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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15
S#1. 백부자집 전경.
아침 새소리 들리는 백부자집 전경위로,
찬비E : 할머니, 굿모닝~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S#2. 백부자집. 식탁.
삼부 : (신문 접으며) 기래, 우리 찬비도 잘 잤네?
찬비 : (신이 났다) 네~ 오빠는요?
삼부 : 여지껏 퍼질러 자고 있갔디.
부자 : (국 그릇 가정부한테 받아 옮기며) 때 놓치면, 평생 못 찾아 먹는게 세 끼 밥이야. 가서 날래 깨어오라우.
삼부 : 그러니께니, 부자 니가 그래 통통한 거 아니갔니?
부자 : 망할 영감이 아침부터 왜 시비네?
찬비 : (히죽 웃고 가려하면)
삼부 : 그 간나, 며칠 동안 밤 샜더랬어.
찬비 : 예?
삼부 : 기업 연감 펼쳐놓고, 뭔가 골똘하게 연구하는 모양이더구만.
부자 : (생각하는 눈치다) 여러 말 필요없이, 날래 깨워 오라우.
찬비 : 네~ (간다)
S#3. 기풍방.
퍼질러 잠들어 있는 기풍. 옆쪽으론, 기업연감이며.. 신우통운에 대한 자료들이 널려 있다.
찬비, 들어온다. 잠든 기풍을 보며, 히죽 웃더니. 쪽 뽀뽀를 한다.
간지러운지, 잠결에 얼굴을 만지는 기풍. 찬비, 그런 기풍이 귀여워.. 볼에 이마에 연신 뽀뽀를 해댄다.
얼굴을 부비면서 눈을 뜨는 기풍.
기풍 : 아이~ 이 기집애가, 아침부터.. (얼굴 닦아 낸다)
찬비 : (히죽 웃으며) 잘 잤어? (일으켜 세우며) 빨랑 가자, 오빠. 할아버지, 할머니 기다리시잖아. 빨랑~
기풍 : 아, 알았어~ 놔 봐, 좀~ (정신 차리는데)
찬비 : (서류들 보며) 신우통운? 이건 왜 보는데, 오빠?
기풍 : 어~ 쓸데가 있어서 그래.
찬비 : (불안하게 보고)
S#4. 식탁.
부시시한 얼굴로 들어오는 기풍.
기풍 : 할배.할마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앉는다)
찬비 : (옆에 붙어 안고)
부자 : 이 놈아~ 가서 세수나 좀 하구 와. 눈꼽은 덕지덕지 끼어가지구~
기풍 : 세수했어~
부자 : 했어?
기풍 : 아침마다 할마이 손녀딸이 얼굴에 온통 침 발라 놓았잖아~
부자 : 뭬,뭬야? (눈 흘기고)
찬비 : (부끄럽게 웃고)
부자 : 하여튼지, 요즘 젊은 것들은.. (혀 끌끌차고)
식사들 시작하는데..
찬비 : 오빠, 여권 어딨어?
기풍 : 여권은 왜?
찬비 : 왜긴? 미국 비자 신청할려면 여권 필요하잖아.
기풍 : (부자 보면)
부자 : 쟤 애미애비 여지껏 목 빠지도록 기다렸다. 너도 같이 나가서 공부 하고 들어 와.
기풍 : (뜨끔하다가) 유학은 무슨 유학~ 한국 놈이, 한국에서, 한국말 쓰고 사는 거지. 힘들게 꼬부랑 말 배우러 거길 왜 가~
부자 : (기풍 속 다 보고 있는 듯) 이제 백화점도 안정이 됐으니까, 니가 더 도와줄 일 없다. 송사장도 혼자서 잘 해 나갈께야.
기풍 : 할마이.. 아직 싸움 안 끝났어.
부자 : 잔 소리 할 거 없어! 그간 백화점 때문에, 니 눔도 맘 고생 제법 했을테니까.. 며칠 쉬면서.. 주변 정리나 하도록 해.
송사장 만나서, 백화점 문제도 정리하고.. 찬비는 니 애미한테 연락해서, 학교도 좀 알아봐놓구.
찬비 : 네에~ (신이 나서 기풍 보지만)
기풍 : (어둡다)
S#5. 기풍집. 거실.
출근복장을 하고 방에서 내려오던 채린. 나가려다는데,
기풍E : 송사장!
채린 : (돌아본다)
S#6. 채린 비젼.
기풍 : 내가 이래뵈도 한 힘 하거든? 80킬로 역기도 거뜬히 드는 놈인데.. 이 가방은.. 너무 무겁네..
채린 : ....
기풍 : 이렇게 발이 안 떨어지는 거 보니까, 나 당신 많이 좋아했었나 봐..
S#7. 동 기풍집 거실.
돌아보는 채린의 얼굴이 쓸쓸하다. 그 위로..
기풍E : 송사장. 아직 싸움 안 끝났어! 내일 백화점에서 보자구!
쓸쓸하게 걸어나가는 채린의 모습위로..
채린E : 내일이라구 해놓구선.. 벌써 며칠째니? 기풍씨.. 왜 안 와?
S#8. 백부자. 거실
외출 준비를 하고 인사를 하는 기풍. 낡은 빨간색 조끼를 입은 기풍을 보며..
찬비 : 오빠~ 옷이 그게 뭐야?
기풍 : 이게 어때서, 임마.
찬비 : 촌스럽잖아~ 바꿔 입구 가. 일리 와 봐. 내가 다른 거 골라줄께.
기풍 : 아~ 됐어! (힘없다) 다녀오께요. (나간다)
부자 : (끄덕끄덕)
찬비 : 오빠~ 잘 갔다 와~
기풍 : 알았어. 이 기집애야.. (간다)
찬비 : 왜 저 딴 옷을 입고 나가지?
삼부 : 내버려 두라우.
찬비 : ...?
삼부 : 그 옷 말이야.. 사연이 있는 옷이야.
찬비 : 무슨 사연요?
삼부 : 기풍이 지 애미가 마지막으로 떠주고 간 거거든. 그래서, 여지껏 안 버리고 저렇게 입고 다니는기야.
찬비 : 할아버지.. 어떻게요, 난 것두 모르구.. (걱정스러운데)
삼부 : 괜찮아..
찬비 : (시무룩해져 들어간다)
삼부 : (미소짓고 보다가) 부자야~ 기풍이 저 놈 너무 몰아 부치는 거 아니네?
부자 : 저 놈.. 몸은 예 있지만, 마음은 콩밭인 놈이야. 온통 머리속에 송채린이 그 아이 밖에 없어.
지금 안 갈라 놓으면.. 영영 못 헤어져.
삼부 : 몸만 갈라 세운다고, 마음 조차 돌아서갔네. 부자 너랑 나도 그렇게 45년을 지내지 않았네..
부자 : 그래서 더 싫여. 나 한 번 놓친걸로 족해. 찬비 그 녀석까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기풍이 저 놈한테 욕심이 크긴 하지만..
삼부 : (끌끌) 어째 부자 니 맘대로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이.
부자 : 무슨 소리네?
삼부 : 기풍이 저 놈 말이야~ 저 놈 성격을 알아서 하는 말이야.. 아직 싸움은 안 끝났을 거이야.
부자 : ....?
S#9. 승우 집무실.
들어오는 승우. 뒤따라 오는 신팀장. 자리에 앉으며
승우 : 신우통운 주식상황은 어때?
신팀장 : 계속 하한가야. 이렇게 계속 내놓다가는 신우그룹 전체 이미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도 있어.
통운 주식 그만 매각하는게..
승우 : (O.L) 방법이 없잖아! 당장 손핼 보더라도, 돌아오는 어음을 막아야 될 거 아냐!
