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이 왜 만들어졌는가?
사람이 한곳에 고정되어 생활한다면 자신의 위치와 방위를 파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주변의 산과 강 그리고 마을과 같은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삼으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밖으로 나갔다가도 그 지형을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이동하는 존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지형지물이 계속해서 변한다. 내가 지나온 산과 강은 뒤로 사라지고 새로운 지형이 앞에 나타난다. 따라서 지상의 지형지물만으로는 이동하는 동안 자신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사막과 같이 광활하고 평탄한 공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자신의 방향을 알려줄 만한 산이나 강이 없기 때문이다. 낙타를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금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변하지 않는 기준을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찾기 시작하였다.
해와 달 그리고 별을 관찰하고 그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방향을 파악하였다. 특히 하늘에는 지상의 지형지물과 달리 인간이 이동하더라도 방위를 판단할 수 있는 일정한 천문학적 기준이 존재하였다.
여기에서 천문학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광대한 하늘의 공간에서 수많은 별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일정한 기준점과 기준축이 필요하였다. 별 하나하나의 위치를 아무런 기준 없이 기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늘에서 일정한 중심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중심으로 별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였다.
그 대표적인 기준이 천극(天極)이다. 지구의 자전축을 하늘로 연장하면 천구의 극이 형성되며, 북쪽의 천구북극 가까이에 북극성이 위치한다. 북극성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별들이 그 주변을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북쪽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이렇게 광대한 하늘에서도 중심이 되는 기준을 설정하고 그 중심을 기준으로 주변의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는 공간 인식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바로 중앙과 방위의 결합이다.
즉 중앙은 단순히 땅 한가운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방위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점이며, 그 기준점을 중심으로 동·서·남·북과 그 사이의 모든 방향이 펼쳐진다.
따라서 중앙방위(中央方位)는 단순히 땅 위의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광대한 공간 속에서 하나의 중심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 중심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인간의 공간 인식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이후 나침반의 원형 방위체계와 항해술로 이어지고, 현대에는 자신이 지구상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GPS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하였다.
고정된 인간은 지형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았지만, 이동하는 인간은 하늘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광대한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중심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였다.
그 기준을 공간의 중심과 방위로 표현한 것이 바로 중앙방위(中央方位)라고 볼 수 있다.
중앙방위(中央方位)와 현대의 GPS
특히 현대에 이르러 인간의 이동속도가 극도로 빨라지면서 방위의 개념도 달라지게 되었다.
마하의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를 생각해보자. 전투기 조종사에게 단순히 동쪽이 어디이고 서쪽이 어디이며 남쪽과 북쪽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나는 어디에 떠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현재 내가 어느 지역의 상공에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아군 지역인지 적군 지역인지, 목표지점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의 GPS와 항법체계가 해결하는 문제이다.
GPS는 단순히 동서남북을 알려주는 장치가 아니다. 현재 나의 위치를 좌표상에서 확인하고 그 위치를 기준으로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해주는 체계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중앙(中央)이다.
중앙이란 반드시 지리적으로 한가운데에 고정된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내가 있는 지점이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그 기준점을 중심으로 주변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한다면 현재 내가 떠 있는 지점이 그 순간의 중앙이 된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이동한다면 현재 비행 중인 나의 위치가 그 순간의 중앙이 된다.
그리고 그 중앙을 기준으로 내가 어느 방향에 있으며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따라서 이동하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동서남북 자체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중심으로 한 위치관계이다.
전투기 조종사가 아군 지역에서 적군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한다고 생각해보자. 동쪽과 서쪽을 알고 있다고 해서 자신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어느 좌표에 있으며 그 좌표가 아군 지역인가 적군 지역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항법에서 중요한 것은 고정된 방위만이 아니라 이동하는 나 자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위치와 방위의 관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전쟁과 현대의 전쟁은 큰 차이가 있다.
과거 전쟁에서 장수와 책사들은 지도를 펼쳐놓고 전략과 책략을 구상하였다. 아군의 진지나 본진이 하나의 중앙이 되었고, 그 중앙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의 적과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였다.
즉 중앙이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중앙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러나 항해와 항공의 시대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배는 계속 이동하고 비행기는 더욱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특히 현대의 전투기는 마하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몇 초 전의 위치와 현재의 위치가 달라진다.
따라서 이동하는 물체에서는 중앙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내가 이동함에 따라 내가 있는 위치가 새로운 중앙이 되고, 그 중앙을 기준으로 주변의 위치와 방향을 계속 새롭게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항법에서 GPS가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중앙방위(中央方位)를 단순히 “땅의 중앙에서 동서남북을 정하는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앙방위란,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공간의 방향과 위치관계를 파악하는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아군의 진지가 중앙이었다면, 이동하는 시대에는 이동하는 나 자신이 중앙이 된다.
민약 전투중인 비행사에게 이런 나침반을 달고 전투하라고 생각을 해보자
이런 대지 나침반을 가지고 감당할 수 있겠는가?
고대에서 발달한 천문학은 이런 원리로 만들어졌는데
석관리에서 출토가 된 낙랑시대 천지반이 대표적인 유물이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북두칠성을 위치로 해서 위치를 결정하였는데
오늘날의 GPS 항법 체계와 유사하다.
천지반이 보여주는 고대의 천문적 위치 인식과 현대 GPS의 위성항법은 기술적으로는 다르지만, 광대한 공간에서 중앙이라는 한 기준을 설정하여 위치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