 애초에 이야기의 무대를 라만차 지방으로 설정한 것 부터 세르반테스의 의미심장한 재치가 돋보이는 점인데, 이 지역은 먼 과거, 즉 세르반테스가 살던 16세기 기점으로는 가까운 과거였던 레콘키스타 시절만 해도 남부의 무어인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국경 지대였으며, 따라서 용병업으로 먹고 사는 유와 기사들을 비롯한 개척자 사회의 언더독들이 많으며, 오랜 전쟁에서 다져진 상무 정신을 굉장히 높게 쳐 주는 지방이었다.
한때는 이렇게 이베리아 반도의 중부 지방에 있다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톨레도를 비롯한 경제적, 문화적 번영도 누렸으나 세르반테스가 살던 16세기 말에는 신흥 수도 마드리드의 성장과 스페인 제국 전반의 경제적 침체, 그리고 이 와중에서 중앙 정부의 입김에 직접적으로 노출 되어 집중적으로 당한 경제적 착취 때문에 라만차를 비롯한 카스티야 전반이 침체되고 황폐해지던 시절이었다. 이 와중에서 토질과 풍경도 척박하기 짝이 없는 라만차 출신으로 끊임 없이 지나간 시대의 이상과 대의를 외치는 돈 키호테야말로 당시 경제적으로 황폐해져가면서도 스페인 군사 문화와 기사 계급의 수도로서 지역적 자긍심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남부 카스티야의 지역적 영혼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세르반테스 본인만 하더라도 이 라만차가 포함 된 카스티야 라 누에바의 지방 대학도시였던 알깔라 데 에나레스 태생이기도 했고. 지금도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에 가면 소설에 나오는 풍차와 황량한 산맥들을 고속도로변이나 도시 외곽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돈키호테가 최고의 소설이라고 호평 받는 이유는 형식과 내용 두 가지에 걸쳐 있다. 우선 형식면에서는 그 안에 근대적 맹아가 다 들어있다. 17세기 초 작품인데 상호 텍스트성, 작가의 죽음, 독자비평 같은 것들이 다 나온다. 그 이전 및 비슷한 시기, 심지어 이후의 문학조차 현대인이 읽으면 매우 낯설 정도로 현대 문학과 괴리가 큰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흔한데, 돈키호테는 그런 점에서는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내용 면에서는 우리가 인간이기를 잊을 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제 모습을 잊을 때,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정치, 사법체계, 경제는 어때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
스페인의 소설가, 군인, 시인, 극작가, 세금 징수원.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스페인어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돈키호테는 '최초의 근대 소설'이며 세르반테스에게 불멸의 명성을 얻게 해준 걸작이다. 그의 영향력은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근대 이후의 스페인어 자체를 '세르반테스의 언어(La lengua de Cervantes)'라고 불러버릴 정도다. 멕시코의 대표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세르반테스를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건국의 아버지'"라고 평했다.
대표작으로는 희곡은 약 30여 개에 이르지만 가난 속에 헐값에 판권을 팔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돈키호테>와 <알제리에서 삶>, <누만시아>, <라 갈라테아>이다. 참고로 기사도 문학을 싫어했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세르반테스야말로 진정 기사도 문학 덕후라는 의혹이 있다. 이를 테면, 세르반테스 시절의 기사도 문학은, 실존하는 어떤 이야기를 작가가 단지 전달만 할 뿐이라고 설정하는 클리셰가 있었다. 반지의 제왕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이 클리셰를 그대로 가져왔다. 음모론 중에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 아니냐는 소리가 있는데, 이는 당대 클리셰의 충실한 계승으로 보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돈키호테는 검열을 당당히 통과하여 왕실인가까지 받았고, 당연히 작가는 세르반테스의 이름으로 검열을 받아서 통과했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 <모범 소설집>이라는 단편집도 있다. 수작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으니, 읽어보기 바란다. 한국어로 번역도 되어 있다. 1613년에 출간된 모범 소설집은 크게 귀족을 주인공으로 이상주의적 교훈을 담은 소설과 도시 서민과 날품팔이, 떠돌이 악사, 건달, 도둑 같은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로 나뉜다. 두 부류의 문체와 소설의 짜임새 및 완성도에서 보이는 차이는 이들이 긴 시간에 걸쳐 쓰인 작품들임을 알려준다. 여러 우여곡절이 얽혀 전개되며 르네상스적 사랑을 주제로 하는 전자에 비해 리얼리즘적 시각에서 생동감 넘치는 문체로 펼쳐지는 후자가 더 나중에 쓰인 작품들이다. 이는 세르반테스가 작가로서 보이는 발전 양상일 뿐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르의 발전상을 드러내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 목차