신팀장 : ....
승우 : 양미라는? 연락됐어?
신팀장 : 오늘 오후로 약속 잡아놨다. 니가.. 나갈꺼냐?
승우 : 아니, 만나고 싶지 않아. 형이 처리해 줘.
신팀장 : 매도자금은 얼마를 요구할까?
승우 : 시장가격보다 더 낮게 요구할꺼야. 들어 줘. 지금 급한 건 양미라가 아니라, 우리야!
신팀장 : 알았다! (나간다)
승우 : (신경 곤두선 얼굴이다)
채린 사진 보이지만, 부러 외면한다.
S#10. 백화점 전경.
화면에 들어오는 기풍. 백화점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는 얼굴 위로..
정주E : 지난 번에 지시하신 프라이빗 브랜드 대체 방안 입니다.
S#11. 사장실.
보고하고 있는 정주. 충선.
정주 : 파리 프레따 포르떼나, 오뜨꾸뜨르, 밀라노 패션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섭외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계획입니다. 현재의 유명세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더 효과적일 거라는 거죠.
채린 : (성의없이 끄덕끄덕 한다)
충선 : 프라이빗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추진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거 아닌가요?
정주 : 예. 그래서, 수도권 일대의 중소백화점이나 지방 백화점과의 연계를 통해서,
비용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채린 : (딴 생각만 하고 있는 눈치다)
정주 : 그렇게 되면, 철저한 아웃소싱과 기획 생산, 판매, 재고처분등을 함께 처리할 수 있고, 물량소화측면과 영업권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거죠.
충선 : 어이구~ 언제 그렇게 준비를 다 한 겁니까?
정주 : (충선에겐 싸늘하게 웃고, 채린 보는데)
채린 : (멍하다)
충선 : 김정주씨 대단하지 않습니까, 사장님?
채린 : ....
충선 : 사장님?
채린 : 예? 아..예..
충선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십니까?
채린 : 아, 아니예요. 지금 무슨 얘기 했었죠?
정주, 충선.. 어이 없다가..
정주 : 예.. 지난 번 지시하신 프라이빗 브랜드 대체방안인데요..
채린 : 미안해요.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다시 하죠.
정주 : 예? 예. 알겠습니다.
정주, 충선 일어나 절을 한다. 정주, 나가고 충선, 돌아서서
충선 : 사장님..
채린 : 예?
충선 : 경영권 분쟁 때문에 많이 피곤하셨나 봅니다. 요 며칠 뭐에 홀리신 사람처럼 힘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채린 : (씁쓸하게 웃는다) 제가 그랬나요?
충선 : (미소) 기운 내십시오. 백화점 전 직원이 사장님 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절하고 나간다)
채린 : (자리에 앉는 채린..얼굴을 부빈다)
S#12. 복도.
부사장실을 나서는 미라. 복규, 문 닫고 잽싸게 옆에 붙으며..
복규 : 신우그룹 그 자식들은 뭐하러 만난다는 겁니까?
미라 : 그럼, 이대로 코 빠뜨리고 있잖말야?
복규 :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부사장님. 저랑 둘이서 전원생활에 퐁당 빠져서, 자연과 더불어서 마구 헤엄치면서..
미라 : (노려보면)
복규 : (입 다물고) 가시죠~ (하다가, 허걱 멈춘다)
S#13. 사장실 앞.
걸어오던 기풍과 마주치는 복규, 미라.
기풍 : 어이~ 이거 오랫만임다~
미라 : (인상 구겨지고)
복규 : 장기풍 너, 이 자슥.. 내 이빨 값 물어 내. 아랫쪽 어금니 두 개 나가서, 금니로 다 해 박았어.
기풍 : 윗 쪽도 바꾸게 해주까?
복규 : (찔끔 물러나며) 위.윗쪽은 그냥 놔 둬. (낮게) 더러븐 깡패 자슥.
기풍 : 언니도 잘 있었어?
미라 : (외면하는데)
기풍 : 마사장이 전화번호 갈켜 달라 그래서, 갈켜 줬거든? 곧 연락 올꺼야~ 언니 맘에 든다던데?
미라 : 뭐어? (앙칼지게 노려보는데)
기풍 : 거럼~ 난 이만, 바이~ (사장실로 들어간다)
미라 : 나쁜~ 자식!
복규 : 마, 마사장은 또 누굽니까?
미라 : 시끄러! (가 버린다)
복규 : 또 어떤 놈팽이한테 껄떡 거린걸까? 하~ 싸나이 심복규는 몰라보고.. 가슴이 운다~ 울어.
미라E : 빨리 따라오지 못 해!
복규 : 갑니다. 간다구요~
S#14. 사장실.
들어오는 기풍. 창 밖을 보고 서 있는 채린.
기풍 : (부러 밝게) 여~ 프레지던트 쏭~
채린 : (돌아본다.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와,왔어?
기풍 : 거럼~ 왔지. 갔냐?
채린 : (자기도 모르게 허둥지둥이다) 아,앉을래? 차는 뭐 할래? 커피? 녹차? 아님, 둘 다..
기풍 : (앉는다) 내가 붕어냐~ 둘 다 먹게. 커피~
채린 : 그래. 커피. (인터폰에 대고) 우리 커피 두 잔 주세요. (하다가) 잠깐만요. 기풍씨 커피 어떻게 마시지? 블랙이었나? 아님..
(자조적인 미소) 참 오랫동안 당신이랑 함께 있었는데.. 난 이런 사소한 일 조차, 당신에 대해서 아는게 없구나.
기풍 : ..블랙이야.
채린 : (인터폰에 대고) 블랙커피로 주세요. (끊는다)
둘이 어색한데..
기풍 : 참. 지금 들어오다가 부사장 만났는데..
채린 : 그.그래?
기풍 : 어떡할꺼야? 짜를거야, 아님 그냥 둘꺼야?
채린 : 부사장 자리에서 해고할 순 있지만, 이사 직책을 그만 두게 하려면,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가 필요하대.
기풍 : 그럼~ 저 웬수를 계속 봐야된다는 거야?
채린 : 그래서 고민이야.
기풍 : (생각하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채린 : 뭔데?
기풍 : 양미라 물 먹이기. (히죽 웃는다)
S#15. 커피숍.
낮 잔을 내려 놓으며,
미라 : 그러니까, 나한테 삼송백화점 지분을 다시 매집해 달라~ 이 말인가요?
신팀장 : 그렇습니다.
미라 : 왜죠? 왜 내가 백화점 주식을 다시 사야 되냐 이 말입니다.
신팀장 : 그.그건..
미라 : 난 당신들 때문에 완전히 망한 사람이야! 대표이사 자리 약속해서, 주식 넘겨줬더니, 일처리 하나 변변하게 못하고,
그깟 핏덩어리 계집한테 깨지고 나서, 뭐? 다시 백화점 주식을 사주세요? 흥~ 어림도 없는 소리지.
복규 : 맞습니다. 택도 없는 소리죠. 이봐요~ 당신들 때문에, 우리 부사장님이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 지 알기나 합니까?
우리 부사장님 머리 보세요..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증까지 걸려서 속알머리가 빠져도 한 참 빠짓는데..
미라 : (쓱 노려본다)
복규 : 아, 아무튼 안 돼~
신팀장 : 입장.. 곤란하신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저희 자금 상황이 워낙 촉박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미라 : (물끄러미 보다가) 얼마에 넘기실 겁니까?
복규 : 부,부사장님~
미라 : (가만 있으란 눈짓 하고)
신팀장 : 저희가 애초에 부사장님께 매집한 금액이..
미라 : (O.L) 가격은 제가 산 가격에서 주당 이천원씩 빼주시죠.
