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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는 사람들 중 누군가의 천둥같은 코코는 소리에 잠님이 찾아오지 못하실까봐에 대한 걱정은 다 부질없는 것이었다.
라면을 먹고, 씻고 짐정리 좀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순간 아침이다.
새벽에 비가 잠시 다녀가서인지 날씨는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상태이다.
자! 오늘은 그야말로 런던의 핵심을 도는 여행이다. 도대체 피곤함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단 생각뿐이다.
맛은 둘째치고, 한식이어서 반가운 아침식사 후딱 마치고,
이제 겨우 이틀째. 빨래걱정없으니 산뜻하게 옷도 좀 갈아입어주시고,
(밤은 낮과 다르게 선선하여 긴팔옷을 입었다. 게다가 이 놈의 런던의 날씨라는 분은 도대체 그 속을 알수가 없다. )
우리는 첫 행선지인 버킹엄궁을 향하여, 하루만에 익숙해져버린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의 여행계획은 버킹엄궁(근위병교대식)을 시작으로, 세인트제임스파크, 웨스터민스터사원, 빅밴과 국회의사당,
수상관저, 호스가든, 트라팔가광장(내셔널갤러리), 피카딜리서커스, 그리고 pub!!이었다.
민박집이 런던 2존끝의 약간 외곽이었기때문에, 버스로 지나며 보는 일반적인 런던의 모습들도 이채롭다.
20여분 정도 바깥의 풍경을 즐기고 있으니 어느덧 버스의 종점 트라팔가광장이었다.
트라팔가광장에서 버킹엄궁전까지는 The mall을 통해 걸어가면 된다.
The mall의 입구
세인트제임스파크를 옆으로두고 The mall을 따라 10여분 걸어가니 드디어 눈앞에 버킹엄궁이 그 자태를 드러내주신다.
버킹엄궁전
그 어색하고 큰 검은 모자에 도대체 군인의 옷같지 않은 빨간 마이의 사나이들을 보겠다고,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북적댄다.
근위병교대식은 자리가 중요하다가 강조들하지만, 시장좌판도 아니고 그 이른 시간부터 좋은 자리 찾아 죽치고 있기에는,
근위병교대식 그다지 멋있지도, 재밌지도 않다.
그래도 뭐 tip이라고 알려준다면, The mall에서 죽치고 있으라는 정도이다.
어차피 아주 이른 시간 오지 않는다면, 가장 보기 좋은 자리인 궁앞은 이미 여러인종의 사람들이 죽치고 있다.
근위병들이 The mall에서 행진하고 나와서,
위의 사진에서 왼쪽으로 돌아 궁안으로 들어가니 The mall에서도 충분히 가깝게 볼 수 있다 .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사람들은 딱 요기까지만 봐주면 된다.
궁에 들어가서의 교대식은 궁앞이 아닌이상 보기도 힘들고 생각보다 오래한다.
게다가 저 분수대쪽에서 자리잡고 보다가는 자칫 분수대 안에 갇혀버린다!!! 경찰들이 내보내주지를 않는다.도대체.
우리 일행이 그렇게 갇혔었다. 우린 그렇게 울며겨자먹기로 교대를 마치고 나오는 것까지 다 볼수 밖에 없었다.
버킹엄궁의 근위병교대식
버킹엄궁의 근위병교대식
그렇게 퇴장장면까지를 지켜보고 우리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세인트제임스파크로 향하였다.
세인트 제임스파크
정말이지 런던이란 도시 공원 무지하게 많다. 무지하게 많으면서 공원 하나하나 정말 매력적이다.
세인트제임스파크는 크기로는 런던에서 그다지 큰 공원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온갖 조류와 다람쥐가 천지다.
게다가 이놈들 사람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유럽에서 만난 어떤 동물들도 다 그러했던 것 같다.)
펠리칸이나 다람쥐에게 간식거리 줄거만 있으면 아주 가까이에서도 같이 찍혀주신다.
동물 좋아했던 경양 이런 애들과 사진 많이도 찍었다.
특히 경양은 개를 보면 거의 미치듯 좋아했다.
