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학교 길잡이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지음 | 성바오로딸수도회 옮김
13.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에 대한 소묘(素描)
“예수의 일행이 여행하다가 어떤 마을에 들렀는데 마르타라는 여자가 자기 집에 예수를 모셔들였다. 그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시중드는 일에 경황이 없던 마르타는 예수께 와서 '주님, 제 동생이 저에게만 일을 떠맡기는데 이것을 보시고도 가만두십니까? 마리아더러 저를 좀 거들어 주라고 일러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마르타,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 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루가 10,38-42)
이 성서 말씀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마르타라는 여자가 자기 집에 예수를 모셔들였다.”
마르타는 적극적이고 너그러우며, 베풀고 봉사하는 일을 좋아하는 매우 활동적인 여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드리는 데는 그 이상이 요구된다.
“그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마리아는 마르타와 매우 다른 유형의 사람이다. 즉 평온하고 사색적이며 조용하고 매우 예의 바르다. 그녀는 언니가 들떠 있음을 힐책하지 않는다. 자기 집에 예수께서 와 계시다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랍비의 제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있다. 그녀의 관심은 오직 예수뿐이다.
"마르타는 대접하는 일에 바빴다.”
마르타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일에 경황이 없었다. 살림하는 여인으로서, 그녀 이전에는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여 예수님과 열두 제자와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대접하여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칭찬받을 만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마르타는 과연 적극적인 여인이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쓰느라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 가만두십니까?"
이 말은 '칭찬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라는 뜻이다. 스승을 가르친 셈이다.
“제 동생이 저에게만 일을 맡깁니다.”
동생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러나 그녀는 잡다한 일에 매여 있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에게 일러주십시오.”
예수께 충고를 하고 있다. 표면적인 사람은 기도하든 안 하든 하느님께 충고를 한다.
“저를 좀 거들어 주도록”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는 중심은 그녀 자신이다. 그래서 만일 자기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마르타, 마르타.”
부드러운 책망이다. 예수께서는 폭력을 써서 바로잡지 않으신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즉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너는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너는 많은 일에 마음을 쓰며 바쁘게 움직이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을 멈추어라.
"마음을 쓰며"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라.
"바쁘게 움직이지만"
너는 균형을 잃어버렸구나.
"너무 많은 일에"
너는 일을 함으로써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하느님께 받은 선물에 유의하며 그것을 최종적인 목표를 위해 사용하라.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불행하게도 너희는 택한 몫으로 서로 구분되는데, 너는 도에 넘치는 몫을 택한 반면 네 동생은 받아들이는 몫을 택했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몫이 더 낫다.
그녀는 예수께서 봉사를 거절하신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더 중요한 어떤 것이 있으며, 이것을 실행하는 것은 덜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더 유익하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주님의 우정을 받아들이고 그에 응답하는 것이다. 오래 남는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안에는 항상 선택해야 할 것이 있다. 침묵보다 더 만족스러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읽고, 명상하고, 쓰고, 가르치고, 말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아름답고 좋은 것이며 때로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더 좋은 것은 그것이 아니다. 더 좋은 것은 우리 관심의 한가운데에 예수님의 인격을 모시는 것이며 이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것들은 설령 만족스럽고 거룩한 것이라 하더라도 예수님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더 나은 것을 위해 유익한 것까지 포기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의 현존에 온전히 사로잡힘! 이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의 목적이며 나머지는 모두 이차적인 것이다. 그분의 현존에 머물러 있으면 사랑과 감사, 관심과 귀 기울임, 존경과 흠숭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느님의 현존에 머무느라 시간을 잃어버릴까 걱정하지 말라. 오히려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쉬운 것은 거절하고 어려운 것을 택하라. 당신이 그곳에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여기 있음에 감사하라!
“마르타가 예수를 모셨다.…….”
그러나 예수님을 진정으로 모신 사람은 마르타가 아니라 마리아이다!
"평온의 기도(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중에 영혼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고 감미로움 가운데 있어야 한다. 내가 시끄러운 소리라고 하는 것은 많은 지적인 말을 찾아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 아빌라의 성 데레사, 자서전에서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지음/ 성바오로딸수도회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