신팀장 : 예? 지금 한주당 시장 가격이..
미라 : 지금 그 많은 물량, 주식시장에 내 놔봤자, 시세만 떨어지고, 해결도 안될텐데요.
신팀장 : ..(독한 년이다) 좋습니다.
S#16. 커피숍 앞.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신팀장과 미라.
복규 : (달라 붙으며) 부사장님. 뭐하러 삼송백화점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겁니까?
어차피, 경영권 전쟁 다시 일으키기엔 너무 늦어버렸잖습니까?
미라 : 그럼, 나더러 이대로 물러나라구? 그 새파란 계집애한테 당하구, 피 뚝뚝 흘리면서 물러나야 되겠냔 말야!
복규 : 피,피야 제가 다 흘렸죠..
미라 : (한심하게 보고) 송채린이 그 기집애. 날 못 짤라서 안달이 나겠지.
하지만, 내가 다시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되면 쉽지 않을꺼야.. 이렇겐 못 물러나. 이렇겐~
S#17. 사장실.
채린 : (전화중이다) 지시한대로, 인사이동 공고 발표 하세요. 끊습니다. (끊는다)
기풍 : (커피잔 들어 마시며) 양미라 광분하는게 보이는 것 같구만~ 흐흐.
채린 : (따라 웃고)
기풍 : (커피 마시는데, 전화 걸려온다. 잔을 든 채, 핸드폰 꺼내다가 빨간색 조끼와 남방에 엎지른다) 어, 뜨,뜨거.
채린 : 어떡해? (벌떡 일어난다)
기풍 :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야, 임마 오달팽! 내가 연락한다고 그랬잖아, 끊어,임마!
채린 : (기풍의 옷 열심히 닦으며) 이거 어떡하니? 얼룩지겠다. 어휴~ 칠칠치 못하게 이게 뭐야? (탁 치며) 가만 좀 있어 봐.
기풍 : (물끄러미 바라본다)
채린 : (기풍 시선 느끼고 황황히 떨어진다)
기풍 : (어색한데)
채린 : 그러군 못 다니겠다. 가자.
기풍 : 어딜?
S#18. 백화점 매장.
걸어나오는 기풍과 채린. 채린의 표정이 밝다.
충선, 정주 매장 둘러보다가 보고, 절을 하는데
기풍 : 어~ 뚱땡이 아이씨 안녕?
충선 : (덩달아 손들며) 안녕?
기풍 : 이쁜 언니도 안녕?
정주 : (고개 숙이는데)
기풍 : 그럼 안녕~ (간다)
충선 : 어라~ 사장님 좀 전까진 비리비리 죽도 못 먹은 얼굴이더니, 언제 저렇게 기분이 좋아지셨지?
정주 :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란거예요.
충선 : 예? 누가 누굴 사랑해요?
정주 : 누구긴 누구예요. 사장님이랑 장기풍씨죠.
충선 : 에? 우리 사장님이 저런 사채업자를 좋아해요? 설마~
정주 : 여자들한텐 남자 직업이 뭐냐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예요.
충선 : 그,그럼요?
정주 : 자길 얼마나 사랑해주느냐.. 그게 중요한거죠.
충선 : 장기풍 저 친구한테는, 소찬비라는 아가씨가 있잖습니까?
정주 :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아까운거겠죠. 저 사람이랑 함께 있는 짧은 시간들이.. 사장님도 참 안됐어요.
충선 : (안타깝게 채린 보는데)
S#19. 백화점 매장.
옷을 골라 기풍의 몸에 대보는 채린. 멀쭘하게 서 있는 기풍.
이것 저것 가져다 대보고, 그런 채린이 마냥 좋지만.. 한 켠으로 가슴이 아프다.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 기풍의 모습이 여러 개 보여진다.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이는 채린. 자기 남자에게 옷을 사 입히는 그런 기분이다.
이것이 오래 되지 않을 걸 알기에.. 서글프기도 하고..
S#20. 매 장 밖.
다른 매장에서 기풍과 채린을 보는 충선. 채린의 모습이 오히려 안됐다.
S#21. 기풍집앞.
밤 돌담길을 따라 걸어오는 두 사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데이트. 같이 있는게 행복하지만, 한 켠으론 불안하다.
기풍 : (손에 든 쇼핑백 흔들어 보이며) 아까, 빨간색 조끼 있지. 커피에 젖은 거..
채린 : 응.
기풍 : 그거 말야.. 원래는 스웨터였어.
채린 : 스웨터?
기풍 : 응.. 나 다섯 살때 울 엄마 시집 가기전에 며칠 밤을 새워 떠주고 간거야.
채린 : (기풍 본다)
기풍 : 커서도 입으라구, 무진장 크게 떠줬었거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진 겨울엔 그 옷만 입었었으니까..
근데, 어느날 키가 훌쩍 자라면서 스웨터가 몸에 안 맞더라구. 그래서, 가정부 아줌마가 스웨터를 다 풀어서
조끼를 만들어줬어. 이젠 다 헤어져서 볼품이 없는데도.. 아직도 그 옷이 가장 좋거든. 편안하구.. (미소)
채린 : (안쓰럽다) ..내가.. 새로 떠줄까?
기풍 : 됐네.. 이 사람아. 백화점 운영하기도 바쁘신 몸께서 웬 스웨터?
채린 : (떠 줄수도 있는데.. 섭섭하다)
어느새, 집 앞이다.
기풍 : 다..왔네?
채린 : 그러네.. (서로 머뭇대는데)
기풍 : 들어 가..
채린 : 기풍씨 먼저 가.
기풍 : (망설이다가) 그래.. 그럼.. 갈께.. (돌아서 간다)
채린 : (망연히 보고 있고)
기풍 : 들어 가. 춥잖아~
채린 : (고개를 끄덕인다)
기풍 : 송사장.. 이거 고마워~ 옷 선물 받은 거.. 지금까지 두 번째거든? 이 옷 다 떨어질 때까지 절대 안 벗을께.
채린 : 그래~
기풍 : (히죽) 뻥이야~ 간다~
채린 : (미소짓지만 섭섭하다)
S#22. 승우 집무실. 밤.
들어오는 신팀장.
승우 : 어음 결제는?
신팀장 : 겨우 틀어 막았다. 양미라한테 삼송주식 넘긴 돈으로 어떻게 메꾸긴 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일주일 후에, 들어올 어음도 200억이나 돼.
승우 : 신우통운 주식만 매각하면, 고비는 넘길 수 있어. 현재 주가는 얼마야?
신팀장 : 만 팔천원 선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승우 : 됐어! 그 정도면 가격이 더 떨어지진 않아. 수고했어.
신팀장 : 요즘 같아선 피가 마른다. 피가.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간다)
승우, 채린 사진 본다. 갑갑한데.. 하는데, 인터폰 울린다.
승우 : (받는다) 예.
소리E : 실장님. 댁에서 전환데요. 어머님이십니다.
승우 : 연결해줘요. (부러 밝다) 예. 어머니. 아버진 좀 어떠세요?
승우모E : 니 아버지야 수술 잘 끝났으니까, 물리치료만 꾸준히 받으면 점점 나아지시겠지.
승우 : 다행입니다.
승우모E : 이젠 니 아버지 걱정 할 때가 아닌거 같다.
승우 : 무슨.. 말씀이죠?
S#23. 병원 앞. 밤
차에서 내리는 승우의 모습 위로
승우모E : 수인양 말이다.
승우 : 수인씨가 왜요?
승우모E : 어이구, 이 무심한 사람아. 채린이한테 쏟던 정성 반만이라도 수인양에게 쏟아 봐라.