수양이 갑자기 사라진건 거의 기념품가게인데,
경양이 갑자기 사라진건 십중팔구 개끌고 나온 주인따라가서 말걸고 한번 쓰다듬어 주기 위함이었다.
굳이 개종을 알고 있으면서, 주인에게 그 종을 확인하는게 좀 웃기긴했지만(ex. 골든리트리버?오케이~)
머 나도 개가 좋아 집에 슈나우져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후 정말 심하리만큼 개만 보면 쫓아가대서 나중엔 좀 이해 안됐다 ㅋㅋ)
세인트 제임스파크의 다람쥐
여하튼 이 멋진 공원을 가로질러, 우리는 어제 잠시 스쳐지나간 웨스터민스터사원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공원에 들어서면서부터 웬지 치군이 불안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자꾸 찾는다.
"뭘찾니?"
"공중전화기요."
아~ 전화기. 그렇다. 치군은 지금 전화가 몹시 급한 상태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휘리릭~ 다시 전날밤으로...
치군이 들려준 전화의 상대, 그리고 그 상대와의 인연은 실로 안타까움이었다.
"대학교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영국에 있어요."
대학교 cc로 한번도 다툼도 없이 예쁘게 사귀어왔던 여자친구.
하지만, 치군의 직장이 경주에 구해지게 되면서,
게다가 서비스업계였던 탓에 남들 쉬는 날에 못쉬고, 근무시간 또한 그러하니,
자주 만남을 가질 수 없게 되었고, 연락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과 고된 업무가 누적되어가다보니 결국 이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은 변함이 없음에도 이별을 선택하고 말았다.
하지만, 홀로 경주에서의 그런 시간이 지속되어지다보니 치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과감히 직장을 때려치게 된다.
그리고는 여자친구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알아보니 그녀는 영국에 어학연수를 가 있었던 것이다.
여자친구가 이메일에 적어준 전화번호 하나만 믿고,
치군 과감히 유럽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그러다 우리와 인연이 닿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전화를 해보니 우선 전화거는 방법도 쉽지가 않고 겨우 연결된 전화, 여자친구가 아니었단다.
그 안타까운 좌절감... 내색하지 않던 치군이 대견하다.
하지만, 숙소 도착 후 포기가 쉽지 않았던 치군. 이메일을 다시 확인해보니 전화번호를 잘못 적어간 것이었다!!!
원래 더 꼼꼼히 챙기는 것들에서 오류가 더 많은 법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치군은 과감히 민박집아줌마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했는데, 받더란다. 여자친구!
치군이 당연히 연락할 거라 믿고,
런던에서 1시간30분정도 외곽에 있던 여자친구 홀로 과감히 먼저 런던에 와서 하루종일 기다렸단다.
하지만, 치군은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연락이 될 수 없었고,
그렇게 여자친구는 다시 그 외곽지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런던에서의 남은 시간은 이제 단 하루.
오늘 보지 못하게 되면, 여자친구를 볼 수 없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도대체가 공중전화기가 보이질 않는다.
결국 웨스터민스터사원 앞거리에 가서야 영국의 명물 빨간통 공중전화기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하늘의 뜻이었을까, 우연히 빅밴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친구와 치군은 드디어 감격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그 둘에게 그 때의 그 순간은 글로든 뭐로든 표현할수가 있는 것이었을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행복한 얼굴을 두명이나 볼 수 있었던 아주 멋진 시간이었다.
우리는 채 하루도 안남은 시간 안타까울까봐 둘만의 시간을 내어주려했으나, 치군 같이 다니길 원한다.
숙소로 혼자 돌아오기것이 애매했을런지도 모르지만, 같이 여행 온 동행자들에게로의 의리 때문이었으리라.
여하튼 그렇게 우리는 5명이 되어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첫 코스 웨스터민스터사원.
여기 꼭 들어가서 안을 보고 싶은데 일요일 개방을 안해준다.
웨스터민스터사원 옆면
웨스터민스터사원 앞면
도대체 나는 실내관광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인가? 허탈해져왔다. 하지만 어쩌랴. 개방을 안하는 날에 온것을...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금강산도 식후경! 우선 식사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돌이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것 같이 배가 마구잡이 고픈데, 요라인 근처 도대체 먹거리를 파는 곳이 없다.