전편 차례(한국어판 기준)
전편 1부
01 유명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인물됨과 일상에 대하여
02 기발한 돈키호테가 처음 고향을 떠날 때에 대하여
03 돈키호테가 기사 서품식을 치르는 우스꽝스러운 방법에 대하여
04 객줏집에서 나온 뒤 우리의 기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05 우리 기사의 불행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
06 우리의 기발한 이달고의 서재에서 신부와 이발사가 행한 멋지고도 엄숙한 검열에 대하여
07 우리의 착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두 번째로 집을 나서는 이야기
08 굉장히 무섭고 결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풍차 모험에서 용감한 돈키호테가 행한 멋진 사건과 좋게 기억할 만한 사건들에 대하여
전편 2부
09 늠름한 비스카야인과 용감한 라만차 사람이 벌인 대단한 싸움의 결말이 나다
10 비스카야인과 돈키호테 사이에 일어난 다음 이야기와 양구에스 무리들과의 위험한 이야기
11 산양치기들과 함께 있을 때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12 돈키호테와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산양치기가 들려준 이야기에 대하여
13 여자 목동 마르셀라 이야기의 결말과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14 죽은 목동의 절망에 찬 시들과 예기치 않았던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전편 3부
15 돈키호테가 포악무도한 양구에스들과 만났을 때 당한 불행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
16 비기발한 이달고가 성이라고 상상한 객줏집에서 당한 사건에 대하여
17 용사 돈키호테와 그의 훌륭한 종자 산초 판사가 불행하게도 성이라고 생각한 객줏집에서 겪은 수많은 고난이 계속되다
18 산초 판사가 주인 돈키호테와 나눈 이야기와 그 밖에 이야기 될 만한 모험들에 대하여
19 산초가 주인과 나눈 진중한 이야기와 시체의 모험과 다른 유명한 사건에 대해서
20 아무런 위험 없이 끝낸 세상 유명한 기사의 모험처럼 안전하게 끝난 용감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듣도 보도 못한 모험에 대하여
21 맘브리노 투구를 획득한 대단한 모험 그리고 질 줄 모르는 우리의기사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22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할 수 없이 끌려가는 수많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돈키호테가 베풀어 준 자유에 대하여
23 이 진실된 기록에서 이야기되는 가장 희한한 모험들 중 하나인, 시에라 모레나에서 그 유명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24 시에라 모레나 산맥에서의 모험이 계속되다
25 시에라 모레나 산맥에서 라만차의 용감한 기사가 겪은 기이한 일들과 벨테네브로스의 고행을 흉내 내어 그가 한 일에 대하여
26 사랑으로 말미암은 돈키호테의 몸부림이 시에라 모레나 산속에서 계속되다
27 신부와 이발사가 어떻게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이 위대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다른 일들에 대하여
전편 4부
28 같은 산중에서 신부와 이발사에게 일어난 새롭고 즐거운 모험에 대하여
29 사랑에 빠져 혹독한 고행에 들어갔던 우리 기사를 꺼내기 위한 재미있는 속임수와 명령에 대하여
30 아름다운 도로테아의 신중함과 정말 재미있는 일들에 대하여
31 돈키호테와 종자 산초 판사가 나눈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32 객줏집에서 돈키호테 일행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33 <당치 않은 호기심을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지다
34 <당치 않은 호기심을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
35 <당치 않은 호기심을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다
36 돈키호테가 붉은 포도주 가죽 부대와 벌인 용맹하고도 터무니없는 전투와 객줏집에서 그에게 일어난 다른 희한한 사건에 대하여
37 유명한 미코미코나 공주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다른 재미있는 모험들이 이야기되다
38 학문과 군사에 대해 돈키호테가 벌인 신기한 연설에 대하여
39 포로가 자기의 인생과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40 포로의 이야기가 계속되다
41 포로가 그의 이야기를 계속하다
42 객줏집에서 더 일어난 사건과 다른 여러 가지 알아 둘 만한 일에 대하여
43 노새 모는 젊은이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객줏집에서 일어난 이상한 사건이 다루어지다
44 객줏집에서 일어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이 계속되다
45 맘브리노의 투구와 길마에 대한 의혹이 밝혀지고 다른 모험들을 진실 그대로 이야기되다
46 성스러운 형제단 관리들의 대단한 모험과 우리들의 선량한 기사 돈키호테가 한 위대한 폭언에 대하여
47 마법에 걸린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끌려가는 이상한 방식과 다른 유명한 일들에 대하여
