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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동초등학교총동창회 원문보기 글쓴이: 유랑아제
비나이다.
끌쓴이:지개야 스님,
큰 눈망울에 애별이고(愛別離苦)에 눈물을 훔친다. 주인공인 마순돌이가 추석 대목장을 보려고 서울 축산물공판장으로 한우를 출하한다. 떠나는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죽음에 길……. 살아남아서 보내야 하는 아픔 ……! 너와 내가 등 기대어 함께 살던 우리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죽음에 애별이고! 한우들에 울부짖음이 갈라산 기둥을 흔든다.
커피 잔을 쟁반에 받쳐 든 정숙이는 애별이고의 사연을 가슴에 뇌인 것은, 경상북도 안동시 정하동 택지개발 때 한 묘지에서 400여 년 전에 죽음으로 떠나는 남편에게 아내가 보낸 애별이고 편지다.
“원이 아바지에게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씀 ,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이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애별이고 -
애별이고 원이아범 애별이고 원이아범 울부짖어 불려봐도 대답없는 님이시여 당신혼자 그먼길을 어찌그리 가시니껴 구구절절 긴긴사연 원이어멈 어쩌라고 당신없이 단하루도 나혼자서는 못사니더 님이시여 님이시여 내사랑 원이아범
저민사랑 텅빈가슴 월령교 눈물편지 보고싶고 그리워요 내꿈속에 당신와서 못다이룬 우리사랑 속삭이고 속삭이다 새벽닭이 횃치면은 당신따라 나도 갈래 당신없는 안동땅에 나혼자는 못사니더 애별이고 애별이고 내사랑 원이아범
정숙은 가수 갈바람이 부른 애별이고를 몇 번이고 부르다가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와 흐느끼는데….,
“여보! 갔다 오마! 내 갔다 올 때까지 내 생각만 하고 있꺼라.” 남편 마순돌이가 집을 떠날 때마다 아내 배정숙이한테 하는 인사말이다. 배정숙은 매번 듣는 인사말이지만, 싫지 않았다.
순돌이는 가락시장을 가면서 300여 마리의 한우목장 주인이 되기까지를 반추하는 한편, 정숙은 남편을 기다리며 추억 반추한다.
순돌이는 목장장 겸 기사인 박 기사 차를 타면서 길 없는 길 험악한 길 산굽이 물굽이 굽이굽이 돌아 걸어온 내 인생아! 걸음걸음마다 춘화 처리된 내 인생아! 길 없는 길에도 길은 있더라…., 눈물을 주룩 흘린다.
순돌이 고향 놉실은 도회지에서 상상도 못할 오지 중에도 오지다. TV도 나오지 않는 첩첩산중 마을이라 돈 많은 양반들이 살기엔 토양이 맞지 않는 곳이다.
지금은 모두가 떠난 떵 빈 마을에 한우목장을 하는 주인공 순돌이 부부와 묵이가 늦장가를 들어서 낳은 아들 내외, 그리고 목장에 일하는 박기사까지 합해 세 가구가 산다.
전성기 놉실에는 26호에 100여 명이 살던 아담한 산촌마을이었다. 인정을 퍼주는 나무꾼에 무딘 미소와 젖가슴이 볼록한 아가씨의 물동이 엉덩이가 고샅을 다니던 곳이다.
다들 떠난 텅 빈 놉실 동네 밤을 귀신들이 지킨다. 쓰러져 가는 폐가에 귀신들이 모여 살아생전 향수 달래며, 새벽닭이 홰칠 때까지 화투놀이를 한다. 거기에는 순돌이 할매와 아부지도 함께 하고 있다.
순돌이 꿈속에 간혹 순돌이 아부지 마씨가 나타나 돈을 훔쳐가려는 꿈을 꾼다. 그런 꿈을 꾸면 순돌이는, 자다가도 일어나 장롱에 돈을 꺼내 아부지 사진 앞에 갔다 놓고 가져가시라고 하고 다시 잠든다. 그러면 꿈속에 아부지가 오셔서 고맙다는 인사하고 돈을 가져간다.