찾다 찾다 결국 우리는 tesco라는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롤등을 사와 웨스터민스터사원 앞에 앉아 그지꼴하고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빵도 롤도 차갑고 딱딱하고, 괜스레 타이밍맞춰 날씨도 흐리멍텅하다.
그나마 식당이라고 들어가서 먹은데는 맥도널드가 유일하구나...
같이 있는 것 자체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연인을 제외하고, 남은 나와 경양 수양은 좀 지쳐가는 기색들이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웨스터민스터사원을 돌아나와 국회의사당과 빅밴을 가까이 보기 시작하면서
그 쳐진 기분들이 보톡스 맞은양 다시금 팽팽히 흥분되어 왔다.
정말 멋지다.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상당히 고풍스럽다.
런던아이에서 바라다 본 빅밴과 국회의사당
빅밴
여기도 들어가보고 싶다. 책에서는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되어있는데, 도대체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역시나 입장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은 나뿐이다. 혼자만의 욕구로 그 큰 국회의사당을 다 돌아볼 수는 없었다.
그래. 런던에서의 실내입장은 포기하자! 그냥 스스로 마음을 굳혀갔다.
그리고 우리는 빅밴에서 트라팔가광장 쪽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기념품점에 유독 관심을 보인 수양
오늘도 변함없이 지나가다 기념품점등이 나오니 입장해주신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반복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수양이 관심이 있는것이 틀린게 아니라 스타일의 차이일뿐인데,
잘못됐으니 하지말라는 말 우습고,
하지만 우리도 나름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자꾸 이런식으로는 안될 것 같았다.
하여 치군연인과 나는 수양이 유독 관심을 보인 기념품점에 들어가 있을 때
우리는 신경쓰지 말고 천천히 쇼핑하고,
대신 우리는 그 시간동안 내셔널갤러리 가서 보고 있을테니,
지금 3시10분이니까 서로 4시까지만 보고 트라팔가광장 넬슨제독기념비에서 만나자.라는 제안을 하였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를땐 잠시 찢어져서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나중에 돌아갔을 때 후회가 적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수양은 그런 쇼핑쪽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혼쾌히 승낙을 하였고,
함께 쇼핑중이던 경양에게도 전달해달라 부탁하고 나와 치군 연인은 내셔널갤러리로 향했다.
내셔널갤러리
내셔널갤러리는 공짜인것이 너무나 감사할정도로 대단히 멋진 곳이다.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알고 있는 작품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고 내부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게다가 편안한 동선을 고려한 관람코스 또한 이상적이다.
대영박물관 40분 관람한 것을 빼고는 첫 실내관람이라 더욱 감흥이 새로왔던 것일수도 있다.
여튼 걷다가 힘들면 쉬어가며 여유있게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다. ( 휴대폰에도 사진을 찍어오려 가져갔었는데, 영상통화폰은 별도의 신청없이 그냥 로밍이 된다.)
번호가 무지 긴것이 웬지 받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받아보니 수양이다. 어디에 있냐고 매우 걱정스런 말투로 물어본다.
오죽했으면 같이 런던에 있는데 로밍폰으로 전화를 하였을까.
트라팔가광장 바로 앞의 기념품점에 들어갔었던 거라 못찾아올 것도 아닐텐데싶어
난 내셔널갤러린데 수양과 경양은 어디냐 했더니 약속장소에 와 있단다.
4시에 만나기로 한 것을 못듣고, 약속장소 와보니 우리는 없어서 놀라서 연락을 한거였다.
쇼핑에 집중하고 있었기때문에 내가 확실히 전달하고 답을 확실히 듣고 왔어야 했는데,
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에 너무 빨리 말하고 나왔나보다.
결국 여기서 나갈 수 밖에 없는 분위기.
고흐의 '해바라기'는 꼭 보고 싶어 잽싸게 뛰어가 한 30초 봐주고,
내셔널갤러리...결국 3시15분에 입장해서 3시40분에 나왔다.
그래. 런던에서는 실내 포기했잖아. 괜찮아.
그리고 다행히 유명한 것부터 먼저 찾아다녀서 보고 싶은건 다 봤잖아. 괜찮아.
