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원장님의 인생을 글짓기 하지 못했는가?
글짓기는 지식 체계의 반영이다. 머릿속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발표와 대화, 토론, 작문 등 다양하지만 글짓기를 통해 개인의 지식 체계가 대중에게 널리, 그리고 깊이 검증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작문은 무엇보다 힘들지만 보람이 큰 작업이다.
내가 몇 년 원장님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와 사모님께서 돌아가셨다. 일견 나의 불찰로 볼 수 있지만, 나로서는 원장님과 소통할 언어가 없었기에 교육학의 이해와 학교 적용에 힘쓸 수밖에 없었다. 소통의 가능성은 교육학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와야했다. 그래서 다시 만나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태권도를 하면서 인간의 몸과 마음의 유한성을 자주 경험한다. 몸과 마음을 집중하여 몸과 마음의 가능성을 확장하기에 그런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적정 범위의 운동량을 체크하고 건강과의 관련을 추구하다가 8체질의학의 지식 체계에 빠졌다. 건강이란 변수에서 서양의학에서 풀지 못하는 부분을 추구하는 8체질의학에서 보았기에 원장님의 장부의 건강(면역력) 수준을 체크하고자 주원장한의원을 1회 방문하였다. 8체질의학 책을 드려도 무슨 소용인가? 서양의학에선 근육량이 중요하기에 육고기 섭취를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소화력이 좋아서 별 문제 없었지만, 원장님 체질에 해로운 음식(육고기, 밀가루 음식)을 즐겨 드시기에 언제라도 대장암 판정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人命在天인명재천이기에 건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8체질의학의 관점에서 원장님의 섭생은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매주 준비하는 음식은 원장님 체질에 맞는 음식인 쌀 과자, 잎야채, 해물 등이다. 밀가루 음식은 현서가 만든 빵 뿐이다. 그건 맛만 볼 뿐이다.
원장님 건강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두 가지 일을 기획했다. 하나는 제자들의 운동모임이고, 다른 하나는 자서전 출판이다. 운동모임 기획은 급하기도 했지만, 설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원장님의 인격으로 용납될 수 없는 잘못으로 남았을 것이다. 만의 하나라도 마음의 부담이 있다면 운동모임은 이미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고 일갈하셨다. 원장님께선 탁월한 교육자시다. 그렇기에 교육을 조성하는 환경이 조금이라도 미비하면 하지 않는다. 운동모임이 만들어져서 기쁜 마음으로 오는 제자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제자가 있다는 것을 아시기에 허락하시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존경하는 마음은 커진다. 원장님의 처신을 보면 상황마다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없는 것 같다. 특히 교육과 관련하여 더욱 그러하다. 제자 한 명에게 더욱 귀를 기울이고 도움이 되고자 끝없이 연구하고 조언하신다. 率先垂範솔선수범은 늘 그러하고, 행동과 실천 속에 말이 담지 못하는 깊은 의미를 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원장님을 한번이라도 더 뵙고 말씀 듣는 것이 긴요하다 생각한다.
원장님은 태권도의 세계를 확장시켜 세상에 널리 알리신 공로가 크다. 근데 이를 기록한 이가 없다. 원장님께서 하시기에는 너무나 광활하고 의미심장하다. 실천에 과감하고 심대했지만, 기록엔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 기록만 적절하게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우리시대 偉人위인으로 칭송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련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런 제자가 없는 것 같다. 그래 내가 한번 해보자.
그래서 매주 금요일 저녁 찾아뵙고 원장님의 인생의 굽이굽이 넘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가 질문하면 더욱 구체적으로 답하시지만, 원하는 대로 말씀하시면 나도 무심결에 듣는 경우도 많다. 이야기가 돌고 돌지만, 태권도를 소재로 한 교육,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 학생들에게 행했던 교육에 이르면 항상 분위기가 환해지고 미래를 향한다. 이 순간 원장님과 나는 영원으로 향한다. 교육은 永遠영원의 숨결을 간직하는 인간의 고귀한 활동이다.
글을 조금 써보았지만 여전히 미약하다. 무엇보다 짧게 써야하는데, 질질 늘어지는 것이 문제다. 또한 문학적인 향기가 없어 너무 단조롭다. 이 정도는 치명적이기에 고치고자 해도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글짓기를 좋아하고 원장님을 존경하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또한 나에게는 교육학도로서 특별한 재능이 있다. 누구든 노력하면 교육학도가 될 수 있건만 주변에 노력하는 이가 없다. 8체질의학과 마찬가지로 교육본위론은 진입장벽이 높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당장은 쓸 수 없다. 메모만 꾸준히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많은 자료를 갖고 원장님의 <태권도의 길>을 준비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훌륭한 필력을 갖춘 자가 원장님과 대화하는 것이다. 내가 쓰는 것은 그 다음이다. 내가 좀 더 나아지지 않으면 쓸 수 없으니 내 탓을 해야 한다. 매주 원장님 뵙는 것이 즐겁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불현 듯 맞으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오히려 구십 아버지보다 원장님을 보내는 것이 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