48 교단 회원이 기사 소설과 그의 지혜에 합당한 다른 문제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다
49 산초 판사가 자기 주인 돈키호테와 나눈 진중한 대화에 대하여
50 돈키호테와 교단 회원이 벌인 점잖은 논쟁과 다른 사건에 대하여
51 돈키호테를 데리고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산양치기가 들려준 이야기에 대하여
52 돈키호테와 산양치기가 벌인 싸움과 고행자들이 땀 흘린 대가로 행복한 결말을 맺은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
4.2. 후편 차례(한국어판 기준)
1 신부와 이발사가 돈키호테와 그의 병에 대해 나눈 이야기
2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의 조카딸과 가정부를 상대로 한 주목할 만한 싸움과 다른 재미있는 일들에 대하여
3 돈키호테, 산초 판사 그리고 삼손 카라스코 학사 사이에 있었던 우스꽝스러운 토론에 대하여
4 산초 판사가 학사 삼손 카라스코의 의문을 풀어 주고 질문에 대답한 내용, 그리고 알아 두고 이야기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5 산초 판사와 그의 아내 테레사 판사 사이에 있었던 점잖으면서도 재미있는 대화와 행복하게 기억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6 돈키호테와 조카딸과 가정부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들 가운데 하나이다
7 돈키호테가 자기 종자와 나눈 이야기와 다른 유명한 사건들에 대하여
8 귀부인 둘시네아 델 토보소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9 여기서 알게 될 일이 이야기되다
10 둘시네아 공주를 마법에 걸기 위해 산초가 꾸민 계략과 우스꽝스럽고도 진실된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11 <죽음의 궁정>의 수레인지 달구지인지를 만난 용감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
12 용감한 <거울의 기사>와 용맹한 돈키호테가 한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
13 두 종자가 나눈 점잖고 새롭고 부드러운 대화와 함께 <숲의 기사>의 모험이 계속되다
14 <숲의 기사>의 모험이 계속되다
15 <거울의 기사>와 그의 종자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에 대한 정보를 주다
16 돈키호테와 점잖은 라만차의 신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17 돈키호테 전대미문의 용기가 닿고 도달할 수 있었던 최후의 극점과 행복하게 끝난 사자의 모험이 밝혀지다
18 <녹색 외투의 기사>의 성 또는 집에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과 다른 엉뚱한 사건들에 대하여
19 사랑에 빠진 목동의 모험과 정말로 재미있는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20 부자 카마초의 결혼식과 불쌍한 바실리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21 카마초의 결혼식이 계속되며 다른 재미있는 일들이 다루어지다
22 라만차의 심장부에 있는 몬테시노스의 동굴에서 일어난 위대한 모험과 용감한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이 모험으로 이룬 멋진 성공담에 대하여
23 위대한 돈키호테가 깊은 몬테시노스 동굴에서 보았다는 놀랄 만한 사건들과 이 모험을 거짓으로 여기게 만드는 그 엄청남과 불가능성에 대하여
24 이 대단한 이야기를 진짜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수천 가지 당치 않은 자질구레한 일들이 이야기되다
25 당나귀 울음소리에 관한 모험과 괴뢰사의 재미있는 모험, 그리고 점쟁이 원숭이의 기억할 만한 점괘에 대하여
26 괴뢰사의 우스꽝스러운 모험이 계속되고, 상당히 재미있는 다른 사건들이 다루어지다
27 페드로 선생과 원숭이의 정체, 그리고 당나귀 울음소리 모험에서 돈키호테가 원하고 생각했던 바와 달리 겪어야만 했던 불행한 사건에 대하여
28 읽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여 읽는다면 알게 될, 베넹헬리가 말하는 것들에 대하여
29 그 유명한 마법에 걸린 배 모험에 대하여
30 아름다운 사냥꾼 여인과 돈키호테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31 수많은 큰 사건들에 대하여
32 자기를 비난한 자에게 돈키호테가 한 대답과 다른 심각하면서도 재미있는 사건들에 대하여
33 공작 부인과 젊은 시녀들이 산초 판사와 나눈, 읽을 만하고 기록할 만한 유쾌한 대화에 대하여
34 세상에 둘도 없는 둘시네아 델 토보소의 마법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모험들 중 하나가 이야기되다
35 돈키호테가 둘시네아의 마법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이야기가 다른 놀랄 만한 사건들과 함께 계속되다
36 <트리팔디 백작 부인>라는 별명을 가진 <슬픔에 잠긴 과부 시녀> 돌로리다 부인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상한 모험과 산초 판사가 아내 테레사 판사에게 보낸 편지에 대하여
37 <슬픔에 잠긴 과부 시녀> 돌로리다의 유명한 모험이 계속되다
38 <슬픔에 잠긴 과부 시녀>가 자신의 불운에 대하여 말한 내용이 이야기되다
39 그 트리팔디 부인이 놀랍고 기억할 만한 자기의 이야기를 계속하다
40 이 모험과 이 기억할 만한 이야기에 관련된 일들에 대하여