엉겁결에 쇼핑같이 들어갔다 내셔널갤러리 못간 경양은 많이 아쉬워했지만,
수양은 관심없다고 자긴 기다릴테니 보고 오라는,
부담백배 말한마디에,
(수양은 우리 편하게 보고 싶은 것 보라고 한 말이었겠지만...)
결국 서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피카딜리서커스로 향하였다.
피카딜리서커스
런던현지인들의 약속장소로도 자주 애용되는 정말 런던의 중심이다.
게다가 그 중심에서 우리나라 기업 삼성의 막강함도 느낄 수 있으니 웬지 정감간다.
에로스상
피카딜리에서도 가장 약속장소로 많이 애용되는 피카딜리의 상징이라고도 하는 에로스상과,
리전트 스트리트
도로를 따라 건물이 휘어진 너무나 럭셔리한 리전트스트리트까지 참 볼 것 많은 곳이다.
그리고 각종 유명뮤지컬 전용극장도 여기에 밀집되어 있다.
맘마미아 전용극장
오페라의 유령 전용극장
이 뒤로는 차이나타운도 있어 먹거리를 해결하기에도 아주 좋다.
(싸다는 이유로 여기까지 와서 중국음식 먹고가는거 그닥 이해되지는 않지만...)
하지만, 딱히 배가 고픈 타이밍도 아니었고, 저녁에는 pub을 가기로들 약속한 상태가 아니던가.
이제 4시30분 남짓인데, 지금 pub을 가자니,
웬지 이틀만에 끝내버리는 런던여행이면서 너무 여유부리는 것 같아 런던에 괜히 미안해지기도 해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급하게 이후의 여행계획을 새로 짜야했다.
오늘의 코스들은 나름 교통을 이용해서 다닐만한 거리들이 아니어서 계속해서 도보로 이동을 하였는데,
이 짧은 거리들도 합쳐지니 길다.
해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쉬면서 갈 수 있는 곳 중 한곳을 택해서 가기로 했는데,
모두의 눈에 노팅힐이 들어왔다. 다리에 휴식 줄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거리와 유명한 포트벨로마켓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노팅힐. 역시 조금 외곽답게 차분하고 정돈 된 느낌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지도를 잘못보고 포트벨로마켓의 반대편으로 길을 들어섰다.
(이 사실은 런던을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엔틱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입구가 있어 당연히 거기인줄 알고, 들어섰는데
점점 상점은 줄고 주택가만 나온다. 예쁜 카페와 고급스러운 주택들을 보니 좋기는 한데,
(노팅힐 지역이 런던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 유명한 마켓 도대체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를 않는다.
하지만 되돌아 다시 찾고 하기에는 웬지 지쳐 결국 우리는 마켓을 포기하고, 근처의 켄징턴파크를 가기로 하였다.
켄징턴파크는 규모가 좀 크다. 공원이긴 한데 웬지 숲속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상쾌한 공기와 푸른 녹음이 기분이야 좋아지게는 만드는데,
규모가 큰 공원 역시 다리가 아파온다.
좀 쉬어가는 의미에서 들른 공원인데 더 힘들다. 젠장.
게다가 걷다보니 걸은 거리만큼 슬슬 허기도 오기 시작했다.
서로의 지치고 배고픈 얼굴들을 읽어낸 우리는 결국 마지막 일정이었던 pub을 가기로 하였다.
pub!!!
나의 여행 목표 중 하나였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누누히 말해왔었다.
기네스의 나라 영국에서 꼭 pub에 가서 기네스 양껏 먹고 올꺼라고...
하지만, 막상 pub을 갈라니 마땅히 정해놓은데가 없다.
그래서 치군의 여자친구가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 빅토리아역이라,
우리는 빅토리아역 근방에서 pub을 찾아 먹고 치군의 여자친구를 같이 배웅해주기로 하였다.
빅토리아스테이션
마침 여행책자에서도 빅토리아역 근방에 현지인이 많이 찾는다는 pub을 하나 안내해놓기도 하였다.
이게 가고 싶은 열망때문이었는지 지도에 참 찾아가기 어렵게 표기되어있던 곳이었는데, 한번에 찾아냈다.
