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평선, 경계를 넘는 은유의 미학: 채윤병 「수평선 은유」
밤새도록 꿍꿍이속 갖은 수작 부려대다
날 새자 얼싸 좋다 햇살 무리 끌어안고
한 찰나/ 이승과 저승/ 징검다리 놓는 듯
파도가 심술부려 난장판을 이루어도
갈매기 활개춤에 천년 앞길 환히 열어
해종일/ 오는 정 가는 정/ 물너울만 치고 있다
하늘과 바닷물이 어기차게 마주잡아
전생의 인연인가 은유의 물길 트고
수평선/ 푸른 꿈 일궈/ 억겁 도량 닦고 있네.
채윤병 「수평선 은유」 전문, 『섬강별곡 8집』(열린출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49121
고 채윤병 시인의 「수평선 은유」는 바다와 하늘의 만남, 인간의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암시하는 다층적인 은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조이다. 작품은 세 개의 수를 통해 수평선의 이미지를 확장하고, 그것을 삶과 자연의 본질적 경계로 형상화하고 있다.
첫째 수에서는 밤과 낮의 경계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간극을 징검다리처럼 이어주는 수평선의 메타포가 나타난다. 여기서 수평선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문턱을 암시하는 존재론적 경계로 기능한다. “밤새도록 꿍꿍이속 갖은 수작 부려대다”라는 표현은 밤의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음모를 암시하며, 이러한 갈등이 끝나고 아침의 햇살이 드러나는 순간, 수평선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징검다리로 표현된 수평선은 한순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이기도 하다.
둘째 수에서는 파도와 갈매기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동적 요소를 부각시킨다. “파도가 심술부려 난장판을 이루어도”라는 구절은 인생의 고난과 시련을 상징하며, 그 속에서도 갈매기는 활개를 펼치고 천년의 앞길을 열어 간다. 여기서 수평선은 “오는 정 가는 정”이 물너울처럼 계속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관계와 애정을 암시한다. 시적 화자는 갈매기의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삶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수평선을 경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로 상상한다.
셋째 수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맞잡고 있는 수평선이 ‘전생의 인연’과 ‘은유의 물길’로 표현된다. 이 수평선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선을 넘어 ‘푸른 꿈’을 일구고 ‘억겁 도량’을 닦는, 오랜 시간과 인연의 무대가 된다. ‘은유의 물길’이라는 표현은 시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며, 수평선이 단지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인간의 꿈과 이상을 투영하는 공간임을 시사한다. 수평선이 닦는 ‘억겁 도량’은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이는 곧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시간과 영원의 경계를 의미하는 상징적 은유가 된다.
이 시조는 ‘은유(metaphor)’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수평선을 삶의 다채로운 경계로 확장시킨다. 수평선은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과 꿈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는다. 시인은 수평선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현실과 이상,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심오하게 탐구하고 있으며, 이는 독자로 하여금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삶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
하지만 시적 언어가 직설적이고 설명적인 면이 있어, 은유의 다의성과 모호성이 약화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평선 은유」는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결합하며, 독자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리뷰: 김태균)
첫댓글
섬강에 백로되어
-고 채윤병 시인 그리며
김태균
안개 낀 이른 아침
섬강가에 소요(逍遙)하다
흰 도포 펼치고서
섬강 줄기 훑어본다
그토록 그리던 강에
백로 되어 노니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