아침저녁으로, 니 아버지 돌보는데 내가 끔찍할 정도다. 지 부모한테도 이렇겐 못해요~
병원 입구로 들어가는 승우.
S#24. 병실.
축 늘어진 최회장의 팔을 꾹꾹 눌러주는 수인. 얼굴에 땀이 다 배어있다.
수인 : 어떠세요? 감각은 좀 있으세요?
최회장 : (고개 끄덕끄덕)
문 열리며, 승우 들어온다. 승우, 수인 모습 물끄러미 보는데..
최회장 : (힘이 없는 목소리로) 왔니?
수인 : (그제서야 돌아보고.. 일어나 고개 숙인다) 오셨어요?
승우 : (인사하고) 좀 어떠세요?
최회장 : (끄덕끄덕) 난.. 괜찮아.
승우 : 어머닌..
수인 : 며칠 꼬박 밤새우셔서, 오늘은 들어가 쉬시라고 했어요.
최회장 : 회사는.. 어떠냐?
승우 : 괜찮습니다.
최회장 : 수인양이 신문이고 뉴스고 하나도 못 보게 해서, 도통 궁금해 죽겠구나. 회사 상황 얘기 좀 해 봐라.
승우 : ... (망설이는데)
수인 : 아버님.. 안정 취하실때 까진 회사일 모두 잊어 버리세요. 승우씨가 잘 하고 있을거예요.
설마, 아버님이 제일 사랑하는 아드님도 못 믿으시는 건 아니시겠죠?
최회장 : 허허.. 이렇다니까..
승우 : (수인에게 고맙다. 미소 짓는데)
S#25. 병원. 정원. 밤
쓰윽 화면에 나서는 수인.
승우 : (뒤따라 들어오며) 고맙습니다. 수인씨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수인 : (O.L) 저 한테 고마워할 필욘 없어요.
승우 : 예?
수인 : 이렇게라도 하면, 승우씨가 마음을 조금은 열어주지 않을까, 그런 나쁜 생각하면서 하는 거니까요.
승우 : ...
수인 : 이런 얘기 부담스러우셔도 어쩔 수 없어요. 감정 숨기고 사는 거.. 이젠 지쳤으니까..
승우 : .....
수인 : 저 이러는 거 밉지 않죠?
승우 : (미소) 예.
수인 : 그럼..제 손 한 번만 잡아 줄래요?
승우 : (망설이다가 잡는다)
수인 : (미소) 좋네요. 사실, 아버님 맛사지 해드리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분이 승우씨 아버님이 아니라,
승우씨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러져서, 더 기댈곳이 없어, 나만 의지하고, 내 눈빛만 보고..그렇게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
승우 : ... !
수인 : 저.. 참 못됐죠?
승우 : 저.. 수인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놈 못 됩니다. 마음이 좁아서, 한 사람 가슴에 넣고 살기도 많이 벅차네요.
수인 : (뜨끔. 부러 웃음 지으려지만 어렵다) ... (감정 갈무리하며) 승우씨 우리 결혼할까요?
승우 : 수인씨..
수인 : 좋아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승우 : ...?
수인 : 지금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고 있어요. 아버님 충격 받을까 봐, 뉴스도 신문도 안 보여드리지만,
매일 듣는 얘기가 승우씨 회사 얘기예요.
승우 : ....
수인 : 저희 집, 대단한 집안은 아니지만, 신우그룹 어음 막을 정도는 충분해요. 저희 부모님께 허락도 받았구요.
승우씨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승우 : (O.L) 그 얘긴.. 못 들은 걸로 하죠.
수인 : 미안해요. 그냥, 어떻게든 힘이 되드리고 싶었어요. 승우씨, 힘들어 하는 거.. 보기 민망해서요.
승우 : (미소) 수인씨 마음만 받겠습니다.
수인 : 이젠 마음을.. 열어주시겠단 뜻인가요?
승우 : ....!
수인 : (미소) 다그치는 거 아니예요.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공허한 메아리는 슬픈 거잖아요.
승우 : .... (이 여자에게 참 못할 짓 시키는구나 싶다)
S#26. 백부자 정원. 밤
들어가려던 기풍. 옷을 보더니, 망설인다.
단추를 푸는 기풍. 커피에 젖은 옷을 갈아 입는다. 찬비한테 들킬까 봐.. 속상하게 할까봐..
S#27. 백부자. 거실. 밤
들어오는 기풍.
기풍 : 다녀왔습니다.
삼부, 부자.. 오목 두며 인사 받고..
찬비 : (나오며) 오빠~ 어디 갔다 왔어?
기풍 : (긴장) 어.. 배,백화점에.. (가방 숨긴다)
찬비 : (기풍 세우며) 잠깐만.. (치수를 잰다)
기풍 : 뭐.. 뭐하는 거야?
찬비 : 오빠 스웨터 짜 줄려구~ (털실 보여주며) 봐라~ 오빠 조끼랑 색깔이 똑같지? (하다가, 손에 들린 거 보며) 그거 뭐야?
기풍 : 어.. 이거. 암 것도 아냐.
찬비 : 뭔데? (빼앗아 본다. 옷이다) ..옷 샀어?
기풍 : (긁적긁적)
찬비 : (직감적으로 알지만) ....
기풍 : (당황해서) 그..그게 말이야.. 아까 여기에 커피를 엎질러갖구..
찬비 : (부러 밝게) 이쁘다.. 오빠한테 잘 어울리겠네.. 갈아입고 오지 그랬어? (미소) 빨랑 씻고 와. 저녁 먹어야지. (들어간다)
기풍 : 어? 어.. (안도의 숨 쉬는데)
부자 : (무심한 듯) 송사장한테 얘긴 했어?
기풍 : 유학가는 거? 아..아직 못했어.
부자 : 빨랑 정리를 해야지.. 송사장도 마음 잡고 일에 전념할 수 있지 않갔어?
기풍 : ....옷 갈아 입고 올께요.
S#28. 주방.
음식 준비를 하는 찬비에게 부자, 들어오며..
부자 : 한바탕 난리라도 피울 줄 알았더니.. 오늘은 웬일로 잠잠히 있네?
찬비 : 오빠도.. 마음 고생 심하잖아.
부자 : 어이구, 우리 손녀딸 다 컸네. 증말 시집가도 되갔어. (웃는데)
찬비 : (씁쓸하게 웃는다)
S#29. 거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오는 기풍. 주방으로 향하는데..
S#30. 주방.
부자 :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게야?
찬비 : 나도 속상해요 할머니..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오빠.. 오늘 하루 소풍 다녀온 거라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단 하루도 좋은 추억이 없음.. 오빠, 인생도 너무 불쌍하잖아.
S#31. 거실.
뚝 멈추는 기풍. 숨이 쉬어 질 것 같지가 않다. 찬비가 고맙고, 안됐고.. 돌아서는 기풍.
S#32. 기풍방.
들어오는 기풍에게
삼부 : 와~ 저녁 안 먹네?
기풍 : 할배.. 나 증말 유학 갈까 봐..
삼부 : (비죽이 웃고) 기풍아~
기풍 : (본다)
삼부 : 남자라는게 말이지. 속이 넓은 거 보다, 좁은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어.
기풍 : 무슨.. 소리야?
삼부 : 이 가슴이 말이야.. 바다처럼 넓어서 말이지. 여러 사람 얼굴이 들어와 있는게 말이디.
때로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거든.
기풍 : ....
S#33. 백부자 정원. 밤
걸어나오는 기풍. 아무데나 턱 걸터 앉는다. 한 숨 쉬는데..