그리고 정말 도착한 그곳에는 현지인들이 바글바글하다. 바글바글하다 못해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들 있다.
어딜가나 보이는 동양인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동양인 관광객들이 신기했는지 주인 줄서있는 현지인들보다 우리에게 먼저 자리를 내어준다. 고맙게스리...
옆에 주민인듯한 노부부 식사중인데, 신기한듯 쳐다보다가 참다참다 물어본다.
"Are you Japanese?"
동양인을 보면 꼭 먼저 이렇게 물어본다.
아니면,
"nakata", "hukudome" 어이없이 이런다. 유럽애들이 후쿠도메는 어떻게 아는거야!
거기에 반응안보여주면,
"Are you Chinese?"
그래도 반응없으면,
"Where?" 이런다.
물건파는 곳이나 관광지등에서는 그나마 Korean?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한데,
이런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시아는 일본, 중국, 그다음엔 모른다.
아쉽지만, 현실이 그렇다.
뭐 하지만 여긴 기네스를 마셔보기 위해 온 곳.
손님이 많아서인지 주문한지 20분정도가 되어서야 맥주가 나왔다.
그 맛은! 역시 기네스다.
그리고 기네스는 역시 생맥주로 마셔줘야한다.
기분이 좀 내켜 우리는 안주도 2가지 정도 시켜보았다. 샐러드와 감자요리였는데,
가격대비 양과 질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기네스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펍에서 보내고 나오니 8시정도가 되어 있었다.
내일은 파리로 넘어가야 하는 날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알콜도 좀 먹어서인지
수양과 경양은 먼저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무리 힘들어도 야경은 꼭 봐야하고 꼭 찍어가야 한다.
게다가 헤어지기가 너무나 아쉬운 연인한쌍도 있지 않은가.
수양과 경양을 먼저 보내고, 나는 연인에게
난 혼자서도 잘 구경다닐 수 있으니 나 개의치 말고 둘만의 시간을 좀 가지라고...
하지만, 이 연인들도 야경 보고 싶다며 같이 다니자고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 셋은 타워브릿지와 더불어 꼭 봐야할 영국의 야경들 중 하나인 빅밴과 런던아이를 보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닌데 무작정 계속 옆에 붙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런던아이와 빅밴의 야경을 같이 볼 수 있는 템즈강변까지 같이 가고 난 후 난 사진을 찍고 오겠다며,
둘이 얘기 좀 하라고 자리를 피해주었다. 아니면 부러워서 못봐주는 것이었을수도???
빅밴의 야경
런던아이의 야경
어찌됐건 혼자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면서 멋진 런던의 야경에 빠져들어가고 있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치군과 그 여자친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쉽게도 열차의 막차시간이 다가와버린 것이다.
치군이 런던에 남아 서로 더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겠지만,
이미 숙박과 유레일 등이 예약되어 있었고, out이 로마였기때문에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이었다.
치군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때문에,
런던에서만으로의 일정을 짤 수가 없었고,
여행출발하기 5일전까지 근무를 했었기때문에, 스스로 계획을 짜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출발전 자신의 상황을 미리 얘기하면, 동행자들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낄까 배려도 한 것이리라.
당초 3박4일의 런던일정을 베니스를 가기 위해 2박3일로 바뀌버린 점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미리 말만 해줬더라도 런던 일정을 줄이지는 않았을터인데...
여하튼 그렇게 웨스터민스터지하철역에서 그 둘은 또 다시 이별을 하게 되었고,
치군의 등뒤에 서있었던 나는 마지막 포옹때 너무나 간절하게 아쉬운 그녀의 표정을 보고 괜스레 마음 한켠이 찡해왔다.
힘내! 치군. 못볼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어떻게든 하늘이 함께해 즐거운 하루 보냈잖아.
지금 당장은 서로가 다시 사귈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불분명해도,
이 먼 유럽이라는 나라에서 극적인 재회를 한 것 만으로 감사해.
이제 여행 시작인데, 여행도 즐기고 좋은 쪽으로만 생각해. 잘 되리라 믿어.
난 그렇게 치군을 위로하며 런던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고,
치군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하지만 고마운 도시가 되어버린 런던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자! 이제 paris다!!!!!
<출처 : ★ No.1 유럽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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