41 클라빌레뇨의 도착과 이 길었던 모험의 결말에 대하여
42 산초가 섬을 통치하러 가기 전에 돈키호테가 그에게 준 충고와 신중하게 고려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43 돈키호테가 산초 판사에게 준 두 번째 충고에 대하여
44 산초 판사를 어떻게 섬으로 데려갔는지와 성에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
45 위대한 산초 판사가 어떻게 섬에 취임했는지와 어떻게 통치를 시작했는지에 대하여
46 사랑에 빠진 알티시도라의 호소와 돈키호테가 당한 놀랍고 경악할 만한 고양이 방울 소리에 대하여
47 산초 판사가 통치하면서 어떻게 처신했는지가 계속 이야기되다
48 돈키호테와 공작 부인의 과부 시녀 도냐 로드리게스에게 일어난 일과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기억할 만한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49 산초 판사가 자기 섬을 순찰하던 중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50 과부 시녀를 때리고 돈키호테를 꼬집고 할퀸 마법사와 집행인의 정체가 밝혀진 일, 아울러 산초 판사의 아내 테레사 판사에게 편지를 가지고 간 시동이 겪은 사건에 대하여
51 통치 일에 있어서 산초 판사의 발전과 다른 좋은 일들에 대하여
52 <슬픔에 찬>, 혹은 <고뇌에 찬>, 혹은 또 다른 이름인 도냐 로드리게스라는 과부 시녀의 두 번째 모험에 대하여
53 산초 판사의 힘들었던 통치의 결말에 대하여
54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 이야기와 관련된 일에 대하여
55 길을 가던 도중 산초에게 일어난 일들과 보아야만 이해될 다른 일들에 대하여
56 과부 시녀 도냐 로드리게스의 딸을 옹호하기 위해 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하인 토실로스 사이에 벌어진, 생전 보지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싸움에 대하여
57 돈키호테가 어떤 식으로 공작과 작별하는지, 그리고 공작 부인의 하녀인 재치 있고 자유분방한 알티시도라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58 어떻게 해서 돈키호테에게 방랑할 여유도 주지 않고 수많은 모험들이 자주 일어났는지에 대하여
59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모험으로 볼 수 있는 이상한 사건에 대하여
60 돈키호테가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61 바르셀로나로 들어갈 때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과 기발함보다는 진실이 더 많은 다른 일들에 대하여
62 마법에 걸린 머리의 모험과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다른 자질구레한 일들에 대하여
63 갤리선을 방문했을 때 산초 판사에게 일어난 재난과 아름다운 무어인 아가씨의 새로운 모험에 대하여
64 지금까지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그 모든 모험들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사건에 대하여
65 <하얀 달의 기사>가 누구인지에 대한 소식과 돈 그레고리오의 구출, 그리고 그 밖의 사건들에 대하여
66 읽는 사람은 보게 되고 읽는 걸 듣는 사람은 듣게 될 사건에 대하여
67 돈키호테가 1년 동안 목동이 되어 들판에서 살겠다고 결심한 일과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에 대하여
68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돼지의 모험에 대하여
69 이 위대한 이야기의 모든 과정 중에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가장 희한하고도 가장 새로운 사건에 대하여
70 제69장에 이어 이 이야기의 내막을 밝혀 주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하여
71 종자 산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72 돈키호테와 산초가 자기네 마을에 어떻게 도착했는지에 대하여
73 돈키호테가 마을로 들어설 때 느낀 징조와 이 위대한 이야기를 장식하고 믿게 만드는 다른 사건들에 대하여
74 어떻게 해서 돈키호테가 병들어 누웠는지와 그가 한 유언,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하여
* 줄거리:
자칭 편력기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Don Quijote de la Mancha)와 애마 로시난테(Rocinante), 그리고 순진한 산초 판사(Sancho Panza)의 모험집. 시골 지주인 알론소 키하노(Alonso Quijano)가 기사도 소설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망상이 심해져서 자신을 진짜 기사 돈 키호테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생각해낸 가상의 레이디인 둘시네아 공주를 그리며 세상의 악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돈 키호테는 위에도 있다시피 Don Quixote로, Don은 존칭이자 우두머리와 비슷한 의미이고 Quixote가 이름이다. 즉 띄어 쓸 때는 돈 키호테로 써야 한다. 키호테가 무슨 뜻인고 하니, 허벅지 안쪽을 보호하는 갑옷 부위로, 정력을 의미하는 은어다. 즉 호칭부터 '정력왕'이라는 의미라 성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다.