삼부E : 어른이 되려면 말이야.. 이,이 옹가슴에 딱 한 여자 얼굴만 갖고 살아야 되는기야. 그 마음이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서
꽃 피우는게 인생인거이야. 가질 수 없는 게 뭔지 아는게 인생이라고 했지않았네~
핸드폰을 꺼내 드는 기풍. 버튼 누르면, 송채린 이름이 뜬다.
플립을 닫는 기풍. 이젠 마음을 닫아야 될 것 같아 쓸쓸하다. ( F.O)
S#34. 백화점 전경.
S#35. 엘리베이터 앞 복도.
띵동하고 문이 열리면 내리는 기풍.
세나 : (발견하고) 안녕하세요? (하는데)
기풍 : (쓸쓸한 미소) 송사장 안에 있지?
세나 : 예. 회의중이신데요?
기풍 : 그래? (멈춰서는데)
문 열리며, 충선.정주 나온다.
기풍 : (부러 밝게) 어, 뚱땡이 아이씨~ 수고가 많어.
충선 : 어..
기풍 : (들어가려는데)
충선 : 장기풍..
기풍 : ...?
S#36. 옥상
담배를 건네주는 충선.
기풍 : 무슨 얘길 할려구, 뜸을 들이는데?
충선 : 일단 펴~
기풍 : 그냥 얘기 해..
충선 : (담배 다시 넣으며) 자네.. 우리 채린 아가씨 어떻게 생각하나?
기풍 : .. (뜨끔해서 본다)
S#37. 사장실
왔다갔다 하는 채린. 인터폰에 대고..
채린 : 장기풍씨 아직 안 왔나요?
세나E : 아까 왔었는데요.
채린 : (반갑다) 그래요? 지금 어디 있죠?
세나E : 김실장님이랑 얘기하러 나가신 것 같은데요?
채린 : 알았어요. (끊다가, 다시) 기풍씨 오면 바로 연락해줘요.
전화 끊고, 조바심 나서 왔다갔다 하는 채린 위로
충선E : 우리 사장님 말야.. 요즘 좀 이상해졌어.
S#38. 옥상
기풍 : 뭐가 이상해졌는데?
충선 : 도통 맘을 못 잡으시는 것 같아.
기풍 : 뭐가 문젠데?
충선 : 몰라서 물어? 다 자네 때문이잖아, 이 사람아~
기풍 : 내가.. 왜?
충선 : 백화점 이제 부터 시작인데.. 사장님 많이 흔들리고 계시잖아. 회의때도 계속 딴 생각만 하시고, 일에 의욕도 없으시고,
자네나 나타나야지 그제서야 일을 시작하실 정도라니깐!
기풍 : .....
충선 : 자네.. 우리 사장님 좋아하나?
기풍 : (뜨끔한다)
충선 : 그럼.. 소찬비란 아가씨는 어쩔셈이야?
기풍 : ....
충선 :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맘을 정해 이 사람아! 공연히 사장님 흔들어서, 백화점 다시 엉망 만들지 말고..
지금 사장님 연애나 하고 계실 때가 아닌 건 자네가 더 잘 알잖아! 지금 필요한 건 백화점을 살려 낼 투지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야, 열정!
기풍 : ..내가 어떡하면 좋겠어?
충선 : 그건 자네가 더 잘 알 거 아냐?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잘 생각해 봐. (어깨 툭 쳐주고 간다)
기풍 : (멀거니 서 있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기풍.
S#39. 사장실 앞.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풍. 세나 앞을 지나친다.
세나 : 저.. 사장님께서 기다리시는데..
기풍 : 장기풍.. 죽었다고 전해. (나간다)
세나 : ...?
S#40. 사 장 실.
노크 소리에 몸을 돌리는 채린. 기대감에 보는데..
세나 : (들어오며) 사장님.
채린 : (실망스럽다) 무슨 일이죠?
세나 : 장기풍씨요.. 죽었다고 전해달라는데요?
채린 : 네?
S#41. 포장마차. 밤
기풍, 달평 술을 마시고 있다.
달평 : (자료 내밀며) 말씀하셨던 신우통운 자료입니다. 자산상태부터, 매출, 부채, 지분현황까지 남김없이 뽑았습니다.
기풍 : 이거면.. 이제 송채린은 안심인가?
달평 : 사장님 계획대로만 된다면.. 삼송백화점에 신우통운이라는 탄탄한 물류회사를 결합하게 되는거니까,
모르긴 몰라도, 백화점 최강자로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기풍 : 그렇겠지?.. 그럼 나 같은 놈.. 필요 없어지겠지?
달평 :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마치 어디 사라지기라도 하실 것처럼..
기풍 : 그래.. 임마! 휘리릭~ 사라질라 그런다.. (마신다)
시선 멍하니 앉아 있는 기풍 위로..
S#42. 기풍 비젼
# 38. 옥상.
충선 :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맘을 정해 이 사람아! 공연히 사장님 흔들어서, 백화점 다시 엉망 만들지 말고..
지금 사장님 연애나 하고 계실 때가 아닌 건 자네가 더 잘 알잖아! 지금 필요한 건 백화점을 살려 낼 투지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야, 열정!
S#43. 동 포장마차. 밤
술잔을 멀거니 들고 있는 기풍위로
삼부E : 어른이 되려면 말이야.. 이,이 옹가슴에 딱 한 여자 얼굴만 갖고 살아야 되는기야. 그 마음이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서
꽃 피우는게 인생인거이야. 가질 수 없는 게 뭔지 아는게 인생이라고 했지않았네~
기풍 : (잔을 벌컥 들이키며) 야~ 달팽이~
달평 : 예. 사장님.
기풍 : 너 말야.. 인생이 뭔 줄 아냐?
달평 : 인생요?.. 모든 새는 어느 곳에 둥지를 지어야 할 줄 알고 있다. 새가 둥지를 틀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사명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새도 알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하고 있을 수 있을까?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인생독본 10월편에 나오는 말이죠.
기풍 : 모든 새는..어느 곳에 둥지를 지어야 할 줄..알고 있다..? (술잔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으며) 내가..둥지를 틀 곳은..어디지?
S#44. 기풍집앞. 밤
불이 켜진 집을 올려다 보는 기풍. 핸드폰을 꺼내 드는 기풍. 망설이다가 버튼 누른다.
채린E : 여보세요?
기풍 : (부러 밝게) 어~ 송사장. 아직 안잤어?
채린E : 응.. 아직.. 오늘 어떻게 된거야? 왔다가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리고.. 한참 기다렸잖아.
기풍 : 어~ 그렇게 됐어. 내가 워낙 공사가 다 망한 놈 아니냐. 하하.
채린E : 어디야?
기풍 : 어, 여기~ 늘 있는 데지 뭐..
채린E : 그렇구나.. 근데 이 시간에 웬일이야?
기풍 : 어~ 할 얘기가 있어서.. 금붕어 밥 줬어?
S#45. 기풍집 거실.
채린 : (수족관 돌아본다) 응.. 줬어..
기풍E : 어..줬구나.. 난 또 금붕어 다 잡아 먹은 줄 알았지.
채린 : ... (피식) 할 얘기가 그거 였어?
기풍E : 아니.. 다른 얘기 할려고 전화했는데 다 까먹어 버렸다. 하하. 내 아이큐가 금붕어랑 맞먹잖아.
채린 : (미소 짓고)
기풍E : 송채린~
채린 : 응~
기풍E : 송채린!
S#46. 기풍집앞. 밤.
기풍 : (점점 더 크게) 송채린~ 송채린!
채린E : 기풍씨~ 왜 그래?
기풍 : (흐으~) 그냥 한 번 불러 봤어. 그냥..
채린E : 싱겁긴 ~
기풍 : 그래, 이제 싱거운 놈은 간다. 빨리 불끄고 자라.
채린E : 그래..기풍씨도..
