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폭설이 내렸다
이른 아침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아산 외암리를 가기 위해서다
밖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미끄러운 빙판길을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위험한 눈 길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곳을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
눈 앞에 펼쳐질 환상적인 설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눈이 내린 뒤면, 미치도록 달려 가 보고픈 진짜 이유는 과연 그 뿐일까?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눈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마당 가 키 큰 감나무 꼭대기엔 으레 까치가 울고
옹기종기 둘러앉은 초가집 굴뚝마다 정겹게 피어 오르는 하 ~ 얀 아침연기
외양간 소들이 아침밥을 기다리며 되새김하는 소리
닭장 속 닭들이 목청껏 울며 활개 치는 소리
혼자 신명이 난 누렁이가 훌쩍훌쩍 뛰어 오르며 반가운 몸짓을 한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부스스 잠을 깬 우린
아침을 먹기가 바쁘게 등교 길에 오른다
그 땐 변변한 내복도 따뜻한 신발도 없었다
엄마가 만들어 준 벙어리 장갑
아빠가 만들어 준 토끼털 귀마개
할머니가 시골 장에서 사다 주신 검정 고무신
두툼하게 솜을 넣어 만든 무명 바지저고리
책 보자기를 울러 메고 허둥지둥 달려가는
편도 오릿 길
사각 사각 눈 밟는 소리며 웃고 떠드느라 우린 추운 줄도 몰랐다
학교에 도착할 때 쯤이면 양말이며 바지가랑이는 거의 젖어 있다
교실 안은 온통 연기로 가득하다
난로 속 장작에 제대로 불이 붙지 않은 탓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어떤 때는 쉽게 불이 붙고
어떤 때는 좀처럼 불이 붙지 않아 담임 선생님이 곤욕을 치르신다
메케한 연기 속에서도 우린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마냥 낄낄대기만 했다
아 ~ 그 때가 그립다
아무런 부족함도 걱정도 욕심도 갈등도 없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마저 느끼지 못했던,
마냥 즐겁고 행복하고 순수했던 그 때 그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다.
철 없던 어린 시절
해맑게 뛰놀던 옛 고향에 대한 향수가
부지불식간에 나를 외암리로 이끌고 있는 게 아닐까?
아름다운 추억들이 얽혀있는 내 고향은 아니지만 . . . .
출처: 계성55동기회 원문보기 글쓴이: 구종회
첫댓글 사진과 글 작가 수준입니다.사진을 보고있으니 옛날 생각이 간절하네요.
옛날 생각이......
와아멋진데요^^좋은친구...부러워요
고향의 고즈넉한 겨울 풍경이군요.
넘 ~~~좋아요~ 아련한 추억 더듬게 해주셔 감사해용..담아갑니당~
첫댓글 사진과 글 작가 수준입니다.
사진을 보고있으니 옛날 생각이 간절하네요.
옛날 생각이......
와아
멋진데요^^
좋은친구...부러워요
고향의 고즈넉한 겨울 풍경이군요.
넘 ~~~좋아요~ 아련한 추억 더듬게 해주셔 감사해용..담아갑니당~