꿈에 돈을 달라는 아부지를 무시하고 잠을 자면, 아부지와 할매가 돈 때문에 난장판 싸움을 한다. 할매는 아부지한테 돈주머니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아부지는 빼앗으려는 싸움은 닭이 울어야 끝이 났다. 화투판에서 아부지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돈을 잃은 재주 밖에 뿐인 모양이다.
순돌이 할매 과부 천씨는 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어린 남매와 셋이서 외롭게 살았다. 과부 천씨의 딸은 아들 마천복이 나이가 15살 때 안동 월곡면 마꼴로 시집을 갔다. 그 후로 과부 천씨와 살던 마천복이도 17살 되던 해 재골에 사는 2살 많은 권씨와 결혼을 했다.
순돌이 아부지 마천복은 1932년 임신생 잔나비띠 삼대독자이자 유복자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못 누린 하늘에 복을 다 누리란 뜻에서 天福천복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마천복은 6.25 전쟁 때는 총알을 입에 물고, 4.19, 5.16, 5.18을 목에 걸고 먹고 살기 위한 일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농사꾼이다. 아는 것이라고는 면서기와 마을 이장이 나오라는 부역(賦役)에는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예’할 뿐인데, 한가지 흠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고치지 못한 도박중독,…….,
며느리 권씨 친정은 놉실서 20여 km 떨어진 재골이다. 재골은 마천복의 어매 천씨의 친정 곳이기도 하다. 친정 쪽으론, 시어머니 천씨의 외 5촌 조카인데, 그는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돈 없는 삼촌 밑에서 자란 불쌍한 고아다. 그래서 나이 19살 노처녀가 될 때까지 시집을 못 갔다.
며느리 권씨 부모님은 불쌍히 죽어갔다고 한다. 딸 하나를 낳고, 부부가 염병에 걸렸으나, 워낙 가난한지라 보리죽도 못 먹고 죽어간 영혼이라고 한다.
마천복 어매 천씨는 아들 결혼한 날부터 자식번창을 빌었다. 새벽이면 정화수를 떠 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갈라산 산신령님께 비나이다. 마씨 가문에 자식번창을 비나이다.” 눈만 뜨면 갈라산 산신령님께 치성을 드렸다.
매달 보름이면, 늑대 우는 험준한 뒷산에 올라 둥근 달이 떠오르면 “비나이다. 비나이다. 달님께 비나이다. 마씨 가문에 자식번창을 비나이다.” 제삿날이면, 제사를 지내는 뒷자리에 앉아 “비나이다. 비나이다. 조상님께 비나이다. 마씨 가문에 자식번창을 비나이다.”
마천복 어매 천씨가 손금이 달도록 빌고 빈 치성 덕택에 마씨와 권씨 사이에 7남매를 두었다. 7남매 중 한가운데인 순돌이는 위로 누나 둘에 형이 있고 밑으로 여동생 둘에 남동생 하나가 있다.
주인공 순돌이가 태어난 곳은 사람도 소달구지도 갈라산이 막혀 더는 갈 곳이 없는 막창 마실 놉실이다. 놉실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쳐진 마실 이라, 겨울에는 10쯤 해가 떴다가, 오후 4시 경이면 해가 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약 3시간 정도 해가 짧아 겨울은 매우 춥다.
노름 병이 걸려 집을 나간 남편을 대신 산에서 해온 땔 나무는, 언제고 모자라서 추운 겨울이라도 방에 뜨뜻하게 군불을 지피는 날은 없다. 동지섣달 밤이면 높새바람이 실 고샅을 바쁘게 쫓아다니다가, 순돌이네 방 문풍지를 비집고 들어와 윗목에 담아둔 대지비에 물은 얼음이 된다.
순돌이 할매 천씨는 5살 난 순돌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화롯불 앞에서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손수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른다. “돌아 돌아 순돌아 목천 마씨 마순돌아 니 애비 이름은 마천복이고 니 애미 이름은 권금순이다.