끊는 기풍. 쓸쓸하게 올려다 본다.
기풍E : 마지막으로 불러 보는 거야.. 송채린..
S#47. 기풍집 안.
전화를 끊는 채린. 쓸쓸하게 미소 짓다가.. 갓등 끄려는데, 문득 손길이 멈춘다.
기풍E : 그래..이제 싱거운 놈은 간다. 빨리 불끄고 자라.
벌떡 일어나는 채린. 빠르게 밖을 본다. 기풍 뒷모습 보이는 것 같다.
달려 나가는 채린.
S#48. 기풍집 앞.
골목 걷고 있는 기풍 뒤로 뛰어 나오는 채린 보인다.
채린 : 기풍씨? 기풍씨?
기풍 : (뚝 멈춰선다)
채린 : 기풍씨 맞지? 그렇지?
기풍 :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돌아보지마라. 돌아보면 돌이 된다~ 장기풍.
돌아보면, 돌이 돼 버려서.. 영영 못 돌아 갈지도 몰라~ 돌아보지 마. 돌아 보지마..
눈물이 핑글 돌며 화면을 빠져 나가는 기풍.
멀리 서 있다가, 돌아서는 채린의 모습에서... (F. O) 길게..
S#49. 백화점 전경.
S#50. 직원 휴게실 복도.
공고판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 빗으로 머리 넘기며 걸어오는 복규. 출근길이다.
복규 : 저건 또 뭐야~ (다가가며) 비키 봐~ 비키 보래두~ (사람들 밀어 부치는데)
복규를 보더니, 일시에 비켜주는 사람들.
복규 : (약간 당황하지만) 진작 그럴 것이지~ (보는데, 눈알 튀어나올 것 같다)
공고판에 붙은 백화점 본부장 : 황재순. 4층 숙녀복 매장 플로어 매니져 : 양미라. 4층 숙녀복 매장 주임 : 심복규.
복규 : 주..주임? 부,부사장님은 프.플로어 매니져? 이,이기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뚜들기 맞는 소리야?
(울쌍이 된다) 부사장님~ (달려간다)
S#51. 부사장실.
복규 : 부사장님!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집기 다 빠져 나가 있고, 신문 조각 바람에 날린다.
복규 : 이기~ 이기 다 어디간기야? (허둥지둥 돌아보며, 울쌍이다) 십 년이야, 십 년..
내 청춘 십 년을 바친게 다 어디 간기야? 으잉~
문 열리며 미라 들어온다.
복규 : 부사장님~
미라 : (싸늘하게 돌아본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복규 : 저도 지금 막 들어왔는데요. 송채린 그 가시나가요. 집기고 뭐고, 한개도 없이 다 치아뿐 모양입니다.
인자 우린 우짭니까, 부사장님.
미라 :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 (싸늘하게 돌아선다)
복규 : 부사장니임~
S#52. 사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미라와 복규.
결제하던 채린. 충선 돌아본다.
미라 : (서슬 퍼렇다) 송채린!
채린 : (쓱 보더니, 충선에게) 직원들 외국어 교육은 기본입니다. 강사 초빙에 좀 더 신경을 써주세요.
충선 : 알겠습니다.
미라 : (버럭) 송채린!
채린 : 양미라씨. 여긴 직장입니다. 호칭을 구분해서 불러 주셨으면 하는데요.
미라 : 뭐야?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충선 : (이죽) 누가 할 소린지 모르겠네~
미라 : 뭐야?
채린 : 인사이동 공고 못 받았나요? 숙녀복 매장은 4층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미라 : (부들부들 떠는데)
복규 : 아,아까 말씀을 못 드렸는데요. 부,부사장님은 4층 숙녀복 매장 플로어 매니져로 임명됐습니다.
참고로.. 전 주임입니다. 주임.
미라 : 입 닥쳐!
복규 : 닥칩니다..
미라 : (채린에게) 감히 이사를 매장지기로 강등 시켜? 니가 그러고도 이사진들 반발에 무사할 것 같아?!
채린 : 뭐 할 말씀들 계신가요?
미라 : (휙 돌아보면)
이사들, 소파에 앉아 있다. 열받아서 미쳐 못 본 미라.
미라 : 김이사님!
김이사 : 저흰 송사장님 결정에 불만 없습니다.
미라 : 뭐라구요? 당신들.. (하는데)
채린 : 양미라씨.. 이사직은 다음 주주총회때 까지는 유효합니다. (시계 보더니) 근무 시간 다 됐는데. 매장으로 내려가 보시죠?
미라 : (치가 떨린다) 내가.. 이런다고 백화점에서 손 뗄 것 같아? 내가 신우에서 다시 사들인 주식이 얼만지나 알아?
자그마치 20%야. 20%!
채린 : 또 경영권 분쟁이라도 일으킬 모양이죠? 좋습니다. 언제든지 받아주죠.
미라 : (이글이글) 송채린.. 널 갈아 엎을때까진 절대 안 나가, 절대! (휙 돌아 나간다)
충선 : 지금 나가는 구만~
미라 : (휙 노려보고.. 다시 걸어 나간다)
복규 : (눈치 보다가, 아양) 송사장님~ 저도 그만 근무하러 가 보겠습니다. (절 구십도로 하고 나간다)
충선 : 하하~ 속이 다 시원하구만~
S#53. 사장실 밖.
벌개진 얼굴로 걸어나오는 미라. 복규, 문 닫고 나오는데 안쪽에서 웃음 소리 들린다.
미라, 새삼 부아가 치민다.
미라 : (공세나 보고) 뭐야! 넌 왜 나한테 인사도 안하는 거야?
세나 : 누구시더라~ 아~ 새로 발령난 숙녀복매장 플로어매니져시죠? 발령문은 인사과에 비치돼 있습니다. 거기가서 받아가세요.
미라 : (쾅 안내대 내려치고) 두고들 보자! 두고들! (나간다)
복규 : 부사장님~ (따라 가다가, 세나 보고) 너 인생을 그케 살면 안되는 기야~ 이 기집아야. 으잉~
세나 : (입 삐죽대고)
S#54. 사장실.
채린 : 여러 이사님들도 이제 명심하십시오. 백화점은 누구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곳이 아닙니다.
그 점 똑바로 상기하시고, 맡은 바 일들 최선을 다해주세요.
이사들 : 예. 사장님.
이사진들, 충선 나가고.. 후우~ 한숨을 쉬는 채린.
채린 : (서랍을 열면.. 기풍이 준 보석함 보인다)
기풍E : 당신 탄생석이 사파이어래며?
채린 : (기풍 생각에 목걸이를 만져 본다)
S#55. 백부자집 전경.
기풍E : 할마이, 나 찬비랑 유학갈께..
S#56. 백부자 방.
부자 : 기래.. 마음 정리는 다 됐어?
기풍 : (비장하게 끄덕) 대신, 한 가지만 도와줘.
부자 : 뭐인데?
기풍 : 신우통운.. 인수하게 해 줘!
부자 : (깜짝놀라) 뭐이가 어드래?
기풍 : 할마이한테 돈 빌려달란 소리 같은 건 안하겠어.
부자 : 그럼?
기풍 : 할마이 거래하는 은행 사람들 소개시켜 줘.
부자 : (놀라며) 은행? 너 이 놈 설마...
기풍 : (끄덕) 맞았어. 대차거래를 할꺼야.
S#57. 백부자 거실
삼부 : 저 놈.. 결국 일을 저지르려고 작정했구만 기래.
찬비 : 할아버지.. 대차거래가 뭐예요?
삼부 : 대차거래란게 말이야. 은행이나 기관이 증권예탁원을 통해서, 다른 은행이나 투자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거이야.
