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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그림은 브리튼 화가 피 매슈스(P. Mathews, ?~?)의 〈1838년 8월에 실시된 빌 번스 재판(The Trial of Bill Burns in August 1838)〉이다. ‘런던의 빌 번스(Bill Burns, ?~?)라는 행상꾼이 부리는 당나귀를 심하게 구타하여 학대했다는 혐의로 회부된 재판’을 묘사한 이 그림의 원작자는 브리튼 국왕 에드워드 7세(Edward VII, 1841~1910)의 개인교사를 역임한 사라 리틀턴(Sarah Lyttelton; 남작부인 리틀턴; Baroness Lyttelton, 1787~1870)이었으리라고 추정되며, 이후에 잉글랜드 화가 찰스 헌트(Charles Hunt, 1803~1877)가 모사(模寫)한 것을 매슈스가 다시 모사한 것이다. 빌 번스는 이른바 “마틴법(아랫모깃글 참조)”을 최초로 적용받아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라고 기록되었다.
〈實行된 意志의 아이러니(irony)(1) 惡意의 善結果〉라는 모깃글의 말미에서도 암시되었듯이, 아랫모깃글은 이른바 “동물보호법이나 동물복지정책(☞참조)”을 조롱‧비하‧야유하려는 의도의 소치가 결코 아니다. 왜냐면 죡변은 동물애호자도 아니고 채식주의자도 아니며 동물반려자도 아니고 동물보호주의자도 아니지만 “동물학대”만은 결단코 반대하기 때문이다. 아랫모깃글은 다만 현대 동물보호법의 효시, 기원, 유래나 그것을 생성시킨 의지 따위를 문득 궁금해버린 게으르고 꾀죄한 죡변의 변변찮은 도낏자루나 썩힐 호기심의 소치일 따름이다.
하여튼, 서양에서는 동물보호법, 동물복지정책, 동물보호운동의 이력이나 연대기는 선의(善意)의 결과도 포함하지만 정녕 괴이하리만치 아이러니하고 얄궂게도 악의(惡意)의 결과마저 포함한다. 그러니까 이른바 현대 동물보호법의 효시를 입법시킨 것은, 예컨대, 이른바 영국이라고 통칭되는 잉글랜드를 포함한 브리튼(☞ 국호 차이 참조)에서는 대체로 ‘가축학대를 일삼은 인간들을 향한 혐오감’이나 ‘학대당하는 가축을 동정한 측은지심’이었다면 독일에서는 이른바 “반유대주의(反Judea主義; antisemitism)”라고 통칭되는 유다교인반대주의(Judah敎人反對主義)였다고 얼추 간평(幹評)될 만하리라.
먼저, 브리튼에서는 아일랜드 정치인·동물학대반대운동가 리처드 마틴(Richard Martin, 1754~1834)이 1822년 의회의 하원에 “가축학대방지법(An Act to prevent the cruel and improper Treatment of Cattle)”을 발의하여 통과시켰다. 이른바 “마틴법(Martin's Act)”이라고 약칭되는 이 법률은 서양에서 최초로 제정된 동물보호법이라고 널리 인정된다. 특히 곰싸움(투웅; 鬪熊), 개싸움(투견; 鬪犬), 닭싸움(투계; 鬪鷄) 같은 가축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금지한 이 법률은 1849에는 “더 효과적인 동물학대방지법(An Act for the more effectual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으로 대체되었고, 1876년에는 불법도축을 금지한 조항을 포함하여 가축뿐 아니라 더 다종한 동물들에까지 적용된 “동물학대방지법(The Cruelty to Animals Act)”으로 확장되어 대체되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브리튼에서 최초로 제정된 동물보호법의 효시는, 비록 가축에만 국한되어 적용되었을망정, 가축학대자들을 향한 발의자의 혐오감에서도 얼마간 유래했지만 가축을 향한 동정심이나 측은지심에서도 다분히 유래했다고 얼추 평가될 수 있다.