우선 돈 키호테의 배경이자 당시의 스페인에서 기사가 어떤 존재였는지부터 알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돈 키호테가 생각하는 '중갑기병'으로서 기사는 도태된 지 오래고, 총의 보편화로 기사하면 생각나는 전신갑주는 흉갑을 제외하고 사라졌다. '기사'는 귀족 군인이 하사받는 호칭으로나 남아 있었다. 즉 아주 옛날에나 쓰던 중갑을 착용하고 비루먹은 말을 끌고 다니는 꼴은 당시 사람들도 폭소를 터트릴 만한 모습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본작이 집필된 시대는 16세기 말이고, 스페인 문학사에서 본문에서도 수없이 언급되는 골족의 아마디스 같은 르네상스 기사도 문학이 가장 유행했던 때는 작품이 집필된 시기에 대충 60대쯤이라 설정된 돈키호테가 어린 소년이었을 시절, 즉 16세기 초중반 코뮤네로 봉기 전후로 카를 5세 치세 무렵이었다. 스페인어 원문으로 보면 가장 전형적인 예로 현대 와선 hermano(형제), Hernando(에르난도 이름)을 돈키호테는 fermano, Fernando란 식으로 H 대신 F를 쓰는데 이 철자 변화가 생긴 때가 16세기 중반쯤이다. 전통적인 중세 유럽의 중갑 기사 기병도 16세기 초반 이탈리아 전쟁까지는 엄연히 현역으로 맹활약하다 1525년 파비아 전투 때 전 유럽이 주목하지 않을수 없을 만큼 대규모 군사기술적 혁신을 겪고 16세기 중반 생캉텡 전투쯤 되면 스페인군에서 모습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으며, 산티아고 기사단을 필두로 15세기 말까지만 해도 진짜 '기사단'으로서 군사적 목적이 뚜렷했던 성직기사단들 또한 이 시대를 기점으로 군사적 목적은 거의 사라지고 귀족들의 친목집단으로 성격이 변했다.
따라서 세밀하게 따지고 보면 작중에서 돈키호테는 진짜 아아주 옛날이 아니라, 딱 그 시대 살아있는 노년들은 대충 기억할 법할 16세기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현대 한국인들의 시점에선 진짜 조선시대라기보단 딱 구한말, 6.25 전쟁 이전 어렴풋하게 그 사회의 세대적 기억 끄트머리에 남아 있는 과거의 모습이 시대의 벽을 찢어발기고 현대에 툭 튀어나왔으니, 깨면서도 뭔가 친숙하고 익숙해보이는 것이다. 돈키호테란 작품을 카스티야 지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 설정하고 해석할 때 돈키호테는 이렇게 멀면서도 가까운 과거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물이란 미묘함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페인의 라만차의 어느 마을에 사는 알론소 키하노라는 이름의 쉰 살도 넘은 이달고(하층 귀족)가 그 신분에 어울리게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당시 유행하던 기사도 소설에 빠져 밤낮 가리지 않고 식음을 전폐한 채 탐독한 나머지, 급기야 미치게 되어 스스로 편력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몸소 세상에 정의를 내리고 불의를 타파하며 약자를 돕겠다는 원대한 꿈을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기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이름부터 기사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돈키호테 데 라만차'로 고친다. 그리고 이웃 마을의 촌부 알돈사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세워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이름의 공주이자 귀부인으로 격상시킨다. 그런 다음, 증조부로부터 내려오던 낡은 갑옷으로 무장하고 비쩍 마른 말인 로시난테에 올라 세 번에 걸쳐 길을 나선다.
첫 번째 출정에서는 객줏집 주인에게서 기사 서품을 받고 그의 충고대로 기사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다가 안드레스 소년과 그의 주인 후안 알두도를 만난다. 돈키호테는 이들에게 정의를 행함으로써 자신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 전한다. 이어 만난 톨레도 상인들에게도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지만, 이에 대한 답으로 상인들의 우롱과 매질만 돌아온다. 만신창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며 자신이 만투아 후작의 로만세에 나오는 발도비노스라는 생각에 고통을 호소할 때, 이웃인 페드로 알론소가 그를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오는 것으로 사흘간의 첫 출정은 끝난다.
집에서 몸을 추스르는 사이 마을 신부와 이발사와 가정부와 조카딸은 돈키호테 서재의 책 검열과 화형식을 행하고 그를 광기로부터 끌어내려 한다. 그래놓곤 돈키호테가 따지자 한다는 변명이 '마법사가 그랬다.' 결국 돈키호테는 종자 산초를 대동하고 두 번째 출정에 나선다.
두 번째 출정에서 돈키호테는 일신상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모험을 불사한다. 하지만 승리는 단 몇 차례, 거의 항상 부서지고 깨어지기만 할 뿐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상만을 추구하는, 그래서 실패에 대한 인식도 없는 광인 돈키호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을 잊지 않고 욕심을 채우며 겁도 많지만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주인에게 충실하기 그지없는 단순 소박한 종자 산초, 이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충돌은 독자들에게 끝없는 유쾌함과 해학을 선사한다. 다양하게 삽입된 모든 장르에 걸친 이야기들 속에서 산초는 수많은 속담과 의견들을 쏟아놓는다. 그리고 주인 돈키호테의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군사, 행정, 법, 자유, 평등, 인류애 및 경제와 문학, 통치, 철학 등에 관한 인본주의적이자 이상주의적인 해석이 넘친다. 이것은 사랑과 믿음과 소망의 주제와 맞물려 한 권의 금언집이나 도덕서로 탄생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돈키호테는 이 두 번째 출정에서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에 갇히고 소달구지에 실린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로써 돈키호테 이야기의 전편인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는 끝난다.