1956년 병신년 잔나비띠 마순돌이 니 나이가 다섯 살이데이 언제 버뜩 커서 이 할매 호강시켜 줄래 돌아 돌아 순돌아 니 할배는 이 할매 나이 열여덟 살에 나를 혼자 두고 북망산천 간 지가 28년하고도 3달이 넘었다.
니 할배가 북망산천 갈 적에 니 애비 만천복은 내 배속에 석 달 됐고 마꼴 간 니 고모는 빽빽 우는 두 살일 때다. 영감아 영감아 내 영감아 대통령 될 우리 손자 마순돌이 얼굴 한번 보러오소
북망산천 어디길래 한 번 가면 왜 못 오니껴 영감아 영감아 이내 영감아 그캐 버뜩 갈려거든 오지나 말지. 이내 청춘 어이하라고 그 캐 버떡 왜 갔니껴
언제 올라니껴 언제 올라니껴 내 만나러 언제 올라니껴 “하며 애별이고에 눈물을 흘리면서 순돌이와 겨울 화롯불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순돌이와 제일 가까운 친척 10촌 간인 인수다. 인수는 겨울이면, 약콩(싸이나)로 꿩을 잡거나, 올무를 놓아 토끼를 잡는다. 인수는 잡은 토끼나 꿩을 팔지 못하면, 순돌이 할매한테 헐값에 팔거나 아니면 공짜로 준다.
토끼 올무는 설날 전후에 많이 놓는다. 토끼는 다니는 길만 습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지 보면 쉽게 토끼 길을 알 수 있다. 토끼가 다니는 길은 마른 풀 넘어져 반질반질하게 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이 길에 올무를 놓아 토끼를 잡는데 인수는 많이 잡는 날은 5마리 정도 잡는 날도 있단다.
인수는 잡은 토끼를 가죽을 벗겨서 판매한다. 토끼고기를 산 집은 고기는 곰을 해서 먹고, 털은 귀마개를 만들어 겨울 추위에 귀를 보호한다. 한해 겨울 귀마개를 하려고 집집이 인수한테 토끼를 한두 마리는 산다.
겨울에 눈이 오려 하면 인수는 꿩을 잡으려고 약 콩을 만든다. 약 콩은 콩에 홈을 파서 그 안에 넣은 싸이나가 쏟아지지 말라고 판 홈에 촛농으로 막아서 만든다.
겨울에 폭설이 온 대지를 덮으면, 꿩들은 눈 녹은 양지바른 곳에 먹이를 찾아다닌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인수는 눈이 많이 오면 양지바른 뙈기밭을 빗자루로 눈을 쓸고 거기에 약 콩을 놓는다.
약 콩을 놓고, 한두 시간 후에 꿩이 몇 개나 먹었는지 헤아려, 없어진 숫자만큼 이 삼백 미터 주변에서 죽은 꿩을 찾는다. 많이 잡을 때는 하루에 10여 마리 넘게 잡는 날도 있다.
그때는 놉실에 종일토록 꿩 우는소리가 그치지 않을 때였다. 약 콩으로 잡은 꿩은 뱃속의 창자만 빼고 사람이 먹는다. 이때 버린 창자를 먹은 개가 간혹 죽는 수도 있다. 청산가리를 먹고 죽은 꿩을 먹고도 죽지 않았을까?,……., 아마 천한 사람이라 죽지 않았을 거야?
어제 인수가 꿩을 많이 잡아서 순돌이 할매한테 한 마리를 공짜로 주고 갔다. 순돌이 할매 화롯불이야기는 고구마, 밤, 콩을 구워서 순돌이와 같이 먹기를 자주 한다. 인수가 간 후에 방에 콩 한 알이 있어 화롯불에 구워서 순돌이를 먹였다.