주식을 빌린 은행에선, 일정한 기간동안 주식을 맘대로 사고 팔다가 약속한 날짜가 되면,
그 주식을 처음 빌려준 은행이나 기관에 돌려주는 거이지.
찬비 : 그런게 있었구나.
삼부 : 원래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사용하는 거인데 말이야.. (걱정스럽게 보는데)
S#58. 백부자 방.
부자 : 너 이 놈 지금 제 정신이네? 대차거래를 잘못하면, 불공정거래로 10년동안 콩밥 먹을 지도 모른다는 거 몰라?
기풍 : 그럼.. 백화점 인수하려고, 사람을 벼랑끝으로 몰아넣어 자살하게한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고, 약혼한 여자의 회사를
집어 삼키려는 인간들은 법에 안 걸리니까,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으니까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는 거야?
부자 : ....
기풍 : 난 법 이 전에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사람과 한 약속이 더 중요하구! 그걸 놈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거라구.
부자 : (물끄러미 본다)
기풍 : 지난 번, 나라금고 주식 되팔때도, 개미군단들에겐 피해 입히지 않았어. 신우그룹 돈만 뺏어 온거라구.
부자 : ...
기풍 : 할마이.. 나 약속 반드시 지켜. 내가 한 약속이니까.. 찬비랑 한 약속이니까. 그러니까.. 내 부탁도 들어 줘... 마지막이야.
부자 : ..송채린이..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네?
기풍 : ...이거 끝나면.. 잊을 수 있어. 그럼 더 이상 난 필요없는 사람이 되니까..
부자 : 정말 잊을 수 있갔어? 찬비한테만 집중하며 살 수 있갔어?
기풍 : (쓸쓸한 미소) 갖고 싶은 거, 다 갖지 못하고 사는게 세상이란 거.. 오래 전에 알아 버렸어.
S#59. 백부자 거 실.
찬비, 천천히 일어나 나간다.
안팍을 돌아보는 삼부. 혀를 끌끌찬다.
S#60. 백부자. 정원.
기풍이 한 말이 맘에 걸려, 우두커니 앉아 있는 찬비. 삼부, 옆에 와서 앉는다.
찬비 : 할아버지..
삼부 : (다 안다는 듯, 끄덕끄덕)
찬비 : 난 기풍오빠 빈껍질 하고만 살아야 되는 거예요? 오빠 마음은 항상 다른데만 보고 있는데?
삼부 : 찬비야.. 사람 하나를 아는 건 말야, 이 지구를 속속들이 아는 거 보다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갔네? 소우주 하나를 온통 껴안는 일이나 같은 거인데.. 그 속에 있는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지 않갔어?
찬비 : 하지만.. 기풍오빠 저러는 건 너무 속상해요.
삼부 : (다독여준다) 금방 괜찮아 질끼야. 눈 한 번 뚝 감았다가 뜨면, 40년 세월도 금방인게야. 괜찮아질꺼야.
찬비 : 할아버지. 전 아직 어려서 그런 건 몰라요.. 하지만, 기풍 오빠가 원해서 하는 거라면.. 참을께요. 참고 기다릴께요.
삼부 : (고개 끄덕여 주고)
S#61. 백화점 전경.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기풍과 달평. 기풍, 썬글라스를 낀다.
S#62. 사장실.
노크소리와 함께 기풍, 달평 들어온다.
충선과 얘기중이던 채린, 반갑게 일어나며
채린 : 왔어?
기풍 : (썬글라스 낀 채, 싸늘하다) 송사장. 할 얘기가 있어 왔다.
채린 : (불안하다)
(경과) 화이트 보드에 노트를 하고 브리핑 하는..
달평 : 현재 신우통운은 자본금 500억에 주식이 천만주입니다. 전체 주식중에 신우그룹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30%.
300만주에 불과 합니다. 나머지 70%중, 기관투자가들이 40%. 그리고 30%를 개미군단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우그룹에서 저희 삼송백화점을 인수하느라고 계열사 자금을 몽땅 끌어들인 바람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걸 만회하느라고, 흑자회사인 신우통운 주식을 시장에 대량 매각하고 있는데
그 물량이 벌써 5% 가까이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재 신우통운 주가는 만 팔천원선입니다. 이상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채린 : 지금.. 신우 통운을 인수하자는 거야?
기풍 : (끄덕)
채린 : 그..게 가능하겠어?
기풍 : 당신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 지 알어. 송사장 아버지가 세운 세린느나 되찾아 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채린 : (뜨끔한다) 아버지하고 약속이니까..
기풍 : 군소 의류회사 하나 되찾아 온다고, 당신이 최고 백화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애?
그따위 마인드로 백화점이나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정신 똑바로 차려!
채린 : ....
기풍 : 신우가 왜 삼송백화점을 인수하려고 했는 지 알아?
채린 : ..신우통운의 물류 능력하고, 백화점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유통업에 진출하겠다는 거겠지.
기풍 : 그래! 그걸 위해서, 당신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한거고! 당신 아버진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
채린 : ....
기풍 : 그것도 부족해서, 양미라까지 포섭, 경영권 전쟁을 일으켰는데... ... 아직도 (최승우한테) 미련이 남아있나?
채린 : (새삼스레 분노감이 치민다) 아니, 미련따윈 없어.
기풍 : (물끄러미 보더니) 좋아, 이젠 우리가 고스란히 갚아주는 거야. 신우그룹 전체가 지금 최악의 상황이야.
기회는 지금 밖에 없어. 신우통운.. 접수해 버리자구!
채린 : (달평 보면)
달평 :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채린 : .. 내가.. 뭘 하면 되지?
달평 : 신우그룹에서 아직도 삼송백화점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송사장님이 전면에 나서는 건 불리합니다.
채린 : 그럼..
기풍 : 싸움은 내가 한다! 당신은 총알이나 만들 생각이나 해!
채린 : (끄덕) 알았어..
기풍 : (일어난다) 백화점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 이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테니까.. (나가는데)
채린 : (아쉽고) 기풍씨..
기풍 : (멈춰 서는데)
채린 : 왜.. 당신이 직접 싸우는 거지? 당신은 이런거 안해도..
기풍 : (돌아보며) 나도 이 백화점 주주야. 백화점이 커지는 건, 내가 떼돈 버는 길이거든~
그리고, 당신 빚.. 아직도 장부에 고스란히 여기 적혀 있으니까, 고마워 할 것 없어! 간다~ (손 흔들고 나간다)
채린 : (물끄러미 보고) 삼춘.
충선 : 예. 사장님.
채린 : 저 사람은 왜 항상 저렇게 멋대로죠? 멋대로 나타나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고, 또 멋대로 가버리고..
남겨지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지 생각조차 않나 봐요..
충선 : (채린 맘 알 것 같지만) 저 친구 원래가 그렇게 생겨 먹었잖습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채린 : 아뇨.. 이제 알 것도 같아요. (혼잣말처럼) 저 사람.. 나 힘들게 안할려고 그러는 거.. 다 알거 같아..
충선 : ....
채린 : (돌아보며, 힘있게) 김실장님.
충선 : 예. 사장님.
채린 : 우리도 힘 내야죠. 기획팀에 원스톱 쇼핑 방안에 대한 브리핑 준비하라고 하세요.
충선 : (힘이 나서) 알겠습니다. (나간다)
채린 : (호주머니에서 목걸이 꺼내 소중하게 만진다. 고개 들고, 기풍 나간 방향 보며)
S#63. 백화점 앞.
채린E : 기풍씬.. 나한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인거.. 이제 알겠어.
대기하고 있는 차의 문을 여는 기풍. 백화점 돌아보며, 선글라스 벗는다. 쓸쓸한 미소 지으며..