전편이 출판되고 10년이 지난 1615년, 돈키호테가 한 달간 집에서 요양하다가 세 번째로 집을 나서는 내용으로 속편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출판되었다.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이달고에서 기사가 된 돈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가 한 일들이 책으로 출판되어 세간의 호평을 받았으며, 이제 세상 사람들 모두 이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편을 통해 이들을 알게 된 공작 부부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이 두 주인공을 가지고 집요하게 장난을 친다. 이런 장난과 더불어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한 삼손 카라스코 학사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진다.
산초는 바라타리아 섬의 통치자가 된다. 돈키호테는 '하얀 달의 기사'로 분장한 삼손 카라스코에게 패해 편력 기사로서의 모험에 종지부를 찍고 집으로 돌아와 꿈을 잃은 자로서 우울증에 빠져 영면한다. 통치 경험을 마친 산초가 자신의 꿈은 어리석은 자의 소망이었음을 고백하는 모습 또한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당나귀에게로 가서 돈키호테와 지냈던 시절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다는 그의 술회와 임종을 앞둔 돈키호테에게 어서 일어나 편력 기사로서 모험을 찾아 다시 나가자며 터뜨리는 오열은, 현실 앞에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에 비수처럼 아프게 꽂혀 온다. 세상의 진리를 절절하게 맛본 작가 세르반테스가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포용하고, 그 약점까지 관용으로 사랑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1권은 중간 중간에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등장인물들이 보는 소설의 형태로 다른 이야기들이 몇 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세르반테스는 자칫 이야기가 지루해질까봐 몇몇 다른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고 하지만, 독자에 따라선 큰 줄거리의 맥을 끊는 산만한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고 작가도 2권에선 이를 사과하며, 주연인 돈 키호테와 산초에 집중하겠다고 얘기한다.
액자식 구성으로 편성된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다. 이야기들 중에는 결혼도 하지 않고 양치기처럼 돌아다니는 미소녀를 사모하다가 죽은 양치기의 장례식 이야기가 있는데, 이곳에서 양치기들은 죽은 청년의 사랑을 거부한 소녀를 저주하고 비난한다. 그러다가 그 소녀가 장례식에 등장, "나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고, 내가 그를 모욕한 것도 아니며, 그 청년 혼자 '나와 결혼해달라'고 매달리다가 스스로 죽은 건데, 왜 내 잘못이냐." 하며 변호한다. 이 변호가 아주 논리정연하고 이지적이었기에,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은 데꿀멍, 혹은 소녀에게 반해서 따라가려고 한다. 그러다가 소녀의 모습에 감탄한 돈 키호테가 "소녀를 더 귀찮게 하지 말라"고 버텨 서자, 그에게 쫄은 것인지 아니면 장례식을 마치려는 것인지 다들 물러선다.
2편에서 나오는 공작 부부가 굉장히 특이하다. 돈키호테를 끝내주는 이 시대의 유명인 코미디언이 오셨다며 겉으로는 지극히 극진하게 대접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재력과 재산, 능력을 총동원하여 돈키호테를 골려먹고 꿀잼 컨텐츠를 뽑아내는 데 혈안이 팔려 끝에는 오히려 돈키호테보다 더 정신 나간 사생팬스런 모습까지 보여준다.
세르반테스는 자신을 돈 키호테의 의붓아버지라고 표현하며, 자신은 라 만차의 연감이나, 시데 아메데 베넹헬리라는 아랍인이 쓴 아랍어 판 돈 키호테 이야기를 무어인의 도움을 받아 번역해서 쓰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물론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나 라만차의 연감 이야기는 세르반테스가 지어낸 가상의 설정이다. 당시 기사도 문학의 전형적인 클리세로, 본 작품이 기사도 문학에 대한 패러디인 만큼 당연히 이 클리세도 쓰였다. 이런 기법은 이야기의 사실성을 강조하는 역할로 쓰인다. 이를테면 돈키호테 8장의 경우 한참 사건이 절정에 올랐을 때 갑자기 다음 문구가 뜨며 이야기가 끊긴다.
그런데 아쉽게도 작가는 바로 이 대목에서 이야기를 끝내며, 돈 키호테의 공훈을 기록한 필사본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9장에서는 희귀한 필사본을 발견했다는 설정을 붙이며, 끊겼던 8장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간다.[22] 이런 작중작 설정과 필사본, 재창작은 보르헤스의 메타픽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외에도 간혹 '세르반테스'란 사람이 페드로 페레스 신부가 불태우는 책의 저자로 언급되고, 참전 용사의 대사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명대사 아닌 대사가 없지만, 중반부 세르반테스의 피를 토하는 부르짖음은 그야말로 작품의 백미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면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소?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진 것이 미친 짓이오!" 이런 사상 덕분인지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사회풍자적인 소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즉, 기사도문학을 풍자한 개그의 외양 안에 세르반테스의 이상과 사상을 표현해낸 것으로 본다. 다만 세르반테스가 돈 키호테의 말 안에 광기와 이상을 워낙 교묘하게 뒤섞은지라, 어느 쪽을 편들고 저술하는지 확실치가 않다.
