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통속 / 박이화
화투를 치다 보면 꽃놀이패도 아니지만 똥패도 아닌 패를 잡을 때가 있다. 던지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들고 있어봐야 별 뾰족한 수가 날 것 같지도 않은 바로 사람 잡는 패다. 눈 질끈 감고 버릴 수 있을 때 버리고 죽을 수 있는 판은 차라리 다행이고 행운이다. 죽어야 하는 패를 들고 갈 데까지 가보는, 가보고야 마는 그 못 말리는 심정이란? 이제사 말이지만 정이란 것이 딱 그 짝이다. 한자리서 웃다 우는 꼭 그 꼴이다. 미운 정 고운 정 그 빼도 박도 못하는 정 때문에 우리는 곧잘 흥얼흥얼 흘러간 통속에 젖는다. 누가 뒤집힌 화투패를 알겠는가? 그러므로 어제도 오늘도 내 변함없는 애창곡은 나애심의 과거를 묻지 마세요다. 그렇게 유행가는 돌고 화투패도 돈다. 돌고 돌아 통속이고 그 불멸의 통속으로 나는 또 당신이 그. 립. 다
- <시와시와> 2014년 여름호
방 한 쪽, 먼 발치에 식탁도 아니오 밥상도 아닌 묵직한 타원형의 미색 대리석 탁자 하나 놓여있다
위에는 까만 테블릿과 붉은 표지의 일한 사전이랑 책 몇권이 아무렇게 쌓였고 펼쳐 놓은 공책에 서툰 일어, 한자, 싯귀절, 드라마 속 문장 등등 하다만 공부 흔적들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딴엔 호기롭게 시작한 방송통신대 일어학과의 공부 흔적이다
오래 전 막내 시이모부님이 가구 사업을 할 때 그 때 어머님께 선물로 주신 앉은뱅이 거실 테이블이다
무슨 보물같이 이리저리 이사 다니면서 다른건 다 없애도 그 탁자만은 끌어 안고 함께 우리집에 오셨다
그 귀한 탁자를 저리 방치 하고 있으니 참으로 죄 스럽기만 하다
이달 초,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을 뵈려 잠깐 들렸었다 콧줄을 끼고 두 손은 양쪽으로 침대에 묶여있고 틀니 빠진 합죽이 된 입으로 연신 뭐라뭐라 웅얼웅얼 거리신다
며느리는 커녕 아들도 못 알아 보신다
그 방에 콧줄로 연명 하시는 분이 두분 더 계셨다 두 분은 어머님 보다 젊어 보이시는데도 양손이 다 묶인 채다
남편은 가끔 그런다
"엄마 돌아 가시는게 나은데 저리 살면 뭐하냐"
머지 않은 자신의 미래를 의식 하는건지도 모를일이다
뭐라 대꾸 할 말이 없는 그녀.
며칠 전 우리집으로 덥석 안고 왔던 그 "대단한 놈" 그놈을 주인한테 대려다 줬다
딸애 말대로 주인이 찾을지 모르니 당근에 올려 보란다
올렸더니 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라며 대려간 근처에 갖다 놓음 집 찾아 간단다
해서 그넘을 어둑어둑한 밤에 공장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넘을 풀어 났더니 크다란 짐차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혹시나 그넘 어찌될까봐 손살같이 재 빠른 고놈을 잡아서 케이지에 넣고 걷고 있는데 문이 열려있고 잔디를 깍는지 기계소리 요란한 곳에 들어 갔더니 그 집이 맞단다
깊이 정 들기 전에 잘 되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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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말이지만 정이란 것이 딱 그 짝이다. 한자리서 웃다 우는 꼭 그 꼴이다. 미운 정 고운 정 그 빼도 박도 못하는 정 때문에 우리는 곧잘 흥얼흥얼 흘러간 통속에 젖는다. 누가 뒤집힌 화투패를 알겠는가? "
애지중지하시던 어머님의 대리석 테이블에 쌓인 무지와 게으름의 먼지 툭툭 털어낸다
패 내던지기엔 아직은 아깝다
판판이 깨지는 똥패 까 보기전엔 아무도 모른다
첫댓글
낡아 방치된 탁자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도,
정들기전 서둘러 돌려보낸 고양이도
끝까지 들고 가봐야만 하는, 살아있는 동안 그저 들고 갈 수밖에 없는 정이라는 이름의 화투패인 셈이지요.
오랜만에 묵직한 글 한편 읽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어제부터 2학기 등록 하라는
방통대 문자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 졌습니다
혼자하는 공부가 지루하고
답답해도 한번더 해 볼까 싶네요
댓글 고마워요^^~
내가 시를 못 쓰는 것은
그 잘난 위선을 덮고
변절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지켜온 가식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착실하게 살겠다고
고해성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통속적인가 ^^
제가요
학과를 바꿀 수 없냐니까
학과는 못바꿔도
일어 기본적인 과목 3권
국문학과 3권
그중 시론도 있어서 ㅎㅎ
글 한번 써 볼까 했더니
호태님은 시를 안 쓰신다니요
좀 갈차 주시지요^^~
불멸의 통속을 위하여!!
저희 엄마도 돌아가시기전
코줄을 꼈어요.
요양원 계실때 자꾸
변을 만져 손도 묶어
놓고~~
8년을 계셨는데
마지막에 고생하시고
돌아가셨어요.
글을 읽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나네요.^^
그러셨군요
8년씩이나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정말 곱고 키도 크시고 멋쟁이 셨는데
세월 참 무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에효 사는게 몬지요 하나같이 걱정거리 끼안고 살아가는 삶
말않해서 그렇지 어디 사연없는집 있으리요
바로 위 오라버니 첫 기일이라고
갔다 왔네요
벌써 일년
건강이 최곱니다
요요님 늦게 하는 공부는 하고 싶어야 합니다 억지로 하지 마세요
저는 하반기 문창반 수업 안 들으려 합니다
하기 싫어서 입니다 싫은 건 안해야지 곁에서 권한다고 하면
머리 아프더군요 근처 주민 자치 센터 생활 영어 회화만
계속 하려구요 1년 반 문학 수업 받았는데 뭐 그저 그래요
더 나은 미래도 남지 않았는데 억지로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지요
그래도 하고 싶어 십 년간 학교에 남은 분들 많아요
지금도 유튭으로 치매 과정을 몇 시간째 들여다 보고 있어
요요님 글 읽으니 가슴이 덜컹 합니다 언젠가 나도
가야 하는 길 점점 가까워 지는 그 길
앞일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있자니 질병과 치매가 코 앞에 달려 오는 거
같아 두려워서 뭐든 붙잡고 씨름해야 겠지요
요요님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감사합니다
늘 존경하는 운선님
공부는 생각이 많아지네요
서방땜시 혼자서는 어디 한발짝도 못나가는 처지다보니 그래도 반년동안 공부랍시고 하니 다른건 몰라도 시간이라도 때운다는게 좋았던것 같아요
일단은 등록금이 삼십오만원정도 저렴하구요
그 안에는 여러가지 콘센트들이 많아 다양한 공부를 접할 기회가 많구요 학점에 연연하지 않지요 해서
일년은 해 보고 싶네요
혼자라 답답하고 지루할때도 있지만
간단한 일어 기초 문장만이라도 배울수 있음 그것으로 만족 합니다
그리고 국어국문학에 대한 글공부도 함께 들여다 볼수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사실은 그넘의 몹쓸 치매땜에 이러는지도 몰라요
나라도 그 끔찍한 치매에 안걸리게 애 쓰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