기풍E : 이번 일 끝나면, 우리도 마지막이겠지?
차에 타며..
기풍 : 조선은행으로 가자!
달평 : 예! (차 출발한다)
S#64. 백부자 방.
삼부 : 그래, 어쩔 생각이네?
부자 : 이녁 고집 닮아서 쇠뿔따구보다 더 단단한데, 어카 말리갔네. ...그래서라도 송채린이 잊을 수 있다면.. 그리 할 밖에..
삼부 : 어릴 적부터, 정에 약한 놈이었드랬어. 차라리 지가 아팠으면 아팠지.. 누가 아픈 건, 못견디는 놈이야.
내 말 했잖네.. 아직 싸움이 안 끝난 거 같다고.. 그 놈 마지막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도와줘.
부자 : 길티 않아도, 조선은행하고 세운증권에 전화 해 놨드랬어.
삼부 : (끄덕끄덕)
찬비 : 할아버지~ (들어와 홍시 내려 놓는다) 과일 드세요.
부자, 삼부.. 혹시나 들었을까..
부자 : 어이구~ 이거 맛있겠다. 야, 들라우.
삼부 : 그래~ 어디 맛 좀 볼까? (하면서 눈치 보는데)
찬비 : 할머니, 할아버지.. 저 괜찮아요.
부자 : ...
찬비 : 오빤.. 약속 꼭 지키는 사람이니까.. 맛있게 드세요. (일어나면)
삼부 : 너두 앉아서 먹지 않고..
찬비 : 오빠 오기 전에 방 청소 해둘려구요.
부자 : 청소야, 전주댁 시키면 되잖네~
찬비 : 싫어요. 제가 할래요~ (나간다)
미소 짓는 삼부와 부자.
S#65. 기풍 방.
기풍의 옷을 빨래통에 담고, 기풍이 벌려 놓은 서류며 책들을 정리하는 찬비. 기풍의 장부가 눈에 띈다.
찬비 : 뭐지? 아 오빠 외상 장부구나~ (펼치며, 피식) 오빠, 글씨 디게 못 쓰네~
(읽는다) 2000년 7월 23일. 파리발 서울행 비행기안에서.. 엄마를 닮은 여자를 만났다. (찬비 얼굴, 뚝 굳는다)
S#66. 조선은행 전경.
차에서 내리는기풍. 굳은 표정으로 들어간다.
S#67. 부행장실.
안내를 하고 들어오는 부장. 고개를 꾸벅 숙이는 기풍.
기풍 : 장기풍입니다!
부행장 : (손 내밀며) 성북동 백여사님께 전화는 받았습니다만, 이렇게 젊은분이 오실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자, 앉으십시다.
기풍 : 예. (앉는다)
부행장 : 신우통운 주식을 대차거래 하시겠다구요?
기풍 : 그렇습니다. 조선은행에서 신우통운 주식의 12%를 가지고 계신 걸로 들었습니다.
부행장 : (끄덕) 대차거래를 신청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지금 가뜩이나 신우그룹 전체가 불안한데..
기풍 : 신우통운. 인수하려는 겁니다.
부행장 : (당황하며) 저흰 신우그룹하고 벌써 20년이 넘게 거래를 해오고 있는 처집니다.
기풍 :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탁 드리는 겁니다. 신우통운 주식 석달만 빌려 주십시오.
석 달 후엔, 주식가격 상승 시켜 드릴 자신 있습니다.
부행장 : (허허) 젊은 분이 야망이 대단하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증권예탁원엔 오늘 바로 신고해 놓겠습니다.
기풍 : 신우통운 주식은, 세운증권을 통해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부행장 : 예.
기풍 : 감사합니다. 석달 후에 뵙도록 하죠. (인사하고 나간다)
부장 : 부행장님. 신우그룹이랑 관계가 안 좋아지면 어쩌시려고 그런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부행장 : 저 친구 이름이 장기풍이야... 신우그룹이 지금 왜 저 모양이 된 줄 아나?
부장 : 무리하게 삼송백화점 인수하려다가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부행장 : 삼송백화점 뒤에 저 친구가 있었어.
부장 : 예? 그럼..
부행장 : (끄덕) 가뜩이나 금융구조조정으로 불안한 시점이야. 넋놓고 있다가, 신우그룹 부실채권을 떠 안느니,
저 친구 밀어주는게 나을 수도 있어. 게다가, 현금동원 능력에서 대한민국 최고라는 백부자 할멈 신경 거슬려서
좋을 것도 없고.. 대차거래 수수료도 3%나 되잖아. 실리를 따져야지. 실리를..
부장 : (끄덕끄덕하고)
S#68. 조선은행 앞.
기풍, 나오면.. 달팽 차에서 내린다..
기풍 : 달팽이! 지난 번에 어음깡 해줬던 중소기업 사장들 명단 있지? 그 분들 연락해라 모이시라고 해라!
달평 : 이제 시작하시는 겁니까?
기풍 : 그래, 이제 시작이다! (끊는다. 표정 비장하다)
S#69. 신우그룹 전경.
문 박차는 소리 들리며..
신팀장E : 최실장! 큰일 났다!
S#70. 승우집무실.
피곤한 듯 돌아보는 승우.
승우 : 무슨 일인데?
신팀장 : 지금 증권예탁원에서 연락이 왔다!
승우 : 증권 예탁원?
신팀장 : 조선은행에서 대차거래 신청서를 냈어.
승우 : 대차거래 신청서? 우리 주식을 넘기겠다는거야?
신팀장 : (끄덕)
승우 : 설마.. 신우통운을?
신팀장 : (끄덕)
승우 : 주식 빌려가는 건 어느 은행이야?
신팀장 : 세운증권!
승우 : 뭐? (버럭!) 그 자식들 정신이 있는 놈들이야, 없는 놈들이야! 주거래은행이란 놈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거야!
(전화기 들며) 조선은행 번호가 몇 번이야?!
신팀장 : 전화가 안 돼.
승우 : 뭐?
신팀장 : 실무진은 물론이고, 담당부장. 부행장까지 모두 전활 피하는 눈치야. 세운증권도 마찬가지야.
아무래도.. 뒤에 다른 세력이 있는 것 같다.
승우 : 도대체 어떤 놈들이지?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인상 굳는데)
S#71. 기풍방.
장부를 보면서, 굳어 있는 찬비. 그 위로..
기풍E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 찬비 비젼./ 1부 # 61.
기풍E :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송채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놀란 표정의 채린이 보인다. 바라보는 기풍의 모습.
# 찬비 비젼 / 4부 # 64.65 옥상 혼자서 물로켓을 날리며 소리를 지르는 기풍.
기풍 : 송채린, 이 등신아! 니 아빠가 어떻게 죽은 지 알기나 해?
소리 지르는 기풍의 모습 위로..
기풍E : 그 사람은.. 널 아프게 할텐데.. 송채린. 바보야.. 넌 왜 상처투성이 사랑을 시작한 거니? 많이 아플텐데..
너무 아파서 숨이 쉬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 찬비비젼. / 14부 # 64. 돌아눕는 기풍의 모습위로
기풍 : 알아~ 할배..내가 가질 수 없는게 뭔지 이제 너무 잘알게 돼 버렸어.. (회한이 어린 채 씁쓸하게 웃는 기풍의 얼굴)
장부 위에 떨어지는 눈물. 글씨가 번진다. 찬비, 차마 더 읽지 못하고 장부를 덥는다.
억지 미소를 지어보려 하지만, 자꾸 얼굴은 일그러진다. 고개 숙이고.. 우는 찬비.
찬비 : 오빠..
고개 돌려 보는 찬비의 눈에서 눈물 주룩 흐르며.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