✵ 결말: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결말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새드 엔딩이다.
돈 키호테의 고향 마을(라 만차)에서 돈 키호테를 데려오기 위해 온 고향 마을의 학자 삼손 카르라스코가 백월(은빛 달)의 기사로 위장하여 돈 키호테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기사도 소설에 나온 결투와 맹세를 이용해, 돈 키호테를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실패한다. 그리고 두 번째 결투에서 삼손 카르라스코가 이기게 되고 돈 키호테에게 고향 마을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산초는 돈 키호테가 동경하던 공주 둘시네아 델 토보소의 마법은 풀 수 없다는 거짓말을 하며 귀향을 부추기고 결국 돈 키호테는 고향에 되돌아 오지만 병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유산을 자신의 시종 노릇을 했던 산초와 가족들에게 모두 주고 세상을 떠난다.
돈 키호테가 죽기 전에 산초와 삼손은 그에게 활력을 돌려주도록 함께 양치기가 되기로 하지 않았냐는 얘기와 함께 둘시네아의 마법이 풀렸다며 그를 격려하려 하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온 돈 키호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부터 죽기 직전까지, 지금까지 보였던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매우 정상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쳐서 체념한 듯한 행동을 보이며 쓸쓸히 눈을 감는다.
많은 이들이 이런 엔딩을 모르는 탓에 돈 키호테를 단순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슬픈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세르반테스가 (설정상) 작가인 시데 아메데의 입으로 "나를 위해 돈 키호테는 태어났고, 나 또한 그를 위해 태어났다"며 죽은 그를 쉬게 내버려두라는 얘기도 한다. 상술한 우나무노의 엔딩 해석도 참고할 만하다. 당시 기독교 사회의 가치관에서 연극 배우는 진실을 기만하기 때문에 죄스러운 일이었고, 따라서 돈 키호테라는 하나의 인물을 '연기' 했던 알론소 끼하노 또한 돈 키호테로서 행복한 최후를 맞기란 불가능했으리라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산초 판사 같은 민초에서부터 2부의 공작 부부나 1부의 돈 페르난도 같은 사회의 최상류층 대귀족, 그리고 그 중간에 낀 돈 키호테/알론소 끼하노 본인이나 카라스코 같은 하급 귀족 같은 온갖 사회의 계급과 계층을 넘나드는 해학이다. 저런 동시대 높으신 분들의 공식적인 입장과 실제 사회와 민초들의 현실의 차이를 세르반테스가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따라서 오히려 처음에는 끼하노를 미친X 취급했던 산초 판사 같은 주변 인물들이 오히려 돈 키호테가 자연인 끼하노로 돌아와 죽을 때 다시 여행을 하자고 울며 보채는 건 시대의 공식적인 도덕관에서는 죄악이었던 '연기'와 '픽션'이 실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힘을 마지막까지 교묘하게 비틀어 묘사한 것이며, 따라서 비극적인 요소도 있지만 풍자적인 요소가 더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한편으로 이런 결말은 저작권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시달렸던 세르반테스가 작품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채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래 에피소드 형식으로만 쓰고 따로 결말을 두지 않았다가, 표절에 자극받은 세르반테스가 이를 비판하고 자신의 작품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후속편을 썼고, 그 마지막을 돈 키호테의 광기의 종말 및 죽음으로 끝맺음으로써 더 이상 다른 누군가가 도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 영향력 :
돈키호테는 세계 최초의 근대 소설이자 스페인의 국민 문학이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 중 하나로 전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걸작이자 고전들 중 하나이다. '2002년에는 노벨연구소가 주최한 전 세계 유명 작가 100인이 뽑은 최고의 책 1위를 차지했으며 투표한 작가 50% 이상이 돈키호테에 투표했다. 돈키호테의 압도적인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페인어 문학에서 돈키호테가 차지하는 위상은 영문학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독문학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파우스트, 불문학에서 몰리에르의 희곡들이나 혹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이탈리아어 문학의 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신곡에 비견된다. 20세기 최고의 문학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최고의 소설로는 돈키호테를, 최고의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꼽았다. 또한 오늘날까지 전세계를 대표하는 고전 소설이자 스테디셀러다. 현재까지 5억부 넘게 팔린 것으로 추정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다. 돈키호테는 또한 성경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또 수많은 인류의 지성들과 대문호들이 좋아하는 책이다. 대표적으로 레프 톨스토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존 밀턴, 안톤 체호프, 조너선 스위프트, 찰스 디킨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윌리엄 워즈워스, 허먼 멜빌, 토머스 제퍼슨,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리드리히 실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마크 트웨인, 윌리엄 포크너, 헨리 필딩, 로렌스 스턴,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G. K. 체스터턴, W. H. 오든. 폴 오스터, 토마스 만, 귀스타브 플로베르, 프란츠 카프카, 알렉산드르 푸시킨, 니콜라이 고골, 미하일 불가코프, 밀란 쿤데라, 오노레 드 발자크,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이 있다.