그런 반면에 독일 동물보호법은 가축이나 동물을 측은히 여겨 동정하거나 보호하려는 의지의 소산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한 인간들을 겨냥한, 반유다교인주의(반유대주의)라고 통칭될 만한, 적개심·증오심·혐오의 소산이었다고 관평(觀評)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여태껏 대체로 유태인(猶太人; Jew)이나 유대인(Judae人)이라고 통칭된 유다인(Judah人 ☞ 참조)들의 가계혈통, 인종(人種), 국적(國籍)은 워낙 다종다양해서 단일하게 특정될 수 없다. “적어도!” 근대 및 현대 유다인들의 “거의 유일한 공통점”은 “유다교(Judaism; 유대교; Judea敎; 유태교; 猶太敎)를 신봉하고 그것의 율법과 《탈무드(Talmud)》의 처세술을 엄수하며 랍비를 추종하는 신자, 즉 유다교인(Juda敎人)”이라는 것뿐이다. 한국 국립국어원에서 관리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들은 “셈어족(Shem語族; Sem語族)으로서 히브리어(Hebrew語)를 사용하고 유다교(유대교)를 믿는 민족, 유태인, 이스라엘인”이라고 간략히 풀릴(설명될) 뿐이다.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 ☞ 참조)는 감옥에서 부하에게 구술(口述)하여 1925~1926년에 출판한 두 권짜리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 제1권 제11장에서 유다교인을 벼룩 같은 “기생충(parasite)”에 비유한다. 히틀러의 관점에서 유다교인은 포유동물보다 하등한 기생동물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기생충(寄生蟲)”은 “다른 동물체에 빌붙어 양분을 빨아먹는 벌레, 즉 붙어살이벌레”라고 풀리며(설명되며), “벌레”는 “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 같은 하등동물의 총칭으로서, 버러지나 충(蟲)”과 동의어이다.
그런데 이른바 “기생충유다교인(Jewish parasite; Jüdischer Parasit)”이라는 비칭(卑稱)이나 멸칭(蔑稱)은 히틀러의 독창적 개념이 아니라, 18세기 유럽에서 이미 발상되었다. 예컨대, 독일 철학자·신학자·시인·문예평론가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1744~1803)의 논저 《인간 역사철학 개론(Ideen zur Philosophie der Geschichte der Menschheit)》 제3권에서 유다교인은 기생목(寄生木)에 비유되었다.
이런 맥락에서든 아니면 또 다른 맥락에서든 수많은 유다교인을 하등“동물”들로 간주하여 학살한 히틀러와 독일 나치당(Nazi黨)이 하필이면 정녕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에 “동물복지정책”과 “동물보호법”을 도입하여 시행했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디그레거리(Thomas R. DeGregori)는 2002년판 저서 《풍작(豊作): 기술, 식품안전, 환경(Bountiful Harvest: Technology, Food Safety, and the Environment)》(p. 153)에 “나치 독일에서 동물복지는 널리 지지받았다”고 기록했다.
미국 사회학자·인류학자 아널드 알류크(Arnold Arluke)와 미국 사회학자 클린턴 알 샌더스(Clinton R. Sanders)는 1996년판 공저 《동물들 존중하기(Regarding Animals)》(p. 132)에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최고위참모들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채택했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같은 책(p. 133)에는 “유다교의 율법대로 특정한 동물들만 도축하여 식용하는 유다교인들의 카쉬루트(Kashrut; kashruth; 카쉬루스; kashrus; 코우셔; kosher)라는 풍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다.
“19세기말엽에 유다교인들의 카쉬루트와 생체해부(vivisection; 동물실험)는 독일에서 진행된 동물복지운동의 주요한 관심사들이었다. […] 1927년에 독일제국의회(Reichstag; 라이히슈타그)에 출석한 나치당 소속의원은 동물학대와 카쉬루트를 방지하는 조치들을 촉구했다.”
미국 작가‧언어학자‧교사 보리어 색스(Boria Sax)의 2000년판 저서 《독일 제3제국의 동물들: 애완동물들, 희생동물들, 홀로코스트(Animals in the Third Reich: Pets, Scapegoats, and the Holocaust)》(p. 42)에 기록되었듯이, “나치당원들은 ‘인본주의적 이유들에 비추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들’을 거부하면서 ‘동물들은 동물들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동물학·수의학‧사회학‧심리학 학술지 《앤스로주스(Anthrozoos)》 1992년 3월호에 발표된 아널드 알류크와 보리어 색스의 논문 〈나치의 동물보호법과 홀로코스트(Understanding Nazi Animal Protection and the Holocaust)〉에는 “독일 법학자 하인츠 횔셔(Heinz Hoelscher, 1920~)가 나치 집권기간에 집필하여 1949년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논문 《동물복지와 형법(Tierschutz und Strafrecht)》에서 주장했듯이, 독일 동물보호법의 철학적 기반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였다”는 견해가 인용되었다.