꿩을 잡으러 갔던 인수가 약 콩을 놓다가, 한 알이 없어진 것을 알고 약 콩을 찾으려고, 순돌이 할매한테 다시 와서 “할매 여기 약 콩 하나 안 떨어졌드나” 순간 순돌이 할매는 놀란 심장소리에 쉬던 숨을 멈추고 말았다. “야가 뭐라카노, 그게 약 콩이라고, 아이고 내가 모르고 순돌이를 구워 먹였데이” “아이고 할매 난 모른데이” “인수야 니 순돌이 좀 봐라. 내가 녹두죽 끓여 먹이게”
순돌이를 받아 안은 인수가 “할매 니 바보가? 보면 모르나” “야 이느무 새끼야 시끄럽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떨리는 손으로 겨우 문지방을 짚은 순돌이 할매는 가누지 못하는 온몸으로 녹두죽을 끓여 순돌이를 먹였다. 죽은 어떻게 썼는지, 순돌이 입으로 먹였는지 코로 먹였는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느무 새끼야.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마라.” “할매 그러면 꿩 값 다고” “없다 이느무 새끼야. 꿩 값은 무슨 꿩 값. 그 말 이 입으로 나오나.” 하면서 빗자루를 거꾸로 잡고 인수를 마구 두드려 팼다. 매에 못 이긴 인수가 도망을 갔다.
순돌이 할매의 심장 뛰는 소리가 사립문 밖에까지 쿵쿵거렸다. “순돌아 윗목에 다항(성냥)가져 온나” 성냥을 가지고 온 순돌이가 “할매 자.” “아이고 우리 순돌이 착하다.” “순돌아 어매 이름은” “권금순” “순돌아 아부지 이름은” “마천복” 순돌이 할매 천씨는 이리저리 순돌이에게 말 심부름을 시켰다. 행여나 순돌가 어떻게 될까 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웃을 갔던 순돌이 어매가 큰 방문 여는 소리에, 그러지 않아도 두근거리던 순돌이 할매 심장은 더 요란하게 쿵쾅거렸다. 심장이 뛸 때마다 머리까지 심하게 흔들렸다.
이것저것 심부름에 지친 순돌이는 할매 품에서 잠이 들었다. 순돌이 할매 천씨는 잠든 순돌이의 코에 귀를 대고 숨소리를 듣다가 손등으로 숨 바람을 확인하기를 쉬지 않았다.
그러다 덜컹 겁이 나서 깊이 잠이 든 순돌이를 깨웠다. “순돌아 순돌아 순돌아” 순돌이가 실눈을 뜨고 할머니를 보았다. “아이구 야야 순돌아 안 된다. 일라 봐라.” 할머니는 잠자는 순돌이를 일으켜 세웠다. 잠에 취한 순돌이가 일어섰다가 다시 쓰러져 잠을 잤다.
“순돌아 순돌아 일나서 할매하고 놀러 가자” 잠에 취한 순돌이는 애타는 할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순돌이가 잠을 자는지 아니면, 잘 못된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는 근심에서 순돌이 할매는 정지에 가서 찬물 한 대접이를 떠 가지고 왔다.
찬물을 입에 문 순돌이 할매는 잠자는 순돌이 얼굴에 “푸우” 뿜으니 순돌이가 “으앙.......” 하고 놀라서 장가 지게 울었다.
장가 지게 우는 순돌이 울음소리에 순돌이 어매 권씨가 할매방으로 와서 “어머님요 순돌이가 왜 이캐 우니껴” 하고 방에 들어온 순돌이 어매 권씨는 깜짝 놀랐다.
“어머님요 순돌이 낯에 땀이껴 이게 뭐니껴” “물이다.” “어머님요 이 추운 날 물은 왜 아 낯에?” “순돌이가 언제부터 자는데 깨워도 안 일나 깨울라꼬 그랬다.”