돈키호테는 역사상 총체소설 문학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초의 근대 소설이며, 최초의 다각적인 소설이며, 이후에 서양의 모든 작가들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돈키호테는 서구 문학사에서 ‘중세와 근대의 경계‘, ’최초의 근대 소설’, ‘포스트모더니즘의 배아’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는 ‘현재진행형’ 소설이다. 또한 그 해석의 역사만으로도 근대 서구의 문예사를 아우를 수 있으며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이 등장할 때마다 적용의 대상이 되어왔다. 중세와의 단절이며 동시에 바로크의 전형이었고 낭만주의와 여러 형태의 리얼리즘 그리고 안티 리얼리즘의 모델이었으며 동시에 네오 바로크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천이었다. 서구문학에서 이처럼 거의 모순적으로 보일 만큼 다양한 해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투르게네프가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을 구분할 때처럼 인간성의 한 전형이 되었고 작품의 많은 에피소드들은 다른 유럽 작가들의 개작의 대상이었다.
돈키호테는 처음 출간되자마자 스페인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당시에는 중세 편력 기사를 흉내 내는 복고적 돈키호테의 모험과 기행은 정신 나간 미치광이의 소극으로 읽혔다. 하지만 당대에도 의식 있는 일부 지식인은 “경의와 두려움을 표한다”고 했다. 그 후 세르반테스가 죽고 난 뒤 17-18세기 동안 스페인에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다시 역사에 등장한 것은 독일 낭만주의자들이 재조명하면서였다. 그러면서 비로소 돈키호테의 초월성, 근원적인 메시지를 파악하게 됐다. 돈키호테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던 인물이었고 구원의 메시지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 점을 독일 낭만주의가 드디어 '이상주의'로 해석하게 된 것이다. 독일 당대의 최고 지성인들이 돈키호테를 주목하게 됐다. 돈키호테가 억압받는 사람들을 해방하고 세상을 구원하겠다며 집을 나선 건 당연히 이상주의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독일 낭만주의는 돈키호테 속에서 현실에서 벗어나는 초월성의 개념을 처음으로 읽어냈다. 그런 면에서 돈키호테가 전하려고 했던 진정한 메시지의 전달은 19세기에서야 독일 낭만주의에 의해 실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어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세르반테스의 자서전과 작품이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당대 최고의 문학 편집자 존 보울은 세르반테스가 당시 인기 있던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작가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1781년에 주석으로 된 번역본을 출판했다. 그 후 20세기 들어 실존주의가 등장하면서 인간 존재와 실존, 언어의 역할 같은 주제를 돈키호테에서 읽어내기 시작했다. 19세기말 20세기초에 나온 철학 이론도 그 속에서 맹아를 찾았다. 19세기에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교회가 모든 소설을 유해 매체로 금지했지만, 그에 반발해 해적판이 만들어져 대중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 돈키호테는 모든 주요 언어로 번역되어 700여 판에 이른다. 현대의 멕시코의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세르반테스를 그의 동시대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단테 알리기에리, 대니얼 디포, 찰스 디킨스, 오노레 드 발자크, 제임스 조이스 등과 함께 전 세계 서술적 전통의 한 부분을 형성할 것을 제안했다.
* 커뮤니티들에서 아래 대사가 돈키호테 책속에 나온 걸로 알고 돌아다니는데 사실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에 나오는 장면이다.
「누가 미친거요?
장차 이룩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거요?
아니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사람이 미친거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돈키호테는 대중 매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가진 작품이라 당대부터 2차 창작이 활발했다. 호세 마리아 파즈 가고 교수는 "세계 문학 작품 중에 그림이나 공연, 영상 같은 시각 예술로 가장 많이 옮겨진 것이 돈키호테”라고 말했다.
에니메이션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돈키호테 관련 작품 중에는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라는 제목으로 등장한 뮤지컬이 있다. 국내에서도 몇 번 공연한 적이 있었고, 주제곡 《이룰 수 없는 꿈(Impossible Dream)》이 유명하다. 1972년엔 피터 오툴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교회가 세금을 내지 않자, 교회 건물에 차압딱지를 붙인 죄로 종교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 세르반테스는, 닳을 대로 닳은 냉소적인 죄수들 사이에서 고지식한 이상주의자로 '기소'당하게 된다. 이에 대해 '변론'하기로 마음먹은 세르반테스는 한 미치광이 기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즉 돈키호테 이야기는 세르반테스 이야기의 극중극이며,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자로서의 세르반테스를 대변하는 분신이다.
✵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 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KBS1 <예썰의 전당> [8회] 네 멋대로 해라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Daum·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