이런 견해는, 하인츠 횔셔의 박사학위논문과 아울러 독일 수의사·공무원 클레멘스 기제(Clemens Giese, 1879~1961)와 독일 법학자 발데마르 칼러(Waldemar Kahler, ?~?)의 1944년판 공저 《독일 동물보호법: 동물보호조항들(Das deutsche Tierschutzrecht: Bestimmungen zum Schutze der Tiere)》과 독일 사회학자 하힌츠 마여(마이어)(Heinz Meyer, 1936~)의 1975년판 저서 《인간과 동물(Der Mensch und das Tier)》에서도 인정되었듯이, “동물들은 인간들과 맺는 관계 때문에 보호받아야 하기보다는 오히려 동물들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견해는 (나치 독일에서) 참신한 법률적 개념이라고 평가되었다.”
미국 과학사학자 로버트 닐 프록터(Robert Neel Proctor)는 1999년판 저서 《나치의 암(癌)퇴치전쟁(The Nazi War on Cancer)》(p. 5)에서 “몇몇 나치당원은 환경보호주의자(environmentalist)들이었고, 생물종(生物種) 보호와 동물복지는 나치 정권의 중요한 현안들이었다”고 평가한다.
브리튼 출신 캐나다 역사학자 마틴 키천(Martin Kitchen)은 2006년판 저서 《1800~2000년 독일 현대사(A History of Modern Germany, 1800-2000)》(p. 278)에 “독일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Heinrich Himmler, 1900~1945)는 동물사냥을 금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보고한다.
미국 유다교 랍비·작가 세이머 로셀(Seymour Rossel)은 1992년판 저서 《홀로코스트: 세계와 유다교인들(The Holocaust: The World and the Jews, 1933-1945)》(p. 79)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독일 나치당 최고위정치인·군대지휘관 헤르만 괴링(Hermann Goering, 1893~1946)은 동물애호가이자 동물보호주의자라고 공공연히 자처했다. 히틀러의 지령을 받은 괴링은 나치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독일인들을 체포하여 강제수용소에 수감시켰다.”
독일 나치 선전부 장관(Nazi Propaganda Minister)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1945)의 1993년판 영어본(英語本) 《괴벨스 일기(The Goebbels Diaries)》(p. 679)에는 미국 언론인‧작가 루이스 폴 로크너(Louis Paul Lochner, 1887~1975)의 다음과 같은 설명이 곁들렸다.
“히틀러는 채식주의자(菜食主義者; vegetarian)였는데, 이런 (채식주의) 신념은 인간들의 가치와 동물들의 가치 사이에서 윤리적 차이점을 도출했고, 그런 차이점이 유다교를 겨냥한 그의 증오심 대부분을 생장시켰다. 괴벨스도 진술했듯이,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면 독일제국에서 도축업을 금지하기로 계획했다.”
미국 지리학자·환경학자·사회학자 브루스 브라운(Bruce Braun)과 브리튼 지리학자 노엘 캐스트리(Noel Castree)의 1998년판 저서 《현실 재구성(Remaking Reality)》의 제2부 제4장(p. 92)에 해당하는 브리튼 사회학자 힐러리 로우즈(Hilary Rose)의 논문 〈국가와 소비자우생학이 동시에 진행했나?(Moving on from both state and consumer eugenics?)〉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었다.
“독일의 현행 동물복지법은 원래 나치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이래서 적어도 한국에는 독일 나치의 동물복지법이 현대 동물보호법의 효시였다고 속단하는 지식인이나 학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게으른 죡변의 꾀죄한 시야에 걸려든 역사기록만 감안되면, 브리튼에서 1822년 제정된 “마틴법”이 현대 동물보호법의 효시였다고 잠평(暫評)될 수 있을 성싶다.
(2022.12.21.07:05.)
아랫그림은 독일 풍자잡지 《클라테라다치(Kladderadatsch)》(3 September 1933, p. 569)에 수록된 (미국에서 성장하여 독일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 아서 존슨(Arthur Johnson, 1874~1954)의 만평 〈문화행위: 괴링이 금지한 동물생체해부: 하일 괴링!(Eine Kulturtat: Vivisection verboten: Heil Goer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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