약콩을 구워 먹였다는 것을 며느리가 알면 시어미로써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집구석에서 쫓겨나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순돌이가 어매따라 큰 방에 간 다음 순돌이 할매 천씨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우리 순돌이 아무 탈 없게 해주소”
그렇게 몇 시간을 빌었는지. “어머님 저넝 잡수소” 하는 소리에 비는 것을 그만두고 큰 방에 가니 순돌이가 “할매-” 하면서 뛰어와 안기었다. “순돌아 할매하고 밥 먹자”
순돌이 할매 천씨는 밥을 먹지 않고, 순돌이만 떠먹였다. ‘누구나 밥을 안 먹으면 죽고, 밥을 먹으면 사니까’ “어머님요, 왜 그캐 버뜩 밥을 떠 먹이니껴? 그카면 아 - 언치니더 어머님도 잡숴 가면서 천천히 떠먹이소, 오늘 왜 그러니껴”
그때야 정신이 든 순돌이 할매는 “야 배고프다꼬 칸다” “언제는 앙 그랬니껴” 하던 순돌 어매 권씨는 시어머니 이마에 순돌이 주먹만 한 혹을 보고 감짝 놀랐다.
“아이고 어머님요 이마에 혹은 왜 났니껴? 어디 그렇게 쌔게 다치셨니껴?" 야야 내 이마에 혹은 무슨 혹하고, 순돌이 할매 권씨는 자기 이마를 만지다 말고 “아이구 아야” 하고 자기도 모르게 아픔에 큰 소리를 질렀다.
이 혹은, 순돌이 녹두죽을 빨리 끓어 먹이려고 나가다가 문틀에 이마를 박아 일어난 혹인데, 다급한 상황이라 이마를 박힌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순돌이 할매 천씨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우리 순돌이 무탈하게 해 주소” 얼마나를 빌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할마이 니 왜 자면서도 순돌이 걱정만 하노” “아이고 천복이 아바이요, 내가 낮에 모르고 순돌이를 약콩을 꺼 믹긴니더” “니 미쳤나 아 -한테 왜 약 콩을 꾸어 믹이노, 하마 노망들었나,” “영감 지랄하지 마고 순돌이나 살려 주소”
“순돌이 어디 있노” “어디 있기는 어디 있어 아 어마이하고 큰 방에 있지” “내 가보고 오마” “순돌이 잘 자드라 걱정마라 괜찮다.” “영감 진짜 괜찮니껴”하고 악을 쓰는데 “어머님요 아직 잡수소” 하는 며느리 소리에 순돌이 할매 천씨는 꿈에서 깨어났다.
“할매 빠바” 하며 순돌이가 할매 방에 들어왔다. 순돌이 할매 천씨는 아무 탈 없는 순돌이를 껴안고 자기도 모르게 한참 동안 눈물을 훔쳤다. “그만하길 다행이지, 잘못되었다면 손자를 죽인 할매가 될 뻔하지 않았나”
순돌이 할매 천씨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약 콩을 부솔에 구울 때 약이 불에 타서 없어졌거나, 아니면 약 콩이 아닌지도 몰라, 그러이깨네 순돌이가 아무 탈이 없지, 어제저녁 꿈에 영감이 괜찮다 카드라.’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아침을 다 먹은 순돌이 할매 천씨가 “순돌아 할매하고 가자” 순돌이를 데리고 할매 방으로 가 화로이야기를 하는데, 인수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할매 약콩 찾았다” “이느무새끼야 우리 집에 오지마라 캤는데 왜 왔노” “할매 내 방에 하나 있드라” “이느무새끼야 찾았으면 찾았다고 일찍 카지” “할매 니 오지마라 캐잖아” “이느무새끼야 그러면 왜 왔노 나가라” 하면서
순돌이 할매 천씨는, 다시 빗자루로 인수를 마구 두드려팬다. 매에 못 이긴 인수가 “할매 알았다, 다시는 내 할매 집에 안 올께” “아 이느무새끼야 문 살살 닫아라.”
순돌이 할매 천씨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우리 순돌이 무탈하게 해 줘서 고마이더” 하면서 한참을 또 그렇게 빌고 빌었다가 감아 감아 영감아 고맙고 고맙다. 우리 영감∼ 흐르는 눈물을 닦고 닦아도 또 흐리기만 하는 눈물,…….,
유랑아제-펴뮤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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